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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약 덤핑 다시 극심...실구입가제 '흔들'

  • 민경두
  • 2002-07-05 07:58:00
  • 요약
  • 거품제거 필요하지만 '거품등재' 없는 장치마련 시급

[특집]의약분업시행 2주년을 진단한다

--------------------- ①의약분업 이것이 문제다 ②의약분업 역행하는 담합행위 ③갈수록 성행하는 리베이트 수수 ④정부의 약가정책 이대론 안된다 ⑤선택(임의)분업 가능한가 -------------------------------

의약분업이 시행되기 약 8개월 전인 지난 99년 11월 15일은 우리나라 약가체계에 한 획을 긋는 중대한 사건에 있었던 날이다.

의약분업이 건국이래 보건의약계 최대의 개혁적 사건이었다면 이날의 '실구입가 상환제' 시행은 국내 약가정책의 근간을 바꾸는 혁명적인 사건으로 간주됐다.

정부가 보험약에 대해서는 요양기관들에게 일체의 마진을 주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바로 실구입가제이기 때문이다.

의료기관이든 약국이든 의약품을 통해 얻은 정상 또는 비정상 유통마진이 적지않았던 요양기관들은 실구입가제를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모르고 당황했다.

특히 의료계는 실구입가제가 시행된 이후부터 술렁거리기 시작, 이듬해인 2월에는 급기야 전국의 의사들이 분업시행 유보를 외치며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이후 실구입가제는 제약사들에게 유리한 입지를 제공해 주었지만 요양기관이나 의·약사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제도가 됐다.

정부는 분업시행 직전인 지난 2000년 상반기동안 전국적으로 휘몰아치는 의료계의 대규모 실력행사에도 불구하고 분업 강행론을 고수하면서 실구입가제를 정상적으로 가동시켰다.

정부는 코너에 몰리자 분업의 전면적인 시행을 1개월 연장하면서 '선시행 후보완'을 밀어부쳤다.

이후 국내 보험약가 제도의 근간이 된 실구입가제는 우리나라의 분업제도를 떠받치는 기둥이 됐다.

의약분업은 의·약 전문인들이나 요양기관들이 약으로 부터 얻어지는 경제적 이윤동기를 사전에 차단, '적정투약'과 적정진료'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위한 대명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취지로 분업시행직전 도입된 실구입가제는 정부의 '의약품유통정보시스템' 구축과 '물류조합' 설립 등으로 구체화 돼 나갔다.

그러나 이 역시 의약계 전체의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아 연기를 거듭한 끝에 지금은 고사직전 상황으로 몰렸다.

투명한 의약품 유통구조를 위해 도입된 실구입가제를 떠받칠 만한 소프트웨어(유통정보시스템)와 하드웨어(물류조합)가 모두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것이다.

이로인해 보험약 시장의 투명성은 당초 기대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고 비정상적으로 빠져나가는 보험재정 유출현상은 계속됐다.

또한 분업후 의·약계의 수가인상 요구가 거세게 몰아부쳤을 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각종 보험재정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보험재정이 바닥을 드러냈다.

천문학적인 재정적자에 빠진 복지부는 부랴부랴 각종 보험재정안정 대책중 약가를 끌어내리는 정책을 핵심축의 하나로 다뤘다.

복지부는 공정경쟁입찰일때는 저가낙찰이 돼도 가격을 인하하지 않는 '실구입가제 개선안'을 제일 먼저 끄집어 냈다.

이는 실구입가제의 대원칙을 포기하는 조치와 다름없었다. 의약품 유통시장은 다시 덤핑경쟁이 시작되는 단초를 얻게 돼 보험약 시장이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실구입가제 개선안은 보험약 전체시장의 덤핑경쟁을 부추겨 실거래가격이 큰 폭으로 내려갔다.

결국 보험약 상한가격과 실제 의료기관이나 약국에 공급되는 가격은 평균 10% 이상의 차를 보였고 많게는 50% 이상의 차이가 나기까지 했다.

정부는 이를 보면서 보험재정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로 가격이 낮게 공급된 약들에 대해서는 '거품'이 있다고 보고 이를 제거하기 위한 '칼질'에 나섰다.

사후관리를 통해 한번에 수천품목씨 보험약가를 인하했고 약효동등성이 확보되지 않은 5천여품목은 아예 보험약가집에서 강제 삭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동일 성분·함량간 최저가 품목 대비 300% 이상 가격차이가 나는 제품에 대해서는 해당 제약회사들에게 1급비밀이라고 할 수 있는 원가장부 제출을 요구하기까지 하는 무리수를 두었다.

최근에는 품목영업을 하는 총판들이 덤핑의 주역이라고 판단, 영남지역 총판들의 가격조사를 실시해 약가를 추가 인하하려 하고 있다.

정부는 또 최저가 실구입가제를 통해 사후관리에서 적발된 최저가격대로 가격을 무차별 내릴 태세다.

아울러 고가약 처방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일정금액 이상을 넘으면 환자본인부담을 시키는 참조가격제도 업계의 강력한 반발속에 추진되고 있다.

요양기관들에게는 저가 구매한 금액의 50%를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방안도 진행되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강도높은 약가정책들은 저렴한 약의 유통과 약가거품 제거를 통한 보험재정 안정이라는 목표하에 나왔다.

그러나 정부의 약가정책은 보험약 시장을 더욱 어지럽게 하는 역류현상을 가져왔다.

제약사나 도매상들은 가격인하를 당하지 않기 위해 각종 변칙을 동원, 의약품 유통비리는 과거의 고시가제와 같이 지하로 지하로 숨어들어갔다.

정부의 현 보험약가 정책은 취지를 인정한다고 하지만 현실에 맞지 않는 임기응변식 정책이기 때문에 돌발변수가 많이 발생한다는 비판론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실구입가제 개선안 도입시 의약품이라는 특수성과 의약품도 경제행위라는 점을 적절히 혼합한 정책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로인해 보험약 전체시장이 혼탁해지면서 실구입가제의 근간이 흔들렸고 이는 보험약 유통시장을 다시 왜곡시키는 단초로 작용했다.

제약업체나 도매상들은 지금 '언더마진' 경쟁에 다시 뛰어들고 있다.

정부는 이제 보험약가 정책을 수립할 때 시야를 넓게 갖지 않으면 안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거품을 제거하는 방식이 현재와 같은 정책으로는 근본적인 고리를 끊지 못할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오히려 악순환만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마진이 약해진 품목들을 보유한 해당업체들은 자진 철수한 뒤 유사 다른 품목들을 다시 등재시켜 영업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보험약가에 대한 노마진 정책을 철저히 사수하면서 약가등재시 철두철미한 '약가검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하고 있다.

약가등재때부터 가격이 부풀려 책정되지 않도록 보다 다양한 검증장치를 제도화시키는 쪽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험등재-사후관리-인하-시장철수-보험등재'의 악순환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근본적인 장치마련이 보험약가 정책의 축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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