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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꾼' 한계 못벗는 도매업계

  • 데일리팜
  • 2003-02-16 23:05:45
  • 요약

쥴릭파마코리아가 국내 의약품 유통시장 진출 2년여만에 도매업계 매출 1위라는 고지를 밟았다는 것은 예견돼 온 일이지만 충격적이고 놀랍다.

다국적 의약품 유통회사인 쥴릭파마코리아가 국내 도매업계의 간판이자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백제약품그룹을 따돌렸다는 것은 우리 의약품 유통시장에 새 분수령이 그어진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국내 도매업계와 제약업계는 애써 태연한 척 속내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서서히 세계적인 공룡기업 쥴릭의 위력을 새삼 절감하고 있는 눈치다.

솔직히 조금더 정확하게 국내 업체들의 속내를 옮기자면 쥴릭의 초강력 태풍권내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공포를 느낀다고 한다.

쥴릭파마코리아는 지난해 3,6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백제약품그룹 3,500억원, 동원약품그룹 3,300억원을 여유있게 제쳤다.

우리는 쥴릭이 단기간에 국내 간판 토종도매상들을 유유히 따돌리면서 한국 의약품유통시장의 맹주로 올라선데 대해 묘한 기분과 함께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겠다.

이는 쥴릭이 외자기업이라는 단순한 이유때문이 아니라 국내 도매업계의 암울한 현실이 쥴릭이라는 거울에 너무도 생생하게 투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도매업계는 쥴릭이 국내시장에 진출할 초기에 강력히 연대해 대항, 쥴릭의 성공적인 진출여부가 불투명했었다.

그러나 국내에 진출한 거대 다국적 외자제약사들이 속속 쥴릭에 참여하면서 배타적인 의약품 공급을 하고 나서자 상황은 완연히 역전돼 나갔다.

국내 도매업계를 살리겠다며 어깨동무하고 배수진을 쳤던 도매상들은 눈앞에 떨어진 '실리'를 끝내 떨쳐버리지 못하고 쥴릭의 세력권내에 서서히 '자진입성'하는 모습들을 공공연하게 보여왔다.

외자제약사들의 오리지널 제품을 받지 못하면 도매업을 영위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보니 이해가 간다.

하지만 국내 도매상들이 쥴릭의 장악력과 그 미래를 예견치 않고 지금도 정신을 못차린 채 자기 앞가림에만 분분하는 모습을 버리지 못해 안타깝다.

쥴릭의 경쟁력에 대항할 것으로 기대됐던 국내 중견도매상들의 거대 연합도매업체 '지오영'도 역시 그 범주에서 예외가 아닌 모습이 감지된다.

지오영은 출범 초기부터 하나의 거대 M&A 회사가 아닌 개별도매상들의 출자에 의한 '연합도매'라는 엉거주춤한 성격 때문에 쥴릭에 경쟁하기에는 분명 한계요인이 있었다고 보았다.

이러한 예측이 올들어 에치칼은 물론 약국시장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그대로 표출됐다.

지오영에 참여한 일부 도매상의 경우 자신에게 물량이 부족한 의약품이 있으면 제약사로부터 지오영 공급가격 보다 더 싼 가격을 제시, 파렴치한 물량확보에 나선 행태가 그것이다.

구색을 갖추고 주문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도 지오영과 다른 참여도매상들을 한순간에 '바보'로 만드는 행위다.

또한 지오영 물류 보다는 자신의 거래처 중심으로 의약품 공급에 나서고 있는 것도 문제다.

자신의 거래처 위주로 공급을 하고 관리를 하다보니 거대 도매상 지오영의 위상은 힘을 받지 못한다고 스스로들이 털어놓고 있는 상황이다.

약국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약이 팔리지 않자 문전약국들의 뒷마진(약 6~7%) 요구가 높아지는데 따라 이에 속수무책 응하고 있는 도매상들도 지오영의 존재의미를 역시 무색케 하고 있다.

지오영이 '공동구매-공동물류'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거대 다국적 유통회사에 맞서 보려한 꿈은 역시 '일장춘몽'으로 끝나려나 보다.

지오영이 의약품 자체만으로 배타성과 독점력을 갖고 있는 외자제약사 오리지널 제품을 쥴릭처럼 독점 공급받지 못하는 원인도 물론 있다.

그러나 국내 제약사 마져 지오영에 독점공급을 하는 것을 외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자 제약사들이 지오영에 오리지널 제품을 독점적으로 공급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이처럼 지오영 참여도매상들이 자기사업을 더욱 중시하는 영업과 물류를 하다보니 국내 토종 연합도매의 위력은 기대이하가 됐다는 지적이 높다.

쥴릭은 아마도 국내 도매업계의 이같은 단결될 수 없는 '쓰린 속사정'을 이미 읽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도매업계의 각개전투식 영업방식이 계속되는 한 쥴릭이라는 거대 세력권 내로 빨려들러가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견된다.

쥴릭이 올해 5천억원의 매출목표를 잡은 것만 봐도 예의 심상치가 않은 일이다.

국내 의약품 유통시장이 특정회사의 독점에 의해 좌지우지되면 의약품 공급에 관한한 우월적 지위를 누려온 약국이나 의료기관들의 위력(?)도 사라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어찌보면 투명하고 정상화된 의약품 유통시장이 형성된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으나 독점에 따른 폐해도 방지하기 힘들다.

국내 도매업계는 쥴릭에 대해 원망하거나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에 앞서 토종업체간에 단합할 수 있는 새로운 환경조성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에어 모든 부문에서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최첨단 물류시스템을 완벽히 구축하고 의약품 공급 서비스의 질을 고도로 향상시키지 않는면 안된다는 것이다.

힘을 합쳐 힘든 길을 자청해 가지 않으면 국내 도매업계의 내일은 솔직히 없다.

자기 앞가림이 급급한 도매상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싶지만 조만간 국내 도매업계에 닥쳐올 '융단폭격'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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