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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릭 깎아 신약 창출?…정부, 약가 패러다임 전환 필요

  • 이정환 기자
  • 2026-03-26 06:00:59
  • 국내 제약 육성·해외 신약 도입…"건보재정 운영 철학 제시해야"
  • 제네릭·신약 뒤섞은 복지부…"투-트랙 정책 수립 고민할 때"

[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이번 약가 개편안은 정책 목표가 국내 제약산업 육성인지, 해외 글로벌 신약의 빠른 도입인지 여부가 불분명합니다. 제네릭 약가인하로 만들어진 약제비 여유분이 과연 국산신약과 견실한 국내 제약사들에게 쓰일 수 있을지, 다국적 제약사들의 고가 신약으로 흘러 들어갈지 알기 어려워요. 제네릭 약가를 건드려서 블록버스터 신약을 탄생시킬 국내 제약사를 만들겠다는 정부 정책이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요?"

보건복지부가 제네릭 가격을 깎고 제약사별 신규 등재 의약품 가격을 차등하는 약가제도 개편으로 국내 제약산업 체질을 혁신신약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을 내놨지만, 보건학계는 그 신뢰도와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한정된 건강보험재원을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배분할지 정밀 설계도면을 제시하지 않은 채 막연히 제약산업 육성과 국산신약 창출만 앞세워 약가 일괄인하를 반복하면 사실상 제네릭으로 만들어진 재원이 해외 신약 건보급여에 쓰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와 동시에 제조업인 제네릭 약가정책을 부분적으로 손질해서 기초과학·첨단과학기술 집약체인 국산 신약을 만들어 내겠다는 정책 패러다임 자체가 모순이란 비판도 나온다.

복지부가 제네릭과 신약 정책을 연동하지 말고 분리·구분해 투-트랙으로 제도를 설계할 필요성을 고민하는 행정 패러다임 전환에 나서야 상충지대를 최소화 한 합리적인 정책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제언이다.

24일 보건학계는 복지부가 올해 시행을 예고한 약가 개편안을 둘러싼 국내 제약업계 반발이 지속중인 현실을 가리켜 "예측가능성을 져버린 행정의 결과"란 비판을 내놓고 있다.

복지부는 기등재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53.55%에서 40%대로 대폭 낮추는 내용을 담은 약가제도 개편안 추진 배경과 명분으로 '제약산업 체질 혁신'을 제시했지만, 성공 가능성이 있을지는 쉽게 예단할 수 없다는 학계 평가가 지배적이다.

"복지부가 말하는 제약산업 육성, 정책 철학·타깃 불분명"

보건경제학자들을 비롯한 제약산업 약가 전문가들은 복지부가 건보재정 약제비를 합리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철학이 있는지, 제약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책 목표의 구체적인 방향성은 무엇인지 질문한다.

복지부가 말하는 '제약산업 발전'이 국내 제약산업 육성인지, 다국적 제약사 비중이 큰 오리지널 신약 건보급여 신속 적용을 통한 환자 접근성 향상을 지칭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얘기다.

아울러 건보재정에서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어느정도까지 허용할지, 해당 약제비를 기등재 제네릭과 신약에 어떻게 배분할지, 점점 늘어나는 초고가 신약 급여 요구 대책은 무엇인지 등 복지부 철학도 뚜렷하지 않아 방향성을 읽어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약가제도를 손질하면 예리한 정책 목표 설정이 어려워져 뭉툭하고 막연하게 '제약산업 육성', '건보재정 절감'이란 표어만 앞세우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게 다수 학자들의 견해다.

이번에 복지부가 내놓은 약가제도 개편안이 제네릭 중심 국내 제약사들에게 지나치게 불리하고, 다국적사들에겐 유리하게 짜여져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종혁 중앙약대 교수는 복지부 약가 개편안이 국내 제약사와 다국적사 간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 제네릭과 오리지널에 부과하는 약가인하 규제 수준을 어느정도 유사하게 맞추는데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국내 제약사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제네릭 규제와 다국적사 신약 급여율 향상과 직결되는 환자 접근성 이슈를 매번 뭉뚱그려 제약산업 육성이란 포장으로 가리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책 철학을 투명하게 드러내란 취지다.

이종혁 교수는 "복지부가 얘기하는 제약산업은 뭘 지칭하는지 모호하다. 국내 제약산업과 다국적 제약산업이 한데 뒤섞였다"며 "이번에 공표한 약가 개편안은 제네릭 약가를 깎아서 신약 개발을 하겠다는 명분인데, 현재로선 결국 국내 제약사 이익을 줄여 다국적사 신약을 급여하는데 돈을 쓰겠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국내 제약사와 다국적사 편을 가르는 건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번 약가 개편안은 특허만료 오리지널이 손해를 보는 규정이 없다시피하고 제네릭 인하 등 국내사에 불리한 규제만 다수 포함된 경향이 있다"며 "사후관리도 시점을 통합조정하는데, 결국 오리지널 약가가 덜 깎이는 상황이 늘어나면서 실질적 이익은 국내사보다 다국적사가 가져갈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복지부가 약제비 재정을 어떻게 배분할지, 제약산업 발전·육성이 구체적으로 어떤것을 의미하는지 철학을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제네릭 약가를 깎아서 어느정도 볼륨의 약품비를 절감할건지, 절감 재정은 국내 제약사에게 쓸 건지 아니면 신약 접근성에 쓸 건지도 알 수 없다. 제약업계가 정부에 공동연구를 요청하는 게 바로 이런 부분을 해소하자는 차원"이라고 했다.

"제네릭 약가-신약 개발 연동 정답일까…행정 패러다임 고민할 때"

제네릭 가격 정책과 혁신신약 창출을 상호 연동하고 있는 오늘날 복지부 행정은 불가피하게 모순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제네릭은 제조업으로 굴뚝산업 보호·보건안보 차원에서 정책을 바라봐야 하고, 신약은 기초과학·첨단과학의 총체란 시각에서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두 가지를 하나로 연계하다 보니 충돌하는 상황이 자주 생긴다는 취지다.

복지부가 제네릭 약가를 손질해 혁신신약 개발에 집중하는 제약사를 늘리겠다는 행정만 유지하기 보다는 제네릭과 신약 정책을 분리하는 투-트랙 행정 등 패러다임 전환 필요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

실제 제네릭 약가 본질은 한정된 건강보험재정으로 국민에게 비용 효과적인 약을 안정 공급하는 것이다. 약가 인하·관리를 통한 비용 통제와 품질·공급 안정화가 제도 핵심인 셈이다.

반면 신약 육성은 고위험-고수익 구조인 임상시험 R&D에 제약사가 도전적으로 투자하고, 화학·생물학·유전학 등 기초 생명과학 기초 체력(펀더멘탈)을 강화하는 게 관건이다.

이에 학계는 정부가 제네릭의 존재 가치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제네릭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섬세한 약가제도를 만드는 동시에 혁신신약은 제네릭과 상관없이 창출 기반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별도 행정을 펴라고 말한다.

성균관대 의약품규제과학센터 이재현 센터장은 "정부가 우리나라 제네릭 산업의 역할과 가치를 제대로 이해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이를 토대로 제네릭 약가제도는 제조업 차원에서 제약사 경영과 품질 좋고 값 싼 제네릭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방향성에서만 고민해야 한다. 제네릭 가격으로 혁신형 제약사를 우대해서 신약을 촉진하겠다는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재현 센터장은 "약가제도는 제약사들이 올바른 제네릭 제조에 노력하는 환경이 만들어지는데만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라며 "지금처럼 약가를 일괄적으로 인하하는 방식이 아니라 약효군별 또는 성분별 평균 가격을 국제 평균과 비교해 차등 조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복지부의 이번 약가인하 정책이 제약사들의 예측가능성을 지나치게 고려하지 않아 문제라는 비판도 했다.

이 센터장은 "정부 정책은 투명성과 함께 기업 입장에서 예측가능성이 담보돼야 한다. 예측가능성이 없으면 제약사들은 편법을 고민하게 된다"며 "가격이 깎이니 처방 볼륨을 늘린다던지 하는 풍선효과가 생긴다. 일본이 10년에 걸쳐 40%로 간 것처럼 우리나라도 순차적으로 인하해야 제약사가 준비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제약업계, 제네릭 가치 정부 이해도 부족 문제 호소

국내 제약사들도 복지부가 국산 제네릭의 가치를 지나치게 저평가하고 있는 문제를 꼬집는다.

복지부가 약가제도 개편 때마다 제네릭 약가 일괄인하를 기본 전제로 삼으면서 매번 복지부와 제약업계가 약가정책을 놓고 대립각을 세울 수 밖에 없다는 불만이다.

더욱이 제네릭 산업은 보건안보 차원에서 복지부가 앞장서서 보호해야 하는데도 원료약, 인건비 등 제조비용 상승을 비롯해 제약업계가 처한 어려움을 크게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정책을 수립한다는 지적도 내놨다.

약가인하 등 제네릭 규제 일변도 행정은 결국 값싼 저품질 원료 사용을 부추기고 채산성이 낮은 필수약 생산 포기 등 제네릭 해외 의존도 심화 문제를 낳을 것이란 우려다.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 김영주 정책기획위원장은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 구조는 제네릭이 약 50%를 점유하고 있어 약가인하는 곧 막대한 매출 감소를 유발한다"며 "수익성 하락으로 연구개발 투자 축소, 우수 연구인력 유지 차질, 생산 포기로 인한 인력 구조조정 등 제약사 생존을 위협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나라는 제네릭 대부분을 자국 제조, 판매해 품질 관리와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고 R&D 투자재원으로 쓰고 있다"며 "제네릭 약가인하를 주도한 주요 선진국은 제네릭을 대부분 해외 제조, 수입으로 충당하게 돼 빈번한 품절과 사망에 이르는 품질관리 문제, 공급 불안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했다.

국내 상위제약사 약가 담당자도 "복지부는 제약산업 선진화, 혁신신약 체질 전환이란 추상적인 명분을 내세우지 말고 국산 제네릭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약가제도에 반영해야 한다"며 "품질 좋은 제네릭을 멈춤없이 생산하고 공급하는데 기여한 제약사 노력을 평가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세워 제약업계와 함께 호흡하는 거버넌스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가 일괄인하로 인한 국내 제약산업 퇴보는 이미 확인된 부작용이다. 국내 원료약 제조산업 붕괴가 대표적인 사례"라며 "제네릭과 혁신신약을 연계한 약가제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면, 혁신성을 입증한 제약사는 약가인하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하는 행정이 당연시돼야 한다. 이런 행정 개선이 없다면 앞으로도 제약업계와 복지부는 입장차를 보이며 대립각을 세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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