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약국을 '마트'로 보는가
- 데일리팜
- 2002-09-22 21:2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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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약국도 먹고 먹히는 치열한 자본시장의 무한경쟁 논리가 적용되게 됐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가 최근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고 규정한 약사법 제16조 제1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은 전원재판부 재판관 6대 3(단순위헌 의견 2명 포함)의 의견으로 선고됐다는 소식이다.
헌재(憲裁)가 자연인이 아닌 법인형태의 약국개설이 사실상 가능하다고 판결한 것은 향후 개국가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확실시된다.
약국을 개설하고 운영하는데 들어가는 돈(자본)이 지금과 같이 개설약사 1명의 자본으로 제한되지 않고 여러 약사들의 자본이 결합할 수 있는 길을 헌재가 열어 놓았다는 의미다.
이는 약국의 대형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상대적으로 소형약국은 자연 퇴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 수 밖에 없다.
약국이 대형화된다는 의미는 '자본논리'로만 봤을 때 강자들의 무한경쟁이 가열된다는 것을 뜻한다.
법인약국 허용은 결국 자본시장의 냉엄한 '정글법칙'이 약국에도 예외없이 적용되는 단초를 제공하는 시발점이 된다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약국은 현행 약사법에 따라 개설약사 1명의 자연인 자본에 의한 1약국 개설만이 가능해 왔다.
물론 약국중에는 여러명의 약사가 자본을 공동 출자, 개설약사 1명을 내세워 대형약국을 운영하는 사례가 얼마든지 있기는 있다.
또한 약사가 아닌 비약사 전주(錢主, 자본가)가 돈을 투자하고 명의는 약사를 내세워 약국을 개설·운영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약국가에는 이미 냉엄한 자본시장의 경쟁논리가 보이지 않게 형성돼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같은 행위들이 현행 법에서는 엄연히 불법이라는 점에서 외형적으로는 약국자본의 급격한 변화나 혼돈의 여지가 크게 노출되지 않아 왔다.
이러한 와중에 헌재가 약국자본의 물줄기를 근본적으로 뒤바꾸는 단초를 제공하고 나선 것이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약사법이 개정되면 지금까지 음지에 숨어있던 다수자본이 결합된 사실상의 법인형 약국들이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기업형 법인은 자연인 보다 이윤과 영리를 더 추구하는 것이 자유시장 경제체제의 기본 흐름이다.
따라서 향후 합법을 인정받아 양지로 나온 법인약국들은 약국의 공공성을 추구하겠지만 개인사업(소매)형 약국 보다는 이윤추구에 더욱 몰두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시장경제에서 '대형화' 또는 '자본'의 논리가 적용되면 이윤을 많이 남기는 강자가 이윤을 적게 남기는 약자를 언제든 삼키거나 물리쳐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법인약국이 공식적으로 허용됐을 때 약국간의 치열한 약육강식 경쟁이 촉발될 것을 심히 우려한다.
이러한 경쟁은 환자에 대한 진정한 투약 서비스 보다는 약국들이 무차별적인 이윤경쟁에 빠져들 확률이 높은 이유에서다.
경쟁이 가열되다 보면 외형적으로는 환자 서비스의 질이 올라가는 듯 보이지만 법인의 궁극적 목적인 이윤추구가 더욱 강화될 수 밖에 없다.
약국간의 대형화 또는 이윤 경쟁은 결국 약국의 기본 사명인 공공성이 왜곡될 여지가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헌재는 이러한 속사정들을 심사숙고하지 않고 일반 기업이나 일반 법인에 통상적으로 적용할 법한 '직업선택의 자유' 내지는 '결사의 자유' 등을 너무도 쉽게 염두에 둔 듯 하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법인약국 개설금지가 "법인(약국)의 직업선택(직업수행)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헌재는 또 "이러한 제한은 동시에 법인(약국)의 단체결성 및 단체활동에 관한 결사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는 헌재의 이같은 판단이 약국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데서 오는 중대한 실책일 수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약국자본이 자칫 '이윤경쟁'이라는 뒤틀린 형태로 무한경쟁의 중심에 서 있게되면 환자들은 약국간 경쟁에 의한 '돈벌이 수단'으로 추락할 우려가 없지 않다.
보건성과 상업성을 겸비하고 있는 약국이 보건측면의 비중이 증대되도록 하는 일은 상업성을 최대한 억제시키는 것임을 헌재는 알고 있는지 아울러 묻고 싶다.
그러나 헌재의 판결은 약국의 상업성이 증대되는 시발점을 제공, 약국의 자본논리에 환자권리가 침해될 소지를 남겼다.
법은 소수 보다는 다수의 이익과 자유를 추구하는 것임을 누구보다도 헌재 스스로 더 잘 알고 있으리라 본다.
헌재는 과연 이번 결정을 내릴 때 다수에 해당하는 환자권리가 알게 모르게 침해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보았는가.
인간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의약품이 시장경제나 자본논리에 지나치게 억매이면 환자에게 큰 위해를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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