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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외국의약품집 특례 삭제...산업 발전 기대[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지금껏 의약품 허가당국은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캐나다 소위 8개 선진국 의약품집에 수재된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 심사를 일부 면제해 빠른 시장 진입을 돕고 있었다. 이 같은 외국 의약품집 수재 특례제도는 1970년대 국내 의약품 개발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상황을 고려해 국내 의약품 허가·생산 활성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도입·운영됐다. 지난 수년 간 해당 제도는 되레 제약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건강보험재정에 불필요한 낭비를 촉진할 수 있다는 비판에 휘말리며 유지할 필요성이 낮다는 지적이 반복됐다. 특례성 행정을 중단하라는 국회 지적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용으로 외국 의약품집 수재를 근거로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허가 시 일부 자료제출을 면제해주는 규정은 올해 11월부터 삭제된다. 결과적으로 외국 의약품집 수재 전문·일반약 안전성·유효성 검토 허들이 지금보다 일정 부분 높아지게 됐다. 국내 제약계와 식약처는 이번 규정 개정을 국내 의약품 품질·안전성 수준을 종전보다 향상할 수 있는 분기점으로 삼아야 한다. 선진국에서 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내 허가 문턱을 낮춰줬던 과거에서 탈피해 제약사가 직접 안전성·유효성 임상데이터를 만들어 제출하고 식약처가 심사 전문성을 강화해 시판 허가하는 규제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오늘날 국내 제약산업은 자체적인 역량 향상을 거듭해 자체 경쟁력은 물론 국제 경쟁력도 일부 확보했다. 아울러 국내 제약산업은 미래 국가기간산업이자 신성장동력으로서 쉼 없이 진화·발전해야 하는 숙명을 짊어졌다. 확보한 제약산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국민이 복용하는 의약품의 허가심사 데이터를 면제하는 특례 없이 직접 만들고 확인하는 작업을 보다 일반화해야 제약산업 기초체력이 한층 길러지고 발전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견해다. 더욱이 건강보험재정 효율화를 위해서도 시판허가 전문약의 약효·안전성 검증은 보다 꼼꼼해질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 외국 의약품집 허가특례 삭제로 불필요한 규제가 더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지만, 국내 제약산업과 허가심사 당국은 지금껏 길러온 역량을 기반으로 특례와 상관없이 효과 높고 안전한 약을 발굴하고 허가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지난 2020년 국정감사 당시 이의경 식약처장은 외국 의약품집 허가특례를 향한 국회 지적에 대해 "국내 제약산업도 충분히 전문성을 갖췄다. 식약처도 자체 전문성으로 허가심사·평가하는 게 옳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번 규정 개정으로 제약사는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한 의약품 허가 데이터를 직접 만들고 식약처가 자체 심사하는 환경이 한층 공고해지고 품질 기반 의약품 허가와 국민 신뢰가 보다 단단해지길 기대한다.2022-04-07 17:55:27이정환 -
[기자의 눈] 감감무소식, SGLT-2 병용 급여 언제[데일리팜=어윤호 기자] 감감무소식이다. SGLT-2억제제의 병용급여 확대 논의가 여전히 진전이 없다. 약 3년을 묵혀온 SGLT-2억제제의 병용급여 확대를 위한 논의는 지난해 9월 건강강보험심사평가원이 소집한 당뇨병 전문가회의에서 DPP-4억제제와 SGLT-2억제제의 계열 간 병용 및 3제 급여를 통합, 인정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내려지면서, 비급여에 머물렀던 복합제들 역시 등재에 대한 희망을 품었다. 그런데 이것이 마지막 희소식. 해가 바뀌고 심평원 정식 논의 단계로 넘어간 SGLT-2억제제의 병용급여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이미 4월이다. 같은 기전을 가진 약제의 기대효능을 인정한다. 미해결 난제임은 분명하다. 전문의들 간 의견이 분분하고 제약사 별 이해관계도 다르다. 결국 결론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 하지만 SGLT-2억제제 이슈에서 문제는 일관성이었다. 어떤 계열은 허가사항과 무관하게 계열 이펙트(effect)를 인정, 동일한 급여 기준이 적용되지만 어떤 계열은 약제마다 급여 허용 범위가 다르다. 2013년 DPP-4억제제와 치아졸리딘(TZD)계열 병용급여가 확대될 때 당뇨병학회는 논의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확대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주장했다. 재정영향보다는 임상적 경험과 전문가 판단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정부도 질환의 특성과 약제 사용 경험을 근거로 이를 수용했다.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2018년 SGLT-2억제제를 놓고 학계는 입장을 달리했고, 개선안은 보류됐다. 걸려있는 약제가 한두 품목이 아니다. 단순히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 '포시가(엠파글리플로진)', '슈글렛(이프라글리플로진)', '스테글라트로(에르투글리플로진)' 등 SGLT-2억제제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는 '자누비아(시타글립틴)', '가브스(빌다글립틴)', '트라젠타(리나글립틴)', '제미글로(제미글립틴)' 등 수많은 DPP-4억제제와 연관이 있다. 고무적인 것은 이후의 수정이었다. 학회는 의견을 통합하고, 병용급여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했고, 식약처가 같은 해 8월 당뇨병치료제 허가사항 기재방식을 '간소화'하겠다고 밝히며, 기존 성분별 나열방식에서 ▲단독요법 ▲병용요법 기재로 변경, 힘을 보탰다. 전문가희의 결론 이전까지 다양한 움직임이 보태진 것이다. 그리고 바통을 정부가 이어 받았다. 이제 SGLT-2억제제들은 시판후조사(PMS, Post Marketing Surveilance) 만료 압박까지 받고 있다. 대부분 약들이 2023~2024년까지 PMS 결과를 식약처에 제출해야 한다. 기간이 약 1~2년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PMS 연구를 위해서는 수백명에서 수천명까지 환자를 확보 및 등록해야 한다. 그러나 당뇨병 시장의 특성상 비급여 약제의 처방 자체를 유치하기 어렵다. 급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식약처에서 요구하는 환자 모집 숫자를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SGLT-2억제제 급여 확대, 이제는 결판을 내야 한다.2022-04-06 06:10:10어윤호 -
[기자의 눈] 감기약 생산, 격려보다 현실적 지원 필요[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지난 2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감기약을 비롯해 해열제와 진통소염제 등 공급대란이 발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로나19 증상 완화에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제품 생산·수입, 판매 및 재고량 보고 방안을 마련했다. 코로나19 증상 완화 제품 생산·수입 업체 181곳으로부터 1665개 품목의 생산(수입)량, 판매량, 재고량을 매주 월요일 오전 11시까지 보고 받는 것이다. 제약회사들은 전 주 월요일 0시부터 일요일 24시까지 해열제 및 감기약 주간 생산·수입 현황을 보고하고 있다. '대란'이나 '품귀' 사태가 벌어진 품목의 유통 및 공급 관리는 식약처가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매번 택했던 방식 중 하나다. 식약처는 코로나19가 유행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마스크 유통 및 공급 관리를 하고 있으며, 최근 자가검사키트에 이어 감기약까지 생산 및 수입, 재고량 현황 등을 파악 중이다. 하지만 유통 및 공급 관리를 강화한 데 반해 제약회사들을 위한 현실적인 지원책은 미비해 보인다. 김강립 식약처장과 김진석 차장, 이승용 서울식약청장은 번갈아 가며 각각 대원제약, 삼일제약, 한국유니온제약을 방문해 감기약 등의 생산량 증대를 요청했다. 현재 제약회사들은 감기약 생산증대를 위해 2, 3교대 근무를 하면서 공장을 24시간 풀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제약회사들은 격려 방문보다 현실적인 지원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달 15일 식약처가 정기 약사감시 대상 제약회사의 약 20%는 불시점검을 진행한다고 밝히면서 제약업계가 반발한 적이 있었다. 감기약 생산계획을 잡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불시감시까지 대비해야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피로감을 호소했다. 당초 감기약 생산증대와 정기약사감시를 분리해 업무를 진행하겠다던 식약처는 현실을 고려해 감기약 수급 안정화 품목 제조업체의 정기약사감시를 서류점검으로 대체하고 행정처분 등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덕분에 제약회사들은 한 숨 돌리게 됐다. 이와 함께 최근 지적되고 있는 감기약 원료 수입을 위한 지원책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증대를 위해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지만, 당장 2분기부터 원료가 모자라 감기약을 생산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감기약에 주로 쓰이는 코데인 성분이 마약류로 지정돼 식약처가 제약회사에 원료의 양을 배정해주고 있는데, 현재로선 원료 부족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식약처가 제대로 된 해열제 및 감기약 유통 및 공급 관리를 위해선 생산증대를 요구하기보다 제약회사가 현실적으로 원하는 방안을 지원하는 게 더 필요해 보인다.2022-04-05 16:47:29이혜경 -
[기자의눈] 혁신 신약의 상용화, 벌어지는 기술격차[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지난달 면역항암제 키트루다가 비소세포폐암 환자 1차 치료제로 급여 등재된 데 이어 이달에는 최초의 CAR-T(chimeric antigen receptor-T cell therapeutics) 킴리아가 보험 급여를 받았다. 환자 면역을 활용한 혁신 치료제들이 국내에서도 잇따라 상용화에 성공한 것이다. 두 약물의 급여등재는 의미가 남다르다. 건강보험 재정 측면에서는 초고가 약물의 진입이 현실화되면서 합리적인 재정 운용에 대한 숙제를 남겼다. 반면 의료진과 환자 입장에서는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 약물의 등장으로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는 기대를 낳고 있다. 키트루다같은 면역항암제는 면역세포(T세포)를 비활성시키는 특정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차단해 T세포가 암세포를 보다 잘 인식하게 만든다. CAR-T는 환자의 면역세포를 채취해 특수 수용체를 장착시켜 다시 환자 몸 안에 넣어 T세포의 공격을 피하는 암세포를 찾아내 사멸한다. 기존 항암제들이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반면 면역항암제나 CAR-T는 면역체계를 활용해 암을 치료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더욱이 특정 영역에서 높은 치료효과를 입증하고 있어 앞으로 항암 치료를 이끌 차세대 약물로 각광받고 있다. 이처럼 높은 치료효과를 보이는 차세대 약물이 비록 고가이지만, 국내에도 상용화됐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국가가 나서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시킨다는 국내 제약산업을 돌아볼 때 글로벌과 점점 기술격차가 벌어지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해외 빅파마들이 면역항암제와 CAR-T를 서둘러 상용화하면서 기술격차가 한 세대 더 벌어진 느낌이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도 물론 면역항암제와 CAR-T 개발에 나서고 있으나 상업화 성공을 모색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미 상업화를 끝내 가장 윗순위 약물로 성장시킨 빅파마와는 수준 차이가 크다. 개발 가능성만으로 제약·바이오주에 몰리는 투자자의 기대와 달리 냉정하게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더 뒤처지고 있다는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 새로운 정부도 제약·바이오 산업에 적극 투자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어떤 경쟁력을 가진 산업으로, 어떻게 투자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은 없는 것 같다. 현 정부나 새로운 정부도 오로지 대기업이 뛰어든 바이오시밀러가 해외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고, 해외 개발 코로나19 백신이 위탁 생산처로 국내 제약기업을 찾는다는 데 고조돼 근시안적 육성책만 갖고 있는 것 같다. 의약품 산업 전체적으로 해외 선진국과 기술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상황에서 이를 좁히려는 범정부적인 사고는 부재하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국내 제약 산업에 대한 진단은 단기 성과에 대한 환호와 기대보단 철저한 반성과 부족함을 깨닫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세계 최초로 세포치료제가 탄생했을 무렵 중장기적인 육성 지원이 있었다면 우리도 CAR-T의 흉내라도 내지 않았을까.2022-04-04 18:30:28이탁순 -
[데스크 시선] 약사회, '내로남불' 하지 않으려면[데일리팜=강신국 기자]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있다. 정치권에서 줄곧 회자되는 말인데 이중잣대를 비판적으로 일컫는 한국식 신조어이다. 최광훈 대한약사회장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약사회 대선 정책건의서에 한약사 문제와 성분명 처방이 왜 빠졌냐"며 당시 김대업 집행부를 강하게 성토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18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당시 최광훈 후보는 "약사들이 가진 관심도나 중요도 우선순위로 보면 약국 현장에서나 모든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내용은 당연히 한약사 문제, 성분명 처방, 동일성분조제 활성화, 불용재고약 문제 등"이라며 "이 내용이 (정책건의서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언급조차 없었다는 사실은 과연 정책공약 이행률 10% 미만인 현 집행부의 한계일 수밖에 없어 회원의 한사람으로서 통탄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김대업 집행부는 실제 공약 채택이 우선이라며 직능 간 갈등 요소가 큰 한약사 문제와 성분명 처방을 제외하고, 야간공휴일 의약품 서비스 이용 개선, 전자처방전 안심사용 환경조성, 장기 처방 환자 안전을 위한 처방전 재사용 도입, 요양병원 의약품 안전사고예방 등을 제시했다. 좋은 쪽으로 해석하면 공약 반영이라는 실리를 챙기기 위한 정무적인 판단일 테고, 다른 쪽에서 바라보면 대선이라는 빅 이벤트에서 주요 이슈가 누락된 것 아니냐는 비판론도 나올 수 있다. 시계를 지난달 29일로 되돌려보자. 최광훈 회장은 상근 임원들과 함께 권덕철 복지부장관을 만나 정책건의서를 제출했다. 새 집행부가 정부에 전달한 첫 제안서다. 주요 의제는 ▲조제약 전달체계 개편과 약국 감염 예방관리료 신설 ▲규제샌드박스 화상투약기 실증특례 실시 반대 ▲의약품 수급 불안정 해소와 대체조제 사후 통보 절차 간소화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 조치 중단 ▲처방약 장기품절 및 공급 불안정 대책 ▲지역약국 약료 데이터의 디지털 헬스케어 정책반영 ▲보건의료 분야 ICT 규제 샌드박스 제도개선 ▲지역사회 약료(방문약료) 제도화 등 약사의 전문성 및 역할 강화 등 8가지다. 최광훈 회장이 선거운동 내내 해결사를 자임하며 내세운 한약사 문제 해결과 성분명 처방은 왜 건의서에 없을까? 다시 좋은 쪽으로 해석하면 바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제나 시급한 현안을 정무적인 판단에 따라 추렸을 것이다. 여기에 새 정권이 취임하면 다시 정책건의서를 제출하겠다는 의중도 깔려 있다고 분석해 볼 수 있다. 다른 쪽에서 바라보면, 한약사와 성분명 처방을 해결하겠다며 당선된 집행부 정책 노선의 후퇴 아니냐는 비판도 가능하다. 모든 정책적 판단이나 행위는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해야 하고, 그 책임은 결정권자가 진다. 약사회 신임 집행부는 한약사 문제는 물론 성분명 처방, 배달앱, 비대면 진료, 화상투약기 등 전임 집행부 이슈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최광훈 회장은 이제 외로운 길을 걸어야 한다. 회무가 내로남불이 되지 않도록 산적한 현안에 대한 속도감 있는 대처와 그에 걸맞는 성과로 약사들이 환하게 웃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2022-04-04 00:10:27강신국 -
[데스크 시선] 톡신 소송과 저스티스 리그[데일리팜=노병철 기자] 근대 정치철학의 대가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핵심은 국가·민족·역사적 습속에 기반한 보편타당한 사회적 정의 실현으로 압축할 수 있다. 몽테스키외는 법의 일탈 경향을 저지하기 위해 두 가지 해결책을 제시했다. 첫째는 자연법 즉 실정법 이전 정의의 관계로 돌아가는 것이고, 둘째는 절도의 정신을 부활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삼권분립과 정치·경제에 기초한 헌정체계를 발견함으로써 국민·민족정신에 근간을 둔 총체개념을 통해 법의 정체·퇴보·오류를 충분히 수정해 나갈 수 있음을 역설했다. 입법 취지와 행정의 집행·실현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99.99% 완벽할 수는 없다. 역사와 시대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도 같아 영속적 정반합적 변증의 과정을 통해 수정·보완됨은 숙명이자 진리로 받아들여진다. 100년 남짓 우리나라 보건의료·식약행정은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 끝에 A7 국가들과 이제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 수준에 올라서 있다. 오직 국민보건 향상과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온 전현직 보건복지부·식약처 공무원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런데 최근 발생한 보툴리눔 톡신제제와 관련한 행정집행은 그동안의 방향성과 궤를 달리하고 있어 사뭇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11월 휴젤·파마리서치바이오 톡신 6개 제품에 대한 허가취소 및 판매정지 행정처분을 들 수 있다. 식약처의 행정처분 이유는 국내 무역업자를 통한 생물학적 제제 간접수출 불인정과 수출용 의약품에 대한 국가출하승인 미검수 등이다. 의약품 취급 미인가 수출 대리업체의 국내 유통 정황도 이 같은 행정처분을 내린 이유라는 것이 식약처의 입장이다. 하지만 해당 톡신업체들은 합법성을 역설, 즉각 행정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행정법원은 이를 받아 들였다. 가처분 인용으로 휴젤·파마리서치바이오 톡신 제품은 정상적으로 시중에 유통·수출되고 있다. 더욱이 이번 식약처 처분은 제품의 안전·유효성 등 품질 이슈와는 절대적으로 무관하다는 것이 톡신업계의 일관된 목소리다. 예고 없이 이뤄진 날벼락 행정집행으로 시장은 한때 혼란에 빠지기도 했지만 악재 속에서도 보툴렉스 등은 유럽 론칭이라는 쾌거를 이루며 K-톡신의 가능성을 증명해 내기도 했다. 여기서 가장 반가운 소식은 보건복지부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한국제약협동조합 등 헬스케어분야 정책·제도 최고컨트롤타워 부처와 산업생태계를 대표하고 있는 단체 모두가 간접수출에 대한 법리학적 합법성에 깊이 공감하고 있는 점이다. 특히 식약처의 관점대로 국내 무역업체를 통한 톡신 간접수출이 불법일 경우 여타 상당수 토종제약바이오기업들의 일반약·전문약 동일루트 수출 역시 불법으로 간주돼 약사법·대외무역법 해석·집행의 붕괴를 초래할 소지도 크다. 법원의 사실확인 조회에 대한 정부부처의 의견, 식약처에 건의문·공문을 제출한 제약바이오업계 단체들의 입장은 간접수출의 적법성에 방점을 둔다. 우선 대외무역법에 따른 간접수출이 약사법상 판매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인데, 의약품 등의 수출은 약사법 적용범위가 아니다. 1991년 약사법 개정 당시 '수출입업 허가제'를 폐지하면서 수출을 삭제했기 때문이다. 약사법·대외무역법 등 이중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의약품 등의 수출입업허가제를 폐지, 의약품 수출을 대외무역법으로 이관했다.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의약품 판매 위반(약사법 제53조제1항)도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식약처는 국가출하승인제도의 안정적 시행을 위한 질문집(FAQ·2012. 6. 18)을 통해 수출을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은 국가출하승인대상이 아니라고 안내해 왔다. 한글표시기재를 하지 않은 의약품 판매 위반도 국내 무역수출상 등을 통한 간접수출을 국내 판매로 해석함으로써 발생한 법 적용 오류로, 수출을 목적으로 제조하는 의약품의 표시기재를 한글로 한다는 것 또한 비상식적이다. 의약품취급자가 아닌 자에 대한 의약품 판매도 제조사와는 무관하다. 대외무역법상 제약사는 의약품을 수출대리인에게 전달할 수 있다. 실적 부풀리기식 상호결탁 국내 유통은 일벌백계 본보기로 삼아야 하지만 이번 건은 그렇지 않다. 일부 제품이 국내 유통됐더라도 해당 수출상에게 책임을 물으면 끝날 일이다. 약사법·식약행정의 올바른 접목은 어려운 분야다. 오인·과잉집행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그렇지만 명백한 행정착오가 있다면 수정이 원칙이다. 식약처는 이번 톡신사태에 대한 행정처분 철회로 이 시대 법의 정신을 완성하라.2022-04-01 06:10:33노병철 -
[기자의 눈] 경동제약 투톱 경영에 숨겨진 의미들[데일리팜=이석준 기자] 경동제약이 2017년 3월부터 유지되던 오너경영 체제를 5년 만에 내려놓았다. 오너 2세 류기성 단독대표에서 김경훈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추가해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경동제약의 투톱 경영은 여러 의미를 갖는다. 먼저 말 그대로 경영 효율성 증대다. 각자대표는 공동대표와 다르게 각자가 단독으로 의사 결정이 가능하다. 빠른 결정으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번째는 류기성 대표가 향후 사업 방향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류 대표는 젊은 후계자다. 1982년생으로 올해 만 40세다. 경동제약 경험이 18년 정도로 풍부하다. 해당 기간 회계 등 일부 부서만 빼고 대다수 부서를 경험했고 이 과정에서 회사의 장단점을 꿰뚫고 있다. 이런 류기성 대표의 선택은 각자대표 체제다. 그리고 한 자리에 CFO를 배치하며 최근 진행하고 있는 타법인 투자 등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사업 비전을 보다 명확히 제시하며 기업 가치를 어필한 셈이다. 실제 경동제약의 최근 투자는 활발하다. 올해 초 악효지속형 바이오의약품 개발 벤처기업 아울바이오(AULBIO)에 20억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퇴행성 뇌질환 유전자 치료제 전문기업 에이앤엘바이오(ANLBIO)에 30억원 규모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12월에는 혁신신약 및 원료의약품 개발 전문기업 헥사파마텍에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 2020년에는 스마트 대한민국 경동킹고 바이오펀드에 110억원을 출자했다. 류기성 대표의 투톱 체제 전환에 따른 투자 활동 강화는 재무건전성에 대한 자신감 표현으로 봐도 무방하다. 경동제약은 지난해 말 기준 순부채 -301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사실상 무차입 경영에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120억 포함) 302억원이 더해진 결과다. 2020년 7월 화성공장에서 만난 류기성 대표는 2025년 목표를 묻는 질문에 '매출 5000억원 도달이 아닌 5000억원 기반 마련'이라고 답변했다. 2년 가까이 흐른 현 시점. 류기성 대표는 5000억원 기반을 위해 투톱 체제로 과감한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오픈이노베이션 사업을 강화했다. 류기성 대표의 시선은 이미 2025년에 맞춰져 있다.2022-04-01 06:09:42이석준 -
[기자의 눈] 감기약 품절 원인, 공급 부족만은 아니다[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사상 유례 없는 의약품 품절 사태에 약국은 대혼란에 빠져있다. 상기도 감염 계열 의약품은 씨가 말라가고 있고, 환자가 약이 없어 거리를 헤맬 날이 멀지 않았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눈 앞에 닥친 감기약 품절의 근본 원인은 절대적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루 30만~40만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고, 재택치료 대상자가 170만명을 넘어간 상황에서 의약품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기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생산 부족 이외 의약품 품절을 가중시키는 또 다른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와 재택치료 아래서 무분별한 처방으로 낭비되는 의약품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현행 재택치료 대상자는 자가격리 기간이 7일로 지정돼 있고, 무상으로 처방의약품이 투약되고 있다. 이들 환자에 자가격리 일수를 초과해 치료 약을 처방하는 병·의원이 적지 않지만, 이에 대해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제한이나 제재 역시 전무하다. 더욱이 비대면 진료, 약 배송 어플 사용이 활발해지면서 한 환자가 여러 병·의원에서 처방을 받아 같은 약을 수차례 조제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결국 같은 환자가 불필요하게 중복 조제를 받고 있지만, 이 역시 제한은 없다. 약사들은 이런 상황이 곧 현장에서 진짜 약이 필요한 환자에게 약을 투약하지 못하는 상황을 유발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나아가 중복 투약으로 인한 부작용, 오용 등의 문제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선 눈을 감은 듯 하다. 연일 감기약 생산 제약사를 찾아가 생산을 독려하고 위로할 뿐이다. 정부는 특정 의약품의 씨가 말라가는 현 시점에서 경증 재택치료 대상자에 대한 처방 일수 제한이나 환자의 중복 처방· 투약 방지, 대체조제 사전 동의· 사후통보 한시적 간소화 등을 약사사회의 단순 주장으로만 인식해서는 안될 것이다. 적어도 국민이 약을 조제받지 못해 길을 헤매는 상황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2022-03-30 17:42:13김지은 -
[기자의 눈] '껄무새'가 된 정부의 방역 대책[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요즘 주식 투자자들이 즐겨 쓰는 신조어 중에 '껄무새'라는 말이 있다. 후회할 때 쓰는 '~할걸'과 같은 말을 반복하다는 의미의 '앵무새'를 합친 용어다. '그때라도 살걸', '수익 났을 때 팔걸' 등 미리 사거나 팔지 못하고 매번 후회하는 개인 투자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지금 정부의 방역대책도 '껄무새'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1월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에 이어 3월 감기약, 해열제 등 호흡기질환 치료제까지 올해 방역 대책으로 벌써 두 번의 품절 대란을 겪었다. 올 초 방역 정책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다급히 기업들에게 생산 확대를 요청했지만 며칠 만에 뚝딱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자가진단키트의 경우 작년까지만 해도 정부는 검사의 신뢰도를 언급하며 사용을 꺼렸다. 허가는 받았지만 약국에서 거의 팔리지 않아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자연스레 업체들은 내수용을 최소화하고 수출용 생산을 늘렸다. 그런데 갑자기 정책 변경으로 정부로부터 대량 생산을 요구받게 됐다. 수출용을 내수용으로 돌리고, 덕용 제품을 한시적으로 포함해 겨우 생산량을 맞췄으나 대부분 정부가 물량을 가져가면서 시중에서는 키트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키트를 소분하는 작업과 오락가락 하는 가격으로 일선 약국은 아수라장이 됐다. 소비자도 키트를 구하기 위해 약국과 편의점을 전전해야 했다. 감기약 등 호흡기질환 치료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애초 호흡기질환 치료제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기업이 많지 않은 데다 예년보다 올해 목표 생산량을 일제히 줄인 상태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기업들은 급작스럽게 품절 폭탄을 맞았다. 이번에도 정부는 문제가 터지자 부랴부랴 제약사들을 불러모으고 공장을 방문해 생산 확대를 요청하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섰다. 역시 많은 생산량이 정부 물량으로 들어가면서 약국에서는 여전히 약을 찾아볼 수 없다. 정부의 안일한 정책 판단은 제약 업계 전체에 혼란을 일으켰다. 제약사들이 감기약 생산에 몰두하느라 다른 약을 만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품절 사태가 감기약과 관련 없는 다른 약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뒤처리는 약을 구하지 못하는 약사들과 수많은 문의를 처리해야 하는 제약사 직원들의 몫이 됐다. 정부는 작년 중반쯤부터 위드 코로나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오미크론 변이 등 여러 변수로 전환 시기는 조정됐지만 위드 코로나로 전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들을 철저하게 시뮬레이션 했다면 충분히 사전에 비축분을 준비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 여겨진다. 고위험군이 아닌 사람들이 자가진단키트로 1차 검사한다면 키트 수요가 늘 것이고, 경증 확진자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감기약이나 해열제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란 전망이 그렇게 어려운 예측은 아니라고 본다. 정부의 방역대책을 보며 과거를 후회하는 껄무새가 떠오르는 일이 더 이상 없길 바란다.2022-03-30 06:15:03정새임 -
[기자의 눈] 화상투약기, 대면 원칙 깨는 단초되나[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지난 주 약사사회를 뜨겁게 달군 이슈를 꼽자면 단연 일반약 원격 화상투약기를 지목할 수 있다. 정부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화상투약기에 대한 재논의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3일 대한약사회와 화상투약기 제조업체인 쓰리알코리아, 복지부 등과 사전회의를 열고 쟁점 조율을 시도했다. 3시간 가량 회의가 진행됐지만 약사회와 쓰리알코리아 측이 대화의 접점을 찾지 못했고 입장차이만 확인했다는 게 참석 당사자들의 얘기다. 다만 ▲약사 한 사람이 자판기를 설치한 여러 약국을 동시에 관리하는 게 맞는지 ▲원격 상담시 처방약과 중복복용에 대한 약료 검토가 필요한 상황에서 데이터 연계가 가능한지 ▲한 사람이 여러 자판기를 운영할 때 제품 구성이나 판매가격 설정 등에 대한 약국 간 담합 문제 등 쟁점이 됐던 사안들만 가지고 추가 회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추가 회의는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 중 진행될 예정으로 참석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가급적 많은 심의위원들이 직접 배석해 사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판단 근거를 마련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약사회는 원격화상투약기 도입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화상투약기가 의약품 대면 판매 원칙 훼손과 의료영리화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약사회가 화상투약기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면 원칙'을 깨뜨리는 첫 단초가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약사법 제50조 제1항은 약국개설자 및 의약품판매업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약사와 환자가 약국이라는 공간에서 직접 대면해 의약품을 판매, 복약지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대법원 2008도3423)과 헌법재판소 판례(2005헌마373)를 통해서도 의약품의 대면 판매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의료법에서도 의사와 의사 간 화상 진료를 허용할 뿐, 의사와 환자 간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로 인한 한시 조치나 재외국민 등 제한적 범위에서만 허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원격화상투약기 도입 시 약국은 장소만 임대(제공)하는 역할에 그치고 기기의 실질적인 운영과 관리, 비대면 화상상담을 진행하는 약사의 고용(비용절감을 목적으로 약사 1명이 수십대 화상투약기로 화상 상담)까지 전 영역에 있어서 업체가 실질적인 관리 주체가 될 수밖에 없다 보니 이는 보건의료산업에 영리법인 허용(3자 자본투자)의 길을 열어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단순히 의약품을 화상투약기로 판매한다는 측면을 넘어 대면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대목이다. ICT 규제샌드박스를 운영하는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는 과기정통부장관을 위원장으로 심의 안건 대상 관계부처 차관(6명), 학계, 산업계, 법조계, 소비자 단체 민간위원(13명) 등 총 20명으로 구성된다. 내달 심의위원회에 화상투약기 안건이 상정될 경우 관련 법률에 따라 표결을 진행, 과반수 쪽으로 추진 또는 보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물론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화상투약기를 통한 일반약 판매 현황과 효과 등 쓰리알코리아 측이 기대하는 실증 효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약사사회의 관심과 협조, 필요성 등이 우선시돼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모쪼록 화상투약기가 시작이 돼 환자와 약사 간 대면 원칙이 무너지는 일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2022-03-28 15:41:29강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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