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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담합천국 조장하는 실패한 분업

  • 데일리팜
  • 2002-09-18 17:31:40
  • 요약

처방전을 한곳에 몰아주고 받는 요양기관이 전국적으로 무려 2만1,384곳에 이르고 있다는 실로 믿기 어려운 자료가 최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나왔다.

심평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1~2월 진료분중 원외처방전 집중도가 70%를 상회하는 병·의원이 1만5,623곳, 약국이 5,761곳에 각각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를 단순 평균으로 계산해 보면 약 3개의 의료기관이 1개 약국에 처방전을 몰아줬다.

그렇다면 이들중 담합 요양기관간에는 상호 주고 받았을 대가가 없었는지 심히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특히 이번 처방집중도 자료를 보면서 처방전 독식현상이 일부 요양기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데 눈이 번쩍 뜨인다.

믿어지지도 않고 믿고 싶지 않은 데이타가 돌연 국정감사장에서 튀어나왔다.

지난 8월말 보험공단은 처방전 집중도가 높은 요양기관을 집중 조사하겠다면서 처방집중도가 높은 요양기관을 2천여곳으로 발표했다.

당시 처방집중도 2천여곳의 숫자가 나온 기준 기간도 이번 국정감사장에 제출된 자료와 동일한 기간인 올 1월이었다.

그렇다면 발표시점이 한달여 불과한 사이에 처방 집중도 요양기관 수가 10배 차이가 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이유인가.

처방집중도 요양기관중 일부만 조사하고자 한 것이었다면 나머지 1만8천여곳은 방치할 계획이었는지 묻고 싶다.

보험공단은 자료상 차이가 난 이유와 처방집중도 요양기관들에 대한 조사일정을 분명히 밝히기 바란다.

아울러 국회에 제출된 처방집중도 요양기관 수를 보면 보험공단이 과연 담합을 가려내기 위한 조사를 할 여력이나 의지가 있는지 심히 의구심이 든다.

단순 수치로 보면 보험공단이 처방전 집중현상을 방치한 채 마냥 놀고 있었다는 이야기 밖에 안된다.

처방집중 요양기관이 2만여곳이라는 의미는 단적으로 정부가 담합여부를 조사하기도 어렵고 처벌하기도 어려운 수치이다.

소수가 아닌 절대다수를 범법자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처방전 집중화 양상은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특정 의료기관이 70% 이상의 비율로 특정약국에 처방전을 내 준다면 사실 담합 소지가 내재돼 있다.

그래서 정부도 처방전 집중도 70%를 담합 가능성이 높은 실사대상 기준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절대다수의 의료기관과 약국이 70% 이상의 처방전을 끊어주고 받는 상황에서 담합여부를 전수조사할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담합단속은 결국 요식적이고 형식적으로 흐르게 될 것으로 밖에 예상되지 않는다.

담합단속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면 의약분업의 대원칙인 '약물 오남용 감소'나 '처방전의 이중점검체계'는 기대하기 어렵다.

담합은 대개 처방전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노리는 '이윤동기 욕심'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들 요양기관들간에는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과잉처방'과 '과잉투약'을 유혹받게 되고 실제 그런 행위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담합 요양기관들로 부터는 약물 오남용 감소나 처방전의 이중점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의약분업 시행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할 개연성이 높은 담합 요양기관들을 솎아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처방전 집중 요양기관 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너무 많아 담합 요양기관을 골라내고 솎아낼 물리적 한계가 이미 닥쳤다.

담합은 이미 쓸어낼 수 없을 정도로 가속도가 붙고 있어 실패한 의약분업의 자화상이 훤히 들여다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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