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하고 무식한 수가협상
- 데일리팜
- 2002-11-17 19: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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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단체와 건강보험공단간의 내년도 건강보험수가 조정을 위한 협상이 끝내 좌초되고 말았다.
내년도 수가는 결국 복지부차관을 비롯한 가입자대표, 의약계대표, 공익대표 각 8명 등 총 25명으로 구성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표결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행 건보 수가는 개별 의료행위 및 조제행위를 난이도, 위험도, 시간 등을 감안해 상대가치점수를 메긴 뒤 점당단가인 '환산지수' 일률적으로 곱해 산출한다.
상대가치점수를 수가로 환산하기 위한 점수당 단가가 바로 '환산지수'이고 이 지수는 공단과 요양급여비용협의회의 협상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는 이번 환산지수 협상에서 공단과 의약단체간의 첨예한 줄다리기를 보면서 참담한 심경을 가누기 어렵다.
지난 2001년부터 도입돼 불과 2년 남짖 된 수가계약제가 번번히 협상과 양보라는 최소한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 채 소위 막가는 평행선을 매년 되풀이 하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이미 내년도 상대가치점수를 고시하고 건강보험공단은 당초 환산지수 50.02원(현행 53.8원)에서 한발짝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 그대로다.
한마디로 정부안이 결정됐으니 의약단체의 의견은 제쳐두고 밀어붙이겠다는 벼랑끝 협상전략이다.
공단은 경영수지 환산지수 48.56원에 물가상승률 3%를 반영한 7% 수가인하안을 고수하고 있다고 들었다.
요양급여비용협의회는 이에 원가분석환산지수 62.56원에 물가인상 3%를 적용한 점당 64.4원에 더해 재투자비용과 기회비용을 반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요양급여비용협의회가 당초 제기한 64.4원에서 크게 물러서 56.6원을 최후의 협상카드로 정리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의약단체가 정부의 강경한 태도와는 달리 최소한 협상에 응할 탄력적인 자세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단측이 50.02원을 강력히 고수함에 따라 요양급여비용협의회는 아예 협상 자체에 임하지도 못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우리는 공단측이 천문학적 적자에 시달리는 건강보험재정을 전체적으로 감안해 수가협상에 임하고 있다는 것은 안다.
아울러 상대가치점수 및 수가계약제 도입당시 수가인상 효과가 너무 과도했다는 비난여론으로 인해 지난해부터 수가를 인하하려는 정부의 입장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수가계약제를 도입한 정부 스스로 이제와서 계약을 위한 협상 자체에 성의있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눈치보기가 습성화된 탓이라고 돌리기에는 무성의한 모습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정부 스스로 도입한 수가계약제를 스스로 무의미한 제도로 만들어 버린다면 애초부터 상대가치점수와 수가계약제를 왜 도입했는가.
고도의 전문적인 분석과 합리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결정돼야 할 수가협상 작업이 표결로 처리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표결이라고 하는 것은 선거에서나 있을 법한 방식이지 전문성을 요하는 수가협상에서는 한마디로 무식한 처리방식이다.
이제라도 공단과 요양급여비용협의회는 시간을 연장해서라도 환산지수를 보다 정확히 산출하기 위한 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
무조건 수가를 내리려는 발상이라면 수가계약제는 애초부터 없느니만 못한 제도이다.
의약5단체와 좀더 머리를 맞대고 누가봐도 이해되는 합리적이고 계량적인 환산지수 산출에 성의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 안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내년도 건강보험 상대가치점수를 진찰료는 8.7%, 약국 조제료는 3% 각각 하향·조정했다.
복지부는 또 병원급 의료기관들의 만성적인 적자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일환으로 각급 병원 입원료에 대해서 만큼은 24.4% 상향·조정하는 내용의 상대가치점수를 함께 고시했다.
의원, 약국 등은 상대가치점수에서 이미 수가인하를 당한 상황에서 환산지수에서 마져도 낮은 점수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있다.
이들 요양기관들이 분업이후 수가를 통해 수혜를 받았다고 하는 것은 일반적인 여론이면서 누구나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수혜를 준 장본인이 또다시 수혜를 다시 환수하겠다는 단순한 명분만으로 그 수혜를 빼앗으려는데 있다.
보채는 어린아이에게 떡을 한껏 안겨주고는 많은 것 같으니 다시 빼앗아야 하겠다는 단순하고 유치한 발상과 무엇이 다른가 따지고 싶다.
정부는 수가인상시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저수가 체제를 개선해 의료수혜의 질을 높이려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한 명분이 지금에 와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수가를 높여 놨으면 의료나 투약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방안을 내놓고 실행에 옮겨 국민들에게 인기를 얻어야 맞는 행동이다.
국민들에게 아무런 혜택을 주지 못하고 뭇매만 맞을 것 같으니 내놓은 떡을 다시 빼앗고자 하는 '나몰라라'식의 일방주의적인 태도는 고도의 전문행정을 요하는 관료들이 할 태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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