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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프로바이오틱스 먹은 초파리, 26일 더 산다"늙지 않으며 아프지 않고 사는 것은 인류의 오랜 염원이었다. 건강과 젊음을 유지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일화를 남겼다. 그 옛날 진시황은 불로초의 존재를 믿으며 동남동녀 수 천명을 각지에 보냈고, 알렉산더 대왕은 청춘의 샘을 찾아 헤매지 않았던가.과학의 발전은 이 풀지 못한 염원을 현실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 줄 것처럼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그러나 과학으로 입증된 무병장수의 방법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과학자들이 말하기를, 수명에 영향을 주는 유전적 요인은 25~30% 정도라고 한다. 나머지 70% 이상은 생활 습관이나 외부적 요인과 관계가 깊다는 것이다.평소 소식(小食)을 하거나 긍정적인 태도로 삶을 대하고 배우자나 이웃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등 여유를 잃지 않는 생활 태도를 유지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 수명이 더 길다고 한다.과학과 수명을 논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염색체의 끝 부분을 뜻하는 텔로미어(telomere, 말단소립)이다. 세포의 노화가 진행될수록 텔로미어의 길이는 점점 짧아진다. 짧아지는 텔로미어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적절한 운동을 통해서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시간을 늦추는 것은 가능하다고 한다(Tucker LA, Prev Med., 2017).최근 제 2의 장기라고 불리는 장내 미생물 또한 인간의 수명 및 장수와 관련이 깊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인간의 장 속에는 성인 기준 약 2kg 정도의 미생물이 공존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중 유익균들은 인간이 분해하지 못하는 섬유질 등의 분해를 돕고 인체에 유익한 짧은 사슬 지방산(SCFAs; short chain fatty acids)을 생산해 건강한 장 환경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장내 미생물과 수명의 연관성은 물고기와 초파리 연구를 통해서 증명된 바 있다.연구팀은 초파리 집단 A와 B 중 한쪽에만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를 섞어 섭취하도록 했다. 프로바이오틱스·프리바이오틱스 혼합물을 섭취하지 않은 A 초파리는 평균 40일 정도 생존했지만 혼합물을 섭취한 B 초파리는 26일을 더 살아 수명이 6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인슐린 내성, 염증 및 산화 스트레스 같은 노화와 관련된 만성 질환으로부터 보호되는 것이 관찰됐다.물고기 연구의 경우 평균수명이 6개월 정도인 킬리피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6주차 킬리피쉬의 배설물을 먹이로 만들어 10주차 킬리피쉬에게 섭취하도록 한 결과, 6주차 킬리피쉬의 장내 미생물을 섭취한 킬리피쉬가 섭취하지 않은 개체보다 활동량이 더 많았으며 수명도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뿐만 아니라 실험에서 먹이로 사용된 6주차 물고기의 장내 미생물이 다양성도 크고 유익균의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청년 킬리피쉬의 장내 미생물을 중년 킬리피쉬에게 이식함으로써 장내 미생물이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최근 건강한 사람의 대변 속 장내 미생물을 내시경이나 관장을 통해 환자의 장 속에 투입하는 대변이식술(FMT; Faecal Microbiota Transplatation)이 신의료기술로서 각광받고 있다. 현재는 난치성 대장질환인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CDI; Clostridium difficile infection) 환자에게만 시행할 수 있다.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장염은 항생제가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 상태를 유발하는 설사병인데, 노령 인구가 많아지고 항생제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발병률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앞서 초파리와 킬리피쉬 연구를 바탕으로 무척추동물인 초파리뿐만 아니라 인간과 같은 척추동물인 물고기를 통해서도 장내 미생물의 군집 상태, 장 환경 등이 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장내 미생물과 수명이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확인된 지금,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젊고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이식받음으로써 젊음을 유지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2018-08-20 12:30:59데일리팜 -
[데스크시선] 의약계 영리화 '물꼬' 법안들 우려된다정치권이 논란의 중심에 있는 대표적인 영리·산업화 법안을 이달 안에 줄줄이 처리하기로 하면서 의약계에 또 다시 의료영리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최근 여야가 이달 처리를 합의한 법안 중 문제의 법안은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이다. 의약계에는 의료영리화 법안으로 인식되면서 보건의료인을 비롯해 학계와 시민사회단체에서 그간 극렬한 비판과 반대가 이어진 법안이기도 하다.특히 이번 도마 위에 오른 규제프리존법의 경우 지역특화발전특구규제특별법과 규제프리존특별법, 규제특례 3법을 병합한 것이다. 이 중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이 발의한 '규제특례 3법'에서 '지역특화발전규제특례법'은 의료기관 뿐만 아니라 약국 임대업 등 부대사업, 제약·바이오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우려가 다분하다.규제프리존법과 서발법은 박근혜정부 시절 '규제 기요틴'이라는 명명 하에 적극 추진됐던 법안들이다. 이들 법안은 의료, 환경, 교육 등 민생과 직결된 분야에서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만든 각 규제를 영리 목적으로 풀어 시민의 생명과 안전, 공공성을 침해한다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실제로 서발법안과 규제프리존법안은 영리와 기업의 이익을 앞세우는 경제 단체와 경제 전문가들이 시급히 통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법들이었고, 경제적 이익의 틀 안에 요양기관 등 보건의료산업이 포함돼 맹렬한 비난과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당시 규제 기요틴 바람과 함께 불거졌던 진주의료원 폐원 사태는 지금에 와서도 의료영리화 정책이 공공의료를 얼마나 위협하는 지 여실히 보여줬다.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들 법안은 여당에 의해 적폐청산으로 규정지어져 수그러드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번에 여야가 이달 내 우선 처리할 사안에 이 법안들을 포함시키면서 또 다시 논란이 되풀이 될 조짐이다.국민의 건강, 생명과 직결되는 요양기관과 제약산업은 사실상 공공재로서 그 가치를 지니고 있다. 즉, 보건의료·제약산업 분야의 최종 목표는 특정 산업의 영리적 이익 극대화가 아닌 공공재로서의 가치 창출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따라서 규제프리존법과 서발법을 바라보는 정치권, 여야의 시각은 여기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정부가 보건의료 서비스 발전과 제약산업 발전을 지원·육성하는 것은 해당 기관 또는 기업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보다 이들의 발전, 곧 의료·제약 강국이라는 목표 달성을 통해 궁극에는 국민의 건강한 삶, 생명 연장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2018-08-20 06:30:00김정주 -
[기자의눈]줄세우기 돼버린 국내 첫 환자경험평가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10일 야 심차게 의료서비스 환자경험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환자경험평가는 국민의 관점에서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평가하고, 향후 의료기관들이 환자 중심의 의료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걸 목표로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국 이번 환자경험평가는 또 다른 평가라는 이름의 병원 '줄 세우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이번 평가 결과를 어디에, 어떻게 쓰겠다는 구체적인 계획 발표도 없었다. 조사 연구용역 입찰부터 발표까지 전 과정에 참여한 심평원은 환자 스스로 의료기관에서 체험한 서비스를 평가할 수 있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평가 점수에 대한 객관성, 그리고 향후 조사가 지속될 경우 평균보다 점수가 높은 의료기관의 인센티브와 낮은 기관에 대한 디스인센티브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다만 향후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선 해당부서에서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번 환자경험평가를 위한 조사 연구용역에 쓰인 예산만 해도 2억5400만원에 달한다.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될 때는 조사 결과를 정책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까지 마련해 놨어야 한다고 본다.평균 점수 83.9점에도 의문점이 있다. 지난해 7월 17일부터 4개월 동안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92개소를 방문한 환자 1만4970명이 조사에 응했다. 공개된 평균 점수는 83.9점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아니, 심평원은 직관적으로 낮지 않은 점수라는 평가까지 내렸다. 하지만 환자는 100점 만점으로 점수를 주지 않았다. 문항에 따라 4점 척도 또는 11점 척도가 적용됐다. 4점 척도는 4가지 답에 따라 0점, 33점, 67점, 100점으로 분류된다. 4점 척도에서 '보통'이라고 답만 해도 67점을 받을 수 있다. 과연 1차 환자경험평가에서 내놓은 평균 83.9점이라는 점수가 과연 환자들 또한 '인정할 만한' 점수일지부터 의문이다.심평원은 이번 평가 결과를 공개하면서 구체적으로 1위 병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92개 의료기관의 평균 점수와 간호사 서비스, 의사 서비스, 투약 및 치료과정, 병원환경, 환자권리보장, 전반적인 평가 등 6개 영역별 점수를 공개했다. 영역별로 세분화해 모든 의료기관의 점수를 공개하는 만큼, 전체 평균 1등이 있을법도 한데, 심평원은 끝까지 노코멘트 했다. 이번 평가 결과를 100점 점수로 환산해 발표해놓고, 1등은 꼽을 수 없다고 했다.하지만, 이번 환자경험평가 조사 대상이 된 의료기관은 이번 평가 결과를 대외 홍보에 백분 활용하고 있다. 6개 평가 결과에서 5개 평가 결과 점수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중앙대병원은 포스터까지 자체 제작해 홍보에 나섰다. 1등 점수를 거머쥐지 못한 다른 의료기관들은 2등, 3등의 점수를 나름대로 '최우수 점수'라고 보고 홍보를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지역별로 1등을 골라 홍보하는 병원까지 나타났다.하지만 상위권 점수에 랭크되지 못한 병원들은 환자경험평가가 심평원이 실시하는 의료서비스 질 평가와 마찬가지로 또 다른 평가로 다가온다고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 물론 이번 환자경험평가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됐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 하다. 하지만, 준비과정부터 발표까지 1년이 넘게 걸렸던 기간에 비해 평가 결과에 대해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나 디스인센티브에 대한 구체적인 후속조치가 마련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2차 환자경험평가에서는 의료기관 줄 세우기가 아닌, 환자들의 소중한 평가 결과가 제대로 쓰일 수 있는 완성된 정책 대안을 가져올 수 있길 기대해 본다.2018-08-20 06:29:50이혜경 -
[칼럼] 보톡스 변신은 무죄…기원과 치료제의 역사적지 않은 나이에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때 우리는 의례 생각한다. "보톡스 맞았나? 얼굴에 주름 하나 없네?!" 라고. 미용의 대명사처럼 알려진 '보톡스'는 미국 제약사 '엘러간(Allergan)'이 '보툴리눔독소'로 만든 제품명이다.국내·외 여러 회사가 제조한 보툴리눔독소들이 많지만 일반적으로 보톡스로 통칭된다. 콜라를 '코카콜라'로 문구용 테이프를 '스카치 테이프'로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보툴리눔독소지만 그 기원과 다양한 쓰임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보톡스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세균이 만들어 낸 독 성분을 정제한 것이다. 복어독보다 독성이 강해서 100g 정도로 전 세계 인구를 죽게 할 수 있다. 보툴리눔 균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사람은 200여년전 독일 내과의사 케르너(1786~1862)였다. 그는 식중독 증상으로 사망한 사람들이 보관이 잘 되지 않은 소시지나 통조림을 먹고 사망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보툴리눔균과 그 독소의 실체를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소시지독이 신경마비 증상을 일으키는 작용이 있으며, 이를 활용해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다(보툴리눔독소증, Sausage Poisoning).1895년 벨기에 미생물학자 에르멘젬 교수는 소금에 절인 생(生) 돼지고기와 이를 먹고 죽은 환자의 조직에서 균을 분리해 '바실리우스 보툴리누스'(Bacillus botulinus, 나중에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Clostridium botulinum)으로 명명됨)라 칭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히 보고된 보툴리눔 중독도 진공포장 된 소시지를 날 것으로 먹은 뒤 발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1, 2차 세계대전 중에는 맹독성이 있는 보툴리눔독소가 생화학무기로 쓰일뻔 했다. 독소 치사율이 일정하지 않고 쉽게 활성을 잃어버리는 성질 때문에 결국 실전에는 사용하지 못했지만 보툴리눔독소 정제·추출법이 발견되는 등 독소 생산 기본 토대가 이뤄졌다. 보툴리눔독소의 정확한 작용기전은 1950년대 브룩스 박사에 의해 밝혀졌다. 그는 보툴리눔 독소는 운동 신경 말단에서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억제해 근육을 이완한다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의학적 사용의 과학적 근거를 획득했다.보툴리눔독소를 실제 환자 치료에 사용하는 계기를 만든 사람은 미국 안과의사 스콧박사다. 1970년대 초 그는 수술하지 않고 사시(斜視, squint, 두 눈의 시선이 정렬되지 않고 다른 지점을 바라보는 시력장애)를 치료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어느 날 친구였던 샨츠 박사가 닭다리 근육을 마비시키는데 보툴리눔독소를 사용하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된 그는 원숭이의 바깥 눈 근육(외안근)에 보툴리눔독소를 주입해 사시 증상이 완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1970년대 후반 제약사 오쿨리넘(1991년 엘러간社가 인수)을 창립하고 임상시험을 통해 이 독소를 의약품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1985년부터 안검경련(眼瞼痙攣, blepharospasm, 눈깜빡임이 조절이 안되는 증상)이나 목 근육이 과도하게 수축돼 목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사경(斜頸, torticollis)과 같은 근긴장 이상의 치료에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1989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은 12세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사시나 안검경련 등 근긴장 이상과 관련한 질환의 치료에 보툴리눔독소(제품명: 보톡스) 사용을 승인했다. 생화학무기로 연구되던 보툴리눔 독소가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는 의약품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한편 보툴리눔독소의 미용 목적 사용은 우연한 계기로 시작됐다. 1987년 캐나다 안과의사 카루터스 박사는 안검경련 환자로부터 "보툴리눔독소를 맞으면 경련증상이 좋아지기도 하지만 주름이 사라진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그녀는 피부과 의사인 남편과 함께 임상시험을 통해 주름 개선을 입증하고 1991년 미국피부과학회에 결과를 발표했다. 사람들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미친 짓이라는 혹평까지 했다. 그러나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부부의 노력 덕분에 2002년 미국 FDA는 보툴리눔독소를 미간 주름 개선에 사용하도록 승인했다.또한 미국의 한 성형외과 의사는 주름살 개선을 위해 보툴리눔독소를 맞는 사람에게서 두통이 줄어든 다는 것을 발견했다. 엘러간은 이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보톡스가 만성 편두통을 줄여준다는 사실을 입증했고, 2010년 FDA로부터 그 효과를 인정받으면서 하루 4시간 이상(또는 월 15일 이상) 편두통에 시달리는 환자에게 보톡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현재까지 보톡스는 편두통 외에 경부근긴장이상증 (2000년), 겨드랑이 다한증 (2004년), 과민성 방광치료제 (2013년) 등 사용을 FDA로 부터 승인 받았다.국내에는 1998년에 보톡스가 처음 수입허가 후 유통됐고, 디스포트(Dysport, 1999년) 제오민(Xeomin, 2009년) 등이 수입허가 됐다. 2000년대에 이르러 우리나라에서도 독자적으로 보툴리눔 독소제제를 생산하는 회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6년도에 메디톡스에서 '메디톡신'을 허가를 받는 것을 시작으로 휴젤, 대웅제약에서 보툴리눔독소 제품이 허가됐다. 현재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까지 그 영역을 넓혀 나아가고 있다.이처럼 보툴리눔독소는 흥미롭다. 부패된 통조림 등에서 생겨나 식중독을 일으키는 소시지 독이었다가 생화학 무기로 사시·안검경련 등 근육 이상에 사용하는 치료제로 이제는 주름살을 완화하는 미용 제품으로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다한증이나 편두통 환자에게도 사용되고 있다니 보툴리눔독소의 변신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수 백년간 연구를 거듭하며 포기하지 않은 과학자들의 노력은 보툴리눔독소 변신을 이뤄냈으며, 인류는 조금씩 질병을 정복해 나가고 있다. 보툴리눔독소 변신을 통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질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될까. 보툴리눔독소의 또 다른 변신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다.*상기 내용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제품정보', '보툴리눔 독소증과 실험실 진단(질병관리본부)' 및 '보톡스의 임상적 경험(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 등을 참고·인용 했음.2018-08-17 12:23:10데일리팜 -
[기자의눈] 실효적 유전자분석·임상시험 규제 절실최근 신생 의료 서비스 기업 두 곳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양사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한 곳은 개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 업체였으며, 다른 한 곳은 온라인 임상시험 피험자 모집 정보 제공 업체였다. 그전까지 이런 형태의 사업은 규제로 묶여 있었다.개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는 2016년 민간에 개방됐지만, 12개 유전자형에 한해 허용됐다.온라인을 통한 임상시험 피험자 모집은 법규에는 금지조항이 없지만, 정부기관 해석에 의해 사실상 막혀 있다.양사는 이로인해 제대로 사업을 펼칠 수 없다며 규제완화를 주장하고 있다.이들의 주장이 전혀 근거없는 것은 아니다. 개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는 이미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택배나 편의점에서 이용할 만큼 민간에 개방돼 있다.이 나라 소비자들은 손쉬운 방법으로 자신의 유전자형을 알아보고, 미래 질병에 대비한다. 뒤늦게나마 국내도 개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민간에 개방했지만, 12개 유전자형만 허용함으로써 아쉬움을 두고 있다.소비자가 궁금해하는 암, 치매 등 질병과 성향을 결정짓는 유전자 정보는 여전히 접근하기 어렵다. 물론 개인 유전자 정보와 관련된 보호, 차별 문제 등 선행돼야 할 부분도 있지만, 한국의 개방 속도는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느리다.이미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개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 업체와 손잡고 맞춤형 치료제 개발에 들어갔다. 게놈 분석을 통해 질병을 확인한다면 개인별 치료 성공률의 오차도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하지만 현재처럼 유전자 분석 주체를 의료기관에 의존한다면 산업 활성화와 그에 따른 기술 진보도 뒤처질 것이라는 예상이다.온라인 임상시험 피험자 모집 부분도 지나친 규제다.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임상시험 승인 현황을 온라인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하지만 임상시험이 언제, 어디서 진행하는지 추후 일정은 해당 병원 사이트나 지하철, 신문을 통해서만 공개되고 있다.식약처의 유권해석에 따라 임상정보가 제한적으로 공개 또는 광고되고 있는 것이다. 임상시험을 다루는 의료기관의 IRB도 식약처의 유권해석에 따라 피험자 모집의 온라인 공개를 꺼리고 있다.이에 능동적 임상시험 참여 비율이 낮다. 대부분 피험자는 광고나 홍보가 아닌 의료진의 권유나 입소문을 통해 모집되고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들이 임상시험에 참여하고 싶어도 정보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것이다.임상시험 정보가 외부에 잘 공개되지 않으니, 피험자 모집 미달로 임상시험을 통한 신약 상업화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 임상시험 정보 공개 역시 미국 등 선진국들은 제약을 두지 않고 있다.안전성 확보, 기존 서비스를 진행하는 요양기관과의 갈등 요소 등 면밀한 검토는 필요하다. 하지만 환자와 소비자들이 이득을 얻는다면 보다 적극적인 규제완화를 고민해 볼 만 하다. 그것이 선진국이 시행하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문제가 어렵다고 손만 놓는다면, 앞으로 첨단 의료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도태될 게 우려된다.2018-08-16 12:20:00이탁순 -
[데스크시선] 불순물원료, 제네릭 난립과 무슨 관계인가불순물 함유 발사르탄 사태가 한달이 지나도록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7월 초 중국 제지앙화하이로부터 불거졌던 파동이 한달 만에 또 다른 중국 업체의 원료의약품에도 불똥이 튀었다. 사태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기는커녕 '또 어떤 원료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건 아닌가'하는 불안감마저 확산되는 분위기다.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중 제네릭의 난립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주장이 많이 눈에 띈다. 무차별적인 제네릭의 등장에 따라 미국이나 유럽보다 월등히 많은 100개 이상의 제품이 판매중지를 받았다는 게 그 근거다.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번 발사르탄 사태는 제네릭 난립과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다. 발사르탄 사태의 대책을 논의하려면 먼저 사건의 원인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문제의 발사르탄 원료에서 검출된 발암가능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은 제약사가 의도적으로 넣은 불순물이 아니다. 우연히 외부로부터 혼입되지도 않았다. 최초에 문제 원료를 공급한 제지앙화하이의 경우 2015년 발사르탄의 제조방법을 변경한 이후 제조과정에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NDMA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발사르탄 제조과정에서 주요 중간체인 '비페닐테트라졸'을 제조하는데, 비페닐테트라졸을 합성하는 과정에서 디메틸포름아미드(DMF)라는 용매를 사용해야 하고 테트라졸 형성 이후 아질산을 사용해 급랭시키는 과정에서 NDMA가 생성됐다.NDMA는 발사르탄 원료에서 규격기준이 없는 유해물질이다. 제조업체와 보건당국 누구도 발사르탄의 품질관리 과정에서 NDMA 검출 여부를 들여다보지 않았다. 지금껏 발사르탄 성분의 수많은 의약품이 생산·공급되는 동안 NDMA 검출 원료가 사용된 적이 없다고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식품의약품안전처도 사건 발생 이후 발사르탄 원료에서 NDMA를 검출하는 시험법을 도출했고, 기준치도 새롭게 마련했을 정도다.발사르탄과 유사한 화학구조로 구성된 ARB(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 계열 약물 중 로사르탄, 칸데사르탄, 발사르탄, 이르베사르탄 등도 NDMA 생성의 위험에서 100% 자유롭다고 아무도 얘기할 수 없다.이번 발사르탄 파동이 제네릭 난립과는 무관하게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 불운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 이유다.국내에서 판매중지 조치를 받은 발사르탄 의약품 100여개 모두 식약처로부터 적법한 절차를 거쳐 승인받았다. 식약처가 승인한 원료를 사용했고, 식약처가 합격 판정을 내린 제조시설에서 만들어진 제품이다. 오리지널 의약품도 같은 승인 절차를 거쳤고, 제네릭 개수가 많든 적든 식약처는 동일한 잣대로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만약 오리지널 의약품에서 유사 사건이 발생했어도 제네릭 난립이 원인이라고 지목할 수 있을까. 제네릭 개수가 적은 분야에서 동일 사건이 나타나도 제네릭 난립에 따른 폐단이라고 지적할 수 있을까. 제네릭 개수를 줄이면 규격기준에도 없는 불순물 모두를 예방할 수 있을까.업계 일각에서는 이참에 공동생동 규제를 강화해 제네릭 난립을 막아보자는 분위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고 한다. 현재 무제한 위수탁이 가능하지만 한 번의 생동성시험을 통해 허가받는 제품을 제한하면 제네릭 개수가 줄어들고, 발사르탄 사건과 같은 불의의 사고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공동(위탁) 생동 제한' 규제는 국내 제네릭 의약품의 불신으로 한시적으로 시행한 제도다. 지난 2006년 생동성시험 데이터가 무더기로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총 307개 품목의 허가가 취소됐다. 이른바 '생동 조작 파문'이다. 식약처(당시 식약청)는 제네릭 난립도 생동조작의 원인 중 하나라고 판단, 생동성시험을 진행할 때 참여 업체 수를 2개로 제한하는 공동생동 제한 규제를 2007년 5월부터 시행했다.당시 공동생동 제한은 같은 공장에서 생산하는 똑같은 제품에 대해 임상시험을 별도로 해야한다는 불필요한 규제라는 성토가 업계에 만연했다. 이에 따라 규제개혁위원회의 개선 권고에 식약처는 2011년 11월 이 규제를 전면 철폐했다.공동생동 관련 규제가 강화될 때 수혜를 받는 쪽은 자체 생산 여력이 있거나, 시장 경쟁이 덜 치열할 때 더 많은 금전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위제약사들로 추측된다. 과연 이번 불순물 발사르탄 의약품 판매중지를 받는 업체 중 상위제약사가 없었을까.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위수탁을 장려하는 추세다. 특정 업체가 특정 제품을 집중적으로 만들면 품질관리가 잘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제네릭 난립은 시장 과당경쟁을 야기해 불법 리베이트 유혹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단지 제네릭 수가 많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라고 단정하면 위험하다. 첫 번째 제네릭이든, 100번째 제네릭이든 동일한 절차를 거쳐 승인받은 똑같은 품질로 인정받은 제품이기 때문이다.진정으로 제네릭 난립을 근절하고 싶으면 근본적인 원인부터 뜯어 고칠 것을 권고한다. 기업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한정된 시장에 제네릭이 그렇게 많이 등장하는 것은 이윤이 남기 때문이다. 이윤은 원가와 가격과의 차이로 결정된다. 제네릭의 가격은 보험상한가를 의미한다.제네릭 난립을 해결하기 위해 공동생동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것이라면 제네릭 약가인하도 같이 요청해야 명분을 인정받을 수 있다. 적은 비용으로 정부가 인정할 만한 품질의 제네릭을 배출하는 업체만 제네릭을 내놓을 수 있도록 가격을 낮추면 자연스럽게 난립 문제는 해결된다. 건강보험재정도 절감할 수 있다.혹자는 영세 기업들이 무더기로 제네릭 시장에 뛰어들면서 저렴한 중국산 원료를 사용하다 이번 발사르탄 사태를 초래했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그 저렴한 중국산 원료도 식약처 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오히려 최소비용으로 정부가 인정하는 품질의 완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효과적인 경영 전략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불순물 원료의약품 사건을 특정 집단의 이익 확대를 위한 도구로 이용해서는 안된다. 지금은 조금 더 정교한 과학적인 판단을 통해 향후 유사 사건 재발을 방지하고 국민건강에 도움되는 약물 공급 방안을 고민할 때다.2018-08-13 06:18:02천승현 -
[기고] 약사법 수준 넘어선 안전상비약 조정위원회안전상비의약품의 품목 조정 문제로 약사사회가 시끄럽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7년 3월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조정위원회가 구성되어 지금까지 6차례의 회의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논란과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핵심은 안전성과 편의성의 대립이다.본인은 약사이며 안전상비의약품 제도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므로 안전성이 우선이냐 편의성이 우선이냐를 논하지는 않겠다. 다만,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조정을 위하여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주도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통한 논의에 대하여 절차적 부당성을 지적하고자 한다.약사법 시행규칙 제19조(안전상비의약품의 지정 시 의견청취) 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은 법 제44조의2제1항에 따라 안전상비의약품을 정해 고시하는 경우에는 보건의료 또는 약사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나 공익을 대표하는 사람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규정하였으므로 안전상비의약품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그런데 보건복지부에서는 품목의 조정을 이 심의위원회 결정을 준용하겠다고 공언하였고 심지어 품목 지정에 관하여 표결까지 시행하였다. 이쯤 되면 약사법에서 규정한 의견을 듣는 정도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된다. 더욱이 의견청취의 근거가 되는 약사법 제44조의2 제1항은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자의 등록에 관한 규정이지 안전상비의약품의 지정에 관한 규정이 아니다. 다음 조문을 자세히 보아주기 바란다.제44조의2(안전상비의약품 판매자의 등록) ① 안전상비의약품(일반의약품 중 주로 가벼운 증상에 시급하게 사용하며 환자 스스로 판단하여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서 해당 품목의 성분, 부작용, 함량, 제형, 인지도, 구매의 편의성 등을 고려하여 20개 품목 이내의 범위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의약품을 말한다. 이하 같다)을 약국이 아닌 장소에서 판매하려는 자는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자로 등록하여야 한다.더 중요한 문제는 안전상비의약품의 지정에 관한 심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소관사항이라는 점이다. 약사법 제 18조(중앙약사심의위원회) 제 1항에 의하면 보건복지부장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자문에 응하게 하기 위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둔다고 규정하였다. 그리고 약사법에 따라 약사법시행령 제 13조에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기능을 규정한 것을 필두로 제 14조에서 제 22조에 걸쳐 여러 가지 세부 사항들을 규정하고 있다.그리고 식품의약품안전처 예규로 중앙약사심의위원회규정을 제정하여 시행중인데 이 예규 제 11조 3항에는 각 분과위원회별 소분과위원회의 소관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약사제도분과위원회 산하의 의약품분류 소분과위원회 심의사항으로 “일반-전문의약품, 의약외품의 분류,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도록 돼 있다.이와 같은 법적 규정을 볼 때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에 관한 사항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소관이라 볼 수 있다. 현재 구성되어 있는 안전상비의약품 심의위원회는 출발부터 잘못 된 것이다.과거 정부에서는 법과 절차가 무시되었던 일이 많았다고 해도 적폐청산을 통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과거 정부 때 잘못 구성된 안전상비의약품 심의위원회가 존속해야할 명분은 없다. 정부는 안전상비의약품 심의위원회를 즉각 해체하고 안전상비의약품에 관한 심의를 중앙약사심의위원회가 하도록 해야 한다.2018-08-10 06:23:35데일리팜 -
[기자의 눈] "설사약 주세요"라는 말의 진실얼마 전 '모기약'을 달라는 환자에게 약국이 관장약을 판매해 환자가 급작스런 복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실려간 사건이 일어났다.환자가 '모기약'을 달라했는데 약사가 관장약을 건네준 사연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약사가 '모기를 잡는 약'을 달라는 손님에게 '모기를 피하는 약'이나 '모기 물린 데 바르는 약'을 건네주는 경우는 지금도 약국에서 비일비재한 일이다.상비약 6차 회의가 마무리됐다. 지사제와 제산제를 추가한다는 큰 틀은 정해졌는지 몰라도 '어떤' 지사제와 '어떤' 제산제를 추가할 지에 이르려면 또 한차례 진통이 예상된다.이 와중에 약사들이 특히 걱정하는 것은 지사제다. '겔포스'와 '스멕타'가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상비약 품목인데, 약사들은 하나같이 "겔포스는 백번 양보한다 치자. 스멕타가 복약지도 없이 판매하기 적합한 약이냐"고 입을 모은다.서울의 한 곳에서 20년 넘게 약국을 운영해온, 내가 만난 '김 약사'도 이렇게 말한다."모든 약을 주의해야 하지만, 지사제는 특히 더 주의해야 하는 약이에요. 스멕타는 흡착성 지사제인데, 흡착성이라는 건 몸에 들어와 설사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붙잡아 흡착해 함께 배설한단 뜻이에요. 이렇게 들으면 '좋은 약이네' 싶죠. 그런데 생각해봐요, 스멕타 성분이 바이러스만 골라서 흡착하겠냐는 거에요. 다른 약을 같이 먹거나, 요즘 많이들 먹는 유산균을 일상적으로 먹는 환자라면요. 스멕타가 고혈압 약이나 고지혈증 약, 유산균까지 같이 흡착해 장으로 끌고 내려가면 어떻게 되겠어요."김 약사는 20여년동안 약국에서 이렇게 복약지도해왔고, 전화로 '스멕타가 어떤 약인가요'라도 묻는 내게 똑같이 이렇게 설명해주었다.이밖에 스멕타를 복용할 때 주의할 점은 또 있다. 바이러스가 온전히 흡착되도록 공복에, 물 없이 복용해야 효과가 있다. 공복이라는 개념 역시 약사의 설명이 필요한 경우가 다반사다.지사제는 그래서, 어떤 연유로 설사를 하는지, 다른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몇시간 간격을 두고 이 약을 먹어야 다른 약 흡수를 방해하지 않는지 설명과 함께 판매되는 약이다.김 약사는 극단적인 사례도 소개했다. 대장암 환자의 경우다. 암조직으로 인한 것인지 모르면서 그저 설사를 멎고자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이 실제 약국을 방문한다는 것이다."어떤 원인으로 인한 설사인지 모르면서 흡착성 지사제를 복용한다면, 안되죠. 대장암으로 인한 설사인지, 장염으로 인한 것인지, 과민성으로 인한 설사인지 알 수 없는데 스멕타를 그냥 자가 복용하면 진짜 위험해질 수 있어요."김 약사는 지사제와 관련해 이런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 지사제 처방이 나왔는데, 환자 상담을 하며 적절하지 않은 약이 처방돼 의원에 전화해 처방전을 수정한 사례다.환자가 '설사약'을 달라고 했는데, 의사는 확인하지 않고 설사를 멎는 약을 처방했다. 그러나 변비로 인해 오래 고생해온 환자가 원한 것은 '지사제'가 아니라 '변비약'이었다."의사가 '환자가 그런 말을 했어요?' 라면서 돌려보낸 처방전을 수정한 적이 있다니까요. 환자들은 단어를 막 헷갈려서 써요. 설사약인지, 지사제인지, 변비약인지를 말이에요."단 한 명의 약사와의 통화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 대화였다. 또 다른 약사 역시 '도대체 품목 조정 위원회에 전문가들이 있기는 한거냐. 약간의 지식만 있어도 지사제를 상비약으로 풀 생각은 못할텐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사제는 약국에서도 복약지도가 상당히 까다로운 축에 속한다'고 말했다.편의점 안전상비약을 무조건 반대하자는 말은 아니다. 다만, 6차에 이르기까지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토론이 이뤄졌는지 의심할 만한 지금까지의 결과가 약사들을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이제 7차 회의로 공은 넘어갔다. 기존 위원들이 변동 없이 회의에 참석할 것이다. 지금까지 분위기로 보면 스멕타와 겔포스의 상비약 지정은 피해갈 수 없는 일인가 싶기도 하다.하지만 종이에 인쇄된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약리학적 기전만을 논하기 전에 우리 환자들, 국민들의 언어 사용 환경을 보자. 모기약을 달라는 환자가 모기 잡는 약을 원하는지, 모기 기피제를 사려는지, 모기물린 데 바르는 약을 달라는 건지도 불분명한 상황이 왕왕 있다.그런데 스멕타가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상황을 상상했을 때, 변비 환자가 찾아와 스멕타를 구매하는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수 있을까. 나는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2018-08-09 06:25:33정혜진 -
[기고] 반부패 근절과 제약업계의 윤리경영 노력황지만 상무지난 7월 한국제약 바이오 협회의 자율준수 분과위원회의 주요 위원, 관련 정부기관과 컴플라이언스 전문가들은 오스트리아 락센부르크에 위치한 국제 반부패 아카데미(International Anti-Corruption Academy, IACA)에 참가했다.IACA는 반부패 분야의 연구 및 교육을 담당하는 UN 산하의 대표적인 국제기구로 전 세계의 부패 척결을 위한 다자간 공동 이니셔티브로 발족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국제기구와 국내 제약 바이오산업과의 교류의 시작은 국내 모든 산업계에 윤리경영의 확립에 큰 도움을 주고 제약 바이오산업의 국제 협력과 나아가 국민 건강에 보탬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헬스케어 산업에서는 연구와 개발, 제조, 인허가, 영업과 마케팅, 공급, 도매 등 대표적인 6가지 가치사슬(Value Chain)에 각기 다른 부패 유형이 있을 수 있다. 2012년 글로벌 제약회사인 A사는 왜곡된 임상 결과를 포함한 논문을 배포, 불법 광고를 한 혐의로 3조 원의 벌금을 물었다.또한, 논문은 A사의 후원으로 작성된 것인데, 후에 실제 임상 결과가 재분석되자 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2014년에는 또 다른 글로벌 제약회사인 B사는 도매상을 통해 제약회사의 고객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정부로부터 439여억 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이와 같이 헬스케어 산업의 부정, 부패는 국내 이슈만은 아니다. 헬스케어 산업이 전문적 영역이라는 특성에 따라 부정, 부패에 대한 인식의 부족함, 취약한 법 체계와 집행, 정부, 의사 및 환자 집단, 산업계의 이해관계 등의 다양한 원인으로 의해 전 세계적으로도 아직까지 부정, 부패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국내 산업의 경우 부정, 부패의 또 한가지 근본적인 원인은 심화된 경쟁이다. 부정, 부패를 방지하게 된다면, 산업 내 규모의 경제 실행을 통한 지속적 발전이 가능할 것으로 예견된다.그렇다면, 부패 척결을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IACA의 12개 강의를 통해 IACA의 교수들은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무엇보다도 정부, 산업, 의사 단체, 환자 단체 등 모든 이해 관계자들의 책임(accountability)을 기반한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일례로 국내에서 2018년부터 시행된 경제적이익 지출 보고서의 의무 제도는 국내 기업이 보건의료전문가에게 지출한 경제적이익의 기록을 보관하고 관련 기관의 요청 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의무를 갖도록 하고 있다. 2016년 영국에서도 '선샤인 룰(Sunshine rule)'이 제정됐고, 병원과 의사 단체는 제약사로부터 제공받은 경제적이익을 직접 보관,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경제적이익을 제공하는 주체에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보다는 제공받는 주체에도 법적, 사회적 책임을 지운 좋은 사례이다."각 이해관계자 들의 부정, 부패 척결을 위한 리더쉽도 필수이다"최근 많은 국내 제약사들이 국제반부패경영시스템인 ISO37001을 도입하고 있다. 산업계의 부패 척결을 위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자, 국제 표준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과 글로벌 회사들과의 협력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주기적 위험 평가의 시행은 부패 해결을 위한 필수 요소이다" 위험 평가(Risk Assessment)는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대표적 필수 요소이다. 헬스케어 산업 내 부정,부패는 대표적인 6가지 가치 사슬과 모든 이해관계자가 얽히고설켜 있다. 마케팅 활동을 막게 되면 임상 활동을 통한 부정, 부패가 발생되고, 영업대행업체(CSO)를 활용한 방법이 다시 생겨난다. 관련 기관은 현상을 좇는 정책이 아니라, 종합적인 위험 평가(Holistic approach risk assessment)를 통해 산업의 근본 원인과 중장기 대책을 세우고 반부패 대책 및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산업계 또한, 산업 및 회사 전반에 걸친 정기적 위험 평가를 통해서 해결 전략을 세워야 한다."e컴플라이언스에서 신뢰도 좋지만 더 좋은 것은 모니터링이다" 글로벌사들의 컴플라이언스 오피서들은 IACA 강의에서 모니터링은 부정, 부패 방지의 필수 요소임을 강조했다. 직원 업무에 관한 모니터링은 일탈행위에 대한 처벌이 주요 목적이 아니라 부정, 부패 행위의 방지가 목적임을 강조했다. 빅데이터 분석, 정보 분석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첨단 기술의 활용은 기업과 정부에게 좀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사전 모니터링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제제와 처벌의 강화가 필요하다"글로벌사인 C사는 2012년에 불법 홍보 활동으로 30억 달러 상당의 합의금과 벌금을 부과 받았다. 그러나 C사가 해당 약품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280억 달러 상당이어서 처벌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사업적 측면에서 부정, 부패 행위에 대한 기회요인을 없앨 정도의 강력한 제제가 필요하다.마지막으로, IACA 연수를 통해 국내 주요 제약 회사들의 지속 성장, 윤리 경영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IACA와의 교류는 국내 제약산업의 투명성 제고와 해외 진출 그리고 글로벌사들과의 협력에 도움을 줄 것은 자명하다. 이미 부패 방지 체계는 국제 표준화되고 있으며, 여기에 발 맞춰나가고자 하는 국내 회사들은 부정, 부패 방지가 지속 성장 발전의 필수 요소임을 알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2018-08-07 06:22:44데일리팜 -
[데스크시선] 한약재 표준감별 국가검정 도입돼야산삼·영지버섯을 주성분으로 한 일반의약품·건강기능식품 과대광고가 해마다 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부 제조사들은 오대산·지리산·태백산 등지에서 채취한 100년근 산삼을 기반해 DNA 구조가 99% 일치하는 '산삼배양근액'이라며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고 있다.산삼배양근의 정확한 원가는 영업비밀로 공개하기 어렵지만 권장소비자가는 15~40만원 선으로 형성된 고가품이다. 천종삼(50년 이상 자란 자연산 산삼) 가격은 정해진 바는 없지만 상태에 따라 7000만원에서 2억원을 호가한다.제조·판매사 말대로 '100년근 천종삼 배양액'이라면 그 만한 가치와 효능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그렇지만 문제는 이를 감별할 국가공인 한약재감별사가 없다는데 있다. 대부분의 산삼 유관 협회는 산삼 취급 경력 10~20년 차 민간인들로 구성돼 있다. 일부 산삼감별인의 경우 고서·골동품처럼 대법원에서 특수감정 촉탁인으로 위촉해 공항·항만 등지에서 밀수여부와 관련된 일을 맡기도 한다.산삼감정협회에 따른 천종삼 감별 기준은 ▲뇌두의 수(100년근일 경우 100개 형성/1cm 당 20년) ▲뿌리의 탄력성 우수 ▲약통(몸통=횡추)의 주름이 많을 것 ▲옥주(뿌리돌기)상태가 좋을 것 ▲무게(11g~112g) 등을 고려한다. 산삼 취급 경력 31년차 박형중씨 역시 "천종삼으로 추측만할 뿐 정확한 심령(수령=나이)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평생 100년근 산삼은 2번 밖에 보지 못했다"고 회고할 정도로 접하기도 어렵고, 감정 기준 역시 다양하다.영지버섯도 마찬가지다. 국내 친환경 영지버섯 농가에서 재배되는 물량으로는 완제품 생산량을 따라 잡기 힘들다는 것이 제기동 한약건재상들의 중론이다. 친환경 농가에서 생산된 영지는 그마저도 베트남 등지로 높은 가격에 수출돼 국내 물동량은 많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익명을 요한 한약재감별사는 중국산과 국내산 영지를 정확하게 가려낼 수 있는 인력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영지감별은 어려운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이 같은 이유로 생약제제 전문 제약사들은 국가공인 한약재 감별사 자격시험 도입과 한약재 표준화 사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시 말해 관능검사(육안으로 판별)가 아닌 과학적이고, 보편타당한 감별시스템이 국가 차원에서 확립돼야 한다는 말이다. 정부는 객관적인 근거와 자료를 체계화할 수 있고, 소비자는 안심하고 한약·생약 관련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지금의 한약재감별은 눈으로 상태(크기·빛깔·신선도)를 봐서 A·B·C 등급으로 판별한다. 한약재 고유의 약효나 독성에 대한 표준화는 이뤄져 있지 않다. 1등급 한약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경험치와 눈대중이 아닌 실제 유효성분 함량을 살펴야 함이 기본이다.이를 테면 산삼, 인삼, 복령, 영지 등 각 한약재의 유효성분 함량을 표준화해 이를 기반으로 한 감별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100가지 다빈도 한약재에 대한 DNA·유효 성분 함량 등을 체크할 수 있는 바이오칩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은 3년·90억 정도로 추산된다. 침체기를 겪고 있는 한약산업 발전과 가짜 한약 관련 의약품·건기식에 따른 소비자 피해와 견주어 보면 결코 큰 투자비용은 아니다. 한약재감별사 국가공인 자격과 한약재 표준화 사업의 조속한 도입으로 제조·유통사와 소비자 간 속고 속이는 진실게임이 사라지길 기대해 본다.2018-08-06 06:29:33노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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