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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동네약국 '대량 몰락' 복선인가

  • 데일리팜
  • 2002-09-15 16:51:13
  • 요약

올들어 지난 상반기동안 보험약 매출로 한달 평균 7억원 이상의 건강보험 약제비(조제료+약제비)를 지급받은 약국이 4곳에 달했다.

이들 약국이 받은 약제비가 한달 평균 7억원이라는 것 보다는 상반기 6개월 동안 받은 약제비가 약국별로 각각 40억원 이상에 달했다는 것이 실감나게 느껴진다.

발표에 따르면 C약국이 46억여원, S약국이 44억여원, J약국과 I약국이 각각 43억여원 등이다.

이같은 수치를 바탕으로 이들 약국의 1년 보험청구 총액을 간단히 2배로 추계하면 80~90억원대라는 계산이 나온다.

단순히 외형을 보면 중소 제약회사나 도매업소의 매출액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또한 6개월 동안 30억원이상 40억원 미만을 지급받은 약국이 16곳, 20억원 이상 30억원 미만을 지급받은 약국이 32곳, 14억원 이상 20억원 미만을 지급받은 약국이 48곳 등으로 각각 집계됐다.

우리는 보험청구를 많이 하는 약국이 나쁘다고 꼬집는 차원에서 청구액수가 많은 약국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 약국의 보험청구액은 심평원이 모두 정당하다고 심결한 뒤 집계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이기에 아무런 하자도 이상도 없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들 약국의 보험청구 절대액수가 대다수 중소형 약국들에게는 좋은 감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적지않은 중·소형약국들은 이번 자료를 보고 "'같은 업(業)'을 하면서도 먼나라 이야기인 것 같다. 짐짓 짐작은 했지만 막상 숫자를 접하고 보니 놀라울 뿐이다"며 볼멘소리를 해대고 있다.

약국은 대개 서민들이 자주찾는 문턱낮은 친근한 이미지를 주어 왔으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져야 할 것 같은 느낌마져 주고 있다.

약국은 사실 국민들의 아픔과 애환을 같이 해온 지역주민의 동반자이다.

이러한 대다수 동네약국들이 이제는 서서히 밀려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어느새 들이닥치고 있다고 하겠다.

처방전이 분산되지 않고 대형약국과 문전약국으로 몰리거나 담합약국에 집중되는 현상이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약사회는 분업시행을 전후해 처방전 분산을 가장 중요한 분업성공의 요체중 하나로 생각했다. 하지만 한해 100억원 가까운 보험청구 약국이 나오고 있고 6개월동안 14억원이 넘는 약국이 100곳에 달하고 있음을 볼 때 처방전 분산이 과연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건강보험 급여비지급 상위 100대 약국을 찬찬히 보면 대형병원 인근 문전약국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는 이유에서다.

이들 약국중 '대학'이라는 상호를 쓰는 약국이 16곳에 달했고 '정문', '후문' 등을 사용하는 약국들도 상당수에 달하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아울러 상위 100개 약국이 전체 약국의 0.6%에 그침에도 불구하고 이들 약국이 전체 약국급여비 2조4천억원중 약 10%에 달하는 2천313억원을 점유했다. 이는 전체 약국의 지난 상반기 급여비 1억3천4백만원과 비교할 때 무려 17배나 많은 액수이다.

월평균 순수조제료 수입만을 계산해도 상위 100대 약국은 평균 7천6백만원이지만 나머지 약국은 1/10도 안되는 600만원이라고 한다.

상위 보험청구 약국들이 아무리 정당하다고 해도 1만8천여 대다수 약국들이 갖는 상대적 박탈감과 허탈감을 이해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일부 약국들은 극도의 흥분상태를 감추지 못하며 "돈 있고 백 있으면 당장 담합약국이라도 해보고 싶다. 과연 이러한 '빈익빈 부익부'가 의약분업의 목표였냐?"며 목청을 높혔다.

우리는 약국간의 빈익빈 부익부가 지금은 별 탈 없이 넘어갈 수 있겠지만 몇 년후에는 이른바 '분업 재앙'이 올 것임을 경고한다.

약국간 처방전의 '빈-부' 격차가 심화되면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동네약국에 발길을 줄일 것이 뻔하다.

방문횟수가 줄어들면 동시에 환자들의 동네약국에 대한 신뢰도 또한 떨어진다.

동네약국들은 그렇치 않아도 온갖 변칙적인 방법을 동원해 개설이 급증하고 있는 담합약국들의 횡포에 이리저리 시달리고 있다.

물론 동네약국도 시대조류에 맞게 변신해야 하는 것은 분명한 과제지만 이러한 추세라면 변신을 시도하기도 전에 동네약국의 '대량 몰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동네약국이 주민들의 단골약국으로 변화하기도 전에 몰락하는 수순으로 진행된다면 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의약분업은 완전히 실패로 간 수순을 밟은 것과 다르지 않다.

문전약국과 동네약국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면서 동네약국들이 1차 지역보건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정부와 대한약사회는 처방전 분산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워 강력히 실천에 옮겨주기를 거듭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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