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의 눈] 권영희 당선인 인수위에 쏠리는 눈[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을사년 새해를 맞았지만 정국은 여전히 혼란스럽고 국민은 불안하다. 탄핵 정국에 대형 여객기 참사까지 겹치면서 신년의 희망 찬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이 가운데 대한약사회는 차분한 분위기 속 새 집행부가 들어설 채비에 들어갔다. 권영희 대한약사회장 당선인은 8일 인수위원회 첫 회의를 갖고 본격적인 새 집행부 출범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권 당선인은 앞서 인수위 활동 개시와 더불어 인사위원회를 구성해 41대 집행부 임원, 기관장 추천과 공모를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었다. 권 당선인이 임원 추천 과정에서 경선한 인사들과의 탕평을 공언하고 나서면서 추후 임원 인사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력풀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만큼 다른 집행부에 비해 특히 새 집행부에 승선할 인사 면면에 궁금증이 증폭되는 것이다. 인사는 최종 권한을 쥔 권 당선인의 몫이라지만, 회무와 임원 인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권 당선인을 비롯한 인수위가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보다 약사사회 현 주소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의 약사사회는 언제 터질지 모를 상황 속에 놓인 불안한 시국과 일정 부분 닮아 있다. 의정갈등과 탄핵 정국의 그늘에 가려진 핵폭탄급 현안들이 내재돼 있음은 약사회 관계자나 약사 현안의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주지하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 논의 재개 조짐에 화상투약기 실증특례 연장,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따른 약 배송 추진 등 닥칠 현안들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약사의 업권을 조여 오는 한약사의 약국 개설 문제와 수년째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의약품 품절 사태까지 민생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안들도 권 당선인이 취임과 동시에 당장 마주할 과제들이다. 여기에 권 당선인이 지부장으로서, 또 대한약사회장 후보로서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약학정보원 등 유관기관의 업무 개선과 개혁 역시 숙제다. 여느 집행부도 마찬가지였겠지만 특히 차기 집행부는 약사 정책과 대관부터 약국 민생, 보험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소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권 당선인은 선거 이후 공식 행사들에 참석해 줄곧 “선거 때는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었었는데 당선이 된 후로 잠을 못 이룬다”는 말을 해 왔다. 취임 후 밀려올 현안들에 대한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말이기도 하다. 인사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활용하고 조직의 조화를 끌어내 최상의 결과를 도출하는 것은 결국 리더의 자질과 능력에 달린 문제다. 선거도, 임원 인사도 결국 나름의 승자와 패자가 남고 그 과정에서 뒷말과 일정 부분 후유증이 따를 것이다. 권 당선인의 소신 있는 선택과 그에 따른 최상의 결과 도출을 기대해 본다. 그것이 곧 권 당선인을 선택한 약사들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할 길이다.2025-01-09 11:58:31김지은 -
[기자의 눈] 동네약국, 소분 건기식 희비 갈린다[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전국 약국에서 곧 건강기능식품 소분 판매가 가능해지지만, 새로 열리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약국은 소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약국 경영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동네약국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그보다는 소외되는 약국의 숫자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약사회가 500여개 약국을 대상으로 소분건기식 시범사업을 진행했지만 시장 안착은 물론이고, 소비자들에게 약국 서비스 제공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데에도 실패했다. 결국 약사들은 소분 건기식 시장을 각개전투로 쟁취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식약처가 시행규칙을 공포하는 순간 약국은 다양한 선택지 앞에 놓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크게는 약국에서 ATC나 약주걱으로 직접 소분해서 상담 판매하는 방법, 소분건기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이용하는 방법, 제조·소분업체에 위탁해 구독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 등을 선택해야 한다. 만약 직접 소분 판매할 계획이라면 소분·조합기록에 대한 서류와 거래내역을 2년간 보관해야 하고, 조합한 건기식 성분이 일일섭취량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또 포장이나 용기에는 혼합된 제품들 중 가장 짧은 소비기한, 조합된 성분 명칭과 섭취방법, 소분일자와 보관방법 등이 모두 기재돼야 한다. 각 사항을 위반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되기 때문에 준비된 약국들이 먼저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SNS, 커뮤니티 플랫폼 등을 활용해 운영 약국의 소분 건기식 서비스를 홍보할 수 있느냐도 개별 약사들의 역량에 달렸다. 비대면 상담툴을 갖추거나 소통채널을 확보하고 있는 약사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본 사업을 준비해 온 업체 서비스를 이용하는 약사, 직접 제조·소분·배송 업체와 위탁계약을 해 구독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약사들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동일한 조건에서 시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운영 방식과 성공 여부는 갈릴 수 있다. 새로운 먹거리로 삼지 못하는 약국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회를 쟁취하는 기쁨보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4년 전 소분건기식 정책 윤곽이 발표될 때부터 하나의 약포지에 조합되는 건기식이 소비자들에게 약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여기에는 기존에도 의약품 영역을 넘보는 건기식이 소분 조합을 통해 더욱 경계를 희미하게 만들 것이라는 예상이 깔려있다. 즉, 소분건기식이 급성장하며 활성화될 경우 약국 OTC 시장에 미칠 걱정의 시선이 있었던 것이다. 이 같은 예상은 지금도 유효하다. 오래 기다리던 소분건기식 시장이 곧 열린다. 동네 약국도 희비가 나뉠 것으로 보인다. 준비된 약국에는 새로운 기회가, 또 다른 약국에는 위기가 찾아오고 있다.2025-01-08 17:04:25정흥준 -
[기자의 눈] 하루 500명씩 찾은 무안 봉사약국의 힘[데일리팜=강혜경 기자] 무안공항 참사가 발생한 지 11일이 지났다. 희생자 179명에 대한 인도 절차가 마무리 됐지만 지속적인 피해자 지원과 철저한 진상규명 등 풀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희생자 가운데는 광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50대 개국약사도 포함돼 있어 동료, 선후배 약사들의 추모가 이어졌으며 약사사회 내 비통한 분위기 역시 이어지고 있다. 1월 2일 현장을 방문한 전라남도약사회는 도청과 실무협의를 갖고 즉각 봉사약국 운영에 돌입했다. 사고 직후 식음을 전폐한 채 고단한 텐트생활을 이어가고 있던 유가족과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끼니를 걸러가며 함께 봉사하고 있는 봉사자들을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전라남도약사회와 차기 대한약사회장 당선인인 권영희 서울시약사회장, 서울시약사회 임원들이 주축이 돼 스타트를 끊은 봉사약국에는 이웃해 있는 광주와 전북지부에서도 힘을 보태며 24시간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약사회에 따르면 일평균 봉사약국을 방문한 이들은 500명에 달한다. 3일부터 6일까지 일평균 500여명이 약국을 찾아 청심원과 위장약, 파스, 감기약, 피로회복제 등을 받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유가족과 봉사자, 관계기관 실무 담당자 등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약사회는 합동위령제가 열리는 오는 18일까지를 우선 운영 기한으로 잡고 있다. 다만 여건에 따라 기한 연장 등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 지인을 보내야 하는 이들의 아픔이야 헤아릴 수 없지만 그들과 함께 슬픔을 나눠지는 약사들과 전국 각지에서 이어지는 온정이 작은 위안이 되길 바래본다. 실제 전남약사회는 2014년 세월호 사태 때도 무려 137일간 봉사약국을 운영해 왔다. 당시 상황이 기록된 세월호 봉사약국 백서에는 실종자 가족과 현장 구조요원, 자원봉사자 등 10만명이 내방하고, 전국 각지에서 680여명의 약사들이 참여한 기록이 고스란히 녹아져 있다. 바쁜 일상을 제쳐두고 아픔을 나누기 위해, 도움이 되기 위해 현장을 방문하고 있는 약사회를 보면서 국민과 함께하는 약사는 입이 아닌 행동으로 완성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분명 도민들, 국민들 역시 약사회의 봉사를 결코 쉬이 생각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황망한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의 마음을 세심히 살피며 사고수습과 유가족 지원 등 관계부처와 함께 마지막까지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는 김영록 전남도지사의 약속처럼 아픈 상처가 관심과 따뜻함으로 아물길 기원한다.2025-01-07 19:41:58강혜경 -
[기자의 눈] 개미들의 이유 있는 제약바이오주 외면[데일리팜=김진구 기자] '국장(한국 주식시장)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비아냥이 언젠가부터 유행이 됐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부쩍 커진 모습이다.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주식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다른 업종과 비교해 개인투자자들로부터 더욱 더 외면 받는 게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주식의 현주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투자자들은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주식 1조5000억원 이상을 처분했다. 전체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1조원 넘게 순매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씁쓸할 따름이다. 대형 종목 대부분이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외면 받았다. 개인투자자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만 1조원 이상 내다 팔았다. 알테오젠과 셀트리온은 8000억원 이상, SK바이오팜·HLB·녹십자는 1000억원 이상 순매도했다.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시가총액 1·2위 제약바이오기업의 주식을 대거 처분한 셈이다. 다양한 원인이 지목된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장기 투자가 필요한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관심이 크게 저하됐다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글로벌 신약 승인과 같은 가시적 성과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더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개인투자자들은 제약바이오 기업의 미흡한 주주환원 수준, 저조한 수익성·성장성, 취약한 기업 지배구조, 회계 불투명성 등에 불만을 제기한다. 비단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제약바이오 기업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유독 지배구조가 취약해 제약바이오기업의 가치가 더욱 낮게 평가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창업주와 오너의 입김이 유독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경영인보다 오너의 한 마디에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사외이사들은 거수기 역할을 할 뿐이다. 견제와 감독 기능은 작동하지 않는다.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이 쏟아진다. 각종 꼼수도 난무한다. 지난해만 해도 이른바 '올빼미 공시'에 나선 제약바이오 기업이 수십 개에 달한다. 이들은 악재성 정보를 장 마감 후 공시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돌리려 꼼수를 부렸다. 주요 임원들의 '꼼수 블록딜'이 공분을 산 사례도 있었다. 한 의료AI 기업의 임원과 주요 주주 7인은 지난해 말 49억9900만원 상당 주식을 매도했다.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사전 공시를 피하기 위해 1인당 매도금액 한도인 50억원 미만으로 매도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임상 결과를 부풀리거나 왜곡하는 공시나 보도자료도 끊임없이 이어진다. 최근엔 기술수출이 호재로 작용하다보니, 계약금은 비공개로 하는 대신 전체 계약 규모를 뻥튀기하는 사례도 쏟아진다. 회계 부정 논란이나 기존 주주의 권익을 침해하는 '쪼개기 상장' 사례도 제약업계에 적지 않다. 일부 기업의 꼼수와 일탈은 업계 전반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올해도 많은 제약바이오기업이 현금배당·주식배당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적지 않은 기업이 올해 배당금을 전년대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많게는 수천억원 규모의 배당을 계획 중인 기업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상증자나 자사주 매입·소각 사례도 많아지는 모습이다. 그러나 몇몇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만으론 한계가 분명하다. 떠나간 개인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선 신뢰의 밑바닥부터 다시 다지는 제약바이오업계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2025-01-07 06:18:38김진구 -
[데스크 시선] 장밋빛 R&D 비전과 발목 잡는 정부[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올해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R&D) 성과가 유난히 기대되는 한해다. 유한양행의 렉라자가 국내개발 항암신약 중 최초로 미국과 유럽 시장에 출격한다. 녹십자가 오랜 기간 공들인 혈액제제가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검증한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신약 엑스코프리가 미국에서 어디까지 성장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포인트다. 많은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그동안 축적한 R&D 역량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시험대에 오른다. 하지만 국내 상황을 돌아보면 기대보단 우려가 더욱 큰 실정이다. 많은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정부와 사활을 건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어서다. 지난 몇 년간 제약사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정부와 굵직한 행정소송을 펼쳐왔다.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콜린제제)는 효능 논란이 초대형 집단소송으로 이어졌다. 콜린제제의 효능 검증을 위한 임상재평가가 시작되자 돌연 보건당국은 제약사들과 '임상시험에 실패할 경우 처방액을 반환하라‘는 내용의 환수협상을 체결했다. 제약사들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허가받고 판매 중인데도 임상재평가 실패시 처방액을 환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맞섰다. 결국 제약사들은 콜린제제의 재평가 임상 실패로 적응증이 삭제되면 임상시험 계획서를 승인받은 날부터 삭제일까지 처방액의 20%를 건보공단에 돌려주겠다고 합의했다. 제약사들은 콜린제제의 환수협상 명령을 두고 총 5건의 집단 소송을 펼치고 있는데 임상시험과 소송 모두 고배를 들면 최악의 경우 수천억원 규모의 청구서를 받아들고 또 다시 대형 법정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보툴리눔독소제제 기업들은 절반 이상이 정부와 허가취소 처분에 대한 행정처분을 진행 중이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7곳의 보툴리눔독소제제 16개 품목이 허가취소 처분이 예고됐다. 메디톡스, 휴젤, 파마리서치바이오, 제테마, 한국비엠아이, 한국비엔씨, 휴온스바이오파마 등 7개 업체가 보툴리눔독소제제의 허가취소 처분 등이 예고됐다. 대다수 제품들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판매한 혐의로 허가취소 처분이 결정됐다. 허가 취소가 예고된 보툴리눔독소제제 16개 제품의 작년 생산실적은 3284억원으로 국내 기업들의 전체 생산실적의 57.0%를 차지한다. 보툴리눔독소제제 업체들은 최근 식약처의 행정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에서 연승을 이어가며 식약처의 처분 부당성이 짙어지고 있지만 판결이 뒤집히면 치명적인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원스트라이크 아웃’으로 소송전이 제약업계의 큰 이슈로 부상했다. 이 규제는 GMP 적합판정을 거짓·부정하게 받거나 반복적으로 의약품 제조·품질관리에 관한 기록을 거짓으로 작성해 판매한 사실이 적발된 경우 GMP 적합판정을 취소하는 강력한 처분이다. 지난해 처분 대상이 속속 등장하면서 이 규제를 둘러싼 논란이 확대됐다. 제약사들은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 수위가 과도하다는 불만을 제기한다. 일부 제품의 위반 행위로 공장 전체를 문 닫게 하는 것은 처분 수위가 지나치게 강력하다는 이유에서다. 특정 업체의 행정처분이 위수탁 관례를 맺은 다른 업체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했다. 만약 제약사들이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에서 패소하면 국내 제약업계 전반으로 혼선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물론 기업이 잘못을 했으면 합당한 수준의 처분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일부 행정처분은 처분 결정 과정에서 꼼꼼하게 설계하고 결정했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행정처분이 산업에 미치는 파장을 전혀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전문성이 결여된다는 눈초리도 많이 받는다. 제약사들이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막대한 손실을 회피할 뿐 상처는 불가피하다. 제약사가 지난해 승소한 불순물 소송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9년 10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구상금을 납부할 것을 요구했다. 불순물 발사르탄 파동 이후 환자들에게 기존 처방 중 잔여기간에 대해 교환해주면서 투입된 금액을 제약사들로부터 돌려받겠다는 후속 조치다. 제약사들은 “발사르탄 손해배상에 대한 책임이 없어 구상금 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건보공단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제약사 패소 판결이 나왔지만 2심부터 반전이 일어났다. 서울고등법원은 건보공단이 소송 참여 업체들이 부담한 구상금 15억원 중 11개 업체의 2억원에 대해서만 채무 이행 의무가 있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이어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제약사들은 식약처의 판매중지 조치 이후 해당 의약품을 판매하지 않았기 때문에 건보공단에 손해배상 의무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불순물 발사르탄 의약품의 결함은 인정하면서도 건보공단에 손해배상 책임은 없다고 봤다. 이미 제약사들은 발사르탄제제 판매금지 이후 적잖은 손실을 감수했다. 여기에 5년에 걸친 소송을 겪으면서 최종 승소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내상을 입었다. 결과적으로 안 해도 되는 정책으로 정부와 제약사들은 지난 5년 동안 적잖은 시간만 낭비했지만 보건당국은 단 한번도 반성의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물론 정부의 모든 정책이 원했던 결과로 도출될 수는 없다. 다만 결과적으로 잘못된 정책이라는 판단이 나왔으면 그에 타당한 반성도 수반돼야 한다. 과거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는 분명히 책임을 따져야 한다. 정부는 늘 습관처럼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이라는 단어를 외친다. 제약바이오산업이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구호도 익숙해진지 오래다. 제약바이오기업 입장에선 산업 육성 의지를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에 정부가 팔 걷어붙이는건 바라지도 않는다. 합리적인 규제 운영으로 납득할만한 정책만 펼쳐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불합리한 규제로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는 정부라면 산업 육성을 외칠 자격도 없다.2025-01-06 06:16:46천승현 -
[기자의 눈] 무제한 비대면진료 허물 벗는 새해 돼야[데일리팜=이정환 기자] 2025년 을사년 푸른 뱀 새해가 밝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사회 전반이 혼란스럽지만, 더는 속도를 늦추거나 방치해선 안 될 입법이 있다. 코로나19의 예기치 못한 습격으로 긴급하게 허용된 비대면진료 제도화 법안이다. 국민 건강과 생명을 위해 우리나라 정부가 원칙으로 고수해 온 대면진료는 2020년 2월 말부터 신종 감염병 여파로 균열이 발생했다. 그 시점 부터 2025년 새해가 될 때까지 5년 째 환자는 전화 한 통만으로 의사를 만나지 않고도 진료를 받고 의약품을 처방받을 수 있게 됐지만, 국회는 비대면진료의 정의 한 줄 조차 법제화하지 못했다. 정부도 비대면진료의 시행 방안을 여러차례 수정하며 허용 범위를 좁혔다가 넓히고 다시 좁히고 또 넓히는 등 조정 절차만 반복할 뿐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무제한 시범사업을 이행하며 규제관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마약류 의약품이 중독, 오남용 등 전 사회적 환자 부작용을 야기하거나 비만치료 신약이 신드롬 수준 광풍을 몰아 치고 난 뒤 그제서야 비대면진료 처방 금지 품목에 문제 의약품을 추가하는 수준의 땜질식 행정이 지금까지 정부가 보인 규제 움직임이다. 비대면진료 시행을 위한 법적 근거와 정의, 규제 방식이나 범위 등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 전체 의료기관에 비대면진료를 허용했으니 '사후약방문'식 행정은 불가피하다. 규제가 전무한 탓에 비대면진료 플랫폼이 편법성 수익 창출 서비스를 발굴·시행에 나서더라도 정부는 불법성 여부를 명확히 판단할 수 없는 처지다. 특정 약국으로 특정 의료기관의 처방전이 유입될 위험성을 키우는 등 의약분업 근간을 뒤흔들고 의료기관·약국 생태계 혼란을 촉발할 여지가 농후한 중개 플랫폼 수익 모델이 만들어져도 이를 막을 적극 행정이 불가능하단 얘기다. 이 같은 혼란하고 부정확한 비대면진료 플랫폼 행태와 무력한 행정을 멈추기 위해 정부와 국회는 새해 비대면진료 법안의 국회 심사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 6일 현재까지 22대 국회 제출된 비대면진료 제도화 법안은 없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비대면진료 플랫폼 리베이트·도매업 방지법이 있지만 이 마저도 비대면진료의 정의나 허용 대상(범위) 등 제도를 직접 법제화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비대면진료 입법과 관련해서는 소관 정부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여당 몇몇 보건복지위원과 입법안 발의를 위한 밑준비에 나섰다는 소문만 들려올 뿐이다. 새해 복지부와 국회는 의대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 의료공백 사태 해결책을 빠르게 마련하는 동시에 대면진료 원칙을 깨트리고 있는 비대면진료 법안을 발의·심사하고 통과시키는 성과를 내야한다.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중증·희귀 질환 타깃 구조 전환과 2차병원·동네 의원 기능 재정립을 통해 우리나랑 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하겠다는 목표를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의료전달체계 정상화가 필수·지역의료 강화, 서울 소재 상급종병 집중화 문제 해결의 필요조건이란 게 복지부 인식이다. 무제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중단과 제도화 입법은 의료전달체계 정상화의 동음이의어다. 거동불편환자나 장애인, 의료취약지 거주자 등을 제외한 환자의 대면진료 원칙을 복원하려는 입법 노력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전화 한 통으로 경증, 중증 질환 일체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중인 현 상황과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는 공존할 수 없다. 복지부는 묵은 허물의 탈피를 통한 새 시작을 뜻하는 푸른 뱀의 지혜를 본 받아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중단을 위한 제도화 입법과 의료개혁 행정 간 균형을 확보해야 할 때다.2025-01-05 16:00:20이정환 -
[기자의 눈] 류마티스관절염 받고 아토피피부염 가자[데일리팜=어윤호 기자] 한번 약을 선택했다가 바꾸면 보험급여 적용이 안 된다. 교체투약 급여 불인정에 대한 불만은 우리나라에서 심심찮게 발생해 왔던 문제다. 지난 연말, 골칫거리 였던 한 분야의 이슈가 해결됐다. 보건복지부가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대상으로 종양괴사인자알파저해제(TNF-α억제제) 또는 JAK 억제제에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으로 투약을 지속 할 수 없는 경우 교체투여를 인정하기로 한 것. 쾌거다. 그간 정부는 JAK억제제 교차투약과 관련, 임상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급여 적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러나 대한류마티스학회 등의 지속적인 의견서 제출과 교체 투여에 대한 처방 경험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정부는 재검토에 들어갔고, 이번에 긍정적인 결론을 도출하게 됐다. 당시 복지부는 "국내·외 허가사항, 교과서, 가이드라인, 임상 논문, 학회(전문가)의견 등을 참조해 류마티스 관절염에서 JAK 억제제 간 교체투여 시 요양 급여를 인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문제는 남아 있다. JAK억제제의 교체투약은 아토피피부염 영역에서도 급여 기준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인터루킨제제 등 생물학적제제 혹은 JAK억제제와 같은 경구제를 사용하다가 다른 치료제로 처방을 변경하면 약제 급여가 중단되기 때문이다. 치료를 시작한 약제를 투약하다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효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 와도 쉽사리 다른 치료제로 넘어갈 수 없다. 아토피피부염 역시 류마티스관절염과 마찬가지, 직접적인 임상적 근거는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현장은 꾸준히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는 보건당국에 아토피피부염 치료 영역에서 교차투약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여기에 하나더, 9년 만의 치료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생물학적제제와 경구제 간 치료적 지위에 차이를 두지 않음 명확히 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연말 아토피피부염에서 교체투약 인정에 대한 검토를 재개했다. 다시 한번 쟁점은 속도다. 2025년 새해, 신속한 검토를 통해 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망설이면 또 한세월이다. 또 하나, 증가하는 사용량과 재정에 대한 제약사들의 노력도 필수다.2025-01-03 11:24:17어윤호 -
[기자의 눈] GMP 적합판정 취소제 평가의 필요성[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올해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적합판정 취소제 시행 3년차에 접어든다. 중대한 GMP 위반 행위가 적발될 경우 예고 없이 한 번에 적합판정을 취소한다고 해서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로도 불린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은 반복적으로 임의·불법 제조가 적발돼도 법적으로 적합판정을 취소할 근거가 없어 논의되기 시작했다. 원스트라이크 아웃 논의에 불을 지핀 업체로 바이넥스, 비보존제약, 종근당 등이 손꼽힌다. 지난 2021년 갑자기 해당 제약회사들이 줄줄이 임의·불법 제조 사실로 적발됐다. 하지만, 약사법에 따라 적발 품목에 대한 제조·판매 중지 처분만 이뤄지면서 솜방망이 처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그렇게 제조·품질관리기준 적합 판정 또는 변경적합판정을 거짓·부정하게 받거나 반복적으로 제조·품질관리 기록을 거짓·잘못 작성한 경우 GMP 적합 판정을 취소하도록 하는 제도가 2022년 12월 11일부터 시행됐지만, 순탄한 길을 걷지는 않았다. 식약처가 본격적으로 적합판정 취소제를 도입하고 이듬해인 2023년부터 'GMP 미준수 위험도' 상위 업체를 대상으로 특별 기획감시를 실시했다. 지난해 처분을 받은 한국휴텍스제약, 한국신텍스제약, 동구바이오제약, 삼화바이오팜 등도 기획감시를 통해 적발된 업체들이다. 식약처가 이들을 적발하고 행정처분 조치를 내리는 과정에서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적합판정 취소의 첫 번째가 된 휴텍스제약은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33일간 집행정지 효력이 발생했다. 이 기간동안 외래 처방금액이 전년대비 50% 이상 축소됐다고 한다. 이후 행정처분 업체들은 휴텍스제약의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미리 소송을 준비해 처분과 동시에 효력을 정지시켰다.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어 보이는 제도를 두고 '필요한 제도'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있다. 분명 반복적으로 불법을 저지르면 강력한 처분이 필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고의가 아니라 실수로 발생한 부분까지 처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여기에 올해 1월 16일 적합판정 취소 첫 번째 대상이었던 휴텍스제약이 식약처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처분 취소 소송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온다. 이번 판결이 나머지 3개 제약회사 뿐 아니라 앞으로 처분 받을 수 있는 제약회사들에게도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년차를 맞는 적합판정 취소제는 처분이 시작됐고, 효력이 정지됐고, 조만간 소송 결과도 나온다. 많은 과정을 거친 만큼 올해는 중간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 또한 제도 시행 3년차를 맞으면서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건의서를 제출 받았고, 국회 요구도 있는 만큼 제도 평가에 대해서 긍정적인 의사를 보이고 있다. 올해 휴텍스제약의 소송 결과를 시작으로 식약처에서 또한 제도를 적극적으로 점검하고 평가하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2025-01-01 17:53:41이혜경 -
[기자의 눈] 신약 동반진단 딜레마[데일리팜=황병우 기자] 약이 있어도 못쓴다. 클라우딘 18.2(Claudin 18.2) 표적 위암 치료제 빌로이(졸베툭시맙)의 이야기다. 흔히 혁신신약이 허가를 받은 뒤 고가의 비용으로 환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져 사용하기 어려운 것과는 다른 상황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동반진단(CDx)'이다. 클라우딘 18.2(Claudin 18.2)을 표적하는 빌로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환자 종양의 클라우딘18.2 양성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빌로이가 허가 당시 동반진단 의료기기인 한국로슈진단의 VENTANA CLDN18 (43-14A) RxDx Assay도 같은 날 허가했다. 하지만 빌로이의 동반진단 기술의 신의료기술 평가 여부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새로운 바이오마커가 등장하면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신의료기술 평가를 통과해야만 임상에서 사용할 수 있다. 지난 달 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전문평가위원회 회의를 열고 빌로이의 동반진단 안건에 대해 논의한 결과 결정을 보류했다. 클라우딘18.2 동반진단을 기존 기술로 분류해 급여 결정심사를 할지 신기술로 분류해 NECA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게 할지 여부도 내년 초 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는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을 경우 최대 15개월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 중이다. 임상현장도 내년 1월 빌로이 출시와 함께 처방이 바로 이뤄지도록 준비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아스텔라스 역시 출시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문가들은 빌로이가 위암 치료에서 가지는 의미가 크다고 본다.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었던 국내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암 치료의 성과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란 시각이다. 특히 신규 환자에서 30~40%가 클라우딘 18.2양성으로 나타나는 등 치료혜택을 볼 수 있는 환자 수도 적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빌로이 사례는 특정 타깃을 표적하는 항암제 등 신약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이 현행 동반진단 제도를 손질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제도의 변화는 필수적일 수 밖에 없다. 환자들이 신약 혜택을 빠르게 볼 수 있도록 장기적 안목의 접근이 필요하다.2024-12-31 06:00:53황병우 -
[기자의 눈] 한미 분쟁에 가려진 이사회의 역할[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연초부터 이어진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오너일가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보유 지분의 42.3%를 경영권 분쟁 상대방에 넘기면서다. 이로써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이 포함된 4인 연합 측은 과반 이상 우호 지분을 확보했다. 결국 이들의 다툼은 압도적 지분율을 쥔 4인 연합 측 승리로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당장 경영권 분쟁이 끝나는 건 아니다.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지주사 이사회 절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제가 현재 입장을 고수한다면 이들 측 인사로 분류되는 이사진의 임기가 만료되는 2027년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까지 교착 상태가 이어질 전망이다. 기업의 지배력이 단순히 지분에서만 나오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은 한국 기업 지배구조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다. 지배구조의 핵심은 이사회다. 이사회는 최고 의결기구다. 이사회 역할은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독이다. 이사진은 회사와 주주를 위해 일해야 하는 '충실의무(duty of loyalty)'를 지닌다. 이사회가 잘 작동하는지 여부가 선진적인 지배구조를 결정한다. 한미약품그룹을 보면 이사회 독립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경영권 분쟁 발발 이후 모녀와 형제는 각 이사진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사활을 걸어왔다. 양측 모두 공식 석상에서 이사회를 자신의 측근으로 채우겠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사회 본연의 임무를 생각한다면 이사진이 특정 세력을 지지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의 발언에서도 이사회에 대한 고위 경영진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그는 대표이사 권한으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결의 없이 한미약품 주식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주사 이사회가 동수로 재편된 상황에서 대표이사 1인 의사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법률 자문도 받았다고 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이사회의 존재 이유는 없다. 이사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아 생기는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주주의 몫이다. 오너일가 갈등이 장기화하는 동안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의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 1월 5만6200원까지 치솟았던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현재 3만원선이 무너졌다. 한미약품도 처지는 비슷하다. 연초 37만원대를 기록했던 주가가 현재 28만원을 밑돈다. 6월 말 기준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의 소액주주 비중은 각각 23.3%와 39.1%에 달한다. 사실 한미약품그룹은 경영권 분쟁 중에도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 올 2분기 한미약품은 실적 신기록을 경신했다.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소폭 줄었으나 의료 공백 악재 등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회사가 본업에서 탄탄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지배구조의 취약성이 노이즈로 작용, 주가를 누르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이런 일이 비단 한미약품그룹만의 문제일까. 한국 기업들은 견제와 감독 기능이 무력화된 식물 이사회에 대한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사외이사는 오너일가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거수기로 전락한 지 오래다. 특히 창업주나 오너의 입김이 유독 강한 제약 업계는 그 정도가 더 심각하다. 전문경영인을 선임하고도 의사결정이 오너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한국은 요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이 한창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한국 증시만 유독 저평가받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정책이다.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 다양한 주가부양책이 나오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한국 주식 시장에 수십 년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답은 지배구조에 있다.2024-12-30 06:14:39차지현
오늘의 TOP 10
- 1남대문 '착한가격' 표방 A약국, 체인형태로 대치동 상륙
- 2국산 'CAR-T' 탄생...식약처, 큐로셀 '림카토주' 허가
- 3프로포폴 빼돌려 투약한 간호조무사 사망…의사는 재고 조작
- 410년 넘긴 상가 임차인, 권리금 못 받는다?…대법 판단은
- 5제약업계 비만 신약 다변화…기전·제형 경쟁 확산
- 6제조소 이전 경미한 변경 시 비교용출로 대체…개정 고시
- 7성인 전용 폐렴구균백신 '캡박시브', 종합병원 처방권 진입
- 8제네릭사, ‘자디앙듀오’ 미등재 특허 분쟁서도 1심 승리
- 9보령, 렌비마+키트루다 병용요법 특허분쟁 1심서 패배
- 10중국, 의약품 규제 24년 만 대수술…"혁신 우대+책임 강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