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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AI 시대의 약사, 이제는 환자 케어 전문가로[데일리팜=강혜경 기자] 해외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미 AI 조제 로봇이 약국 깊숙이 확산되며 조제 자동화를 이끌고 있다. 국내 약국에서도 재고 관리, 복약지도 문구 자동 생성, 처방전 오류 해석까지 일당백 역할을 수행하며 약사의 업무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 기술의 진보가 가져온 편리함 이면에는 'AI는 약국에서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숨어있다. AI에 무장돼 약국을 찾는 소비자들을 약사는 어떻게 응대해야 하고, 어떤 수준까지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느냐는 부분이다. 여전히 AI의 환각 현상과 프롬프트 설정 오류, 학습 데이터 한계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AI가 약사의 업무를 '판단'과 '해답 제시'에 치중하도록 바꿀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기술의 고도화가 약사 대체가 아닌 약사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현실에 접목돼야 한다는 뜻이다. 단순 노동에 투입되는 시간과 노력을 다제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의 중복 투약을 거르고, 복약 순응도를 높이는 데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약국의 기술 도입과 기술 고도화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대형 창고형 약국이나 네트워크 약국들이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을 흔드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것은 고차원적인 케어가 아닌 당장 눈에 보이는 저렴한 약값일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실제 소비자의 발걸음이 가격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냉혹한 현실이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이 동네 약국들과 개국 약사들이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할 이유다. 기존 방식대로 처방전 수용에만 안주한다면 가격 파괴와 온갖 서비스를 앞세우는 대형 약국들과의 경쟁에서 승기를 거머쥐기 쉽지 않다.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접목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 유행을 따르기 위함이 아니라, 가격 경쟁력 그 이상의 가치를 구축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약국이 AI를 통해 재고 관리나 기계적인 조제 노동 시간을 줄이고, 확보된 시간을 환자 맞춤 상담과 고객 관리, 재교육 등에 써야 한다. 소비자가 약국을 찾을 때 단순히 약을 싸게 사는 곳이 아니라 '나의 건강을 가장 잘 이해하고 정밀하게 관리해 주는 전문가가 있는 곳'이라는 경험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럼에도 저렴한 약국을 찾아 헤매는 소비자들이야 차치하고서라도, 가격을 뛰어넘는 고품질 보건의료 서비스와 정서적 유대감을 기대하는 이들을 충족시켜주는 공간이 늘어나야 한다. 한국형 약국 AI 도입의 방향성은 명확하다. 기술을 어시스트로 활용해 직능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완전히 차별화된 케어를 제공하는 것. 소비자의 발걸음을 돌리기 위해서라도 약국은 변해야 하며, 기술은 그 변화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디딤돌이 돼야 할 것이다.2026-06-12 06:00:46강혜경 기자 -
[기자의눈] 약가개편 다음은 신약 육성 지원책 돼야[데일리팜=정흥준 기자]정부가 약가 인하 폭을 완화하거나 약가 우대 혜택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제약산업의 체질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제약산업의 혁신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산 신약 개발을 위한 섬세한 지원 정책까지 병행돼야 한다. 약가제도 개편을 마무리하는 목표만 달성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산업계가 신약개발 지원 방안 마련을 위한 협의체를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약가제도 개편안의 큰 뼈대는 R&D 투자를 많이 하는 제약사에 대한 약가 우대다. 여기에는 연구개발 투자에 소홀한 영세 제약사에 대한 구조조정의 뜻이 담겨있다. 신약 개발에 대한 의지와 가능성이 높은 제약사를 중심으로 산업을 재편하려는 시도로 볼 수있다. 신약 개발에 도전할 수 있는 수준의 매출 규모를 갖춘 제약사들이 늘어난다면 자연스럽게 국산 신약은 늘어나게 될까. 약가제도 개편이 제약산업 구조조정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하더라도, 그것이 곧 신약 개발 활성화, 신약 강국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지나친 낙관이다. 물론 약가제도 개편 외에도 정부는 신약개발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범정부 차원으로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하고, 그 중 바이오·백신 분야에 11조6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또 복지부는 1500억 규모의 임상 3상 특화펀드를 조성했고, 지난 2023년부터 운영해왔던 K바이오-백신펀드를 2027년까지 1조원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글로벌 선도기업과 오픈이노베이션 협력을 하는 국내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펼쳐놓은 자금 지원 방안은 화려해보이지만, 이 자금이 제대로 된 마중물이 되기 위해서는 신약개발 출발선에 있는 업계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반영한 제도 개선을 함께 달성해야 한다. 한국보건산업연구원은 올해 초 국산 신약의 이정표를 점검하는 연구 보고서를 통해 제약산업 연구개발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바 있다. IND 승인의 효율성 제고와 간소화, 임상 중간단계에서의 예비 평가, 전문인력 수급을 위한 규제 개선, 환자 데이터 연구 활용 활성화, 연속성 있는 R&D 투자 지원, 수익 발생 시 환급 방식의 3상 투자 등 다양한 제언이 나온 바 있다. 복지부, 식약처 등 정부 부처의 장벽을 허물고, 산업계와 협의체를 구성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 신약 개발의 전 과정을 촘촘하게 책임지는 전주기 육성책을 설계해야 한다. 그래야만 구조조정식 약가 개편이라는 지적에서 벗어나 신약개발 육성을 위한 초석이었다는 재평가를 받을 수 있다.2026-06-11 12:00:25정흥준 기자 -
[데스크 시선] 휴온스 합병, 주주 소통의 정석[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자본시장에서 지주회사의 물적 분할이나 자회사 간의 합병 등 지배구조 개편은 늘 뜨거운 감자다. 소액주주들의 반발로 법정 공방이나 경영권 분쟁으로 번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종종 주주를 상생과 소통의 대상이 아닌, 넘어서거나 극복해야 할 ‘규제’나 ‘장벽’으로 여기는 오류를 저지르기도 한다. 주주 소통에 있어 정석은 사실을 바탕으로 한 진정성을 전달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일련의 긴 시간이다. 그 길이 가장 빠른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주주와의 소통은 기업 경영에 있어 투명성과 신뢰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다. 최근 자회사 합병을 추진하는 휴온스그룹의 행보는 그 결을 달리하고 있다. 합병 결정 공시부터 주주환원책 발표, 임시 주주총회를 앞둔 일련의 과정은 주주 소통의 정석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기업은 시장의 모든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다. 단기적 비판을 직면할 수도 있으나 지속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고뇌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 결정에 있어 배경과 목표를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이끌어내야 한다. 어찌 모든 주주를 만족시킬 수 있겠는가. 사실을 바탕으로 숨김없이 성실하게 소통을 이어가 신뢰를 얻고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 단기 주가가 아닌 장기적 기업 가치 제고에 초점을 둬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휴온스글로벌의 전략은 사실을 바탕으로 한 ‘소통’과 ‘설득’에 있다. 합병에 대해 이견이 있는 주주들을 임시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질 ‘반대 세력’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룹의 미래를 함께 걱정하고 함께 성장해야 할 동반자로 인식한다. 이에 합병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그들의 우려에 귀 기울여 응답하려 노력한다. 주주들을 대상으로 주주간담회를 열어 소통하고 특별위원회의 권고를 적극 수용해온 행보도 이러한 경영 철학을 반영한다. 특별위원회의 권고에 대해 이사회가 수용한 부분 중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임시주주총회 및 선제적인 의결권 제한 조치다. 휴온스글로벌은 자회사 간 합병 안건에 대해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특별위원회 권고에 따라 합병 당사 회사뿐 아니라 지주회사 일반주주들의 의견을 직접 묻기로 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소수주주들의 의견이 더욱 확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고민했다. 오는 7월 3일 지주사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이른바 ‘3% 룰’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현재 자회사 중복상장이나 지배구조 개편 시 지주사 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대주주 의결권 제한은 법적인 강제 의무가 아니며 금융당국의 최종 가이드라인조차 공식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규제라는 울타리가 세워지기도 전에 기업이 먼저 일반주주들의 표심에 지주사의 의결권 방향을 맡기겠다고 선언한 것은 자본시장에서 극히 보기 드문 선례다. 최근 확정 발표한 주주환원 정책도 같은 결이다. 휴온스글로벌은 합병이 성사될 경우 취득할 휴온스 신주 중 일반주주 지분율의 30%에 달하는 26만여 주를 일반주주에게만 현물 배당하기로 결의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자사주는 배당에서 전면 배제된다. 그 규모는 과거 지주사 분할 과정에서 합병신주 20%를 현물 배당했던 덕산하이메탈의 사례와 비교해도 시장의 예측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휴온스글로벌은 이미 배당 정책 공시를 통해 매 분기 배당 200원씩 연간 800원의 현금배당을 예고한 바 있다. 여기에 이번 현물배당이 더해지면 연간 배당 총액은 약 315억원 수준으로 늘어난다. 이는 주주와의 상생을 말뿐이 아닌 실질적인 자산 가치로 응답하기 위한 기업의 결정이다. 물론 이러한 조치들이 곧 합병의 정당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합병의 타당성과 적정성에 대한 판단은 결국 주주들의 몫이다. 실제로 주주들이 충분한 설명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면 합병은 성사되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이번 합병의 배경 역시 시장이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휴온스글로벌 자회사 휴온스랩은 뛰어난 바이오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계열사 배당 및 수수료가 주요 수입원인 휴온스글로벌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 부담을 안고 있다. 중복상장 금지 기조 속에서 외부 투자 유치 역시 쉽지 않은 환경이다. 연구개발비용 마련이 시급한 휴온스랩을 휴온스가 흡수하는 방안은 그룹 차원에서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선택지로 평가된다. 휴온스 역시 합병을 통해 연구개발 역량 확대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가능성 등 중장기 성장 전략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휴온스가 합병 자체보다 주주의 동의를 얻는 과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는 주주들이 반대할 경우 그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는 결과를 강요하기보다 과정을 존중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합병이 옳은지 그른지는 결국 주주들의 판단이 결정할 것이다. 합병이 성사될 수도 있고 무산될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와 별개로 주주를 설득의 대상이 아닌 경영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설명과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으려는 시도는 의미가 있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밸류업과 주주가치 제고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시장이 원하는 것은 구호가 아니다. 주주의 목소리를 듣고, 우려에 답하고, 판단을 존중하는 과정이다. 결국 자본시장에서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주주 소통의 정석은 멀리 돌아가는 길처럼 보일 수 있지만 기업과 주주가 함께 성장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기도 하다. 주주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 시장은 결과뿐 아니라 그 과정 또한 기억하기 때문이다.2026-06-11 06:00:44이석준 기자 -
[기자의 눈] 오픈 이노베이션 선순환의 열쇠[데일리팜=손형민 기자] 최근 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바이오기업 간 협력은 단순 기술도입을 넘어 공동 연구개발과 플랫폼, 초기 자산 발굴 단계까지 확대되고 있다. 과거 어느 정도 검증이 끝난 후기 임상 자산 중심이었던 협력 방식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일라이릴리는 최근 한미약품의 GLP-2 기반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도 에이비엘바이오, 알지노믹스, 올릭스 등 국내 바이오기업과 신약후보물질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MSD, 로슈, 화이자, 노바티스, 바이엘, 아스트라제네카, 암젠 등 여러 글로벌 제약사들 역시 국내 유방 바이오텍 발굴 프로그램과 공동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바이오기업의 기술력이 일정 수준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매년 수많은 후보물질과 플랫폼 기술을 검토한다. 연구개발 성공 가능성과 임상적 경쟁력, 사업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기술이전이나 공동개발 계약이 곧 신약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해당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검증받을 기회를 얻었다는 의미는 있다. 정부 역시 오픈 이노베이션을 바이오산업 성장 전략의 한 축으로 강조하고 있다. 국내 연구개발 역량과 글로벌 제약사의 개발·상업화 역량을 결합해 혁신 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국내 기업이 발굴한 기술이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을 통해 신약으로 개발되더라도, 국내 시장에 진입하는 순간에는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 중심의 평가가 이뤄진다. 이는 당연한 원칙이다. 건강보험 재정은 한정돼 있으며 허가와 급여는 객관적 근거를 기반으로 판단해야 한다. 특정 기업이나 특정 국가에서 개발했다는 이유만으로 우대받을 수는 없다. 다만 정부가 오픈 이노베이션과 바이오산업 육성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국내 연구개발 생태계가 창출한 혁신의 가치를 현재 제도 안에서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필요해 보인다. 국내 기업이 발굴한 기술이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경우 그 성과를 단순히 하나의 수입 신약과 동일한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실제 국내 기술이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을 통해 글로벌 표준 치료 영역에 진입하는 사례까지 등장했지만 국내 환자들이 그 혜택을 체감하기까지는 여전히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혁신이 국내 의료현장에 안착하는 과정은 또 다른 관문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허가나 급여 기준을 완화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비용 효과성과 임상적 가치라는 원칙은 유지돼야 한다. 다만 오픈 이노베이션 활성화와 바이오산업 육성을 정책적으로 장려하고 있다면, 그 과정에서 창출된 혁신의 가치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 역시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과를 기술수출 계약 규모나 계약금 액수만으로 평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국내에서 발굴된 혁신이 글로벌 개발 과정을 거쳐 다시 국내 환자 치료에 기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선순환이 완성된다. 정부는 바이오를 미래 성장동력이라고 말한다. 글로벌 제약사들 역시 한국 기업의 기술을 찾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이제는 기술을 수출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성과가 국내 시장과 환자에게도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할 시점이다.2026-06-10 11:57:25손형민 기자 -
[데스크 시선] AI도 학습이 어려운 변화무쌍 규제[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제약바이오업계 모든 실무 현장에 인공지능(AI)이 깊숙이 침투했다. 데일리팜이 창간 27주년을 맞아 제약업계 임직원 219명을 대상으로 AI 활용 실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제약업계 임직원 5명 중 4명 이상은 주 3~4회 이상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사용하는 비중도 59%에 달했다. 문서 작성과 검토, 학술 정보 요약,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필수 업무 도우미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인허가 담당 실무자들이 상대적으로 AI 활용에 소극적이라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AI가 업무 효율화에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직무에 마케팅‧학술이 44%로 가장 높았다. 연구개발이 큰 도움을 받을 것이란 응답자도 28%에 달했다. 반면 인허가와 급여등재 업무에 AI 업무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답변은 12명으로 5%에 그쳤다. 허가와 급여등재 업무 종사자 18명 중 AI를 매일 사용한다는 사람은 44%로 평균치에 크게 못 미쳤다. 현장 실무자들은 "t수시로 바뀌는 규정 탓에 AI를 믿고 업무를 맡길 수 없다"라고 하소연한다. 제네릭 약가제도가 대표적인 수시 변경 규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0년 약가제도 개편을 통해 제네릭 제품은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을 모두 충족해야만 현행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 상한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당시 급여등재 시기가 늦을 수록 상한가가 낮아지는 계단형 약가제도가 시행됐다. 그런데 오는 8월 또 다시 약가제도 변경이 예고됐다. 복지부가 최근 행정예고한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 일부 개정고시안에 따르면 오는 8월부터 특허만료 의약품과 제네릭 모두 특허만료 전 신약의 53.55%에서 45%로 내려간다. 산술적으로 제네릭 약가가 16.0% 깎인다. 생동성시험 수행과 등록 원료 사용 등 최고가 요건을 기등재 제네릭에 적용하면 약가인하 폭은 더욱 커진다. 개편 약가제도에서 최고가 요건 미충족시 적용되는 인하율은 15%에서 20%로 확대된다. 계단식 약가제도 적용 제네릭도 동일제제 21번째에서 14번째로 단축된다. 계단식 약가제도는 이미 폐지됐다가 다시 도입된 전력이 있다. 복지부는 2012년 약가제도 개편 당시 이를 폐지했었다. 이후 시장에 늦게 진입해도 합리적인 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면서 제약사들은 특허 만료가 오래된 시장에도 제네릭을 적극적으로 발매할 수 있었다. 제네릭 난립 문제가 고착화되자 정부는 8년 만에 계단식 약가제도를 부활시켰고, 더욱 강력한 약가 억제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오는 8월 예고된 약가제도에서 양도·양수 의약품의 약가 승계를 차단하는 규정이 담겼다. 상속이나 합병을 제외하고 의약품의 판권이 다른 기업으로 이전하면 원칙적으로 동일 제품 최저가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당초 2020년 약가제도 개편으로 양도·양수 의약품도 계단식 약가제도의 적용으로 동일 제품 중 최저가로 등재됐다. 의약품 허가권이 다른 업체로 변경되는 양도·양수의 경우 급여 삭제와 재등재 절차를 거친다. 기존에 등재됐던 제품이라도 삭제 이후 신규 등재 제품으로 인식되면서 계단형 약가제도 적용이 불가피했다. 업계가 이에 대해 부당함을 호소하자 복지부는 일부 제도를 개선했다. 제조업자 지위 승계, 수입·제조허가 전환, 동일 제품 재허가 등 특정 사례에는 삭제된 제품의 최종 상한금액과 동일가를 산정해주기로 한 것이다. 그러자 제약사들 사이에서는 높은 약가의 제네릭을 사고파는 행위가 빈번해졌고, 이번 개편안은 이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제네릭 허가 규정도 오락가락 행보가 반복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07년 5월부터 제네릭 개발을 위한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진행할 때 참여 업체 수를 2개로 제한하는 공동생동 제한 규제를 시행했다. 불필요한 규제라는 업계의 성토와 규제개혁위원회의 개선 권고를 받아들여 2011년 11월 전면 철폐했다. 하지만 2021년 7월부터는 이른바 '1+3' 규제로 불리는 의약품 공동 개발 제한이 다시 시행됐다. 1건의 생동성시험으로 4개의 제네릭만 허가받을 수 있도록 문턱을 높였다. 최근에는 위수탁 규제를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제네릭 위탁 생산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판매 중인 제네릭 개수를 줄이려는 시도다. 과거에는 특정 업체가 특정 제품을 집중적으로 만들면 전문성이 강화되면서 품질관리가 잘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위수탁을 적극 장려했다. 하지만 제네릭 난립 억제를 명분으로 위수탁을 점차적으로 억제하는 양상이다. 이 경우 제네릭 개수를 줄일 수 있어도 정부 규제에 따라 위수탁 사업을 펼치던 기업들은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직면하게 된다. 물론 제도 시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바로잡으려는 노력 자체를 폄훼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빈번한 규제 변경은 개선이 아니라 정책 실패의 자백이나 다름없다다. 규제의 근간이 흔들리면 산업의 미래도 흔들린다. 정부는 수시로 바뀌는 규제가 과연 합리적인 예측이 가능한 수준인지 자문해봐야 한다. 복잡하고 난해한 규제는 행정 편의주의의 산물일 뿐 결코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2026-06-10 06:00:42천승현 기자 -
[기자의 눈] 여전한 CSO 리베이트, 추가 규제 신속 수립을[데일리팜=이정환 기자] 국무조정실이 제약사와 의약품 영업대행사(CSO) 간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범정부 차원의 '국가 정상화 과제'로 지정했다. 보건복지부가 약가제도 개편을 통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체질 개선을 선언한 뒤 즉각적으로 제약업계 큰 파장을 미칠 행정을 공표한 셈이다.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제약바이오 글로벌 육성'과 '블록버스터 신약 창출'을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다. 하지만 정부 정책이 기대중인 청사진과 달리, 일선 의약품 처방 현장에서는 변종 CSO리베이트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절감과 신약 중심 제약산업 체질 개선을 타깃으로 제네릭 약가인하가 결정된 지금, 불량 CSO들이 리베이트 사각지대를 파고 들어 국내 제약산업을 후퇴시키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복지부의 약가 개편안이 요구하는 '신약 R&D 투자 비율' 등 우대 조건을 악용, 제약사에 변종 리베이트를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불법 CSO가 득세중이란 현장 목소리는 정부와 국회가 행정·입법을 통한 규제에 속도를 낼 필요성을 방증한다. 의료기관장이 자녀나 친인척 명의로 CSO를 세우고 영업대행 수수료를 명목으로 허위 용역비나 고액의 뒷돈을 챙기는 적폐 역시 현재 진행형이다. 제약산업 선진화에 발맞춰 성장해야 할 CSO가 질 나쁜 진화만 거듭하며 보건의약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다수 CSO 업체들이 제약사가 신약 발굴과 인허가에 집중하고 판매는 CSO가 전담하는 '분업화'를 외치며 윈-윈(Win-Win)하는 CSO 산업 투명화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향은 옳지만 정작 제약사들이 CSO를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업계의 전반적인 노력과 대오각성이 요구된다. CSO의 의약품 영업 전문성을 믿고 영업을 맡기려 해도 '리베이트 없는 깨끗한 CSO'를 찾기가 어렵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는 수준의 자정 노력과 함께 정부, 국회의 CSO 의무 신고제 이후 시행할 규제가 함께 맞물려야 할 때다. 이젠 불법 리베이트 우회로란 이름으로 오염된 CSO가 제대로 거듭나기 위한 밀린 숙제를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 수수료율 규제나 허가제 도입처럼 위헌 소지가 있거나 당장 추진이 어려운 논의는 뒤로 미루더라도 난립하는 점조직 형태의 CSO를 선진화된 규모로 끌어올릴 현실적인 다음 단계 규제 트랙을 즉각 고민하고 마련, 시행해야 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규제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다. CSO 신고 시 영업 소재지 사실증명 서류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불법 없이 제대로 된 의약품 영업을 대행하는 조직임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엄격한 관리 기준을 신설하는 게 전진숙 의원안 핵심이다. 복지부는 실시중인 CSO 실태조사, 전수조사를 기점으로 CSO리베이트를 뿌리 뽑을 추가 규제를 선제적으로 수립해 여야 정치권과 머리를 맞대는 적극 행정이 필요하다. 제약업계는 이번을 분기점으로 불법 리베이트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깨부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형식적인 교육을 넘어 MR(의약정보담당자) 인증제 상향 등을 통해 CSO가 진정한 스페셜리스트로 거듭나도록 유도하고, 리베이트 창구로서 CSO를 기계적으로 악용하게 만드는 '다품목 구조 제네릭' 환경을 쇄신하는 공동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의약품 유통 투명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블록버스터 신약은 불법 리베이트 수수료를 기반으로 한 영업으로는 탄생할 수 없다. 범정부가 비정상의 정상화를 선언한 지금, 22대 국회는 후반기 원 구성이 완료되는 대로 정부와 함께 K-제약바이오가 한 단계 진화할 수 있도록 촘촘한 CSO 양성화, 제약산업 선진화 규제를 내놔야 한다.2026-06-09 06:00:42이정환 기자 -
[데스크 시선] 희귀질환 신약 등재 제도 개선의 무가치함[데일리팜=어윤호 기자] 희귀질환 치료제의 보장성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을 외치는 목소리는 그야말로 매해, 아니 이제는 매분기 들려 온다. 약이 있어도 환자수가 적거나 혹은 기준 대비 환자수가 살짝 많아 비용효과성 입증과 재정소모 예측이 어려워 보험급여 등재 과정이 험난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26년 현재, 국회에서는 두달에 한번 꼴로 특정 희귀질환의 보장성 확대 방안을 논하는 토론회가 개최되고 있다. 정부는 항상 검토를 약조하고 개선방안도 내놓지만 의료현장과 환자의 갈증은 여전하다는 반증이다. 왜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느낌일까. 기존 경제성평가 방식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평생 질환을 치료해야하는 만성 희귀질환의 경우 환자가 장기 생존할수록 약제의 복용도 지속 이뤄져야 하므로, 약제로 인한 생존 및 삶의 질 향상 효과가 발생함과 동시에 약제비도 함께 증가한다. 이에 비용효과성을 증명하기 불리해지는 구조가 되며, 극단적 예시로 환자가 빨리 사망해야 비용효과성이 높게 평가되는 딜레마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신속 등재가 필요하다 판단되는 만큼의 획기적인 신약들은 대부분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약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체약제는 당연히 올드드럭일 수밖에 없고, 이같은 상황은 당연히 등재 절차를 지연 시킨다. 희귀질환 치료제의 진정한 급여율이 상승하려면 결국 현재의 평가 방식 자체가 변해야 한다는 의견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희귀질환은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환자 수를 알기 어려운 질환이다. 대상 환자 수가 적어 임상시험 자체가 어려운 사례도 허다하다. 환자 수가 적다 보니 시장에서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워 신약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기도 어려울 뿐더러, 어렵게 신약개발에 성공해도, 경평을 통한 비용효과성 입증이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희귀∙중증난치질환 지원 강화방안을 예고하며 "기존에 1년 이상 소요되던 희귀질환 치료제의 등재기간을 급여적정성 평가 및 협상 간소화를 통해 100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평가기간의 단축은 신속 등재를 보장하지 않는다. 누군가(제약회사)가 신청하고 이를 심사하는 기한일 뿐이다. "우리도 노력했다. 검토하겠다"는 말의 반복은 무가치하다. 현 상황을 반영한 평가방식의 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그에 대한 결과를 내놓을 때다.2026-06-08 06:00:46어윤호 기자 -
[특별기고] 서울시약사회 역사 정립, 더 이상 미룰 수 없다1977년 미국의 한 텔레비전 드라마가 전 세계를 흔들었다. 알렉스 헤일리(Alex Haley)가 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미니시리즈 ‘뿌리(Roots)’는 아프리카에서 납치된 한 청년 쿤타 킨테(Kunta Kinte)와 그 후손들이 노예로 살아온 수백 년의 역사를 담담하고도 처절하게 그려냈다. 방영 당시 미국 전체 시청률 44.9%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고, 단순한 흑인 인권 운동의 상징을 넘어 '인간은 왜 자신의 뿌리를 알아야 하는가'라는 보편적 질문을 전 인류에게 던졌다. 그 질문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아니,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정체성이 흐려지는 시대일수록, 뿌리에 대한 물음은 더욱 절실해진다. 개인도, 가문도, 국가도, 그리고 직능단체도 예외가 아니다. 뿌리란 무엇인가—나무는 뿌리로 서 있다 뿌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무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 살아있는 기반이다. 지상에서 아무리 높이 자란 나무라 할지라도, 뿌리가 흔들리면 그 모든 성장은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하다. 인간의 삶에서 뿌리란 곧 정체성(Identity)이다. 나는 어디서 왔는가, 나를 있게 한 것은 무엇인가, 내 삶의 근본은 어디에까지 닿아 있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곧 한 인간의 뿌리이다.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이 '정체성의 위기(Identity Crisis)'를 인간 발달의 핵심 과제로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뿌리를 잃은 인간은 방향을 잃고, 방향을 잃은 인간은 결국 무너진다. 이는 개인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 나라의 역사가 그러하고, 한 민족의 문화가 그러하며, 한 단체의 창립 정신이 그러하다. 자신의 역사적 뿌리를 명확히 알고 있는 단체는 외풍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다. 반면 뿌리가 불분명한 단체는 작은 갈등에도 정체성을 잃고 표류하기 쉽다. 뿌리를 찾는 시대—약업계의 각성 반가운 일이 있다. 대한민국 약업계가 저마다의 뿌리 찾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2025년 이미 80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진행하였고 2026년,올해 대한약학회는 창립 80년사 발간과 학술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또 대한약사회는 2028년 창립 100주년이라는 의미있는 이정표를 앞두고 있다. 100년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수(數)가 아니다. 그것은 일제강점기의 혼란 속에서도, 전쟁의 잿더미 위에서도, 산업화와 민주화의 격랑 속에서도 약사 직능을 지켜온 선배들의 땀과 헌신이 응축된 시간이다. 이 100년의 역사를 바르게 세우는 것이야말로 미래 100년을 향한 진정한 출발선이 될 것이다. 이처럼 뿌리를 찾고 기념하는일은 약업계의 존재 이유와 방향을 재확인하는 공동의 의식(儀式)이며, 구성원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정신적 토대이다. 그런데 이 뜻깊은 뿌리 찾기의 물결 한가운데 아직 해결되지 않은 숙제가 있다. 바로 서울특별시약사회의 창립총회, 즉 그 역사적 기점을 언제로 봐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이 문제는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어떤 이는 특정 시점을 창립의 기원으로 주장하고, 다른 이는 또 다른 근거를 들어 반박한다. 그 사이에서 '역사적 진실'은 안개 속에 가려진 채로 남아 있다. 이는 단순한 날짜 논쟁이 아니다. 서울특별시약사회라는 단체의 정체성과 정통성 그 자체에 관한 문제이다. 뿌리를 모르면 길을 잃는다—역사 정립의 당위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주인공들이 나라를 빼앗긴 참담한 현실 속에서도 '이름 없는 자들의 역사'를 기록하려 했던 것처럼, 우리 역시 1946년 그날의 창립 선언을 기억하고 기념해야 한다. 그 뿌리를 외면하는 것은 선배들의 고귀한 결단을 부정하는 일일것이다. 서울특별시약사회의 창립 역사도 명확히 정립될 때, 비로소 그 구성원들은 진정한 자긍심 위에 서게 된다. 숫자 하나, 날짜 하나가 만들어 내는 차이가 아니다. 그것은 수십 년간 서울 시민들 곁에서 묵묵히 건강을 지켜온 서울 약사들의 역사에 정당한 이름을 돌려주는 일이다. 대한약학회의 80년, 대한약사회의 100년이 증명하듯, 위대한 역사는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그것을 발굴하고, 기록하고, 후대에 전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있어야 비로소 역사는 살아 숨 쉰다. 서울특별시약사회도 이제 엄정한 사료(史料) 조사와 공정한 학술 고증을 통해 창립의 뿌리를 명확히 밝히고, 그 실체적 진실을 회원과 사회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것이 과거 선배들의 땀에 보답하는 길이며, 미래 후배들에게 자랑스러운 유산을 물려주는 길이다. 뿌리 없는 나무는 없다. 역사 없는 단체는 미래도 없다. 이제, 뿌리를 바로 세울 때다. -필자 이력 중앙대학교 약학박사 이화여대 MBA 경영학석사 전)대한약사회 부회장 전)약학정보원장 전)마포구약사회 회장 현 마약퇴치운동본부 부이사장 현 마포구약사회 의장 현 한국보건약학협회장 현 한국약사학술경영연구소장 현 케어솔약국장2026-06-08 06:00:44데일리팜 -
[기자의 눈] 한미약품, 집안 싸움보다 진한 '본업 경쟁력'[데일리팜=최다은 기자] 2년이 넘게 이어진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마침표를 향해 가고 있다. 창업주 가족 간 갈등과 OCI그룹 통합 추진, 주주연합 형성, 전문경영인과 대주주 간 충돌로 이어진 분쟁은 국내 제약업계에서도 보기 드문 규모였다. 그 과정에서 시장이 가장 우려했던 것은 신약 연구개발(R&D)이었다.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그룹 내 의사 결정 지연은 물론 연구개발 투자 축소와 핵심 인력 이탈, 파이프라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한미약품이 내놓은 성적표는 시장의 예상과는 다른 흘러갔다. 한미약품은 최근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 단장증후군 치료제 후보물질 '소네페글루타이드'의 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최대 11억8500만달러(약 1조7800억원) 수준이다. 계약금만 7500만달러(약 1100억원)를 확보한 대형 기술수출이다. 릴리와의 계약이 중요한 이유는 계약 규모 때문만이 아니다. 한미약품이 10년 이상 축적해 온 장기지속형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의 경쟁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인정받았다는 의미를 갖는다. 또한 1년 넘게 이어진 집안 싸움 속에서도 신약개발 역량은 흔들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는 데 있다. 이 밖에도 한미약품은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된 시기에 GLP-1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국내 상업화 문턱까지 순항시켰다. 차세대 비만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시험들과 항암과 대사질환, 희귀질환에 걸친 후속 파이프라인들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실적 역시 흔들리지 않았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4955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연구개발 투자도 2098억원으로 확대하며 4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경영권 분쟁 와중에도 본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지 않았다는 의미다. 물론 경영권 분쟁이 기업에 도움이 될 리는 없다. 실제로 한미약품 역시 지난 1년간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 그리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신약 가치보다 지배구조 이슈가 더 크게 부각되는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았다. 경영권 분쟁은 그동안 한미약품의 기업가치를 억누르던 대표적인 요인이었다. 하지만 릴리와의 기술수출, 각종 비만·희귀질환·항암 분야 파이프라인의 진전, 실적 성장은 한미약품이 갈등 속에서도 본업에 집중해왔음을 보여준다. 오히려 가장 시끄러웠던 시기에 한미약품다운 방식으로 가치를 증명했다. 국내 제약업계에는 크고 작은 리스크가 반복된다. 경영권 분쟁, 소송, 규제 이슈와 오너 리스크에 일시적으로 흔들릴 수 있지만 결국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은 연구개발 성과와 실적이다. 시장은 앞으로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상업화 성과와 후속 비만 파이프라인의 개발 진척, 추가 기술수출 여부에 더 주목하게 될 것이다. 지난 2년이 흔들림 속에서도 경쟁력을 지켜낸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한미약품의 본업 성장력을 얼마나 큰 성과로 증명해낼 수 있는 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2026-06-05 06:00:44최다은 기자 -
[기자의 눈] 반도체 랠리, 바이오가 이어받으려면[데일리팜=차지현 기자] 117.0% vs 10.2%. 최근 6개월간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 상승률이다. 코스피가 89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는 반면 코스닥은 1000선을 겨우 지키는 수준에 머물며 상승장에서 소외되는 모습이다. 업종별 지수를 보면 격차는 더욱 선명하다. 같은 기간 KRX반도체 지수는 185.9% 급등했지만 KRX헬스케어 지수는 13.6% 하락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이 큰 대형 반도체주로 외국인과 기관 수급이 쏠리면서 시장 내 업종 양극화가 심화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본시장에서 바이오 섹터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국내 바이오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바이오는 실체 없는 신기루다'는 식의 회의론이 앞선다. 굵직한 성과에도 주가가 좀처럼 반응하지 않으면서 일부 투자자 사이에서 조롱과 냉소가 섞인 반응마저 적지 않다. 문제는 이 같은 분위기가 단순히 한 업종의 주가 부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스닥은 본래 혁신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장이다. 이 중 바이오·헬스케어는 코스닥을 대표하는 성장 산업이다. 코스닥 시총 상위 10개사 가운데 절반이 바이오 기업이고 이들 상위 10개사 내 바이오 기업 시총 비중은 40%가 넘는다. 코스닥의 체력과 성장성을 설명하는 데 바이오를 빼놓기 어려운 이유다. 코스닥 시장이 정부가 제시한 '삼천닥'(코스닥 3000)이라는 고지에 다가서려면 결국 바이오가 살아나야 한다. 바이오 섹터의 회복 없이는 코스닥의 구조적 성장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다행인 점은 주가와 별개로 국내 바이오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단단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빅파마가 국내 바이오 기업의 기술과 플랫폼을 주목하고 있고 주요 국제 학회에서 국내 기업의 구두 발표와 임상 데이터 공개도 늘고 있다. 기술 완성도와 데이터 투명성 등 신뢰도 측면에서 K-바이오의 위상도 높은 편이다. 가시적인 성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 1일에만 두 건의 기술수출 소식이 시장에 전해졌다. 한미약품은 일라이 릴리와 지속형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2(GLP-2) 유사체 '소네페글루타이드'에 대한 최대 1조8973억원 규모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업프론트)은 1129억원으로 전체 계약 규모의 6.0% 수준이다. 선급금 규모만 놓고 보면 역대 국내 제약바이오 기술수출 계약금 순위 10위권에 해당하는 대형 계약이다. 오스코텍은 미국 아지오스 파마슈티컬스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세비도플레닙'의 글로벌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 규모는 최대 1조원으로 업프론트는 375억원이다. 오스코텍은 지난해 12월 아델과 공동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ADEL-Y01'을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데 이어 또 한 번 후속 성과를 추가한 것이다. 국산 31호 신약인 폐암치료제 '렉라자'를 통해 확보한 현금흐름을 후속 파이프라인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 의지 역시 확고하다. 정부는 최근 코스닥 시장 활성화와 미래 먹거리 육성을 위해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가동하고 반도체·AI·바이오 등을 국가 전략산업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보건복지부가 주도하는 1500억원 규모 임상3상 특화펀드도 운용사 선정을 앞뒀다. 민간 자금 유입이 쉽지 않은 후기 임상 단계에 정책금융을 공급함으로써 국내 바이오 기업의 임상 완주와 상업화 도전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물론 현재 바이오 주가 부진을 단순한 수급 소외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간 국내 바이오 업계가 반복해온 임상 실패, 기술반환, 과도한 밸류에이션 논란이 시장 불신을 키운 측면이 있다. 정책금융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임상 3상에 진입했다는 이유만으로 글로벌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관건은 자산 경쟁력과 기술수출 이후 임상·매출·현금흐름으로 이어지는 사업화 역량이다. 그럼에도 바이오를 다시 봐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나라가 반도체로 성장해온 것은 분명하지만 반도체 하나로 다음 10년, 20년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술 패권 경쟁, 인구 고령화, 의료비 증가를 고려하면 제약·바이오는 한국 경제가 반드시 키워야 할 차세대 산업이다. 인류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는 의미를 차치하더라도 고부가가치 지식산업으로서 제약·바이오의 성공은 국가적 과제에 가깝다. 바이오의 성장이 코스닥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반도체 이후 한국 증시의 다음 장을 여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2026-06-04 06:00:38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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