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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사 짓밟는 저함량 정책

  • 데일리팜
  • 2003-08-17 18:45:36
  • 요약

고함량 의약품 1정을 저함량 의약품 2정으로 처방·조제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요양급여기준을 변경하고자 하는 보건복지부의 정책은 또 하나의 땜질행정이다.

저함량 의약품이 고함량 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고가이다 보니 ‘투약 적정성’이라는 명분이 내걸리기는 했다. 보험재정을 절감하기 위한 취지로 추진하고자 하는 정부의 취지를 이해 못하는 것이 아니다.

고함량 1정이 100원이고 저함량 1정이 70~80원 하는 추세라면 아무리 동일성분·동일제형이라고 해도 고함량 1정으로 처방·조제를 유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단순히 약값이라는 경제적인 측면만을 봤을 때 100mg 1정을 복용하는 것이 50mg 2정을 복용하는 것 보다 저렴하다면 의·약사들도 고함량으로 처방·조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의·약사가 저함량으로 처방·조제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약값 문제 이외에도 납득할 만한 전문가적 소견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안다. 따라서 고함량 처방·조제를 유도하되 저함량 처방·조제까지 금지하는 것은 의·약사들의 전문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처사다.

의사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이른바 ‘분절처방’을 내 줘야 한다. 1회 복용할 때는 동일한 함량이지만 1일, 1주일, 한달 등으로 환자의 상태에 따라 복용량을 조절하고자 하면 분절처방으로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하루에 100mg 3정씨 300mg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가 있는 반면 하루에 최소 240mg에서 최대 300mg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가 있을 수 있다. 후자의 환자에게 처방을 해야 한다면 의사는 분절처방을 통해 가능하면 최소량(80mg 3정) 투여를 통해 치료할 방법을 찾게 된다.

이 때 80mg 정이 생산되지 않는다면 의사는 1포에 50mg 2정씩을 담아 3포(1일분)를 처방하면 환자는 상태를 봐서 여유분 1정을 먹지않아도 된다. 이 환자는 250mg이라는 최소복용으로 질병을 치료할 기회를 얻는다.

이같은 저함량 분절처방은 소아환자들에게 적쟎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약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번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 개정안’은 약사회의 주장대로 현행 약사법이 약사들에게 보장하고 있는 대체조제를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있음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약사법 23조 2(대체조제) 2항(사전동의 없는 대체조제) 2호에는 ‘처방전에 기재된 의약품과 동일한 제조업자가 제조한 함량이 다른 동일성분·동일제형의 의약품으로 동일 처방용량을 대체조제하는 경우’가 의사의 사전동의없이 대체조제할 수 있는 조항으로 명시돼 있다.

복지부가 상위법률을 스스로 파기하는 위법행위를 하면서까지 저함량 조제를 못하도록 하는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보건복지부가 의·약사들의 고유직능을 무시하고 현행 법률까지 위반하면서 저함량 투약을 못하도록 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겠다. 내세우는 명분이야 이해하지만 땜질처방, 탁상공론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는 점이다.

개정내용은 ‘한 제약사가 생산한 동일성분·동일제형 의약품으로서 유효성분의 함량이 다른 의약품이 존재, 용법·용량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처방·조제할 수 있는 경우 비용효과적인 함량의 의약품을 선택하는 것’으로 명시했다.

이를 쉬운 말로 바꿔 쓰면 동일한 의약품이라고 해도 가능하면 ‘싼 것’을 골라 쓰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저함량 1정의 가격이 고함량 1정 보다 가격이 비싼 ‘가격역전’ 품목들까지 존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저함량 2정의 가격이 고함량 1정 보다 비싼 약 들은 대부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복지부 입장에서는 의약품 오남용을 최소화하고 재정절감을 위해 저함량 의약품의 처방·조제를 금지하고 나설 수 밖에 없다는데 이해가 간다.

특히 제약업체들은 저함량 의약품으로 장사를 하는 것이 고함량 보다 많은 마진을 남기다 보니 의·약사를 대상으로 한 저함량 의약품 영업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누구나 인지하듯이 제약사들의 영업력이 강한 품목은 대개 의·약사들도 끌려가게 마련이다.

약사들에게는 또 저함량 조제가 금지된다면 그렇치 않아도 심각한 재고의약품 문제를 해결할 길이 막막하다.

저함량 의약품을 처방·조제하는 이면에는 이처럼 제약사들의 상술과 의·약사들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저함량 처방·조제에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의·약사들의 고유직능을 짓밟으면서까지 해결해서는 안될 사안이다.

의·약사들의 직능을 존중하는 것을 바탕에 두고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지금과 같은 땜질처방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의·약사들의 고유직능을 원천적으로 무시하는 것은 환자들을 위태롭게 하는 것임을 반드시 명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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