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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연결의 시대, 우리는 왜 다시 만나야 하는가

  • 데일리팜
  • 2026-07-20 06:00:40
  • 요약
  • 이향란 부산 연제구약사회장

요즘은 AI에게 말을 거는 일이 낯설지 않다. 보고서를 부탁하고, 축사를 다듬고, 환자에게 건넬 말을 함께 고민한다. 어떤 날은 하루의 고민을 털어놓으며 위로를 구하기도 한다.

단체대화방은 하루에도 수십 번 울린다. 공지가 올라오고, 자료가 공유되고, 필요한 의견이 오간다. SNS에는 서로의 근황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화상회의는 거리의 제약마저 없애 주었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 잘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전보다 더 자주 외롭다고 말한다. 왜일까.

약사도 예외는 아니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환자를 만나지만 정작 같은 직업을 가진 동료와 마주 앉아 이야기할 기회는 많지 않다. 환자의 고민은 누구보다 많이 듣지만 자신의 고민은 쉽게 꺼내지 못한다.

동네약국의 하루는 대부분 혼자다. 함께 출근하는 동료도, 점심을 같이 먹는 직장동료도 없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난다.

이번 연제구약사회 통합반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도 비슷했다.

"오랜만이라 조금 어색하지 않을까요?", "제가 나이가 많아 대화에 잘 섞이지 못할까 걱정됩니다.", "선배님들만 계시면 제가 괜히 불편하지 않을까요?"

신기하게도 세대는 달랐지만 걱정은 같았다. 혹시 나만 겉도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 걱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요즘 약국은 어떠세요?"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약국 이야기로 시작한 대화는 환자 이야기로, 가족 이야기로, 살아가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처음의 어색함은 어느새 웃음으로 바뀌었고, 같은 지역에서 같은 직업으로 살아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반회를 마친 뒤 한 회원이 남긴 글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약사는 혼자 일하는 경우가 많아 직장동료가 없는데, 오늘은 직장동료들과 수다를 나눈 것 같아 즐거웠습니다."

또 다른 회원은 이렇게 적었다.

"사회적 친구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요즘, 직장동료의 빈자리가 이런 만남으로 채워지는 것 같습니다."

"다음에도 이런 자리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 문장들을 여러 번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우리가 그리워했던 것은 행사가 아니라 동료였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우리는 너무 오래 연결되어 있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프로필 사진은 익숙했지만 표정은 잊고 있었고, 이름은 알았지만 목소리는 낯설어지고 있었다. 공지에는 답장을 달고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지만, 정작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SNS는 정보를 전하는 데 놀라울 만큼 뛰어났다. AI는 더 좋은 문장을 만들어 주고, 더 빠른 답을 찾아준다. 하지만 누군가의 말끝에 함께 웃고, 잠시 침묵을 나누고, 말하지 않아도 고개를 끄덕여 주는 일은 아직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공감은 기술이 만들어 주는 기능이 아니라, 같은 시간을 살아낸 사람들이 주고받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약사는 생각보다 긴 직업이다.

정년이 뚜렷하지 않고, 많은 이들이 평생 약국을 지킨다. 그렇다면 그 긴 시간을 경쟁자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과, 서로를 응원하는 동료와 함께 걸어가는 것은 전혀 다른 삶일 것이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처방을 보고, 같은 환자를 만나고, 같은 고민을 안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과의 공감은 또 다른 깊이를 가진다. 그 공감은 위로가 되고, 때로는 다시 하루를 시작하게 하는 힘이 된다.

이번 통합반회를 마치며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우리는 충분히 연결되어 있었다. 하지만 충분히 만나지는 못했다. 기술은 앞으로도 더 발전할 것이다. AI는 더 똑똑해지고, 비대면 소통은 더욱 편리해질 것이다.

그러나 공동체는 기술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다. 얼굴을 마주하고 이름을 부르고, 안부를 묻고, 같은 길을 걷고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 속에서 공동체는 비로소 살아난다. 약사는 혼자 일하는 직업이다. 하지만 혼자 살아가는 직업이어서는 안 된다. AI 시대일수록, 어쩌면 우리는 더 자주 만나야 한다.

[필자약력] 

-부산 한빛메디칼약국 대표약사
-연제구약사회장
-부산시약사회 부회장
-전) 대한약사회 소통이사
-부산시약사회 학술정보나눔방 방장
-부산시약사회 마약류·약물중독예방센터 예방교육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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