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하고도 떨고 있는 제약사들
- 데일리팜
- 2003-05-28 22: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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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보험약가 인하와 관련해 민간기업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한 것을 두고 최근 구구한 이야기들이 많다.
'소송에 참여한 제약사들은 괘씸죄에 걸렸다', '복지부가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하나 얻으려다 열가지 잃을 실수를 했다'는 등의 말들이 그것이다.
민간기업이 중앙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것은 사실 예전 같으면 상상 자체를 불허하는 일이다.
정부가 아무리 잘못된 행정을 해도 기업들은 그져 고개숙이고 따라다닐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우리 기업들의 암묵적인 관행이었다.
이러한 판국에 제약회사들이 소송을 하고 승소까지 하고 있으니 구구한 뒷말들이 난무할 만 하다.
승소를 한 해당 제약사들은 지금 좌불안석에 어쩔줄을 몰라하고 있는 판국이다.
우리는 작년 이즈음 총판도매 약값을 바탕으로 무더기 가격인하를 하는 것은 행정의 횡포이자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가 부당한 약가인하를 마녀사냥식으로 밀고 나간다면 제약사들의 법적대응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제약사들의 법적대응 예측이 맞아떨어졌던 것은 당시 정부의 약가인하 근거가 그만큼 '황당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졌고 약가인하폭도 제약사들에게는 너무나 치명타를 주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꼬리를 내리고 머리를 조아리고만 있어야 할 기업들이 고개를 바짝 쳐들고 짖어대는 것도 모자라 물고 늘어질 수 밖에 없었던 처지였던 셈이다.
소송을 제기한 제약사들은 그동안 패소를 해도 걱정이지만 승소를 해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직·간접으로 표명해 왔을 정도로 정말 고심했다.
우리는 제약사들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대가 변한 만큼 이제는 당당해져야 한다고 분명히 언급하고 싶다.
이유있는 항변을 했다는 당당함을 가져야 함은 물론 법원이 항변을 받아들인 명분까지 갖게된 만큼 괘씸죄에 너무 노심초사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도 이제는 '감히 정부를 건드렸다'는 식으로 제약사에게 '해코지'라도 할 심산을 혹여 갖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부는 행정착오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법적 절차를 밟아 얼마든지 항소할 수 있는 만큼 제약사들을 애꿎은 방법으로 못살게 굴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어보겠다.
사실 패소한 정부 보다 승소를 하고도 불안해 하는 제약사들의 모습이 더 애처롭다.
봉사행정은 잘잘못을 떠나 민원인들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정부와 공무원이 주어진 행정권을 권력 휘두르는식으로 사용하려 한다면 절대로 이러한 마음을 갖기 어렵다.
민간기업을 우습게 알고 천대시하는 것 부터가 행정횡포다. 민간기업이 소송을 낼 수도 있고 승소하기도 하는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부터가 공무원사회의 개혁 시발점이다.
민간기업은 국가에 살림살이가 되는 세금을 납부하는 주체인 만큼 기업을 주인으로 생각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범법행위를 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행정권을 동원해 처벌해야 하겠지만 이유있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것이 법적대응이라고 해도 일단 경청해 주는 정부가 돼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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