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사 제물 삼는 저수가 회귀
- 데일리팜
- 2003-11-30 16:3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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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건강보험 수가가 의협, 약사회 등 의약계 대표가 참여치 않은 가운데 표결처리된 것은 있으나 마나한 수가계약제의 한 단면을 보여준 씁쓸한 일이다.
의료공급의 주체인 의약계 대표 6명이 빠진 가운데 진행된 표결로 인해 과연 어떤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날까를 곱씹어 생각해 봐야 한다.
당장은 2.65%의 인상률을 통과시켜 보험재정을 절약한 치적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궁긍적으로는 우리나라 의료의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데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의료계는 이미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에 들어갔다. 약사회도 선거가 끝나면 역시 대정부 투쟁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우리나라 의료발전을 저해할 또 한차례의 거센 격랑이 불어닥칠 것이란 이야기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14대 2의 표결로 강행 처리한 내년도 수가인상폭 2.65%는 사실 물가인상률이나 경제성장률 전망치 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그럼에도 3% 이상 배수진을 친 의약계 대표들의 제안을 반영하지 않은 채 표결을 강행한 것은 지나친 처사다.
불참자들을 고려하지 않은 표결처리는 정치판에서나 있는 일 아닌가. 견해차이가 있으면 서로 양보하고 협상하자는 취지에서 건정심이 운영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는 좀더 솔직히 의·약사들이 희생해야 한다고 표명을 하든지 해야 한다. 그리고 이해를 구해도 시원찮은 마당에 의·약사들의 감정을 있는대로 긁어 놓았으니 그 후폭풍에 대한 대책이 있는지 묻고 싶다.
정부는 의·약사들의 반발을 두려워하면서도 표결은 의약계 대표들이 빠진 채 강행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는 작은 불길을 더 큰 불길로 만드는 어리석은 행동에 다름 아니다.
의약계에서는 지금 의약분업 이후 적자재정에 시달려온 정부가 의·약사들의 희생을 제물로 삼으려 한다는 이야기가 분분하다. 의료계는 김재정회장이 ‘차라리 죽겠다’는 각오를 피력하는 등 감정이 격앙된 상태다.
정부는 건정심에서 의·약사들이 협상테이블을 뛰쳐 나가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견을 하지 않았는가.
의·약사들이 의약분업의 수혜자가 아니었느냐며 인상률을 내리라고 하는 사람들도 물론 적지 않다. 개국약사들의 월평균 수입이 5백만원에 달한다는 대한약사회의 최근 조사결과를 보고 수가를 동결하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우리는 그러나 의·약사들의 수가가 더 높아져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을 뿐만 아니라 수가인상률을 재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의·약사들의 수입이 적지 않으니 희생하라는 식의 발상은 합리적이지 않다.
수가를 올렸음에도 환자들에게 돌아가는 의료수혜의 질이 올라가지 않았다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 책임을 의·약사들에게만 묻고자 하는 것은 그동안 인상해 온 수가를 허공에 날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더 정확이 말하면 국민혈세를 낭비한 책임을 정부 스스로 ‘나몰라라’ 하는 행동이고 우리나라 의료수혜의 질을 올리고자 하는 정부의 본래 목표를 져버리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물론 의·약사들에게도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뒷거래와 할·증인이 공공연하고 회전율이 몇개월씩 되는 것은 의·약사들을 불신하게 하는 핵심요소다. 수가인상에 대해 국민적 지지를 못받는 것은 의·약사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문제를 수가협상에 연동시켜 은근슬쩍 과거의 저수가 정책으로 회귀하려는 것은 무책임한 배임행위이자 책임전가다. 정부의 관리력 부재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을 명확히 따지고 넘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이라도 의약계 대표들이 참가한 가운데 협상을 다시해야 의료의 질을 업그레이드 할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애꿎은 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파국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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