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투약범위 어디까지인가
- 데일리팜
- 2003-09-14 23:5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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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의료행위에 ‘투약권’이 포함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은 논란을 떠나 의(醫)-약(藥)간의 갈등국면을 심화시킬 좋지않은 소식이다.
개정안에 담긴 투약권이 약사의 조제권을 침해하는 것인지는 명확한 설명이 없지만 약사들은 약사 조제직능을 말살하고 임의분업을 조장하려는 책동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개정안은 의료행위의 범주에 ‘진찰, 검사, 처방, 투약, 외과적 시술’ 등 5개항목을 규정짖고 있다. 이들 항목은 의사가 환자상태를 보고 치료를 위해 결정하는 의료행위인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투약의 범위를 어디까지 또는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렸다. 여기서 말하는 투약이 현행 약사법 제21조(의약품의 조제) 5항에 규정된 직접조제권을 이야기 하는 것이라면 더이상 논할 것도 없다.
의사가 직접조제를 하는 경우는 약국이 없는 경우나 주사제 투여 등 14가지다. 약사법이 아닌 의료법에 이를 명시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제도상 변화는 없다.
그러나 개정안에 담긴 투약의 범위가 현행 약사법에 규정된 직접조제에 한정된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의료계가 단순히 약사법 조항을 의료법에 그대로 옮겨 놓기 위해 개정안을 제출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 박시균 의원이 발의한 투약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약사회가 주장하는 대로 약사 조제직능을 침해하고 의약분업을 철폐하기 위한 ‘수순밟기용’이라면 의-약간의 전면전은 피할 수 없다고 본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투약의 의미를 잘 짚어봐야 한다.
투약을 단순히 사전적 의미로 풀어보면 ‘병에 알맞은 약을 지어 주거나 쓰는 행위’이다. 의사는 환자에게 투약할 때 ‘직접조제’를 하거나 ‘처방전’을 주는 두가지 형태를 사용하게 마련이다.
우선 전자의 직접조제가 의약분업 예외조항이 아니고 약사들의 조제권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라면 당연히 논란이 되고 의-약간 싸움의 시발점이 된다.
약사법 제2조(정의) 1항은 조제(調劑)를 약사(藥事)의 한 범주로 묶었다. 같은 조 2항에서는 약사(藥師)가 약사(藥事)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자로 규정됐다. 결국 약사(藥師)의 기본임무는 조제다.
의료계가 의료법 내에 약사의 기본직능인 ‘조제’를 침해하는 내용으로 ‘투약’을 명문화한다면 의료법과 약사법은 상충이 되고 모순이 된다. 따라서 두 법은 모두 법으로써 존재할 가치를 잃는다.
조제는 또 약사법 제2조 15항에서 ‘일정한 처방(處方)에 따라서 두가지 이상의 의약품을 배합하거나~’라는 내용으로 정의됐다. 처방은 의사가 내는 것임을 감안하면 의사와 약사의 직능구분은 약사법상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다고 하겠다.
우리는 투약의 개념과 관련해 직접조제의 범위문제에 이어 두번째로 처방전 문제를 논해야 하는 이유도 언급하고자 한다.
현행 약사법이나 의료법은 분명 의사는 처방전을 내고 약사는 조제토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의사의 투약범위가 약사의 조제범주까지 가능한 개념이라고 한다면 현행 의약분업 관련조항은 사무화된 조항으로 전락되고 만다.
이 말은 거꾸로 의약분업을 철폐시키지 않고서는 투약의 범위를 약사의 조제범주로까지 해석할 수 없다는 뜻이다.
현행 의료법 제18조의2(처방전의 작성 및 교부) 1항에도 ‘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환자에게 의약품을 투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약사법에 의하여 자신이 직접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처방전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거나 발송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의사가 ‘의약품 투여’시 ‘약사법에 따라 처방전을 내야한다’는 의약분업 정신이 현행 의료법에도 확연히 적시돼 있다는 점이다. 의료행위에 조제개념이 포함된 투약조항을 삽입한다면 의료법내에서도 모순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우리는 의-약간에 결론이 날 수 없는 투약권 논쟁이 더이상 확대되기를 원치 않는다.
그 이유는 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인지를 따지는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논쟁이 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기 때문이다. 진료(의사)가 먼저인지 조제(약사)가 먼저인지를 따지지 말자는 것이다.
우리는 의사와 약사간의 직능분할이 어느 한쪽에 기울게 되면 환자들에게 돌아갈 의료혜택이나 투약혜택이 줄어들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의-약 양 단체가 제아무리 그럴듯한 논리를 갖고 있다고 해도 대립하고 있다면 의-약 모두를 필요로 하는 환자에게는 이롭지 않다.
어느 한쪽이 지나친 직능을 가질 경우 견제와 균형의 절묘한 조화가 사라진다. 약사가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해서도 안되지만 의사가 약사의 조제권을 가져서도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그것이 바로 의약분업의 대원칙이고 시행명분이다. 투약권이나 조제권 논쟁은 사실 이면에 있는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아냥이 적지 않다.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의사, 약사가 이런 비판을 받는다는 것은 우울한 일이다.
진료권과 조제권은 환자 치료를 위한 목적에서는 ‘협업’이다. 절대 누가 더 많이 권한을 갖는 개념이 아니다. 어느 한쪽이 지나친 권한을 가지면 환자들이 불행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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