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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용약 반품 5년간 11조원, 무책이 상책?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반품되는 불용약 규모는 도대체 얼마나 될까?지난 5년간 물경 11조 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2010~2014 완제의약품유통정보통계집, 심평원). 선뜻 믿을 분이 몇 분이나 계실까? 그러나 이 수치는 일부를 조사하여 전체로 뻥튀긴 믿거나 말거나한 추계치가 아니다. 결산하듯 의무적으로 의약품 공급자들(제약, 수입 및 도매 등)이 매월 당국에 꼬박꼬박 보고한 공급내역보고서를, 심평원이 수퍼급 컴퓨터를 동원해 매매(賣買) 과정의 앞뒤가 맞나 틀리나 이 잡듯 꼼꼼히 검증하면서 정확히 집계한 결과다. 사실이니 믿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게다가 이 통계에 잡히지 않은 플러스알파(plus+alpha)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미처 반품되지 못한 미래의 반품약인 불용재고가 약국마다 상당할 것이고, 아직도 존재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 불법 무자료 부외(簿外) 의약품도 꽤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면, 이것이 왜 문제가 될까?문제는, 이들 반품 약은 일반 상품과는 달리 약간의 제약사 재생산 분을 제외하곤 모두 그냥 폐기돼야 한다는 점이다. 국민 건강을 위해 약의 유효성과 안전성 등의 확보가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의약품이 아닌 다른 것이라면 하다못해 중고품 시장에 다시 내다 팔거나 수출할 수도 있겠지만, 의약품 반품의 경우 유통과정에서 최종 가지고 있는 자(제약 및 수입, 도매, 요양기관)가 몽땅 손실을 입어야 한다. 이렇게 본다면, 업계가 최근 5년 동안 대책 없이 날려버린 반품 손해는 '11조원-제약사 재생산액' 이라는 계산이 선다. 이를, 생돈이 들어간 원가로만 따져 봐도 10조원이 넘는다(제약업종 총원가율 92.00%, 2014 기업경영분석, 한국은행). 그러나 반품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민경제적 차원에서 보면 귀중한 자원의 낭비요 국부(國富)의 손실이다. 또한, 국민에겐 약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대부분의 반품은 결국 제약사로 귀착되게 마련인데, 그 제약사가 반품 손해를 보전 받으려면 가격 이외의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불용약 폐기 때 발생되는 지상 또는 지하의 공해(公害) 문제는 아무리 당국자가 입회한다 해도, 우리 후손들에겐 미필적(未畢的) 고의(故意)의 죄악이 아니겠는가.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불용약 반품 축소를 위한 개선 노력의 흔적은 어느 곳에서도, 그 누구에게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의약업계와 정부당국 및 국회 그리고 연구소나 사회단체 등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몇몇 전문지들의 기사 속에 문제 인식을 하고 있는 정도가 다다(예, D팜 최은택 기자의 '반품의 역습, 사실상 버려질 운명의 약 얼마나' 2014.8.13. 기사 등). 물론, 그동안 제약업계와 도매유통업계 그리고 개국가를 중심으로, 반품문제의 해결을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그 노력의 초점은 늘, 손해 최소화를 위해 반품에 대한 책임소재와 그 정리비율 등에 맞춰졌을 뿐, 거시적인 견지에서 반품규모 자체의 축소를 위한 노력은 전혀 아니었다. 또한 개국가의 대체조제 활성화나 성분명처방 요구 등도 결과적으론 반품 감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 요구의 주된 목적은 반품규모 축소 문제와는 거리가 멀다.어째서, 여태껏 그래 왔을까?연구소와 사회단체 등은 업계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지고 볶는 반품 사정을 잘 모를 것이니 그렇다손 치더라도, 반품을 밥 먹듯 하는 의약업계와 잘 알고 챙겨야 할 정부당국 및 국회는 왜 반품규모 개선 문제에 대해 그렇게도 관심을 완전히 꺼놨을까? 설마, 11조 원의 반품이 하찮아서 마음 쓸 일이 못되고, 거래를 하다보면 그 정도의 반품 발생은 당연하고 정상적이라 판단한 때문은 아니었을까? 아니면, 의약업계 전체가 완전경쟁 상태라 온통 만들고 들여와 장사하는 데만 정신이 팔렸고, 당해 정부당국은 처리해야 할 수많은 공무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거나, 국회의 관련 위원회는 정쟁(政爭)에 휩쓸린 나머지, 반품규모 문제는 미처 신경 쓸 겨를이 없어서 그랬을까? 사각지대(死角地帶)도 이런 사각지대가 없다.그리고, 불용약 반품은 왜 그렇게도 많으며, 그 발생 원인은 대체 무얼까?허가와 제조 및 유통 단계에서 복합적인 다양한 문제점들이 발견되고 있다. 간단치 않다.첫째, 의약품이 과잉생산(수입), 과잉공급 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제약업계는 일찍부터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 업체가 많은 탓이다. 이미 70년대 후반부터 달리는 자전거에 비유돼 왔다. 쓰러지지 않기 위해선 페달(pedal)을 계속 밟아대야 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페달은 판매를 뜻한다. 지속적으로 판매액을 올리기 위해 너도나도 경쟁적 무차별적으로 약을 허가 받아, 닥치는 대로 생산 또는 수입(도입)해 왔으며, 그 약들을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의약품 시장에 팔아댔으니, 약이 요양기관의 수요보다 넘쳐나지 않을 수 없고, 그 과잉 공급된 약은 결국 반품으로 변해 시장에 지천으로 깔렸다. 약제급여목록 및 급여상한금액표(약업신문 간행)를 보면 제약업계가 의약품 판매 열기를 얼마나 뜨겁게 뿜어내고 있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예컨대, 해열 진통 소염제인 아세클로페낙(aceclofenac) 100mg정(錠)의 경우, 94개 제약사들이 동일한 제품을 내고 있다. 이 중 92개사가 생물학적 동등성 관문까지 통과했다. 점막 칸디다증 치료제인 플루코나졸(fluconazole) 50mg 캡슐(capsule)은 103개 제약사가, 항생제인 세파클러(cefaclor) 250mg캡슐은 105개 제약사가, 당뇨병 치료제인 글리메피리드(glimepiride) 2mg정도 105개 제약업체가 만들고 있다. 최근 발기부전치료제 시알리스 제네릭(복제약)의 경우 154개 제약사가 이미 품목 허가를 받았고 곧바로 판매에 뛰어든 업체만도 60여 곳에 달한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이렇게 된 데는 정부당국이 동일성분의 품목허가를 무제한(無制限)으로 내 주고 있는 것이 결정적인 몫을 했다. 성분마다 허가 품목 수가 아주 제한되어 있다면 제약사들이 앞서 언급한 영업행태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둘째, 수많은 도매유통업체들이 과잉 공급된 의약품의 중간기착(寄着) 피난처가 되어주고, 도매시장에서 도도매 행위가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2014년, 공급실적이 있는 의약품 도매유통업체는 무려 2,014처(2014 완제의약품유통정보통계집, 심평원)나 됐다. 일본의 경우, 도매시장 규모가 우리보다 5.87배나 큼에도 도매업체는 겨우 우리의 27분의1인 75처에 불과하다(2015 약사핸드북, 일본 지호우社). 이를 보면, 국내에 의약품 도매유통업체들이 얼마나 많은지 가늠하고도 남는다. 이런데다가 지금도 매년 50~60처 내외의 도매업체가 신생되고 있으며(유통협회), 이런 현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이처럼 국내 도매업체들이 수도 없이 많아졌으며, 이러한 도매업체들의 초과밀 상태가 도매상간 거래인 도도매거래(년 11조6천여억 원, 시장비중 38.99%, 2014 완제의약품유통정보통계집, 심평원)를 촉진시켜 왔기 때문에, 제약(수입)업체들이 그 과잉 생산(수입)한 의약품을 도매업체들에게 밀어내기 판매하기가 아주 용이해졌고, 이렇게 도매업체에 숨어버린 과잉 공급된 의약품들은 요양기관으로 팔려나갈 때까지 한 곳에 머물거나 업체를 전전하면서 한정된 의약품 유효기한을 소진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다량의 의약품들이 미처 요양기관까지 가지 못하고 갖가지 명목으로 다시 제약사에 반품으로 되돌려지고 있다.셋째, 개국가가 의료계의 비협조로 처방약의 수요예측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환자의 조제 편의를 위해 다품목의 재고 비축이 불가피하고 이로 인해 개봉 조제 후 또는 개봉 전 불용재고가 누증(累增)되어 왔으며 기타 다양한 반품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발생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16년 전, 분업준비자와 입법자 분들이, 의약분업이 시행되면 약국이 조제약의 비치(備置) 문제로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 예견하고, 이미 분업 시작 때부터 약사법 제25조로 처방약 수요예측 시스템을 마련하여 약국이 활용토록 조치한 바 있다. 즉, 지역(시군구) 의사회분회등이 지역 및 의료기관별 처방의약품 목록을 약사회분회에 제공하고, 약사회분회는 이를 해당지역의 약국개설자에게 통보하며, 또한 처방목록을 변경하거나 추가하려면 30일 전에 통보해야 하는 시스템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분업 후 한 번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그 조항이 임의규정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의료계의 고집스런 상품명 처방과 잦은 처방 변경은, 개국가로 하여금 정확성이 높은 처방약의 수요예측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개국가는 확실치 않는 불특정 환자들의 조제 편의를 위해, 되도록 다품목의 많은 재고를 확보해 두는 경향을 보여 왔다. 게다가 고질적인 제약사의 빈번한 조제약 품절은 개국가에 가수요(假需要)까지 유발시켰고, 일부 약국의 재고관리 소홀은 유효기한 경과품과 '이상한 반품(D팜, J기자의 2016.1.11. 기사 참조)' 등을 양산하고 있다. 이런 것들로 인해 개국가에서 수많은 반품이 끊이질 않고 있다.넷째, 완제의약품의 절대적인 수입초과 현상이 국내 의약품 시장의 공급과잉 상태를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2014년, 완제의약품 수입액은 34억불(US)이었지만 수출액은 12억불에 불과했다(2015 식품의약품통계연보, 식약처). 최근 10년간(2004~2014) 수출액 증가율(421.9%)이 수입증가율(325.8%)보다 훨씬 높아 완제의약품의 무역역조 현상이 좁혀져 가고는 있지만, 아직도 수입초과 금액이 22억불 즉 2조3,169억 원에 달한다(2014년 환율 1053.12원/1불, 한국은행 ECOS). 그 수입초과 약품들이 시장의 공급 과잉상태를 가중시키면서 반품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그렇다면, 어찌하면 좋을까물론, 반품은 그 자체만으로 문제가 될 수는 없다. 반품 없는 장사가 없고, 아무리 의약품 유통시장이 초과공급에서 초과수요 상태로 바뀌고 유통과정상의 모든 기관이나 관련자가 최선을 다한다 해도, 불가피한 의약품의 파손이나 오염 및 배송오류 등은 항상 발생될 소지(素地)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의약품시장에서 반품 문제는 그 크기의 정도 등에 따라 문제가 되기도 하고 안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최근의 반품이 정상적인지 아니면 비정상적인지를 먼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금껏 의약품 반품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 할 수 있는 연구자료 등을 아직 찾지 못했으니, 지난 5년간의 반품 11조원이 비정상적이다 아니면 정상적이다 라고 재단(裁斷)할 객관적인 근거는 솔직히 없다.그렇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이건 아니다. 11조원이 어디 보통 금액인가. 너무 거대하다. 또한 다양한 반품 원인들을 살펴보면 모두가 정상적이지 않다. 그러니 2014년 한 해의 2조390억 원, 그전 5년간의 11조원 반품은 분명 비정상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또한 이러한 거대 반품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당사자들인 의약업계는 물론 국민과 사회 및 국가 그리고 우리의 후손들에게 큰 해악(害惡)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때문에, 이제라도 반품규모 축소를 위한, 가능한 모든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취할 필요가 있다.첫째, 동일성분의 품목허가 수를 최대한 대폭 제한해야 한다.예컨대, 제네릭 같으면 가령 성분당 최대 10품목 이하로 축소시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결국 반품으로 되돌아오는 과잉공급을 억제시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은 품목수가 많아도 너무나 많다. 포지티브 약가제도가 무색하다. 시장경제사회에서 자유방임과 필요규제를 시장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취사(取捨)선택하고 조정 관리하는 것이 정부당국의 역할 아니겠는가.둘째, 지역별 의료기관별 외래 처방목록을 3개월 단위로 해당지역 약국만을 대상으로 공개하고, 대체조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이미 누누이 강조한 바 있지만, 개국가의 반품 원인 중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약국이 처방약에 대한 수요예측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약사법 제25조가 제대로 작동되었다면 이런 문제는 애초부터 발생되지 않았겠지만, 앞으로도 이 조항이 본래의 입법취지대로 준수될 가능성은 조금도 없어 보인다. 지역 의사회가 협조해 줄 리 만무하고, 그렇다고 의사회가 개개의 사업주제도 아닌 마당에 이 조문을 강행규정으로 개정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평원으로 하여금 지역 의사회의 역할을 대행토록 한다면, 약사법 25조의 입법취지와 유사(類似)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정부당국이 결정만 하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 또한 대체조제 활성화 대책도 약국이 능동적으로 사전 계획 하에 필요 조제약을 미리 준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불용재고를 감소시키는데 매우 유효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이 대체조제 활성화는 반품규모 문제 때문이 아니더라도 국민에게 더 이로운 것 아니겠는가.셋째, 완제의약품의 수출 증대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반품의 최대 요인은 요양기관의 수요를 초과하는 누적된 생산(수입) 과잉과 이에 따른 공급이다. 그런데 이 과잉 문제는 의약품시장을 국내에 한정할 경우에 성립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시장을 해외로 넓혀, 흘러 넘쳐나는 완제의약품을 모두 수출한다면, 비좁은 국내 시장에서 공급 과잉으로 인해 발생되는 업체끼리의 극심한 이전투구(泥田鬪狗)나 반품 문제 등은 일거에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2016-02-15 06:14:49데일리팜 -
[기자의 눈] 매출 46%가 기술료, 한미가 주는 교훈#한미약품의 2015년 매출액 1조3175억원을 차근차근 풀어보면 신기한 점이 많이 나온다. 공시 이후 홈페이지에 오른 경영실적 자료에서 답을 찾을 수 있는데, 일단 제품 매출 하락에도 73%의 외형성장이 눈에 띈다.한미약품은 연결기준으로 2014년에는 제품매출 6559억원을 기록했는데, 작년에는 이보다 적은 6495억원의 제품매출이 발생됐다. 아모잘탄, 아모디핀, 에소메졸 등 주력품목의 하락세가 영향을 줬다. 상품 매출은 821억원에서 1343억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오히려 11%에서 10%로 작아졌다.제품매출 역시 86%에서 49%로 비율이 크게 낮아졌다. 이 모든 것이 작년에 나온 기술수출 덕분이다. 한미약품은 기술료 수익만 5125억원을 기록했고, 이는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9%에 달한다. 제품매출 다음으로 많다.한미약품 매출액 비중 변화(개별기준)개별기준으로 보면 기술료 수익이 46%로, 제품 35%(3884억원), 상품 17%(1923억원) 보다 월등히 많다.이같은 매출구조는 국내 제약사 가운데 찾아보기 힘들다. 그동안 우리나라 제약사들은 외형성장 방법으로 제품(상품) 내수판매에만 치중했었다. 자체개발에 따른 제품 공급이 원할하지 않자 최근에는 외국계 제약회사들로부터 도입한 수입 신약 판권에 목을 매고 있다.연초마다 바뀌는 도입신약 코프로모션 계약으로 울고 웃는 제약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판권을 잃은 제약사들은 그 빈자리를 또다른 도입신약으로 채우곤 한다. 이같은 사례는 상위 제약사일수록 더 빈번하다. 오히려 중소제약사들이 제네릭이라도 자제 제품 생산 비중이 더 많다.도입신약 판권경쟁은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국내 제약사들에게 굴욕적인 일이다. 그만큼 제품개발에 게을리 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한미약품이 이번에 보여준 외형 성장은 1조 클럽 가입도 의미있겠지만, 영업력에 기반한 제품(상품) 판매가 아니라도 연구개발만으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더구나 한미약품은 완제품 수출이 아닌 아직 연구개발 중인 신약후보 기술만으로 한해 5125억원을 벌어들였다. 기술료에는 계약금과 더불어 베링거에 기술수출한 폐암신약에 대한 마일스톤 금액도 포함됐다.글로벌 2상 단계에 들어서면서 171억원의 돈이 들어온 것이다. 이제 한미약품은 이런 마일스톤 덕분에 가만히 앉아서 돈 벌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다.한미약품과 매해 코프로모션 계약에 목매는 다른 상위사들을 비교하면 똑같이 성장은 외치지만, 길을 찾는 방법에서 크게 다르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한미약품이 매년 20% 넘는 연구개발비를 투입하며 실적 후퇴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길을 가고자 했다면 다른 제약사들은 당장 실적에 눈멀어 빠르고 쉬운 길을 갔다는 것이다.그러나 빠르고 쉬운 길은 장기간 먹거리로는 부족해 매년 제품 수혈 전쟁이 불가피하다. 작년 대규모 기술수출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한미약품을 더 찬양하기도 지겨울 정도지만, 그렇더라도 2015년 올린 매출액 비중을 다시한번 곱씹어 볼 필요는 있는 것 같다.2016-02-11 06:14:50이탁순 -
[사설] 약가제도개선협의체 '시대정신' 잊지마라실거래가 조정, 약가 사후관리, 신약 등재 등 소위 보험약가 제도 3종세트에 관한 개선 논의가 시작됐다. 정부(3명), 공익(3명), 제약(2명), 전문가(4명)로 구성된 약가제도개선협의체는 지난 3일 첫 회의를 열어 위원간 상견례를 갖고 의제를 설정하는 한편 연말까지 협의체를 가동해 개선 방안을 찾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와 업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댄 만큼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화시키면서도 산업의 역동성을 살려나가는 정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그동안 보험약가 정책에 대해 제약산업계는 일방적이며, 산업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출하며 개선을 요구해 왔다. 2012년 단행한 일괄 약가인하가 대표적이겠지만, 올해 3월 로 예정돼 있는 실거래가 조사 약가인하 또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거래가 조사기간 및 조정주기, 구입가 미만 불법거래행위, 입원 환자용 원내의약품의 급격한 인하 등이 우려점으로 대책이 없으면 '실거래가 조정제도'는 또다시 산업계에 큰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최근 제약바이오산업을 우리나라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이 크게 형성되고 있다. 이에 부응하려면 산업의 입장이 반영된 약가정책은 필수적이다. 협의체가 설정한 3가지 의제는 그래서 '건보재정 안정과 산업발전'이라는 양단의 균형점에서 대안이 마려돼야 한다. 지금까지 재정안정 쪽에 치우쳤던 약가제도를 산업발전 쪽으로 일정부분 당겨 오려면 협의체 구성원들은 시대정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국내 제약산업계의 최근 관심은 글로벌 진출과 경쟁에 쏠려있다. 이를 지원하려면 호의적인 약가정책은 필수적이다. 실거래가 조정제도 같은 경우 모든 제약회사들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합리적인 선을 찾는 노력이 될 것이다. 반면, 신약등재 같은 경우 제약회사 R&D 투자 동기유발과 직결된 상황인 만큼 과감한 선환 사이클을 만들어 내는 정책이 필요하다. 모두에게 캡을 씌우는 정책도 문제지만,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기회가 R&D든, 수출이든 국부를 창출하려는 기업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도출하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2016-02-05 12:14:52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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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제비는 부당금액에 포함되는가현지조사를 받은 요양기관이 업무정지처분을 받게 되는 경우 약제비를 부당금액에 포함시켜서 업무정지일수를 산정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 여러 차례 문의가 있어 이에 대해 간략히 설명드리려고 합니다.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제1항제1호는 요양기관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가입자 및 피부양자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경우’에는 그 요양기관에 대하여 1년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하여 업무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 제5항은 ‘제1항에 따른 업무정지를 부과하는 위반행위의 종류, 위반 정도 등에 따른 행정처분기준이나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위와 같은 위임에 따라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70조제1항은 ‘법 제98조제1항 및 제99조제1항에 따른 요양기관에 대한 업무정지처분 및 과징금 부과의 기준은 별표 5와 같다’고 규정하고 있고, [별표 5] 1. 업무정지 처분기준 가.항은 월평균 부당금액과 부당비율에 따라 업무정지기간을 표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고란에서 ‘1. 월평균 부당금액은 조사대상 기간 동안 부당한 방법으로 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금액과 부당하게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본인부담액을 부담하게 한 금액을 합산한 금액을 조사대상기간의 개월 수로 나눈 금액으로 한다. 2. 부당비율은 (총부당금액/요양급여비용 총액) × 100으로 산출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따라서 부당금액의 액수에 따라 월평균 부당금액 및 부당비율이 달라지게 되어 조사대상기간이 장기간이거나 요양급여비용 총액이 매우 큰 반면 부당금액 액수가 소액일 경우에는 위 [별표 5] 1. 가.에서 표로 정한 업무정지처분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부당청구를 한 요양기관에 대해 업무정지처분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어떠한 비용이 부당금액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처분여부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큽니다.그런데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에서 부당청구가 적발된 요양기관의 경우 해당 부당금액의 구성을 보면 약제비가 상당부분을 차지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약제비를 부당금액에서 제외하면 업무정지처분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사안도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조제행위 자체만 보았을 때는 요양급여기준 위반이 없어 약값이나 복약지도료 등은 부당금액이 아니라고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예를 들면 병원에서 의사가 비급여대상인 진료를 하고도 마치 급여대상인 진료를 한 것처럼 처방전을 발행하고, 약사는 처방전대로 조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위와 같이 비급여대상 진료에 대한 처방전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해당 처방전대로 조제한 약사의 조제행위에는 보건복지부 고시로 구체화 된 요양급여기준 위반이 없습니다. 여기에서 병원은 진료비 등은 부당금액에 해당할지 몰라도 실제로 요양급여기준을 준수하여 투약된 약값 등은 부당금액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또한 약사 자격이 없는 무자격자가 처방전에 따라 조제하였는데 실제 조제된 약제가 처방전에 기재된 약제와 동일하고 복약지도의 내용에도 잘못된 내용이 없는 경우나 약사가 약제를 처방한 의사의 사전동의가 필요한 약제임에도 그러한 사전동의 없이 대체조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이러한 경우 약국은 실제 관련법령을 위배하여 요양급여를 하였더라도 실질적으로 이득을 얻은 것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실질적 이득 유무를 따지지 않고 일괄적으로 행정처분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이에 대해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두13940, 13957 판결 및 2007. 9. 6. 선고 2005두13964 판결은 “국민건강보험법 제39조 제1항 제2호 및 의료급여법 제7조 제1항 제2호에 각 규정된 요양급여 및 의료급여로서의 약제의 지급은 약사법 등 관계 규정에 따라 행하여질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으며…”라고 판시하였습니다.그리고 서울행정법원 2012. 4. 19. 선고 2011구합16599판결은 “설령 원고가 부당청구를 했다고 하더라도 총 부당금액 중 진찰료, 요법료, 처치료(의사), 의학관리료, 정신요법료, 투약․검사료 등의 의사의 진료행위와 관련된 부분만을 부당금액으로 보아야 함에도 피고가 입원료, 식대 등 의사의 진료행위와 무관한 부분까지 모두 부당금액으로 본 탓에 이 사건 처분 상의 업무정지기간이 잘못 산정되었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해 “요양급여비용 및 의료급여비용을 구성하는 여타 항목들, 즉 의약품관리료, 입원료, 식대, 투약료, 복약지도료, 약값, 검사료, 방사선료, 병원관리료, 간호관리료 등은 모두 진료행위에 수반되거나 담당의사의 지시에 따라 지출하게 된 비용으로서 적법한 진료행위가 있었음을 전제로 하여 청구되어야 할 급여비용이므로 원고가 ◌◌병원 소속의 의사 ◌◌◌ 등의 진료와 관련하여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및 의료급여비용은 그 전액이 부당금액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따라서 이 사건 부당금액에서 진료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부분 이외의 금액은 공제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원고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또한 서울행정법원 2013. 4. 26. 선고 2012구합30691 판결은 원고가 처분의 재량권 일탈․남용의 한 사유로 “약제비의 70%이상이 보험가입자에게 실제 조제하여 준 약품 구매 원가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원고들이 이에 대해 전혀 이득을 얻지 않은 점”을 주장한데 대해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85조제1항제1호 및 구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61조제1항 [별표 5] 업무정지처분의 기준에 의하면, 부당금액은 요양기관이 부당한 방법으로 피고 공단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경우의 그 비용액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당해 요양기관에게 실제로 지급되었거나 당해 요양기관이 실제로 이득을 취하였을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므로, 진료비뿐만 아니라 처방에 소요되는 비용이나 약제비도 부당금액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15. 5. 15. 선고 2012누25196 판결도 “이 사건 병원에는 원내약국이 없어 입원환자들에 대하여는 원외처방전을 발행할 수밖에 없고 이로써 원고가 부당한 이득을 얻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입원환자에 대한 원외처방전 발행은 의료급여법 제28조제1항제1호의 ‘속임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해 “① 구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5조제1항 [별표 1]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 1. 요양급여의 일반원칙 바항은 ‘요양기관은 요양급여에 필요한 약제․치료재료를 직접 구입하여 가입자 등에게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와 같은 요양급여기준 등은 법령의 위임에 따른 법규명령으로서 강행규정에 해당하는 점(대법원 2001. 7. 13. 선고 12267 판결 등 참조), ② 피고가 업무정지처분을 함에 있어 업무정지기간의 기준이 되는 부당금액이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부담하게 한 요양급여비용의 합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요양기관 또는 의료급여기관이 실제로 얻은 이득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거나 민법상의 부당이득금과 유사한 성질의 금액은 아니라고 할 것인바, 원고가 입원환자에 대하여 원외처방전을 발행한 것과 관련하여 실제로 급여비용을 지급받는 등 부당한 이득을 얻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없는 입원환자에 대하여 원외처방전을 발급하고 그 처방전에 기하여 약국으로 하여금 보험자 등으로부터 약제비를 지급받도록 한 이상 이를 부당금액에서 제외하여야 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이러한 행위 역시 구법 제28조제1항제1호에서 정한 ‘속임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수급권자 등에게 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따라서 현재 판례의 따르면 보건복지부 고시로 구체화된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의료법 및 약사법 등 관계법령을 위반하여 진료가 이루어지고 이에 따라 약제비 등이 지출된 경우 위반에 책임이 있는 요양기관의 업무정지일수를 산출하기 위한 부당금액에는 약값, 복약지도료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이는 얼핏 보면 실제로 환자에게 아무런 손해가 없고, 보험재정이 낭비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입장에서는 지출되었어야 할 약제비 등이 지출되지 않아 반사이익을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투약은 의료행위와 단절된 별개의 행위가 아니라 의료행위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 일련의 과정으로 파악되어야 하고, 약제의 지급 등은 적법한 의료행위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약제비를 부당금액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다만,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서는 처분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고 볼 수는 있을 것입니다(서울행정법원 2013. 4. 26. 선고 2012구합30691 판결은 업무정지처분의 처분사유는 인정하였으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고 판시하였고, 위 판결에 대한 피고의 항소 및 상고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2016-02-04 12:14:50데일리팜 -
[칼럼] 삼성전자 사례로 본 신약 오픈 이노베이션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개발자이자 안드로이드사 창업자인 앤디 루빈(Andy Rubin)은 2004년 삼성전자를 직접 방문해 자기 회사를 인수·합병(M&A)해 달라고 간청했다. 당시 2000명의 연구원을 거느린 삼성전자는 8명이 전부인 안드로이드사의 제안을 거절했다. 전형적인 NIH(Not Invented Here) 신드롬이었을지 모른다. 이 신드롬은 직접 개발하지 않은 기술에 대한 배타적 태도를 일컫는 용어다. 안드로이드사는 어떻게 되었나. 삼성전자서 거절 당한 앤디 루빈은 구글을 찾아갔고, 구글은 2005년 5000만 달러에 안드로이드를 인수합병했다. 그 기술은 구글에 의해 모바일, 태블릿 전용 운영체제로 개발돼 모바일 OS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상품이 됐다. LG전자도 2007년 중반, 구글의 세계 최초 안드로이드폰 제작에 관한 제안을 받았으나 거절했다. 결국, 대만 휴대폰 제조사인 HTC가 세계 처음으로 안드로이드폰을 출시했다.국내 제약산업계에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신약개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한 방편이 바로 오픈 이노베이션인데, 화이자 등 빅파마들은 꽤 오래전부터 이 방식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작년 제약바이오 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한미약품의 기술수출도 이 기술을 수혈한 빅파마 입장에서 보자면 오픈 이노베이션의 형태가 된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빅파마나 국내 제약회사나, 벤처나, 연구자나, 투자자(VC)나 신약개발 생태계에 연결돼 있는 모두에게 열린 기회를 제공한다. 기술이전이든, 조인트 벤처(JC)든, 분사(Spin Out)든, 인수합병(M&A)이든 오픈 이노베이션은 다양한 형태의 협력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특히 품질은 둘째치고라도 양적 규모가 크지 않은 우리나라 연구 총역량을 감안할 때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한 생태계 조성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대한민국 두뇌자원이 뛰어나다 한들 이웃한 일본과 중국의 풍부한 저변을 이겨내기 쉽지 않으니 말이다."JP모건 컨퍼런스에서 중국 기업들의 성장이 파죽지세였다. 이머징 기업 발표의 절반이상이 중국이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기회가 그리 길고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손지웅 한미약품 부사장은 지난달 21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미약품 주최 제1회 오픈 이노베이션 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미약품의 잇따른 기술수출 외부효과로 신약개발의 열기가 뜨거워지고 이를 포착한 정부가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손 부사장의 이 발언은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휴대폰 반도체 조선 등 산업분야서 중국 기업들이 바짝 추격했거나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신약개발 분야마저 안전지대일 수 없다는 경고이자, 활발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신약개발 역량을 급격하게 끌어올려야 한다는 간절한 호소로 들려오기 때문이다.오픈 이노베이션이란 말이 급작스레 등장한 것은 아니다. 올해 30주년을 맞는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같은 경우 인터비즈파트너링이란 연례행사를 통해 제약회사와 벤처간 짝짓기를 시도해왔고, 제약협회와 다국적의약산업협회도 지지난해부터 KPAC이라는 행사를 통해 다국적제약사와 국내 제약 및 벤처사간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개별기업으로는 CJ헬스케어와 부광약품이 행사를 열었으며, 유한양행도 될성부른 벤처를 찾아 투자하거나 대학과 산학 협력의 모델을 만들고 있다. 이밖에 적지 않은 기업들이 외부 역량을 흡수하고, 더 큰 기업에게 보유 역량을 소개하며 협력의 틀을 만들고 있다. 불과 5년전과 비교해보면 상전벽해다. 그들은 서로 촉수를 뻗쳐 필요한 역량 모으기에 나섰다. 자본(VC)이 기술을 찾고, 기술이 자본을 한없이 그리워하며 '피톤치드 향기'를 내보내고 있다.그러나 아직도 '오픈 이노베이션의 숲'은 조성되지 못했다. 오픈 이노베이션 숲이라는 말은 '개방' '혁신' '소통' '네트워크'라는 개념을 포괄한다. '내가 최고'라거나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야말로 오픈 이노베이션의 걸림돌이다. 삼성전자의 예처럼 말이다. '연구와 개발'의 합성어인 R&D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도 절실하다. 연구 단계의 결과는 재현성이 필수이며, 시장지향적이어야 비로소 가치를 가질 수 있다. "유치원생이 하버드생처럼 행동한다"는 기업 관계자의 비평은 막 시작한 벤처나 연구자들이 새겨들을만 하다. 실제 한미약품의 경우 2010년부터 2015년까지 55번의 '실사(Due Diligence)'를 받았다. 4건의 기술수출은 그 결과물이다. 기술을 선보이려는 벤처나 연구자들은 기업들의 이같은 검증에 개방적이어야 한다. 거꾸로 기업들도 '완벽하게 다된 물건'을 찾겠다는 안전 매몰적 태도로 벤처나 연구자의 꿈을 짓밟아서는 안된다. 솔직히 말해 그런 물건이 국내 기업들 손아귀에 잡힐리 없지 않은가. 가능성을 키워보겠다는 열린 태도가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의 기본이다.기업들에게 오픈 이노베이션은 구체적인 방법론이라기보다 오히려 정책적 마인드에 가깝다. 더 진실하게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오너의 태도다. "그거 확실합니까?"라고 묻는 순간, 그 말 뒤에 감춰진 무한 책임을 감당해낼 임직원은 없다. 최근 오픈 이노베이션을 설명하는 최고 모델은 구멍이 숭숭 뚫린 깔데기 모형이다. 가망성 있는 한 물질이나 방법론을 스스로 확보했거나 외부에서 사들여 '갈데까지 가보자'며 끝까지 신약개발 절차를 밟는, 뚝심으로 포장된 일방향이 아니다. 시장 변화를 읽으며 중간단계서 사업부문을 분사시켜 리스크를 줄이고 개발하든지, 아니면 개발의 부가가치를 얹어 다시 라이선스 아웃시키든지, 상황에 맞춰 최선과 차선을 넘나드는 게 요즘의 오픈 이노베이션 개념이다. 보유 역량과 외부 역량을 따로 구분하거나 믹스하거나 자유로운 상상과 조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 타깃을 만들 수 있을 만큼 기업 오너의 태도가 유연할 때 오픈 이노베이션은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신약개발은 어차피 리스크는 낮추고, 가능성은 높여가는 확률 게임이기 때문이다.2016-02-02 06:14:55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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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식약처가 잡아야 할 두마리 토끼국내 제약사들의 '글로벌 아이(Global Eye)'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한미의 신약 기술수출 잭팟은 다수 제약사에 각성제가 됐다. '제약산업=글로벌·미래 먹거리'란 공식을 정부와 여론에 각인시켰다.국내 제약산업의 세계진출 성적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게도 화두였다. 올해도 그럴 것이다. 이를 방증하듯 식약처는 새해 신년사와 업무보고에서 '최고의 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날 것을 강조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겠다는 말도 했다.구체적으로 세포치료제·유전자치료제 등 바이오의약품 제품화 길라잡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개발된 제품은 신속한 상품화를 위한 전담 컨설턴트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희귀·난치질환약 등은 신속심사 대상 지정으로 허가기간을 단축하고, 첨단융복합 의료기기는 허가부터 시판승인까지 일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논스톱 허가 시스템'을 제공하기로 했다.불필요한 규제를 완화·철폐하고 수출 활성화 목적 규제를 신설해 첨단 바이오신약 신속 허가와 제약산업 글로벌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으니 제약사들은 해외를 타깃으로 좋은 의료제품을 만들라는 시그널이다.하지만 산업과 육성만 강조하다보면 중요한 '나사'가 풀릴 수 있다. 식약처가 합리적 규제완화로 첨단 의료제품의 개발·허가를 지원하는 동시에 적절한 규제를 도입해 국민안전도 지켜내야하는 이유다.바이오 신약·첨단 의료기기 신속 허가에 방점을 찍은 식약처의 올해 업무보고는 자칫 의료제품 안전 보다 규제완화를 통한 산업화 촉진에 무게중심을 둔게 아니냐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식약처는 재작년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PIC/S)에 가입했고, 꾸준히 의약품 GMP의무화 범위를 확대중이다. 나아가 21세기형 GMP로 평가되는 '설계기반 품질 고도화(QbD)' 도입도 한창이다.이런 식약처의 움직임은 제약사들에 규제강화로 작용하는 한편 다른 측면에서는 산업의 기초체력을 길러 글로벌 진출 역량을 높이는데도 영향을 준다.식약처가 승격당시 내세운 설립 비전은 안전한 식의약 산업, 건강한 국민, 행복한 사회였다. 규제합리화와 의약품 안전관리 체계가 균형을 이룰 때 식약처 비전을 현실화할 수 있지 않을까.2016-02-02 06:14:50이정환 -
"복통과 어머니의 손"어릴 적 배가 아프면 어머니께서 배를 쓸어주시며 “엄마 손은 약손”라는 노래를 불러주셨다. 그럴 때면 아프던 배는 잊고 가만히 잠이 들었던 경험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 테다. 어떻게 아픈 배가 씻은 듯이 나았을까? 플라시보 효과이다. 배를 따뜻하게 해줘서, 연동운동 정상화를 도와준다는 등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큰 이유였을 것이다.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들 10명 중 3~4명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복통을 경험한다고 나타났다. 이처럼 복통은 우리가 매우 흔하게 겪는 증상이다. 배가 아픈 이유는 다양하다. 염증, 종양 부터 과식, 소화불량이 문제일 수도 있고 스트레스도 원인이 된다. 또한 평활근의 경련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매운 음식을 먹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배가 콕콕 쑤신다', ‘장이 꼬이는 듯 아프다’라는 고통을 겪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 이는 평활근의 경련으로 발생하는 복통일 수 있다. 식도부터 항문까지 이어지는 소화기의 표면 근육이 평활근인데, 이 평활근이 정상적으로 연동운동을 해야 몸의 소화 과정을 원활하게 도울 수 있다. 다만, 자극적인 음식을 섭취해 위와 장이 놀라거나 스트레스로 인해 신경전달물질이 과도하게 분비될 경우 평활근은 과잉 수축 및 경련을 일으키는데, 이것이 복통으로 이어지는 것이다.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이 평활근의 과잉 수축 및 경련을 완화시켜주는 효과를 보인 것일까? 그렇지 않았다 하더라도 어머니의 손길은 그립지만, 나이가 든 지금 어머니의 손길은 가깝고도 멀다.스트레스로 인한 평활근 경련을 진정시켜 주는 효과, 즉 진경 효과가 있는 복통 치료제를 쉽게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진경 효과가 있는 복통 치료제는 단순한 통증의 경감과는 다르게 복부 위장관 내 경련과 통증이 발생한 부위에 작용해 통증의 원인인 경련을 진정시켜서 증상을 완화시킨다.여성들의 생리통 역시 자궁의 평활근의 경련이 원인이기 때문에 생리통에도 진경제가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진경성분인 브롬화부틸스코폴라민과 위장장애 없는 진통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을 동시에 함유한 복합제제도 효과적으로 사용 가능하다.올해도 추운 날씨 속에 새해가 찾아왔다. 추운 날씨와 잦은 스트레스 속에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이 그리운 때이다.2016-01-30 06:14:50데일리팜 -
"실손보험 직접청구는 재검토돼야"금융위원회는 최근 발표한 2016년 업무계획에서 실손의료보험료를 병의원과 약국이 보험사에 직접 청구하도록 간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실손보험과 관련한 제도변화 움직임은 이것 만이 아니다. 실손보험료 지불 대상 진료의 심사를 보험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할 수 있게 하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또한 이제는 실손보험을 국민건강보험과 나란히 의료지불제도의 양대 축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같은 시도를 통해 실손보험사들이 도달하고자 하는 끝은 과연 어디인가?2014년 4월 뉴스타파는 삼성생명 내부문건을 입수하여 그 내용을 폭로한 바 있다. 삼성생명이 2005년에 작성한 내부문건에 따르면, 민영의료보험의 발전과정이 당시 실손의료보험 단계에 와 있고 병원과 연계된 부분경쟁형 보험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공공보험을 대체하는 포괄적 보험, 즉 미국식 민영의료보험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서 말하는, 병원과 연계된 보험이라는 것이 병의원이 직접 청구하는 실손의료보험 단계가 아닌지 강한 의심을 지울 수 없다.병의원과 약국이 소비자 대신 실손보험료를 보험사에 직접 청구하는 것은 일견 소비자 불편을 줄일 수 있는 합리적 방식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통해 지불제도에서 국가가 차지하고 있던 역할을 민간보험사가 대신하게 되며, 민간의료보험은 병의원과 약국에서 일어나는 의료행위를 통제할 수 있는 영향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온 국민이 우려하는 미국식 의료민영화로 가는 길인 것이다.최근 국민건강보험노조는 본인부담금 상한제 적용으로 본인부담금을 환급 받은 환자들에게 그 액수만큼 실손보험사가 보험료를 덜 지급함으로써 최소 1조 1천억원의 반사이익을 얻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위해 퍼부은 재정이 민간보험사의 배를 불리는 데 새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실손보험사를 위해 환자의 본인부담금 상한제 적용 내역을 제공하라고 금융감독원이 건강보험공단에 요청한 것은 가히 점입가경이라 할 만하다.본디 본인부담금은 환자가 의료 서비스를 남용하지 않게 하기 위한 장치로서 도입된 것인데, 실손의료보험은 이를 대신 지불함으로써 본인부담금 제도를 교란하고 의료오남용을 심화시키고 있다. 또한 의료민영화가 완성되려면 대기업 자본이 지불제도를 장악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데, 실손의료보험은 이를 위한 중간단계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박근혜 정부 하반기 들어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각종 의료민영화 정책이 전방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시책과 맞물려 실손보험사의 이해를 대변하는 제도 변화가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실손의료보험은 완전한 의료민영화로 가는 징검다리로서 매우 많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보험상품이다. 직접청구뿐 아니라 실손의료보험의 의료기관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시킬 모든 시도는 폐기되어야만 하며, 정부 당국은 지금이라도 실손의료보험에 대한 호혜적 자세에서 벗어나 관리감독과 규제를 강화하도록 정책방향을 선회해야 할 것이다.2016-01-29 06:14:49데일리팜 -
[칼럼] 신약 R&D 인수분해와 세액공제의 함수R&D 만큼 창의성 짙고, 희망적인 용어가 세상에 또 있을까? 미래를 보장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으로 통용되는 이 말에 뉘라서 토를 달 수 있을까. R&D는 기업의 미래를 지켜줄 씨앗으로 산업계에서 지지를 받는다. R&D를 하는 곳이나 않는 곳이나 그 필요성을 늘 강조한다. 이익이 남아돌아 R&D를 하는 게 아니라, 이익이 바닥을쳐도 해야만 하는 것으로 기업들은 R&D의 중요성을 받아들인다. 학생이면 공부를 해야하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제대로 한번만 성공하면 그야말로 대박을 칠 수 있는 신약개발 분야에서 R&D의 중요성은 새삼스레 거론할 여지조차 없다. 내일의 성공을 꿈꾸는가? 그러면 R&D를 하라는 진리를 한미약품이 최근 멋지게 입증시켰다. 연구개발엔 관중을 깜짝 놀라게 할 반전의 매력이 숨어있다.하지만 신약개발을 목표로 한 제약기업들의 R&D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R&D 개념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일반인들의 머릿 속에 그려진 R&D란 흰색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연구실에 앉아 현미경을 들여다 보는 장면과 여기서 얻은 결과물로 곧 신약을 만들어 약국 진열대에 올려 놓는 장면일지 모른다. 한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굳이 R&D를 인수분해해보면 'Research and Developement'가 된다. 일반인들은 'Research'를 R&D의 모든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짙다. 일반인들만 그런 것도 아니다. 신약은 고부가가치 대박으로 생각해 제약산업에 손발을 뻗친 재벌기업들도 그랬다. 얼마간 R&D는 플레밍이 푸른곰팡이(나중 페니실린으로 발전)를 발견하듯 곧 선물을 안겨 줄 것으로 기대했던 듯하다. 돈과 시간은 무한정인데, 결과물은 신통치 않자 그들은 잽싸게 방향을 틀었다.대체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것일까? 'D'를 간과한 탓이리라. 1987년 물질특허제도가 도입되고 신약개발의 중요성이 강조되던 때 일간신문엔 '기존 암치료제보다 몇배 높은 효과를 보이는 신물질을 찾아냈다'는 따위의 보도가 흥행했다. 한데 그 많던 보도의 결과물들은 지금 어디로 간 것일까. 신약 연구의 본론편이라할 수 있는 개발(Developement)이 얼마나 험난한지 알지 못했던 탓이다. 통상 신약개발 연구자들은 하나의 신약이 개발될 때 투자금액과 시간의 비중을 나눠보면 연구(리서치)는 20%, 개발은 80% 쯤된다고 말한다. 대개 동물실험까지를 연구, 임상시험부터 다시말해 상품화 단계를 개발로 분류한다. 질병치료 가능성이 있는 신물질을 발견해 20년 특허를 보장받았다쳐도 10년 이상 개발 단계서 소진한다. 돈과 비용이 많이 드는 임상시험을 거쳐 허가당국의 최종 승인을 받기전까지 그것은 하나의 가능성에 불과하며, 승인을 받아 의사가 처방전에 쓸때라야 비로소 진정한 약으로 태어나게 된다.한미약품이 지난해 모두 4건, 8조원 가량 기술수출을 잇따라 성공시키면서 신약개발의 가치와 국가 신성장동력으로서 가능성이 뜨겁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정부는 어느 때보다 가능성에 솔깃해하며 산업계를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귀를 활짝 여는 모양새다. 진실로 도움을 주고자한다면, 그 분야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혁신 신약 개발의 원점이 될 수 있는 약물 타깃 발굴 등 기초연구는 물론 오픈 이노베이션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생태계 조성, 기업이 R&D 투자에 나서도록하는 보험약가정책 개선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다만 이 글의 맥락상 개발부분의 정부지원을 이야기한다면 임상시험 투자비용의 세액공제가 있을 것이다. 신성장산업의 젖줄이되는 조세특례제한법을 적용하면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단지, 신약 연구개발(R&D)의 특성을 인정해 주면되는 것이고, 이는 산업육성을 꾀하는 정부당국의 철학에 관한 문제다. 지난 20일 주형환 산자부 장관이 한미약품연구센터를 방문해 제약바이오산업계로부터 의견을 청취할 때 임성기 회장이 건의한 내용도 같은 맥락에 있는 문제다. 이 자리에서 임 회장은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지을 때 이를 R&D 투자로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른 세액공제 필요성을 주장한 것인데, 실은 산자부와 상관없는 사안이었다. 기재부 소관인줄 알면서도 간곡히 요청한 것은 그 만큼 제약바이오업계가 상품화를 위한 개발단계서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임상시험용 의약품 생산공장은 신약개발에 성공했을 때 완제품 공장으로 용도 전환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그게 R&D일까'하는 의구심을 만들지만, 엄연히 상품화 이전까지를 R&D로 보는 만큼 근거불충분한 주장은 아니다.동일 선상의 문제는 또 있다. 올 3월 17일부터 임상시험에 부가세를 붙이는 문제다. 임상시험을 수탁받은 병원에게 부가세 10%를 내도록하겠다는 것인데, R&D 범주에 포함될 뿐만 아니라 신약개발 과정의 꽃인 임상시험에 과연 부가세를 책정하는게 정당한지 의문이 든다. 그동안 병원과 대부분의 의뢰자인 제약회사와 힘의 역학관계를 고려할 때 부가세 10%를 상쇄할 임상시험 단가 상승은 유력해 보인다. 사실상 제약산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한미약품의 기술수출을 들여다보면 정부의 세액공제는 사실상 남는 투자일 수 있다. 정확히 계산을 해낼 수는 없으나 8조원 계약을 모두 성공시킬 경우 세액공제보다 한미약품이 이 나라에 낼 세금은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이게 국부 창출이다. 일련의 국부창출을 선순환시키려면, 신약 관련 R&D의 세액공제는 한층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 미래 예측과 정책 철학의 문제다.2016-01-28 06:14:55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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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국민이 전자건강보험증을 원하는가장자의 천도편에서 유래된 고사성어로 '호우호마(呼牛呼馬)'라는 말이 있다. 자신에 대한 남들의 실없는 칭찬이나 비방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이다. 좀 더 명확히 하면 남이 뭐라고 하든 개의치 않는다는 뜻이다.성상철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26일 출입기자협의회와 가진 간담회에서 전자건강보험증(IC카드) 도입과 관련해 올해 안에 결론을 내겠다고 했다. 가능하면 시범사업까지 해보고 싶다고도 했다.성 이사장의 이런 의지는 이미 올해 초 신설한 'IC카드추진팀'을 통해 확인됐다.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해 모든 것을 다 꺼내놓고 난상토론을 벌여 답을 찾겠다고 했는데, 실상 IC카드 도입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여야 국회의원들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구동성 IC카드에 목 맨 건보공단의 움직임에 우려를 표명했다.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사실상 도입할 이유나 필요성이 없다는 비판 일색이었다.건보공단이 주장하는 증 도용 등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누수 방지,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 사태에서 IC카드의 역할 등은 국정감사장에서 기각됐다. 요즘 식으로 표현하면 비용 대비 효과가 너무 떨어지는 방법론이라는 게 중론이었다.이런 비판론은 IC카드를 통해 집적되고 유출될 수 있는 개인질병정보 관리상의 문제에 국한하지 않는다. 바로 한국적 현실이 IC카드를 필요로 하느냐는 '니드', 바로 의구심이 IC카드 도입 주장을 기각하거나 거부하고 있다.성 이사장은 국감 당시에도 IC카드가 있었다면 메르스 확산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메르스 당시 DUR(처방조제지원시스템) 시스템이 매우 유용하게 활용된 건 주지의 사실이다.더구나 의약품정보확인 의무화법이 시행되는 올해 12월부터는 내용상 DUR 사전점검도 의무화될 예정이다. 건보공단은 DUR은 의약품 사용내역 정보에 국한돼 진료내역 정보를 포괄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시스템은 운용하기 나름이다. 다시 말해 돈을 더 들이거나 불필요한 논란을 거치지 않더라도 기왕에 있는 인프라를 활용해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얘기다.무엇보다 건보공단이 주장하는 증 도용 방지나 정확한 개인별 진료내역 추적은 IC카드가 없어도 진료·조제 단계에서 수진자 본인확인을 통해 얼마든지 가능하다. 건보공단은 이미 보험료 체납 가입자에 대한 사전급여제한을 위해 부분적이지만 사실상 본인확인을 강제하고 있다.또 진료나 조제단계에서 수진자 본인확인은 의료계의 반대로 진척되고 있지 않지만 최동익 의원이 발의한 법률안을 통해 이미 입법 필요성이 제안되기도 했다. 냉정히 말하면 건보공단은 IC카드보다 더 손쉽고 유의미한 최 의원의 법률안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다. DUR에 대해서도 스스로 경쟁자로 치부하고 있는 심사평가원을 의식한 탓인 지 활용론보다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김성주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건강보험증 부정사용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누수액은 연간 13억원 규모인데, 건보공단이 외부에 의뢰해 수행한 연구용역(중간보고 결과)을 보면 전자보험증 도입에 소요되는 비용은 4800억원이다. 13억원의 누수를 막으려고 4800억원을 들여 땜질해야 하나.기자는 성 이사장의 IC카드에 대한 소신이 무엇인 지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다만 이런 일련의 정황에 비춰보면 성 이사장의 행보가 노자 식의 '호우호마'가 아니라 '독불장군'같아 보이는 건 왜일까.성 이사장은 출입기자들에게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추진이 불투명해 걱정스럽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관심있는 국민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고, 특히 재산이 적은 사람이 보험료를 더 낼 수 있는 지역가입자 문제는 심각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성 이사장이 명확히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건강보험 가입자인 국민들이 원하는 건 부과체계 개편과 같은 불합리를 해소하는 것이지 IC카드가 아니다. 정작 TFT가 필요한 영역은 따로 있는 데 왜 안타깝다고만 하고, 남의 밭에서 쟁기질을 하겠다는 것인 지 우리는 그 속내가 궁금하다.2016-01-28 06:14:51최은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