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바라는 의료계의 끝은...
- 데일리팜
- 2002-10-06 22: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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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석호실장(성애병원 기획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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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의료계의 현실은 참담하다 할 수 있겠다.
의약분업이라는 모순된 의료제도를 어렵게 받아들이고 나니 정부의 의료비 고갈 원인마저도 병원탓이란다.
아니, 병원탓 만을 운운하는 것이 아니라 온갖 방법의 병원 누루기가 계속되어지고 있다.
제약회사와의 답합을 없앤다며 약가 실거래가 적용을 시행하여 병원재정을 압박한 것도 모자라 청구된 진료비의 계속되는 삭감 증가율은 좀처럼 떨어질 줄을 모르고 있다.
또한 적정진료비를 유도한다는 명목아래 병원마다 그룹별 평가를 내려 자율시정통보 및 현지심사라는 무기로 병원 및 의료인을 위축되게 하고 있다.
이러한 비합리적인 제도들 아래서 병원은 안팎으로 많은 마찰을 겪고 있음이 현재 우리 의료계의 실정이다.
이와 같은 현실 속에 의료인은 고독함을 느낀다.
언론 및 정부와는 이미 보이지 않는 벽이 세워진지 오래고, 일반국민들마저 우리 의료인을 믿지 못하는 지금, 어디에도 하소연 할 곳 없는 우리는 말할 수 없이 피곤하고, 외롭다.
요즘 들어 학창시절에 꿈꿔왔던 나의 의사에 대한 꿈은 어디로 갔는지 나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자주 느끼곤 한다.
의사가 되려고 노력했던 나의 과거를 지금의 현실에 놓고 볼 때 후회로 남는 부분이 적지 않다.
나날이 발전하는 의학기술을 습득하기 보다는 수시로 바뀌는 우리나라의 의료정책을 따라가는 것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지금, 내가 서야할 곳이 어디인지 혼란스럽다.
더욱이 병원 경영자로서의 위치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요즘은 병원내에서 동료의사는 물론 선배님들을 뵙기가 죄송스러울 때가 많다.
staff회의 시간이면, 의료계나 병원발전을 위한 소견 발표보다는 수시로 바뀌는 정책에 적극 참여해줄 것을 당부하고, 의사의 고유 권리를 짓밟고 있는 현 의료정책을 따라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내 입장은 실로 모순 그 자체인 것 같다.
얼마전 우리는 2002월드컵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월드컵의 성공은 정부의 힘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절대 아니다.
나라가 어려울때마다 우리 국민들이 한데 뭉쳐 무서운 국민성을 발휘하는데서 온 성공이다.
지난 98년 IMF를 겪으면서도 우리 국민들은 금모으기 운동을 통해 또 한번의 무서운 국민성을 보여준 기억이 있다.
이렇듯 나라의 큰일에 언제 어디서든 하나로 뭉쳐 나라를 지켜내는 우리 국민들을 지켜주지는 못할 망정, 잘못된 의약분업의 실패로 인한 손해를 눈에 띄지 않을 만큼씩 지속적으로 국민들에게 거둬들이고 있는 것이 정부의 의료정책이다.
최근에 변경된 제도만 봐도 이를 쉽게 알 수 있는데, 국민에게서 거둬들이는 의료보험료의 상승도 모자라서 2002년7월1일부터는 소화기관용약제의 요양급여기준이라는 새로운 고시를 적용하여 정부의 의료비 지출을 막아보자고 한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어느 누가 봐도 모순된 이 제도의 운영은 채 두달도 되지 못하고 원래의 상태로 돌아갔다.
의료와 관련된 정책이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보험급여의 기준을 의료현장의 실제 적용과는 동떨어진 기준으로 급하게 적용함에 따라 결국 오래 가지 못하고 제자리로 돌아갔지만 당연한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허탈감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참으로 답답한 마음이다.
이렇듯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문과 불만을 갖게 하는 요양급여기준이라는 것이 정부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마구행하여지고 있지만 이런 모순된 정책과 정부에 맞서고자 하는 의료계를 누구하나 편들어 주는 이 없고 오히려 환자 목숨을 담보로 자기배 불리기를 한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기에 의료계는 허탈감에 빠져 더 이상 투쟁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 되어버렸다.
환자를 지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번번히 이기적인 욕심으로 언론에 비추어졌고, 그 결과 환자들의 불신으로 남아 있는 지금, 진정 정부가 바라는 의료계의 끝은 어디까지인가를 곰곰히 생각하게 한다.
얼마전 협회에서 발표한 병원 도산의 통계는 실로 위협감을 느끼게 했다.
이미 드러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놓고 볼 때 과연 정부가 유도하고 바라는 의료계의 끝이 과연 무엇인가가 의문으로 남게 된다.
선진의료를 향한 제도인지, 병원 전체를 폐쇄에 이르게 하는 제도인지를 정부는 다시 생각해야 한다.
선진국민에 알맞는 선진의료제도의 도입으로 이미 헝클어진 현 제도를 재점검해야 할 것이며,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복지정책의 도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다시 한번 주장하며, 또한 정부는 진정한 나라사랑을 보여주는 국민들을 결코 실망시키지 말아야함을 진정 되새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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