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도매업계의 섣부른 전쟁
- 데일리팜
- 2003-09-04 00:3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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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진문제로 줄다리기를 해 오던 국내 도매업계와 쥴릭이 또한차례 피할 수 없는 대립국면에 빠져든 것은 언뜻 심각한 전쟁처럼 보인다.
약업발전협의회(약발협)가 이달부터 쥴릭의 적자품목에 대해 공급중단에 나선 가운데 경인지역의 도우회도 약발협에 동참하기로 해 사태가 확산일로에 있기 때문이다.
쥴릭도 국내 도매업계에 ‘수요예측 및 재고현황’을 제출할 것을 내용증명으로 발송하는 강경입장을 선언했고 약발협은 쥴릭의 요구를 거절키로 결정, 표면적으로 양측의 전면전은 이미 시작됐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전쟁이 토종 도매업계와 다국적 유통회사의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고 보고싶은 마음이 없다. 왠지 전쟁같지 않은 전쟁이 재판되는 듯한 인상을 지우지 못하겠다는 점이다.
반쥴릭 정서가 확산되면서 전쟁분위기가 나기는 하지만 국내 도매상들이 한뜻으로 뭉쳐 사생결단 싸우겠다는 배수진을 친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과거에도 그러했지만 과연 토종 도매상들이 거대 다국적 유통회사를 이길 수 있느냐 하는 질문에는 회의적인 시각들이 많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약발협이 패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도매업계의 결속력에 여전히 의구심이 든다.
일부 국내 도매상들은 쥴릭과 투쟁을 하면서도 뒤에서는 거래를 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쥴릭의 자생력은 결국 국내 도매상들에 의해 키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들 도매상들이 또다시 전쟁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누가 액면그대로 믿겠는가.
중소규모의 도매상들이 이미 공룡처럼 커진 쥴릭과 싸워 이기기에는 버겁다.
오히려 냄비처럼 한동안 덜거럭거리다가 잠잠해질 것이라며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국내 도매업계가 투쟁력과 결속력에서 약하기 때문에 지적받고 있는 창피한 자화상이다.
고리타분하게 민족정서에 호소하는 싸움은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쥴릭 정서를 확대시키면서 싸움을 해나가고자 하지만 잇속 챙기기를 우선시하는 중간 이탈세력 때문에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쥴릭이 요구한 수요예측서 등은 무리가 있다. 쥴릭의 입장에서는 적정재고와 적정유통을 위해 필요한 자료라고 어겼겠지만 일종의 영업비밀이자 기업비밀에 속하는 자료를 달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공급중단 등의 방법으로 쥴릭과 싸워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투쟁방식은 국내 도매상들이 늪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더 깊이 빠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
냉정하게 사태를 주시한다면 공급중단이라는 카드는 승산이 없는 권투의 ‘잽’정도에 불과하다. 단 2가지 품목의 공급중단으로 전쟁을 하겠다고 나선 것은 누가봐도 어불성설이다. 전략을 짜지 않고 즉흥적인 싸움에 나섰다는 의미다.
공급중단을 한다고 해도 이를 대체할 품목이 얼마든지 있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약발협은 공급중단에 나서기 전에 국내 도매상들의 결속력을 다지는 모종의 작업을 먼저 했어야 했다. 강한 무기를 갖게 되면 유혈전쟁을 피하고 무혈전쟁으로 쥴릭과 담판을 지을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쥴릭에게도 분명하게 원하는 것이 있다. 쥴릭은 국내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는 업체로 성장한 만큼 국내 도매상들의 마진요구에 너무 인색해서는 안된다. 쥴릭이 국내 도매상들을 모두 망하게 하고 시장을 독점하려 하겠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오히려 영속할 수 없는 환경을 스스로 만드는 자충수다.
공존의 미덕을 생각하고 국내 도매상들의 어려운 입장을 헤아리는 대승적 자세를 간절히 기대한다.
국내 도매상들도 생색만 나는 듯한 전쟁을 한다면 쥴릭의 시장지배력을 더 키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전쟁을 하려면 문까지 닫겠다는 사즉필생(死則必生)의 각오로 해야 함에도 작금의 상황은 아니다.
국내 도매상들의 입지를 더 좁게 만들 불안한 전쟁을 하기 보다는 차라리 협상을 해보든지 아니면 전면적인 폐문투쟁을 하든지 하는 등의 분명한 선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섣부른 싸움은 또다시 국내 도매업계의 추락만 가져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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