비리폭로에 전전긍긍하는 제약사
- 데일리팜
- 2004-01-14 20: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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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상장제약회사 영업간부가 모 일간지에 제약사와 의·약사간에 은밀히 이루어지는 의약품 납품비리 유형을 낱낱이 폭로하고 나선 것은 충격적이다 못해 차라리 침통한 일이다.
이 간부가 고백한 내용이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 이외에 딱히 새로운 것이 없다고 해도 ‘실존인물’이 유력언론사 지면을 빌어 고해성사 하듯이 제약사 치부를 세세히 고백한 것은 유례가 드문 사건임에 틀림이 없다.
말만 무성해 온 ‘약품비리' 사건을 만천하에 보여주는 ’현장검증’과 다르지 않다.
현장검증은 더 이상 발뺌할 수 없는 죄인의 최후 자백이다. 의약품 납품비리의 실상은 이렇게 다시 적나라하게 그 모습을 세상에 드러냈다.
영업간부가 고백한 내용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기에 폭로내용에 대해서는 덤덤해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정도다. 오히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고백을 한 사람이 도대체 누구냐이다.
그것은 앞으로 제2 또는 제3의 폭로성 고백이 잇따를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인 것으로 안다.
그동안 말문을 닫고 있었던 제약계 영업출신들이 계속 입을 열기 시작하면 제약업계는 물론 의사사회와 약사사회에도 큰 격랑이 불어 닥칠 것은 너무도 뻔하다.
웬만한 제약사들은 모두 이번 일로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사고를 쳤느냐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 눈치다. 자칫하면 회사의 운명을 갈라놓는 사건이 연이어 터질 수 있는 탓이다.
그 어떤 제약사도 약품비리 뒷거래에 자유로울 수 없기에 고백을 한 당사자가 누구인가에 촉각이 곤두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아니 제약사들의 불안한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의약품 납품비리 고백내용 자체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는 제약사들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혹시 자사 영업직원이 아닐까 하면서 은밀히 내사에 들어간 업체들만 눈에 띈다.
물론 약품비리의 책임이 전적으로 제약회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요양기관이 오히려 상납을 공공연하게 종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검은 거래를 주고받았다면 서로 잘잘못을 따질 자격이 없다.
따라서 의약품 유통시장이 온전하게 투명해질 수는 없다고 해도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보다 투명한 방향으로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
현실적으로 보면 약품비리의 모든 책임은 제약사가 떠않는다. 고객을 보호하지 못하는 제약사는 그에 상응하는 뼈아픈 손실을 치러온 이유다. 이처럼 남의 잘못을 대신하는 관행도 잘못됐으니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약품비리가 관행화 된 것은 실로 오래다. 비리는 더욱 지능화되고 다양화 되는 추세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총체적 위기를 자초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부 단속에 들어간 제약사들은 전·현직 영업사원들에 대한 긴급 관리까지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내부 영업기밀 자료를 아예 폐기하는 등 부산을 떨고 있는 모습이 애처로울 지경이다.
제약사들은 또다시 비리를 땜질하고 더 큰 비리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비리는 모든 분야에서 존재하기에 의약계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정도의 차이를 감안하면 제약계가 반성해야 할 여지가 많다. 그만큼 비리의 규모가 작지 않고 일상적으로 정례화 돼 있다.
그런데도 자성을 하지 않고 부산을 떠는 모양새는 사직당국의 괘씸죄에 걸려들 못난 행동이다.
제약업계는 이제 비리를 감추기 보다는 영업패턴을 변화시키는데 앞장서야 할 시기다. 언제까지 비리에 얼룩진 제약업계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을 것인가.
이번 사건의 주인공이 자사에 근무하고 있을지 몰라 제약사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영업형태라면 제약회사 전 영업사원이 언제 어느 때고 폭로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에 더 큰 두려움을 가져야 할 줄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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