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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레이저 한방급여는 현대의학 베끼기

  • 데일리팜
  • 2002-04-17 16:28:24
  • 요약
  • 우봉식 이사(재활의학과 개원의협)

최근 한방행위전문위원회가 혈관레이저 치료를 보험급여키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참으로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이는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혈관레이저(He-Ne laser), 보다 정확하게는 He-Ne laser치료기는 1970년대 소련에서 개발한 기기로 그 후 1980년대에 중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하기 시작하였으며 우리나라에 소개되어 현재 많은 의원, 한의원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 기기의 사용법은 레이저를 혈관에 카테터나 외부에서 직접 주사하여 시술하는 기기이며, 개발당시나 개발 후 치료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는 대개 다음과 같다.

첫째, 혈액학적 변화로 혈액의 침강, 혈액점도, 혈소판응집률 등을 감소시켜 중풍의 위험성을 감소시킨다.

둘째, 뇨독증과 관련된 중분자물질(middle molecular substance)을 감소시킨다.

셋째, 항체생성을 돕고, 림프세포의 활성을 재고, 면역글로부린 G의 생성을 촉진하며, 항체형성세포의 수량을 증가시키는 등 면역기능을 향상시킨다.

넷째, 적혈구의 활력을 증가시킨다.

다섯째, 허혈성 뇌질환 환자에게 저하되어있는 Na, K, ATP효소의 활력을 활성화시킨다.

여섯째, 혈관기능개선 등의 효과가 있다.

이처럼 기기의 효과나 사용상의 목적이 현대의학에 그 근거를 두고 있지 한방의학의 기본인 개체병리학과 자연철학에 근거를 둔 음양오행설이나 정체관(整體觀)에 근거하고 있지 아니함을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또한 시술방법상으로도 기존의 레이저치료와 다른 한방의학적인 방법론이 사용되고 있는 근거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혈관레이저치료는 기존의 레이저치료의 한 변형으로 봐야 타당할 것이다.

한방의학에서 혈관레이저를 중국에서 중의사들이 사용하고 있다는 근거를 들어 한방의료행위라고 주장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와 달리 의료의 영역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중국의 의료풍토에 기인한 것일 뿐이며 두 의학의 영역이 법에 의해 명확히 규정된 우리나라에서는 명백히 위법적인 행태라 아니 할 수 없다.

연구의 차원에서 한방의학의 부족한 부분을 메꾸기 위해 현대의학적 방법을 이용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이를 버젓이 합법적인 보험급여로 해달라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일 것이다. 만일 계속해서 이를 주장하고자 한다면 현대의학에서 진단된 환자에서 몇 가지 증세를 호전하기 위해 한약을 쓸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상호주의의 원칙에 의하여 허용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의료 행태는 매우 독특하다.

현대의학의 경우 선진국과 비교하여 떨어짐이 없을 정도로 빠른 발전을 거듭하여 왔으며, 한방의학도 그 수준과 내용이 동북아 3국 가운데 가장 앞선 상황임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각각 자기의 고유한 방법론에 입각하여 현대의학과 한방의학을 발전시켜서 서로의 연구결과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향후 발전적으로 통합되어 현대의학과 한방의학이 일원화가 된다면 국민건강에 이바지하는 바가 더욱 클 것이다.

그렇지 못하고 남의 이론이나 방법을 그럴듯하게 포장만 하여 사용한다면 전체국민의 건강에 결코 좋은 결과를 미칠 수 없을 뿐 아니라 이 땅의 전통의학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며 의료인이기 이전에 학문을 하는 사람으로서 양심에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다.

따라서 만일 한의학계에서 현대의학의 분석적인 방법론을 이용하고자 한다면 한방의학 분야에서도 경쟁의 원칙을 도입하여 현대의학자들도 한방의료에 대해 전문적 분석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모든 의학의 장점들이 융합되고 있는 세계적 의학의 흐름을 앞서서 주도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한방행위전문위원회가 한의사들의 이익을 충실히 보장해 주기 위한 허울뿐인 위원회가 아닌 진정으로 민족의학을 아끼고 발전시킬 수 있는 명실상부한 위원회로 거듭나기를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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