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괴롭히는 처방전 보관기간
- 데일리팜
- 2003-10-08 20:4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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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약국가에는 큰 골칫거리가 하나 생겼다. 문전약국을 중심으로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처방전 보관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연간 발행되는 처방전 수가 약 4억건에 달해 약국이 5년간 의무적으로 보관해야 할 처방전 총량이 무려 20억건에 이른다. 그럼에도 정부나 약사회 등 해결에 나서야 할 주체들은 한마디로 ‘남의 일’이다.
의약분업이 시행된지 만 3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처방전 보관문제를 약국 스스로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물론 약국이 처방전을 보관해야 할 의무가 법에 정해져 있지만 그 법 자체도 상충돼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처방전 보존기한이 약사법은 2년 국민건강보험법은 5년이다.
약사법 제25조(처방전의 보존)에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약국에서 조제한 처방전은 조제한 날로부터 2년간 보존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이 있다.
반면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제46조(서류의 보존) 1항을 보면 ‘요양기관은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요양급여를 한 때에는 다음 각호의 서류를 당해 급여가 종료된 날부터 5년간 보존하여야 한다’라는 내용이 있다. 이 조항 3호에는 ‘개인별 투약기록 및 처방전(약국의 경우에 한한다)’이 명시됐다.
동일한 조항을 놓고 법이 상충돼 있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아이러니다. 국회나 법제처는 낮잠을 자고 있는지 묻고 싶다.
또 ‘보건복지부령’(건보법 시행규칙) 보다 ‘법률’(약사법)이 상위법 아닌가. 행정부가 자신들이 공포한 하위법을 적용해 국회에서 통과시킨 상위법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법체계가 대한민국에서는 가능한 모양이다.
약국을 일부러 힘들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정부를 성토하고 비난하는 목소리들이 복지부 공무원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것 같다.
5년간 20억장의 처방전을 보관하려면 약국당 평균 10만장을 보관해야 한다. 이 정도의 양은 약국당 약 2평의 공간을 필요로 한다. 약사회가 지난해 조사한 약국의 평균평형 18.6평 대비 10% 이상의 공간이 처방전 보관을 위해 필요한 셈이다.
개국약사들이 이 정도는 희생해야 한다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문제는 정부의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
약국은 공단의 실사 등 사후관리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20억장의 처방전을 어찌됐든 보관해야 한다. 이를 약국마다 나눠 10만장씩 보관하면 된다는 식의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면 어이가 없다는 것이다.
처방전을 많이 받는 약국들은 이미 약국 공간 보다 처방전 보관을 위한 창고공간이 더 커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약사들은 약국을 이전하기에는 너무 위험부담이 크고 창고를 별도로 마련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빠졌다.
의약품을 보관해야 할 공간에 처방전 보관공간이 좁혀 들어오고 있는 현실이 분명히 잘못됐다.
일각에서는 보험공단이 처방전을 보관하면 언제 어느때고 처방전을 들쳐볼 수 있어 실사하기가 대단히 편하고 실사비용도 적게 들 것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정부는 처방전 보관기간을 조속히 통일해야 한다. 보관기간이 다른 것도 문제지만 처분조항도 달라 약사들은 어느쪽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모른다.
약사법상 보존기간 2년을 지키지 않으면 업무정지 3일의 행정처분이 떨어지고 건보법 시행규칙의 5년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이 없지만 실사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약사들은 불이익 때문에 5년을 준수할 수 밖에 없다. 건보법 시행규칙의 보관조항이 언뜻 보기에는 약사들을 괴롭히기 위한 조항처럼 간주되는 이유다.
건보법상의 처방전 보관기간은 법체계상의 문제점도 그렇고 약국가의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서도 조속히 폐지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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