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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상 난립에 약업계 멍든다

  • 데일리팜
  • 2003-08-28 00:09:22
  • 요약

우리나라 의약품도매업계의 영세성이 창피할 정도로 초라한 것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왠만하면 간판 내걸고 장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이다 보니 불경기 속에서도 유독 의약품도매상 수는 급증, 초유의 난립상태를 보여 경기가 활황인 것이 아니냐는 착각을 들게 할 정도다.

올 들어 식약청으로부터 KGSP(우수의약품 유통관리기준) 적격판정을 받은 75개업체중 그래도 면모를 갖췄다고 하는 주요 종합도매 40개 도매상들의 시설평수가 상상 이상으로 ‘초가집’ 수준이다.

데일리팜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도매상들의 시설평수가 평균 61.85평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작은 평수중에는 17.7평도 있는 것으로 드러나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도매상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창고 크기를 보면 더욱 가관이다. 영업소와 창고의 구분이 쉽지는 않지만 조사대상 업체 대부분이 30평 미만일 뿐만 아니라 10평 미만인 곳들도 버젖이 종합도매 타이틀로 영업을 하고 있다.

지난 2001년 도매상 시설기준 90평(창고 80평, 영업소 10평)이 폐지된 이후 국내 의약품도매상 수는 불과 1년 사이에 2배로 폭증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KGSP 적격인증을 받은 도매업체 수는 1,220여곳에 달하고, 여기에 허가증을 빌려 사용하는 도매상들까지 합치면 그 수를 헤아리기 조차 어렵다.

우리는 공정거래위원회 및 규제개혁위원회가 시장경쟁원리에 따른 진입규제철폐 차원에서 도매업체의 시설기준을 완화한 것은 의약품 유통시장의 특성을 모르는 무지의 발로에서 나왔다고 본다.

이 조치는 그렇치 않아도 심각한 덤핑과 뒷거래를 부추겼다.

‘파이’가 커지지 않은 상태에서 업체가 난립해 덤핑경쟁을 더욱 심화시켰다. 당연히 도매업계의 이익구조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도매업계의 당기순이익이 전년대비 36.42% 감소한 것은 이미 예견된 결과다.

올 들어 IMF 당시 보다 못지 않게 도매상들의 연쇄부도가 잇따른 것도 불경기 탓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매업계의 부도는 IMF 원년인 98년에 37개에 달했으나 99년 12곳, 2000년 10곳, 2001년 9곳, 2002년 4곳 등으로 줄어들다가 올해는 단 5개월 만에 13개 업체로 크게 늘어났다.

낡은 유통관행과 구시대적 시스템이 잔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세 업체수 마져 난립, 도매업계 전반의 위기를 고조시켰다고 하겠다.

도매협회에 등록한 회원사 수 보다 비회원사 수가 더 많아 협회 무게중심도 심하게 흔들거린다. 도협이 오죽했으면 협회 입회비를 60%나 깍아주겠다고 ‘바겐세일’ 행사를 했을까를 생각하면 어처구니가 없다.

문제는 시설평수 기준의 폐지가 1차적인 원인이지만 KGSP 적격인증에도 석연챦은 점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러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평수는 작다고 해도 최소한의 인력이나 의약품 보관시설, 배송차량 등이 갖춰줘야 하지만 현실을 들여다 보면 전혀 아닌 경우가 너무 많다.

생명을 다루는 의약품의 유통관리가 물류주체인 도매상들의 영세성과 난립으로 인해 허점투성이라면 국민건강에 위협을 가하는 범죄라고 할 만 하다.

덤핑이 극심하고 유통질서가 어지럽다 보니 보건복지부가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최저실구입가’를 도입해 무차별적인 약가인하게 나서려고 했겠는가.

감사원도 최근 도매상들의 난립현상을 불러 일으킨 원인에 대해 규제완화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진단하고 보건복지부에 시설강화를 주문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의약품도매상은 일정한 자본요건 보다 실제 물류와 유통능력을 겸비한 공간과 인적자원을 골고루 갖춰야 한다. 이같은 기준이 법과 제도로 확실하게 서 있지 않으면 안된다.

복지부가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토대로 규제개혁위원회에 도매업의 시설기준 강화를 위한 일련의 보완책을 건의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고 있는 것은 뒤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스럽다.

의약품유통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물류 선진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솔직히 많은 영세업체들이 통폐합되거나 정리돼야 한다.

절반 이상은 정리돼야 한다는 것이 도매업계 내부의 여론이고 보면 도매상 난립은 서로가 서로를 사지로 내모는 위험수위의 분수령인 셈이다.

환자의 생명에 영향을 주는 의약품유통시장은 좀 특별히 다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강화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는 점이다. ‘생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있다고 해도 도매업계의 난립은 막아야 한다.

지난해 1월12일 약사법 시행규칙의 개정으로 같은해 7월부터 KGSP 준수가 전 도매상들에게 의무화되고 식약청이 3년에 1회이상 이들 업체를 대상으로 사후관리까지 하지만 솔직히 기대되지 않는다.

KGSP 적격판정은 물론 사후관리가 별로 신뢰감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는 의약품의 유통관리를 허술히 해 허우적 거리도록 내버려 둔다는 것은 국민건강을 외면하겠다는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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