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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속에 빠진 약가재평가 '칼날'

  • 데일리팜
  • 2002-10-23 23:17:25
  • 요약

'약값'은 통상적으로 연구·개발비, 생산비, 유통·물류비, 마진 등의 각종 비용들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메겨진다.

오픈프라이스제로 운영되는 일반의약품일 경우에는 제약사회사의 출하가격이 소비자들에게 최종 판매되는 소매(약국)약값을 결정하는 시발점이다.

반면 보험의약품의 약값은 국민혈세라고 할 보험료에서 비용이 나가는 만큼 관계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심의과정을 통해 가격이 결정되는 절차를 밟는다.

보험약값 만큼은 공공의 이익과 깊게 관련돼 있어 반드시 적정가격이 메겨지지 않으면 안되는 배경때문이다.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적정 보험가격(상한가격)이 책정돼야만 소비주체인 국민과 공급주체인 제약·도매·요양기관들이 양존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보건복지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보험의약품 약가재평가는 왠지 깊은 성찰을 하지 않고 추진하는 느낌을 받아 속된말로 '사고칠 정책'으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복지부나 심평원은 약가재평가와 관련한 발표를 할 때나 입장을 언급할 때 마다 '가격인하'라는 단어를 앵무새처럼 되뇌인다.

선진 7개국 보다 가격이 높게 책정된 3천여품목의 보험약값을 내리고자 하는 것이 약가재평가의 목적임을 외쳐댄다.

국내사든 외자사든 대부분 제약사들은 그렇치 않아도 올 매출목표를 채우기 어려울 것 같다며 초긴장 국면에 빠진 상황에서 약가재평가란 말만 나와도 섬뜩섬뜩 공포에 휩쌓인다고 털어놓는다. 우리는 정부가 약가를 전면적으로 재평가해 거품가격을 제거하고 보험재정을 절약하겠다는 취지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약가재평가를 통한 보험약 '적정가격' 조정작업이 현실과 맞지 않는 점이 있는지 없는지를 더욱 깊이 성찰하지 안으면 안된다.

선진 7개국의 약값과 국내 약값을 단순히 환율로만 보고 조정한다면 불합리한 '억지행정'의 표본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정부는 약가재평가 이전에 비교대상이 될 선진 각국의 물가지수, 소비지수, 원료가격, 제조시설, 물류·유통환경, 생산효율, 기술력, 대량생산 능력 등은 물론 그 나라의 복지수준이나 의료문화까지 총체적으로 감안하고 있는가.

이러한 전제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우리나라 보험약값과 비교가능한 '적정약물' 또는 '적정약값'을 찾아내는 것이 엄밀히 힘들다.

가격속에는 정확히 계량화하기 어려운 그 나라의 문화나 관습까지 직·간접적으로 포함돼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인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답을 듣고 싶다.

이 말을 보다 적접적으로 표현한다면 우리의 약값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선진국의 기준약물을 정확하게 세울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기준약값을 정확하게 계량화하기도 어렵다는 뜻이다.

선진국의 기준약물을 섣불리 정하고 우리나라 약값과 단순 비교해 역시 섣부르게 인하·조정하는 것은 '폭력적 행정착오'라는 준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

복지부는 앞서 제약회사로 부터 의약품 제조원가 자료를 받아 약값을 인하하기 위한 작업을 시도했었다.

그러나 기업의 원가자료는 기업비밀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대외비 자료이기 때문에 왠만한 무식쟁이도 복지부 정책이 무리수가 있는 상황판단 착오이자 패착임을 지적하는 여론이 높았다.

설사 정부가 원가자료를 100% 입수했다고 해도 이를 정확한 적정약값으로 계량화하는데는 역시 수치화가 어려운 각종 변수들이 너무도 많다.

정부는 이러한 현실적 여건을 인정하고 원가자료를 통한 약가인하 작업에 더이상 드라이브를 걸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약가재평가 작업도 원가자료 문제와 동일한 판단착오로 이어질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은가.

동일성분·동일약효군의 의약품중 우리나라 약값이 선진국 대비 비싼 약물이 있다면 비싸다는 외형만 따질 것이 아니라 '왜 비싼지' 원인을 정확히 연구하고 조사하는 것이 정부가 취할 태도다.

비싼 원인의 핵심이 거품약값에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해당제약사는 약값을 내리지 말하고 해도 자진 인하할 수 밖에 없는 '곤경'에 처한다.

좀더 솔직히 직언하고자 한다면 거품약값을 선진국과 똑같이 제거하고자 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라면 우리나라의 관행인 뒷거래 또는 리베이트 등의 숨어있는 비용수준까지도 선진국과 똑같아야 맞다.

우리나라 약값속에는 뒷거래에 따른 각종 숨겨진 비용들이 포함돼 있고 그 중에는 정부나 공무원 로비자금도 숨겨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선진국의 약값을 단순 비교해 가격을 내리면 제약사들은 원가를 보다 낮추기 위해 제조단계에서 변칙을 사용해야 한다.

제약사들은 어쩔 수 없이 원료의 질을 떨어뜨리거나 시설비 또는 인건비 등을 절약하게 되고 종국에는 제조공정상의 중대한 허점이 드러나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아무도 해결 못하고 공공연하게 인정되고 있는 우리나라 약값속의 '특수경비'(?)가 계속 잔존하는 한 우리나라 약값을 선진국의 약값과 단순 비교하기는 너무나 무리수가 많다.

아울러 약값을 내릴 약이 있으면 올릴 약도 있을 법한테 오직 내릴려고만 하는 것도 잘못된 정책은 아닌지 재고해야 한다.

약가재평가 작업이 단칼에 거품약값을 해결할 수 있는 '전가의 보도'로 착각하고 마구 휘두른다면 정부는 현실과 맞지 않는 이상속에서 '나홀로 칼춤'을 추는 연기자의 모습으로 비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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