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도매 또 부질없는 싸움판
- 데일리팜
- 2004-01-08 20: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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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 공생관계에 있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라고 했던가. 아니면 서로 미워하면서도 운명을 같이하는 오월동주(吳越同舟)가 더 맞는 표현일까.
동반자일 수 밖에 없으면서도 시도 때도 없이 싸움을 하고 있는 제약업계와 도매업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제약사와 도매상들이 또 정면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으니 지금 상황에서는 막을 길이 없는 듯 하다. 도매업계는 제약사들이 마진을 지나치게 내리고 있다며 해당 제약사 제품을 아예 취급하지 않는 정면대응으로 전쟁에 나설 것임을 선언하고 나섰다.
도매협회장은 격앙된 어조로 특정 제약사의 마진인하는 도매말살 정책이라고 규정하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이는 제약사들이 먼저 동반자이기를 포기했으니 도매업계도 동반자 관계를 청산하겠다는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잊을 만 하면 터지는 도매와 제약간의 전쟁이 또 터진다면 한마디로 볼썽사납다.
제약사들이 도매거래 마진을 줄이는 것은 자사의 정책이니 사실 뭐라고 할 말이 없다. 경기도 안 좋은데다가 직거래 비중을 높이고자 하는 정책에 따라 도매거래 마진을 낮추고자 한다니 기업의 고유정책이라고 할 만 하다.
하지만 제약사들의 대(對)도매 정책은 자기이익만을 생각하는 일방통행식이 돼서는 절대 안된다. 도매상은 제약업체들에게 동반자 관계가 우선이다. 마진을 흥정할 수 밖에 없는 사이지만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타협하는 동반자 관계가 먼저다.
제약사가 도매거래 대신 직거래로 전환하겠다는 발상은 애초 잘못됐다.
제약사들의 의약품 도매거래 비중을 보면 지난 99년 33%에서 2001년에는 45%, 2002년에는 48%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 지표는 제약사와 도매상이 결코 따로따로 놀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제약사의 직거래 비중이 앞으로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됨에도 도매를 무시하는 듯한 정책은 곤란하다. 오죽했으면 도매업계가 사생결단 제품취급을 거부하겠다고 나왔겠는가.
물론 도매업계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제약사들의 입장은 안중에 두지 않고 일단 거래선을 뚫고 보자는 마음에 각종 뒷거래와 변칙거래를 일삼아 제약사를 곤경에 빠뜨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마구잡이 덤핑으로 약가인하를 당하면 애꿎은 제약사만 덤터기를 쓰곤 하니 도매업계도 유구무언(有口無言)일 것으로 본다.
그러나 양측은 서로의 탓을 할 상황이 아니다. 난국을 풀어 나가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것이 시급하다. 협력을 해도 시원치 않은 마당에 또 전쟁을 하려하고 있으니 승자는 없고 패자만 나오게 생겼다.
‘제약-도매-약국’으로 이어지는 유통일원화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지만 직거래 보다는 도매상을 통한 유통구조가 분명히 앞선 시스템이다. 따라서 제약사들이 먼저 도매거래를 우선시 해 주는 기본 원칙이 서야 한다는 점이다.
선진국의 경우는 이미 도매상을 통한 시스템이 정책돼 있다. 제약업체들은 유통을 도매에 맡기고 연구·개발과 우수의약품 생산에 전념하는 것이 옳다.
도매상을 신뢰하지 못하는 제약업체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유통선진화를 위해서는 제약사들이 먼저 도매를 믿고 의약품 유통을 맡겨야 한다.
최근 쥴릭에 이어 대형 외자물류업체가 곧 국내에 상륙할 것이라는 루머가 무성하다. 그렇지 않아도 쥴릭태풍에 흔들려 온 국내 도매상들의 입지는 또다시 불어오는 외자물류에 큰 홍역을 치르게 생겼다.
이럴 때일수록 제약과 도매가 힘을 합쳐 끈끈한 신뢰를 쌓아야 한다. 악어와 악어새든, 오월동주든 분명한 사실은 제약-도매가 서로 힘을 합해야 살아남는다는 점이다. 제약과 도매는 결코 이러한 운명을 피해가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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