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 정신 똑바로 차려야
- 데일리팜
- 2002-11-03 21:23:54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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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들은 의약분업 이후 높은 매출증가율과 회전율 단축 등으로 이른바 '분업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이같은 특수는 특히 외자제약사들의 마켓쉐어를 크게 확대시켜 상대적으로 성장률이 적었던 국내 제약사들을 긴장시켰다.
그러나 국내사든 외자사든 분업특수는 전체 제약사들의 현금 유동성을 크게 개선해 주는 효자역할을 했다.
일부 국내 제약업체들은 갑작스럽게 넘처난 현금을 주체하지 못해 행복에 겨운 비명소리를 질러가며 신규투자에 머리를 싸매기도 했다.
제약사들은 올해도 분업특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대부분 매출 성장목표를 크게 잡았다.
제약사들의 이러한 전망이 전혀 틀리지는 않았지만 연말 마감을 앞두고 제약사별로 매출목표 달성이 여의치 않아 비상이 걸렸다.
내년 경기까지 둔화된다는 예측이 이곳저곳에서 나오자 제약사들은 더욱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제약사들이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으나 가장 경계해야 할 중요한 지표 하나를 언급하고자 한다.
그 지표는 의료기관이난 약국 등에 의약품이 깔려 있으나 수금이 되지 않은 소위 매출채권의 총 규모이다.
제약사들의 매출채권 규모가 금년 하반기들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매출채권은 적어질수록 수금이 원할히 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인 만큼 그 규모가 줄어든다는 것은 언뜻 보기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매출채권이 적어지는 비율 만큼 매출도 유사한 비율로 늘어나야만 진정한 의미에서 회전율이 단축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제약사들의 매출채권 감소는 매출이 동일한 비율로 늘지 않고 줄어든다는데 문제가 있다.
쉬운 말로 표현하면 '받을 돈'은 잘 수금이 되지만 미래자산인 소위 '받아야 할 돈'이 줄어들고 있다고 하겠다.
제약사들이 이를 정확히 간파하지 않거나 염두에 두지 않고 당장 현금이 넘쳐난다고 해서 자금을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면 치명적인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음이다.
일부 제약사들은 이미 넘쳐나는 현금을 충분한 검토없이 신규사업에 투자하거나 투기의 목적으로 증권이나 부동산 등에 손을 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들 제약사 주요 경영진들이 설사 자금을 탕진한다고 해도 현금이 충분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있다.
지금 당장은 회전율이 둔화될 기미가 없고 분업특수도 당분간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자체판단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생각들이 얼마나 위험한 판단인지 그 이유를 말하고자 한다.
분업 이후 제약사들이 현금을 많이 확보할 수 있었던 핵심적인 이유는 '실구입가상환제의 시행', '심평원의 보험급여비 조기지급', '금리의 하향·안정화' 등 3박자기 기가막히게 한꺼번에 맞아떨어진데 있었다.
요양기관들 특히 약국들은 약을 구비하기 위해 회전율을 대폭 줄였고 심평원은 이러한 요양기관들을 위해 보험급여비를 대폭 앞당겨 지급했다.
실구입가상환제도 회전율을 앞당기는데 기폭제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제약사들의 실질적인 마진을 크게 증가시켜 제약사들에게는 비명을 지르게 할 만큼 갑작스럽게 현금이 몰려들어 갔다.
여기에 금리마져 급속히 떨어지면서 하향·안정화되자 요양기관들은 금리차를 노리는 돈벌이에 관심이 적어졌고 결국에는 제약사의 회전율을 단축시키는데 역시 크게 일조했다.
제약사들은 현금을 한꺼번에 벌어들일 수 있는 일석삼조의 동시다발 행운들을 넝쿨 채 받은 것이다.
제약사들은 그러나 이러한 행운들이 하나씩 떨어져 나가고 있음을 냉정하고 장기적으로 분석하고 있는가.
우선 실구입가제는 최저가 실거래가제도의 도입으로 유명무실해지면서 뒷거래나 이면거래가 크게 늘어 의약품의 마진폭을 분업이전 수준으로 되돌려 놓았다.
정부는 또 천문학적 보험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요양기관들의 수가인하도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다.
이러한 마당에 정부가 보험급여비 지급을 연장할 경우 요양기관들은 회전율을 늘릴 수 밖에 없다.
재정적자의 핵심 이유중 하나가 분업후 보험급여비 조기지급에 따른 천문학적인 단기자금이 한꺼번에 빠져 나간데 있음을 정부 스스로 알고 있는 만큼 코너에 몰린 정부가 이같은 정책을 도입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또한 심상치 않은 내년 경기를 볼 때 금리가 다시 10%대 이상으로 오른다면 요양기관들은 금리차를 노리고 회전율을 더욱 늘릴 것도 충분히 예견되는 일이다.
3개의 행운이 거의 한꺼번에 닥쳐 왔듯이 다시 이들 행운들이 한꺼번에 빠져 나갈 상황을 제약사들은 분석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이러한 상황변수에 대비하지 않고 엉뚱한 곳에 자금을 투자하거나 묶어놓은 제약사들은 최악의 상황에서는 부도에 직면할 수도 있다.
최악의 상황을 단순 계산해 보면 과거 회전율이 통상 9~12개월일 때는 최소 1년까지는 약이 안 팔려도 버티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회전율이 3~6개월 정도 앞당겨진 지금에서는 자금줄이 모든 막힌다고 봤을 때 자생력으로 견딜 기간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깔려있는 매출채권이 그만큼 작아 위험상황에서는 현금확보가 용이하지 않다는 의미다.
든든한 자금력을 가진 외자제약사들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미약한 국내 제약사들은 지금 당장 엉뚱한 곳에 돈이 투자되고 있거나 새고 있는 자금이 있는지 없는지를 꼼꼼하고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비나 교육훈련비, 광고선전비, 시설투자비 등의 항목은 지금 당장 아까운 돈인 듯한 자금이지만 이 부문이 많다면 낭비율이 적다고 봐야 옳다.
문제는 무리한 투자나 투기에 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지갑에 현금이 가득 차면 무절제하게 쓰거나 아니면 돈이 될 듯한 곳에 투자해 탕진만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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