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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이틀 전에도 미완성…첫걸음부터 꼬인 CSO신고제[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정부는 지난 18일 보건복지부령 제1065호로 '약사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을 공포했다.시행규칙 공포 전까지 모호했던 ▲의약품 판촉영업자(CSO) 신고 기준 ▲변경·폐업·휴업 신고 ▲교육 의무와 방법 ▲교육기관 지정 등이 명확해졌다. CSO들이 신고를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들도 확정됐다. 이로써 약사법 개정안 발의 이후로 3년여를 달려온 CSO 신고제의 시행을 위한 모든 준비가 마무리됐다.문제는 시행규칙 공포 시점이다. 법에서 정한 CSO 신고제 시행일은 10월 19일로, 이를 겨우 하루 앞둔 시점에 시행규칙이 공포됐다. 바꿔 말해 불과 이틀 전까지도 제도 시행을 위한 준비가 마무리되지 않았던 셈이다.제약바이오업계는 극심한 혼란을 겪어야 했다. 일선 CSO와 도매업체들 사이에선 '신고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업계에선 CSO 신고제가 첫 발부터 스텝이 꼬여버린 탓에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목적으로 하는 이 법이 제대로 작동할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문제 제기부터 법 개정까지 10년…CSO 신고제로 마침표19일 시행된 CSO 신고제는 의약품 판촉영업자들에게 크게 네 가지 의무를 부여한다.각각 ▲CSO의 신고 의무 ▲교육 의무 ▲판촉업무 CSO 위탁 시 위탁계약서 작성·보관 의무 ▲위탁받은 판촉업무 재위탁 시 서면 알림 의무 등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벌금 및 1년 이하의 영업정지에 처한다. 19일 이후로는 미신고 CSO의 판촉·영업이 불법이라는 의미다. CSO의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한 지난 10여년의 법 개정 작업이 CSO 신고제의 시행으로 비로소 마침표를 찍었다는 평가다.정부가 CSO를 통한 우회 리베이트 제공을 문제로 인지한 시점은 2014년으로 추정된다. 그해 국정감사에선 CSO의 불법 운영 실태가 지적됐다. 국회는 "본래 취지는 제약사를 대신해 의약품을 판매하고 제약사가 개발·생산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함이었으나, 현재는 이를 악용해 불법 리베이트 창구로 사용되는 사례가 있다"고 꼬집었다.2015년 10월 CSO를 타깃으로 하는 첫 약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제약사나 도매상이 CSO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개정안은 그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이후로도 CSO를 겨냥한 법 개정이 잇따랐다. 2020년 12월엔 리베이트 제공 CSO를 직접 처벌하는 근거 조항을 마련하고, 이들에게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2021년 6월엔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화했다.법적으로 CSO의 불법 리베이트 제공이 금지되긴 했으나 문제가 남았다. CSO가 여전히 법 테두리 밖에 있다는 것이었다. CSO의 불법 리베이트 제공을 금지했지만, 정작 CSO가 약사법상 의약품 공급자에 해당하지 않았다. 설령 불법을 적발하더라도 의료법상 리베이트 수수금지 조항을 통한 처벌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결국 2021년 9월 CSO 신고제가 국회에 제출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SO에 신고·교육 의무를 부여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CSO 신고제는 2023년 3월 최종 의결됐다. CSO에 명찰을 붙이는 것으로 10여년에 걸친 CSO 관련 법 개정이 마무리됐다.국회 통과 후 1년 반…시행 하루 전날에서야 시행규칙 공포법 개정 후 CSO 신고제 시행일이 결정됐다. 2024년 10월 19일이었다. 남은 작업은 법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행할지 시행령·시행규칙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 작업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맡았다.그러나 CSO 신고제 시행일이 가까워졌음에도 시행규칙은 마련되지 않았다. 복지부는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2023년 3월 이후 올해 10월까지 1년 반이 넘도록 시행규칙을 공포하지 않았다. 대체로 법 시행 수개월 전에 시행규칙이 공포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당장 CSO를 비롯한 제약바이오업계에선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에 복지부는 이달 2일 설명회를 개최했지만, 업계 불만을 누그러뜨리지 못했다.오히려 설명회에선 업계 불만이 더욱 고조됐다. 복지부 입장에선 시행규칙이 공포되지 않아 제대로 된 설명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모든 설명이 모호하게 전달됐고, 명확한 답변을 원하던 업계 관계자들은 답답함이 더해진 채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당시 복지부 관계자는 "최종 시행규칙을 마련하기에 앞서 법제처와 논의 중"이라며 "일주일 내에 시행규칙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한다. 시행규칙이 공포되면 여러 답답한 부분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이러한 복지부의 예고와 달리 2주가 넘게 지나서야 시행규칙이 공포됐다. 공포된 날짜는 18일로, 법 시행(19일)에 불과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개정안이 발의된 날로부터 3년, 국회를 통과한 날로부터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시행이 매우 임박한 시점에 겨우 체계를 갖춘 꼴이다."어떻게 신고하라는 거냐" 제약업계 불만 폭주시행규칙 공포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동안 현장에선 극심한 혼란이 발생했다.19일 이후로 미신고 CSO의 판촉·영업 활동은 불법으로 간주된다. 19일부터는 지자체 보건소로부터 발급받은 '신고증'을 보유한 CSO만이 판촉·영업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문제는 19일 이전에는 신고증 발급이 법적으로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법이 시행돼야만 신고를 할 수 있다"며 "법 시행 이전에는 법적 근거가 없어 신고증 발급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신고를 하지 않으면 불법인데, 정작 신고를 받아주지 않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한 셈이다.이에 복지부가 꺼낸 카드는 '접수증'이었다. 법 시행 전 신고증 발급이 불가능하니, 그 대신 지자체에 관련 서류를 접수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이를 신고증으로 갈음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법이 시행되면 다시 지자체를 찾아 신고증을 발급받으라고 복지부는 안내했다.그러나 이마저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접수증 발급을 담당할 각 보건소와의 업무 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복지부는 접수증 발급을 담당할 지자체에 협조를 구해야 했다. 그러나 시행규칙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 제대로 된 협조 요청이 불가능했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시행규칙이 없어 접수증을 어떻게 발급해줘야 할지 몰랐다. 심지어는 시행규칙 공포 이전까지 접수서류 양식조차 확정되지 않았다.사정이 이렇다보니 지자체별로 접수증을 발급해주는 곳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곳도 있는 등 천차만별의 상황이 펼쳐졌다.한 CSO 업체 대표는 "19일 이후로 신고증이 없으면 불법이라는데 19일 이전에는 신고증을 받을 수 없었다"며 "복지부가 접수증으로 대체하라고 안내했지만 막상 보건소에선 접수증 발급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매일 보건소에 전화로 문의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또 다른 CSO 관계자는 "신고 의무만 부여했지 어떻게 신고할지는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며 "CSO 신고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한 게 3년 전인 걸로 알고 있다. 그 긴 시간동안 서류양식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게 말이 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2024-10-21 06:20:15김진구 -
베일에 싸인 비상장 제약 경영승계 어디까지 왔나[데일리팜=이석준 기자] 비상장제약사에 대한 자본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외형이 확대되고 IPO(기업공개) 진출이 잦아지면서다. M&A 등 메가딜(deal)도 많아지고 있다.베일에 싸였던 승계 구도 역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거버넌스는 자본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논할 때 핵심 요소 중 하나기 때문이다.결론부터 말하면 대다수 비상장사는 창업주가 건재하다. 다만 변화의 바람은 분명하다. 대부분 오너 2~3세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최대주주에 오른 후계자도 여럿 보인다.건재한 창업주비상장사는 여전히 창업주가 진두지휘하는 곳이 많다.명인제약(이행명 90.9%), 유니메드제약(김건남 99.97%), 한국프라임제약(김대익 77%), 마더스제약(김좌진 35.89%), 삼오제약(오장석 38.36%, 오성석 36.34%), 한국팜비오(남봉길과 특수관계자 100%) 등이다.이행명 명인제약 회장과 김좌진 마더스제약 회장은 내년 IPO(기업공개)에 도전한다. 양사 모두 창업주를 필두로 숫자로 기업가치를 증명하고 있다.명인제약은 지난해 개별 연간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800억원을 넘겼다. 800억원은 상장사를 포함해 매출액 상위 100대 제약사 중 10위 안쪽에 해당되는 수치다. 내년 IPO 비상장사 중 최대어로 꼽힌다. 기업가치는 5600억원 정도로 평가됐다. 주당 5만원 정도다. 명인제약은 지난해 '명인다문화장학재단'을 설립하면서 주당 가치가 공개됐다.마더스제약 매출은 2년새 2배 가량 증가했다. 2021년 811억원에서 지난해 1590억원으로다. 올해는 매출 2000억원 달성이 목표다. 최근에는 건성황반변성 치료 신약 후보물질 'MTS-001'의 임상 시험 진행을 위해 1회용 점안제 위탁제조업체와 임상약 생산을 논의 중이다. 신약 개발로 미래성장동력도 챙기고 있다.남봉길 한국팜비오 회장도 현장을 누비고 있다. 차 타고 5분, 걸어서 20~30분에 도착할 수 있도록 회사 근처로 이사를 왔다. 올초에는 한국팜비오 충주공장 증축 시설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대단위 GMP 승인을 받았다. 이에 주사제와 내용액제, 프리필드시린지 제형까지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남봉길 회장의 작품이다. 오너 2~3세의 등장비상장사 중 무게중심이 오너 2~3세로 넘어간 곳도 많아지고 있다.대표 사례는 3세 김태훈(42) 아주약품 대표다. 그는 2020년 대표이사로 취임하고 2021년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회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김 대표는 2030년 1조원 달성을 선언했다. 2023년 개별 매출액이 2052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7년새 5배 가량 성장해야하는 수치다.지난해말에는 5개 법인 분할을 결정하며 1조원 달성 승부수를 던졌다. 아주약품은 △지주사(아주홀딩스) △의약품 R&D 및 제조법인(아주약품) △CSO판매전문법인(아주파트너스) △의료기기법인 △건기식법인으로 분할된다. 지주사 전환은 사업부별 상장, 매각 등 다양한 시너지를 고려한 움직임으로 보인다.한림제약은 최대주주이자 2세 김정진(57)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그는 2019년 12월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올라섰다. 이후 안과 사업 등 오픈이노베이션에 집중하고 있다. 다수 기업과 기술이전, 공동개발 등의 계약을 따내고 있다. 지난해 개별 매출액도 2230억원으로 비상장사 중 6위에 랭크되며 수익도 내고 있다.고 김재윤 회장이 한림제약을 골질환계·순환기계·안질환계 치료제 등 특화 기업으로 키웠다면 김정진 부회장은 여기에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구사하며 한림제약의 체질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삼오제약은 지난해 7월 오너 2세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삼오제약은 오장석(72) 회장·오성석(69) 부회장 형제경영을 펼치고 있다.오주형(43, 오장석 회장 장남), 오승예 상무(39, 오성석 부회장 장녀)는 삼오제약·삼오파마켐 부사장 겸 새한제약 신임사장으로 올라섰다. 오주형, 오승예 부사장 모두 2009년 3월 삼오제약에 입사해 2019년 사내이사로 등기임원에 신규 선임됐다. 2020년 상무, 지난해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한국휴텍스제약은 2세 이지원 전무를 사장으로 올렸다. 이 사장은 45.37%를 쥔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한화제약도 2세 김경락 대표가 최대주주(20.5%)이자 회사를 이끌고 있다.넥스팜코리아 계열사 이든파마는 41.36%를 쥔 2세 김용환 대표이사가 최대주주다. 넥스팜코리아 최대주주는 아버지 김동필 대표이사(55.2%)다.업계 관계자는 "비상장사는 업력을 고려했을 때 여전히 창업주가 직간접적으로 건재하지만 무게추는 상장사와 마찬가지로 2~3세로 넘어가고 있다. 일부 후계자는 최대주주는 물론 체질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한편 연매출 1000억원 이상 비상장사를 보면 모기업이 최대주주인 곳이 많다.동아제약(동아쏘시오홀딩스 100%), 대웅바이오(대웅 100%), 동광제약(개양 100%), SK바이오텍(SK팜테코 100%), 유한화학(유한양행 100%), 건일제약(오송팜 47.12%), 코오롱제약(코오롱 33.28%), 동국생명과학(동국제약 56.11%), 태극제약(LG생활건강 99.06%), 한미정밀화학(한미약품 63%) 등이다.1000억원 이하인 펜믹스(건일제약 49%), 제일헬스아이언스(제일파마홀딩스 92.38%), 오스틴제약(바이오스마트 73.59%), 휴온스메디텍(휴온스글로벌 43.35%), 함소아제약(함소아 58.44%), 다나젠(대원제약 27.58%) 등도 그렇다.2024-10-17 06:00:22이석준 -
비상장사의 대형화…상장사 매출 넘고 IPO도 봇물[데일리팜=이석준 기자] 비상장제약사의 최근 5년은 '격변'이라는 단어로 함축된다. 우선 외형이 확대됐다. 일부는 대형 상장사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1000억원이 넘는 비상장사도 30곳에 육박한다.자본시장 진출도 활발해졌다. 비상장사는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기업공개(IPO) 문턱을 넘고 있다. M&A(인수합병)로 주인이 바뀌거나 사명이 변경된 곳도 여럿이다. 비상장사, 매출 성장세 지속2018년 개별 기준 연매출 1000억원이 넘은 비상장사는 15곳 정도다. CJ헬스케어(현 코스닥 상장사 HK이노엔, 4907억원), 동아제약(3812억), 대웅바이오(2767억), 유한화학(1888억), 명인제약(1705억), 한국휴텍스제약(1602억), 한림제약(1396억), 아주약품(3월 결산, 1263억), 동광제약(1217억), 건일제약(1136억), 삼오제약(1108억), 코오롱제약(1068억), 한국프라임제약(1025억) 등이다.지난해는 30여곳으로 늘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2배 늘은 수치다. 동아제약(6310억), 대웅바이오(5117억), 제뉴원사이언스(2861억), 한국휴텍스제약(2542억), 명인제약(2425억), 한림제약(2230억), 동광제약(2059억), 아주약품(2052억), SK바이오텍(2024억), 유한화학(1690억), 보령바이오파마(1678억), 유니메드제약(1647억), 한국프라임제약(1606억), 마더스제약(1590억) 등이다.건일제약(1374억), 코오롱제약(1350억), 삼오제약(1302억), 유영제약(1291억), 제뉴파마(1281억), 메디카코리아(1231억), 동국생명과학(1202억), 한국팜비오(1191억), 태극제약(1166억), 한미정밀화학(1111억), 태준제약(1110억), 풍림무약(1078억), 대우제약(1016억) 등도 있다.동아제약과 대웅바이오 연매출 규모는 상장사를 포함해도 전체 15위 안팎에 해당된다. 한국휴텍스제약, 명인제약 등 2000억원 이상 비상장사도 전체 제약사 중 30위 정도에 위치한다. 연매출 규모를 500억원 이상으로 하면 비상장사의 대형화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2018년 30여곳에서 2023년에는 50여곳으로 늘어났다. 50곳 중 이든파마(962억원), 한국비엠아이(928억원) 등은 매년 매출이 급증하고 있어 올해 1000억원대 가입이 점쳐진다. 넥스팜코리아 계열사 이든파마의 경우 지난해 매출(962억원)은 2017년(96억원)과 비교해 10배 늘었다. CSO 전문기업 이든파마는 지난해 지급수수료만 601억원을 집행하며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익수제약은 올해 500억원 클럽에 도전한다. 반기 최대 매출(222억원, 전년동기대비 52%↑)로 발판을 마련했다. 주력 우황청심원, 공진단을 필두로 실적 신기록에 도전한다. 익수제약은 향후 코스닥 상장이 목표다. 최근 해마다 매출 앞자리가 바뀌고 있어 실적을 바탕으로 IPO 경쟁력을 쌓고 있다는 분석이다.릴레이 상장비상장사의 기업공개(IPO)도 줄을 이었다. 2018년 동구바이오제약, 알리코제약, 한국유니온제약, 하나제약, 2020년 위더스제약, 한국파마, 에스케이바이오팜, 국전약품, 2021년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 2022년 알피바이오, 2023년 블루엠텍, 2024년 티디에스팜 등이다. 코스피 하나제약, 에스케이바이오팜을 제외하면 모두 코스닥에 상장했다. 상장을 앞두고 있는 곳도 있다. 엠에프씨는 연내 상장에 도전한다. 상장시 제약업종 원료의약품 소재 기술특례상장 1호 기업이 된다. 엠에프씨는 JW중외제약, 휴온스 등 국내 대형제약사와 파트너를 맺으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명인제약, 마더스제약, 메디카코리아 등도 내년 즈음 IPO(기업공개)를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숫자로 기업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명인제약은 지난해 개별 연간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800억원을 넘겼다. 800억원은 상장사를 포함해 매출액 상위 100대 제약사 중 10위 안쪽에 해당되는 수치다.마더스제약 매출은 2년새 2배 가량 증가했다. 2021년 811억원에서 지난해 1590억원으로다. 올해는 매출 2000억원 달성이 목표다. 메디카코리아는 매년 성장하고 있다. 2021년 892억원, 2022년 1002억원 2023년 1231억원으로다. 이외도 아주약품, 익수제약, 동국생명과학 등도 IPO를 준비중이다.최대주주 변경최근 5년새 최대주주가 변경된 비상장사도 많다. 대표사례는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다. CJ그룹은 2018년 한국콜마에 CJ헬스케어(당시 CJ제일제당 제약사업부)를 매각했다. 1조3000억원 규모다. 이후 CJ헬스케어는 2020년 HK이노엔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HK이노엔은 2021년 코스닥에 상장했다.제뉴원사이언스는 2020년 사명을 변경해 출범했다. 전신은 IMM PE가 4500억원 규모에 인수한 한국콜마 제약사업부와 콜마파마다. 콜마파마도 2021년 제뉴파마로 사명이 변경됐다.제뉴원사이언스는 출범 4년만에 새 주인을 맞이했다. IMM PE는 최근 맥쿼리자산운용에 제뉴원사이언스를 7500억원에 넘겼다.보령파트너스는 백신 자회사 보령바이오파마를 유진프라이빗에쿼티(PE)·산업은행 PE실 컨소시엄에 3200억원(지분 80%) 정도에 매각했다. 보령바이오파마의 최대주주는 오너 3세 김정균 대표의 개인 회사 보령파트너스다.비상장사 격변의 5년에는 사건사고도 많다. 대표적으로 한국휴텍스제약과 신텍스제약은 지난해 식약처로부터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을 받았다. 현재 법적다툼이 진행중이다. 현재까지는 제약사측이 승기를 잡는 분위기다.업계 관계자는 "비상장사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대형화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상장을 통해 자본시장에 진출하는 곳도 늘고 있다. 알짜 비상장사는 사모펀드 등에 매각되면서 새주인을 맞기도 한다. GMP 이슈도 발생했다. 격변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고 진단했다.2024-10-16 06:00:54이석준 -
신약 허가수수료 4억원...허가기간 얼마나 단축될까?[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신약 허가 수수료 인상안을 발표하자 제약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제약업계는 협회 등을 통해 인·허가 심사수수료의 적정 수준 인상을 통한 전문 심사인력 확충을 건의해왔다.신약 하나를 개발하면 시장 진출의 성패는 빠른 허가와 공급이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그동안 우리나라는 신약 허가까지 평균 420일 정도가 소요됐다. 이는 법정기간 120일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국내 신약을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의약품 허가 수수료를 적정 수준으로 올리더라도 허가기간을 단축하는게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다만 수수료가 인상되는 만큼 심사 인력 확보와 역량 보장, 법정처리기한 준수 등은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지난 6월 열린 업계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가협의체 회의 결과에서도 대부분 식약처 인허가 심사 품질 상향이 보장된다면 수수료 인상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견이 오갔다.A제약회사 관계자는 "제약업계가 수수료 인상을 받아들이려면 심사자의 충분한 역량이 보장돼 허가기간이 단축된다는 약속이 있어야 한다"며 "수수료 인상에 따른 혜택이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특히 현재 심사부서, 심사자에 따라 달라지는 보완시기가 미국, 유럽과 같이 정해진 일자에 맞춰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수수료 인상, 전문심사인력 채용 밑걸음=신약 수수료 인상안을 보면 대부분 인건비가 차지하고 있다. 신약 허가 1건당 4억1000만원은 인건비 2억6000만원, 경비가 1억3000만원, 일반 관리비가 2000만원으로 구성된다.인건비는 신약 1건당 예비심사, 품질, 비임상 임상 임상 통계, 유해성 관리 계획 분야별 심사, 제조 및 품질 관리, 임상시험 관리 기준 실태조사, 신약 허가를 신청한 제약회사와의 대면 설명, 회의, 동료 검토 등과 심사에 참여하는 전문 의사, 약사, 통계 심사자, GMP GCP 조사관 등의 임금을 근거로 산출됐다. 수수료 수입으로 고경력의 심사원 채용을 진행하겠다는 대목이 엿보인다.연구보고서에 따르면 FDA는 심사인력인 GS-13등급~GS-15등급은 당해 직무분야에서 15년-20년 이상의 인력으로 주로 고위관리자, 고급 기술전문가, 의사 등이 해당한다. 전체 FDA 직원 1만8474명의 78.1%인 1만4434명에 해당한다.반면 국내 심사인력은 2022년 기준 269명에 그친다. 미국과 GDP 규모로 13배 차이, 미국과 심사인원수 규모로 25배 차이를 보이고 있다.GDP 규모 차이로만 보았을 때 우리나라 의료기기 및 의약품 심사인력은 620명 정도가 적당한데, 300명 정도가 부족한 것이다. 이와 관련 송영진 연구책임자는 "국내 심사수수료가 해외 기관과 차이가 많이 나는 이유는 실제 심사에 소요되는 인력 투입량의 정확한 측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심사자료의 양, 투입되는 전문인력의 수준, 해당전문인력이 검토하는 시간(Man day)에 대한 정확한 반영을 통해 수수료를 현실화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따라서 수수료 인상이 현실화 된다면 식약처는 첨단분야 신약을 전문적으로 심사하고, 이를 신청한 제약회사를 지원하는 전문 인력 인건비로 대부분 사용할 계획이다.김상봉 국장은 "신약 수수료를 활용해서 첨단 분야 신약을 전문적으로 심사하고 제약회사를 지원하는 전문의 약사 등 전문 역량을 갖춘 심사자 비율을 현재 30% 수준에서 70% 수준으로 대폭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또한 신약허가 신청이 접수되면 신약 허가 신청 수수료로 확보한 전문 인력을 포함해 품목에 대한 10~15명의 전담팀을 구성하고, 전담팀에는 담당 허가 부서 과장을 팀장으로 품질, 안전성, 유효성, 제조소, GMP 평가, 임상시험 실시기관 GCP 평가 등 분야별 검토자를 배정한다.그렇게 되면 전담팀이 허가를 신청한 기업을 상대로 허가 심사 전체 일정을 관리하고 각 분야별 심사를 조정하게 되면서 신약 허가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전문 인력 확보는 신약 허가 기간을 단축하는데 가장 필요한 조건이다.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지난 7월 기고문을 통해 "대한민국이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시기에, 첨단기술을 적용한 의약품의 신속한 시장 진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품 심사인력이 태부족이어서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노 회장은 "글로벌 수준의 규제역량을 인정받고 판은 키워 놓았으나, 이 판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국내 업계와 발맞추어 기술력 향상을 견인할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산업의 전문성이 높아진 것 이상으로 역량 있는 심사자가 충분히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허가 기간 단축, 국내 신약 활성화=한국의 낮은 심사수수료는 정부 재원의 투입 한계로 인한 상시적인 인력 부족으로 허가의 신속성과 투명성 저해하고 있으며, 전담 상담·심사 인력 부족으로 신속심사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실제 신약 허가 소요 기간을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평균 420일 이상이 걸리는데 반해 미국 300일, 유럽 365일, 일본 365일로 짧았다.B제약회사 관계자는 "신약 허가 신청을 하면 법정심사기한 절반이 지나도 식약처에서 자료 검토 조차 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며 "심사인원을 충원해 허가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수수료 책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식약처는 이번 4억1000만원으로 신약 허가 수수료 인상이 허가 기간을 420일에서 295일로 단축해 국내 신약의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김 국장은 "허가 기간이 295일로 단축되면 신청 제약 기업은 신속하게 신약을 출시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허가 심사자의 대면 상담을 현재 최대 3회에서 10여회로 늘리고 보안 자료 등에 대해서는 접수 전에 미리 검토해서 부족한 부분들을 정확하게 안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2024-09-22 16:50:16이혜경 -
"찔러보기식 신청"...신약 허가수수료 대폭 인상으로[데일리팜=이혜경 기자] 허가 심사제도 악용, 수수료 미지정 민원, 전문 심사인력 부족, 국내 제약사 위상 제고.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간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연구책임자 송정민)에 맡긴 '의료제품(의약품, 의료기기) 인허가 수수료 적정화 방안 연구'가 시작한 배경이다.식약처는 지난 9월 9일 신약 허가 수수료를 4억1000만원으로 올리고 전담 심사팀을 신설해 허가 기간을 기존 420일에서 295일로 단축한다는 내용을 담은 '의약품 등의 허가 등에 관한 수수료 규정’ 개정안을 9일 행정예고했다.이번 개정안은 수수료 적정화 방안 연구 결과를 토대로 했으며, 데일리팜은 최종 공개된 보고서를 입수해 허가 수수료 인상 배경을 살펴봤다.◆허가 수수료 인상의 필요성=보고서 첫 페이지에는 연구의 필요성이 적나라하게 적시돼 있다.그동안 우리나라는 신약 허가 심사비용으로 전자민원 800만원, 방문·우편민원 890만원을 받아왔는데 이를 악용하는 일부 기업으로 인해 불필요한 인력 소요가 발생했다."의약품 또는 의료기기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찔러보기식의 심사신청을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오히려 컨설팅 받는 효과가 발생한다."연구 보고서에도 적힌 이 문구는 식약처 심사 관계자들이 줄곧 해왔던 말이다. 국내 허가수수료가 1000만원도 안되는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해외 규제기관 허가 이전에 컨설팅 창구로서 식약처에 허가 신청서를 접수한다는 것이다.문제는 불필요한 민원 접수로 피해를 보는 곳은 국산 신약을 개발하는 국내 제약회사다.다국적 제약회사의 신약허가는 미국 또는 유럽부터 시작하지만 국산 신약은 우리나라부터 허가 신청을 하게 되는데, 심사 일정 지연으로 인한 시장 진입 지연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송정민 연구책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심사인력이 제한적이고 심사기간도 길기 때문에, 국산 신약 또는 국산 신의료기기가 FDA나 유럽의 허가를 얻는데 힘이 실리지 않는 상황"이라며 "수수료 인상 및 전문인력 확충으로 인한 심사기간 단축을 통해 국내 제약·의료기기 업계 전반의 신뢰도 향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선진국 허가·심사 수수료=식약처 신약 허가 수수료 인상이 추진될때 마다 비교되는 곳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다. FDA의 신약 허가 수수료는 1건당 53억원에 달한다.김상봉 의약품안전국장은 "글로벌 제약 선진국은 신약 허가 소요 비용에 수익자 부담을 원칙으로 한다"며 "FDA와 우리나라를 직접 비교하기 어렵더라도 일본, 유럽 등 해외 규제 당국 수준으로 수수료를 재산정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FDA는 처방약사용자수수료법(Prescription Drug User Fee Act, PDUFA)을 1992년부터 제정해 운영해 오고 있으며, PDUFA에 의해 인체에 적용되는 의약품 및 생물학적제제를 생산하는 기업에게서 수수료(fee)를 징수하고 있다.PDUF이외에도 바이오시밀러부담금(Biosimilar User Fee Amendments), 제네릭의약품 부담금(Generic Drug User Fee Amendments), OTC 의약품 부담금(Over-The-Counter Monograph Drug User Fee Program)를 운영하고 있다. 제네릭 허가 수수료는 3억원이다.유럽 EMA는 'Explanatory note on general fees payable to the European Medicines Agency'라는 출판물로 발행해 의약품 허가신청에 필요한 수수료를 규정하고 있으며, 4억9000만원의 수수료를 책정했다.여기에 규정개발단계에서 과학적인 조언 또는 희귀의약품에 대한 임상시험계획서 지원를 통해 신약개발 단계를 지원하며, 이에 대한 별도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일본 PMDA는 유럽연합과 유사하지만 기본요금에서 추가되는 수준이 아니라, 모든 민원의 경우를 가정해 하나씩 개별적으로 수수료가 제시된다.송정민 연구책임자는 "미국, 유럽, 일본, 영국의 의약품 규제기관의 허가절차와 비교 시 국내 허가심사 자료의 요건과 절차는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신약의 심사수수료는 미국의 0.16%, 유럽의 1.76%, 영국의 5.11% 수준"이라며 "일본과 비교해도 2.09% 수준으로 지나치게 낮은 수수료가 책정됐다"고 평가했다.국내 허가 수수료를 현실적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분위기에는 전문가 입장도 마찬가지다.권경희 동국대약대 교수는 "미국은 의약품, 의료기기 등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 등으로부터 'User fee' 형태로 수수료를 5억원 가까이 내고 있으며, 제품화가 빨리 이뤄지고 있는 건 수수료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라고 했다.◆심사 수수료 개편 방향은=식약처 심사수수료는 미국 FDA, 유럽 EMA, 일본 PMDA/MHLW 등이 직접 수입·지출하는 것과 다르게 국가재정으로 편입된다.결국 해외 규제기관은 높은 심사수수료 재원을 기반으로 신속성과 투명성 있는 허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허가기관의 첨단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유지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최소한의 행정처리 비용만 받고 있는 수준이다. 송정민 연구책임자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라 기존의 심사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수료 체계에서는 선진국 수준의 심사제도를 갖추기 위한 업무절차의 개선, 우수한 심사인력의 확충과 교육실시가 요원한 실정"이라고 밝혔다.이를 해결하기 위한 신약 허가의 적정 수수료안으로 3가지안이 마련됐다. 1안은 '학술연구용역-임상 기준의 단가 5만1244원', 2안은 '세입세출내역-임상 기준의 단가 6만9566원', 3안은 '세입세출내역-24년 공무직 보수 기준에 따라 임상 기준의 단가 5만6257원'을 반영하는 것이다.심사소요시간은 글로벌스탠다드에 따른 심사요건 충족을 위한 소요시간을 조사해 911Man day(해당전문인력이 검토하는 시간)에 1일8시간을 곱한 7288시간으로 책정했으며, 단가에 맞춘 심사원가는 1안 37억3466만원, 2안 5억669만원, 3안 4억1000만원으로 나왔다.하지만 1안의 심사단가는 학술연구용역 기준으로 설정한 것으로 고역량 전문인력을 확충하는 데 있어서 적절하지 않고, 2안의 식약처 세입세출내역을 기반으로 한 심사단가로 산출한 수수료는 매우 높은 수수료로서 단기간에 업체가 수용하기 어려움이 예상됐다.따라서 최종 3안이 제시됐는데 신약 이외 자료제출의약품 등의 품목허가 및 기타 민원 전반에 모두 상승하는 경우 업체 부담을 가져올 수 있어 신약에 한해 심사원가 반영, 그 외 물가상승율 반영으로 적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결론이 제시됐다.김상봉 국장은 "신약허가 수수료 재산정은 일본, 유럽 등 해외 규제 당국 수준으로 제품화 지원 체계를 강화하는 첫걸음"이라며 "60일간의 행정예고를 거쳐 내년부터 시행하는게 목표"라고 설명했다.2024-09-22 16:42:41이혜경 -
비대면 조제, 무제한 허용 후 가파른 증가...미청구 태반[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정부의 비대면진료 전면 허용으로 동네 의원은 물론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병원급 의료기관 전체에서 비대면진료 시행 건수가 폭증한 사실이 확인됐지만, 이는 통계 일부분에 그친다.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이 구분할 수 있는 비대면진료 통계는 국민건강보험 급여진료에 해당하는 항목으로 제한돼 '비급여 비대면진료' 통계는 구체적인 통계량을 살피기 어렵기 때문이다.특히 급여 비대면진료를 한 뒤 비급여 약제를 처방한 사례에 대한 통계 역시 집계 자체가 불가능하다.정부의 무제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탈모, 비만, 여드름을 포함한 경증 피부질환, 향정약에 포함되지 않는 마약성 진통제 등 상대적으로 응급성이 떨어지는 비급여 진료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 이유다.19일 국회와 보건의약계 곳곳에서는 정부의 무제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관련 통제 기전 마련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일단 비대면진료 전면 허용 이후 시행량이 급증한 것과 관련해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쪽은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위원회와 정책위원회다.의사 출신이자 보건의료정책 전문가로 평가되는 김윤 민주당 의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부터 제출받은 비대면진료 통계를 토대로 정부의 정책 실패 가능성을 지적했다.당초 보건복지부는 의대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면서 상급종합병원으로 쏠릴 환자 대책 마련을 위해 비대면진료 규제를 전면 철폐해 동네 의원으로 비응급·경증환자를 분산시키는 결정을 내렸다.하지만 병원급 의료기관 특히 종합병원과 병원, 상급종합병원의 비대면진료 시행량이 의원급 시행량을 압도하면서 동네 의원 환자 분산이 아닌 전체 의료기관 비대면진료 활성화란 결과가 도출됐다는 게 김윤 의원 견해다.이에 김 의원은 비대면진료 전면 허용 정책이 악용되거나 오남용될 가능성을 살피고 비급여 비대면진료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성을 제언했다.김 의원은 "환자 의료접근성 확대 목적을 넘어선 악용·오남용 가능성에 대해 의료기관과 중개 플랫폼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비급여 비대면진료 모니터링 강화도 필요하다"고 피력했다."공적전자처방전, 비대면진료 제도화 필요조건"특히 민주당은 정부 주도 공적전자처방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위해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하는 정책이라는 입장이다.비대면진료로 어떤 유형의 비급여 진료가 이뤄지고, 비급여 약제가 처방되고 있는지 살필 수 없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기본적인 장치는 공적전자처방전 도입이란 게 민주당 진단이다.실제 공적전자처방 시스템이 구축되면 처방전 위·변조 방지에서부터 처방의사 본인 여부 확인과 환자 대리처방 여부 확인, 비급여 비대면진료의 제도권 내 편입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편법·오남용 비급여 비대면진료에 대한 관리·통제 장치가 제도화되는 셈이다.조원준 민주당 정책위 수석전문위원은 "급여 진료 영역에서 비대면진료 조차 큰 병원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는 경향이 극렬하게 확인됐다"면서 "결국 제한 없는 비대면진료는 의료전달체계를 무력화하고 병·의원, 약국 간 경영 양극화를 야기할 우려가 높다는 사실을 통계로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조원준 수석은 "더 큰 문제는 비급여 비대면진료 내역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무제한 시범사업이) 비급여 영역에서 얼마나 많은 문제와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는지 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공적전자처방전 법제화는 민주당 총선 공약으로, 당론으로 입법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약국 비대면조제량도 증가…수가 미청구 사례 40% 초과올해 2월 비대면진료 전면 허용 이후 의료기관 시행량이 급증한 만큼 약국 비대면조제 건수도 크게 늘었다.약국 비대면조제 시범사업 관리료 통계를 보면 무제한 비대면진료 이전인 지난해 11월 비대면조제 건수는 7만8786건, 12월 9만9296건 1월 10만3518건에서 전면 허용 이후인 3월 13만104건, 4월 13만5208건, 5월 12만5694건으로 집계됐다. 약국 비대면조제 시행량이 평시 대비 무제한 허용 후 3만~5만여건 이상 증가한 수치다.특이한 점은 약국이 비대면조제를 시행한 뒤 정부가 지급하는 수가인 비대면조제 시범사업 관리료를 청구한 비율이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란 점이다.올해 1월 비대면진료 조제건수는 10만3518건이지만, 수가 청구 건수는 5만4685건, 미청구는 4만7960건으로 나타났다.이를 놓고 약사회는 정부가 야간·심야·공휴일 시간대 지급하는 조제료 할증 수가와 비대면조제 수가를 중복 적용하지 않고 있는 점이 미청구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야간·심야·공휴일 조제료 할증 수가액이 비대면조제 시범사업 관리료인 1020원보다 높은 만큼, 약국이 조제료 할증 대신 시범사업 관리료를 청구해 손해를 보는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아울러 약사회 역시 정부와 국회를 향해 비급여 비대면진료 폭증 관련 통계를 살필 수 없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 마련을 주문했다.정부 주도 공적전자처방전 법제화, 비대면진료 후 비급여 의약품 처방 사례 통보 의무화 등이 약사회가 제시한 해법이다. 야간·심야·공휴일 조제료 할증과 비대면조제 관리료 중복 미적용 행정에 대해서도 약사회는 "형평성과 타당성에 어긋난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약사회 최광훈 회장은 "공적전자처방전이 제도화되면 비대면진료 시 허위 처방전 여부를 판별할 수 있게 된다"면서 "비대면진료 후 고위험 비급여약 처방 사례 관리를 위해서는 비급여약을 비대면 처방한 사실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통보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최광훈 회장은 "비대면 비급여약 처방 통계가 심평원에서 집계돼야 고위험 비급여약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다. 비대면진료 본질이 의료접근성 확대인 만큼, 병원급 의료기관은 경증·만성질환에 대한 비대면진료를 금지하는 정책도 필요하다"면서 "비대면조제 수가의 경우 야간·휴일 조제료 할증과 중복 적용되지 않는 행정은 문제가 크다. 제도적으로 조삼모사 정책이 이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서울시약사회 권영희 회장도 정부 주도 공적전자처방전은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위한 선행조건이라고 강조했다.권 회장은 비대면진료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공적전자처방 시스템 구축과 함께 성분명 처방도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이 불필요한 과잉 진료를 부추기는 것을 제어해 건강보험재정 누수를 방지하려면 공적전자처방전과 성분명 처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권 회장은 "21대 국회 때 공적전자처방전이 도입되지 않아 비대면진료가 과잉 진료를 양산하고 고위험 비급여약 처방·오남용을 부추기는 문제를 여러 채널에서 지적했지만, 법안이 임기만료 폐기됐다"면서 "그 이후 의대증원으로 인한 의정갈등, 의료대란이 장기화하면서 모든 보건의약 이슈가 혼란에 빠졌다. 비대면진료도 부작용이 전혀 해결되지 않고 방치되고 있다"고 비판했다.권 회장은 "오늘날 비대면진료는 의사가 진료를 하는지, 환자가 본인인지, 화상진료는 이행되는지 전혀 알 수 없이 무제한 허용되고 있다. 공적전자처방전은 정부가 나서서 추진해야 할 일인데 되레 약사회가 주장하고 있다"면서 "오늘날 비대면진료는 특정 약국 몰아주기 등 담합마저 가능하다. 비대면진료가 정상적으로 정착하려면 성분명 처방까지 제도화돼야 한다"고 했다.이어 "비대면조제 수가가 야간·휴일 조제료 할증과 중복 가산되지 않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정부 행정이다. 약사가 비대면조제를 청구하면 가산 조제료 할증을 손해보는 정책을 수립한 게 미청구 사례 양산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며 "위조 처방전 발급, 고위험 비급여약 비대면 처방 중지 등을 위해 공적처방전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박영달 경기도약사회장은 의료기관이 비대면진료를 스스로 오남용하지 않도록 제도화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대면진료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비대면진료 의료기관에는 페널티를 주는 시범사업 가이드라인 구축과 입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박영달 회장은 "공적전자처방전도 비급여 비대면진료 등에 대한 제어장치가 될 수 있지만,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 "시범사업 가이드라인과 의료법에 비대면진료에 대한 상벌 규정을 넣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대면진료를 한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주고 비대면진료 오남용 기관에 페널티를 부여해 대면진료로 유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2024-09-19 19:24:04이정환 -
무제한 비대면진료 시대…병원급 증가율, 의원급 압도[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정부가 지난 2월 23일을 기점으로 비대면진료를 무제한 허용한 이후 의원급 의료기관보다도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병원급 의료기관의 비대면진료 증가율이 월등히 큰 것으로 집계됐다.가장 증가폭이 큰 의료기관은 종합병원으로, 무제한 허용 이전 3개월 평균 월 5건에 그쳤던 비대면진료 시행 건수는 무제한 허용 이후 3월과 4월 두 달간 월 평균 1100건을 초과했다. 단순 증가율만 따지면 약 2만2000%를 뛰어넘는 수치다.같은 시기 비대면진료 건수·지급 수가 규모는 상급종합병원과 병원, 전문병원도 크게 늘었는데 상급종병은 평상시 월 평균 63건에서 월 180건으로 약 185%, 병원은 월 평균 230건에서 1236건으로 약 437%, 전문병원은 월 평균 1건에서 17건으로 약 1600% 급증했다.의원급 비대면진료 시행 건수 역시 늘었다. 평상시 월 평균 약 12만5705건이었던 의원급 비대면진료 건수는 3월과 4월 두 달간 월 평균 17만944건으로 36% 넘게 늘었다.15일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의료기관 종별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통계'를 살핀 결과다.이번 통계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6개월 간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병원, 전문병원, 의원이 실시한 비대면진료 건수와 정부 지급 시범사업 관리료를 중심으로 분석했다.정부는 올해 2월 23일부터 비대면진료를 의료기관 종별을 가리지 않고 규제 없이 무제한 허용중이다. 의대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사직 대응책으로 보건의료재난 위기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한 영향이다.통계를 보면 무제한 허용 이후인 3월과 4월 비대면진료 시행 건수와 관리료 지급 금액은 급증했다. 가장 급격한 증가율을 보인 곳은 종합병원이다. 종병은 지난해 11월 10건, 12월 4건, 올해 1월 2건의 비대면진료를 시행하고 그에 비례하는 시범사업 관리료를 수령했다.그러나 종병은 비대면진료 무제한 허용이 결정된 2월에는 24건을 기록하더니 3월에는 1044건, 4월 1122건의 시행 건수를 보였다. 2월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면 월 평균 시행량이 2만2000% 넘게 증가했다.종병 다음으로 높은 증가율을 보인 곳은 전문병원과 병원으로 비대면진료 시행 건수가 각각 약 1600%, 약 437% 늘었다. 전문병원의 평시 비대면진료 시행 건수는 월 1건이었지만 무제한 허용 이후 17건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병원은 월 230건에서 1236건으로 증가했다.상급종병도 평시 월 63건에서 무제한 허용 후 월 180건으로 약 185% 증가율을 보였다.의원급도 시행량이 늘었다. 월 평균 12만 5705건에서 무제한 허용 후 17만944건으로 증가했다.의료기관 종별을 따지지 않고 전체 의료기관을 기준으로 따지면 비대면진료 시행 건수는 무제한 허용 이전 대비 이후 약 37% 늘었다.장벽 없앤 비대면진료, 효과·부작용 정밀 분석은 부재의정갈등이 촉발한 의료대란 위기로 인해 비대면진료 규제가 전면 해제되면서 시행량이 폭증했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효과·부작용 분석은 뒤따르지 않고 있다.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공백 대응 상황을 브리핑하는 과정에서 비대면진료 무제한 허용 이후 의원급 비대면진료 시행 건수가 크게 늘었다고 발표했다.당시 복지부는 무제한 허용 시점인 2월 23일부터 4월 30일까지 약 10주 간 의료기관 청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의원급 비대면진료 시행 건수가 총 38만3286건으로 월 평균 16만건, 하루 평균 5637건이 청구됐다고 밝혔었다.그러면서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과 기관지염, 알레르기비염, 비인두염 등 경증 질환이 비대면진료 주요 5대 질환이라고 설명하며 비대면진료 무제한 허용이 상급종병의 중증환자 진료 역량을 제고하는데 기여했다는 취지로 설명했었다. 국회 보건복지위 야당 의원들은 크게 늘어난 비대면진료 시행 건수가 국내 보건의료 생태계에 가져올 효과·부작용 분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정부 자료를 제출받은 김윤 의원도 의원급 증가율을 병원급이 훌쩍 뛰어 넘은 배경에서부터 병원급 비대면진료의 주된 상병명, 비대면진료량 증가로 인한 건강보험재정 영향 등 분석에 착수한 상태다.막연히 비대면진료 전면 허용이 응급·중증의료 대란을 해소하는데 기여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정부의 행정편의적 분석이자 지나치게 근거없는 주장이란 지적이다.실제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등 병원급 의료기관 비대면진료 증가율이 의원급 증가율을 상대적으로 압도했다는 점에서 국내 보건의료 전달체계에 어떤 변화와 영향이 발생했는지 정밀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복지위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의료대란을 비대면진료 규제 해제로 막겠다는 정부여당 취지에 공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무엇보다 의원급 보다 병원급에서 증가율이 가파른 이유를 살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무제한 허용 이후 어떤 모양의 비대면진료가 이뤄졌고, 효과는 무엇이며 예기치 못한 부작용은 어떤 게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 후속 행정이나 입법에 나서는 게 정부의 의무"라며 "아직 법적 근거조차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시범사업을 제한없이 허용하고 의료대란 해결 효과를 보고 있다는 해석은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근거가 없다"고 부연했다.의료계 "비대면진료량 증가, 응급의료 대란 근본 해결책 아냐"의료계도 정부가 의정갈등으로 인한 응급·중증의료 대란 장기화 사태 대응책으로 무제한 비대면진료를 내세우고 있는 것을 두고 "환자 치료기회 박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비판했다.비대면진료 무제한 허용은 상급종합병원 경증환자 밀집도를 당장 낮추는 일시적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국민의 의사 대면진료 기회를 점점 축소시킨다는 점에서 오히려 오진률을 높이고 적기 치료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게 의료계 진단이다.무엇보다 규제 철폐로 의원급 비대면진료량이 늘어난 것을 응급의료 대란 해소 효과로 직접 연결짓는 정부 해석은 객관성이 떨어진다고도 했다.대한의사협회 최안나 대변인은 "복지부가 응급의료 대란 관련 근본적인 해결을 외면하고 계속 편법과 임시방편으로 정책을 쓰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비대면진료"라며 "의료접근성이 뛰어난 우리나라에서 의료대란을 촉발해놓고 국민의 의료안전성을 해치는 방향의 비대면진료를 확대하고 응급실 본인부담금을 높여 당장 국민의 응급실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최안나 대변인은 "복지부 정책으로 국민은 어쩔 수 없이 응급실 이용을 자제하고 동네의원을 더 이용하게 되겠지만, 그럼에도 (응급실 방문이) 꼭 필요한 환자들의 조기 진단을 늦추거나 적기 의료를 방해해 환자 피해를 발생시킬 것"이라며 "상급병원 이용량을 줄이기 위한 목적의 비대면진료 확대나 중증 진료 분석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 의료안전성을 되찾을 실질적인 문제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2024-09-18 09:01:52이정환 -
"재고 늘리고 교품하고"...약국에만 떠넘기는 품절사태[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앞으로 벌어 뒤로 밑진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약사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다.코로나19로 처방이 증가하고 감기약 같은 일반약 판매가 늘어나며 전체적인 주머니 사정이 나아졌을 법도 하지만, 품절사태를 겪은 약사들이 재고를 늘리면서 현금성 자산은 줄고 재고만 늘어나는 이상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약국이라는 공간은 한정돼 있고, 적정수준 이상의 재고를 늘리는 것이 경영지표상 손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재고를 늘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약사들의 답은 품절에 대한 책임이 고스란히 약국, 약사에게만 지워지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재고확보, 처방변경, 사후통보까지 '약국 몫'= 재고를 확보하는 단계에서부터 의사에게 재고 여부를 안내하고, 대체조제 분에 대한 사후통보를 하는 전과정에 대한 책임이 약국에 지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처방에 대비하기 위해 의약품을 구비하는 것은 기본적인 업무이기는 하나, 품절 원인과 예상 공급시기 등을 알지 못하다 보니 재고를 늘리고, 그럼에도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교품을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A약사는 "품절이 약국의 문제가 아님에도 전적으로 약국에 책임이 부과되다 보니 부담이 된다. 품절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처방 약이 품절되는 경우 동일성분 제제를 확보하게 된다. 품절약 대란으로 인해 동일성분조제에 대한 의사와 환자 인식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처방 변경을 극히 싫어하는 의료기관이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 약국을 지명하는 담합 문제로 번지기도 한다"고 말했다.이어 "환자 상담이나 복약 등에 시간을 할애해야 할 약사들의 주업이 품절 사태 이후 재고 확보로 바뀌고, 재고를 잘 확보한 약사가 유능한 약사가 되는 상황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지난해 11월 개최된 의약품 수급불안정 해소 및 안정공급체계 구축을 위한 제도적 방안 토론회. 품절사태 이후 약국과 제약·도매 입장도 뒤바뀌었다. 이전에는 제약사나 도매업체 등이 약국에 와 디테일을 하고, 주문을 부탁하는 상황이었다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제약·도매가 칼자루를 쥐게 되면서 전적으로 약국이 '을'로 전락했다는 설명이다.B약사는 "제약사와 도매상이 약을 쥐고 있다 보니 아쉬운 소리를 할 뿐"이라며 "특히 거래 규모가 크지 않은 약국들의 경우 대형약국 대비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제약·유통사 '인질극', '거짓품절 소문'까지= 대형약국 위주로 약이 공급되면서 약사들이 고개를 돌린 게 온라인몰이다.제약사의 몰 비율도 증가했지만, 여러 유통업체를 한 데 모은 몰도 품절약 상황에서 빛을 발했다. 오프라인 거래보다 품절약 등을 구하기 용이해진다는 장점 때문이었지만, 최소주문금액을 맞춰야 하고 구매할 수 있는 수량이 제한돼 있다 보니 약국의 불만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최대 구매 가능수량이 제한돼 있는 감기 관련 제제. C약사는 "코푸시럽 4~5개를 사기 위해 20만원 어치를 주문해야 하는 상황이다. 12P 4~5개라고 해도 4~5명에게 투약할 수 있는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품절약을 볼모로 최소주문금액 이상을 결제하는 데 대한 불만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수량제한을 둠으로써 보다 많은 약사들이, 골고루 주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것이 유통업체 측 설명이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약사 입장에서는 일종의 '인질극' 내지는 '끼워팔기'인 셈이다.B약사는 "이로 인해 재미를 본 도매상들이 꽤나 많다. 재고가 있어 주문을 하면 전화가 와 '수량제한이 있다'고 하거나, 임의로 주문 수량을 취소하는 방식이다. 일부 품목을 구하고자 당장 필요치 않은 약들까지 주문해야 하는 상황이 버젓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한 도매상이 특정 약의 공급이 지연될 것이라고 안내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거짓 품절 정보 역시 혼란을 야기하는 부분 중 하나다. 제품이 품절될 것이라는 소문을 흘림으로써 주문을 하게 만드는 방식인데, 최근에는 일부 제약사나 도매업체에서 창고털이의 한 방식으로 거짓 소문을 흘렸다 적발되는 사례도 있었다.대한약사회 역시 제약사의 가짜뉴스 확산과 의도적인 품절약 마케팅 등에 대해 주시한다는 입장이다.약사회 관계자는 "생산이 증대되고, 누구든지 약을 구할 수 있다면 품절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품절은 약국에서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보니, 약국을 중심에 둔 비정상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본다"며 "제약사나 도매상의 도를 넘어선 마케팅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지금까지는 자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통협회에 공문을 보내고, 제약사에 윤리의식 확보 등을 제안했지만 그럼에도 유사한 사례가 반복된다면 정책적으로 대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는 설명이다.◆'제도'와도 맞물리는 품절 문제, 대책은?= 약사회는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가 단순 수요와 공급 문제로 기인한 현상은 아니라는 입장이다.감기 관련 제제 같이 계절에 따른 영향이 뚜렷한 품목도 있지만, 유사 제제의 급여 삭제·축소, 처방량 증가 등 문제는 제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약사회 관계자는 "3개 메이저 도매상이 전체 의약품 유통의 90%를 책임지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의약품 품목 수도, 유통업체 수도, CSO 업체 수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만큼 고려할 부분 역시 많다는 것"이라며 "대표적인 사례가 사용량 약가인하 제도"라고 말했다.청구액이 예상청구액 또는 전년도 청구액 대비 일정수준 이상 증가해 보험재정 부담이 발생한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제약사 간 협상을 통해 약가를 인하하는 제도이지만, 품절이 발생했다고 무작정 생산량을 늘릴 수 없는 부분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것.특히 인하된 약가의 경우 영구적으로 적용되는 부분이다 보니, '약이 부족했을 때 누가 생산량을 증대시키겠느냐'는 부분을 놓고 이견이 빚어진다는 부분이다.건일제약 천안공장에서 풀미칸 생산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김유미 식약처 차장. 약사회 관계자는 "품절약 민관협의체에서도 해당 부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사용량 약가 연동 협상(PVA)이 Agreement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만큼, 협상을 통해 증산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부분에 대해 얘기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실제 지난해 사용량이 급증한 항생제와 진해거담제, 독감치료제 등 45개 품목의 경우 사용량 약가 연동제 적용을 받게 되지만, 약가인하 대신 일회성 환급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약가인하를 면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회성 환급계약은 감염병 대유행 등 특정 사유로 사용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해 협상 대상으로 선정된 약제에 대해 업체의 요청에 의해 체결이 가능한 부분이다.물론 제약업계에서는 약가인하는 피했지만, 환급에 따른 손실이 없는 것은 아니어서 억울한 측면도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약사회는 3개월, 6개월, 1년 등 장기처방 문제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의견을 피력한다는 입장이다. 2001년까지는 최대 처방이 한 달로 묶여 있다 보니 장기처방으로 인한 문제가 크지 않았지만 20년 이상 시간이 지나면서 처방 행태가 변경되고, 점차 장기화되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아울러 약사회는 코로나19 재유행 등과 관련해 감염 예방 수칙 준수 등 대국민 홍보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양이 제한돼 있다면 병이 걸린 뒤 약을 주는 방식이 아닌, 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홍보 등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이 관계자는 "정책건의서에는 성분명 처방, 사후통보 폐지 등도 포함돼 있다. 다만 카운터 파트너가 존재하고, 당장 시행을 하기에는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보니 지속적인 건의와 개선을 촉구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균등공급에 대해서도 "모든 제품에 대해 균등공급을 할 수는 없지만 시기와 필요성을 보고 있다. 9월 이모튼에 대한 균등공급을 우선 진행할 방침"이라며 "균등공급 역시 부작용이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보고 있다. 만약 증산조치가 이뤄진 경우에도 약이 부족하다면 유통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 약사회 역시 품절로 회원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대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2024-08-28 15:23:09강혜경 -
국산신약 약가산정 최우선 조건은 '혁신·독창성'[데일리팜=황병우 기자] 정부의 '신약의 혁신가치 반영 약가 제도개선 방안'이 구체화 되면서 국산 신약의 올바른 약가산정 출발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신약의 혁신가치를 반영해 신약개발 투자의 선순환 유도를 돕는 것이 제도의 목적이다. 연구개발(R&D) 비중을 늘리고 있는 국내 제약사에게도 산업 고도화의 여건이 마련될 것이라는 평가다.반면 혁신형 제약기업을 골자로 하는 약가 지원 제도의 한계점도 존재한다. 국내 기업이 자회사를 통해 신약 개발을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제도 역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정부, 국산 신약 지원 목소리 응답…핵심은 '혁신형 제약기업'지난해 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된 '신약의 혁신가치 반영 약가 제도개선 방안'(이하 신약 혁신가치 제도)은 중증·희귀난치질환 등 치료 기회 확대를 위해 혁신 신약의 적정가치 보상 제공 및 환자의 접근성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그동안 신약에 대한 적정 보상이 미흡해 글로벌 기업의 국내 투자 및 국내 제약사의 신약 개발 유인이 낮다는 제약업계의 목소리에 정부가 응답한 제도다.핵심은 R&D 투자를 통한 신약 개발 선순환 등 혁신성장을 위한 노력에 충분히 보상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제약바이오 혁신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국내사를 관통하는 신약 혁신가치 보상 방법은 '혁신형 제약기업'이다. 개선안에는 혁신형 제약기업 또는 이에 준하는 기업이 생산한 약제가 사용량 지속 증가로 5년 중 3회 이상 인하 대상으로 선정 시 3회차 인하율을 보정하겠다고 명시했다.또 '연구개발 비중이 높은 제약기업의 약가 우대'를 받기 위해서는 기존에 기업요건(필수약 공급)과 약제요건(세계 최초 허가된 혁신적인 신약)을 모두 만족해야 했다면, 제도개선으로 혁신형 제약기업이 생산 한국인 대상 확증적 임상시험 수행 식약처 신속심사(GIFT)로 허가된 경우까지 확대했다.이 밖에도 대부분의 국내 개발 신약은 이중가격 설정이 가능한 위험분담제 적용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국내 임상시험 수행 등으로 약가를 우대한 신약 중 기술 수출, 외국 시판 계획 등이 확인되는 경우 환급형 가격 방식으로 등재되는 개선안이 포함됐다.당시 오창현 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이런 정책들을 통해 제약사들이 연구개발에 투자를 추가할 것이고 이를 통해 일자리가 늘어나고 재투자가 되면 신약이 개발되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한다"며 "2027년 블록버스터 신약 2개 개발 목표를 달성하려면 보험 분야에서도 혁신 가치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국내사, 자회사 통한 신약개발 딜레마…디테일 필요한 혁신신약 제도국내 제약업계 역시 혁신 신약의 가치를 적절하게 보상하겠다는 정부 기조가 구체화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문제는 디테일이다. 국산 신약과 수출 약제에 대해 기존보다 합리적으로 보상하는 것은 반갑지만, 신약 개발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었다.국내사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혁신형 제약기업'을 벗어난 포괄적인 약가 우대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신약 혁신가치 제도는 '혁신형 제약기업 또는 이에 준하는 기업'으로 한정된 경우가 많다. 적용 범위에 대한 여지를 남겨뒀지만, 혁신형 제약기업이 기준점이 될 것이라는 게 제약업계의 시각이다.혁신형 제약기업은 지난 6월 20일 복지부 고시 기준 총 42개 사가 인증을 받았다. 이중 ▲국내사 27곳 ▲바이오벤처 12곳 ▲외국계 제약사 3곳 등으로 국내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인증요건은 의약품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 그리고 리베이트와 윤리성 등의 요건이 존재한다. 이후 연구개발 혁신성 등을 인증기준으로 두고 있다.즉, 충분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혁신성과 윤리성을 가진 기업이 혁신형 제약기업이고 이러한 기업의 신약 개발 시 적절한 보상을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시각이다.반면 국내사는 스핀아웃(spin out)이나 바이오벤처를 통해 자회사가 신약을 개발하는 경우가 있어 제도도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R&D 투자 및 국가경제 발전 등에 기여했으나 비혁신형 기업 등의 사유로 현행상 약가 우대 대상에서 예외되는 제도적 한계가 있다는 것. 이를 위해 신약 개발기업의 지속적인 R&D 투자 선순환 지원 체계 마련을 위해 약가우대 대상 요건 정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혁신형 제약기업이 신약을 개발할 수도 있지만 포함되지 않은 기업에서 신약이 개발될 수도 있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며 "신약개발 자회사를 가지고 있거나, 바이오벤처가 개발한 신약을 라이선스인 할 때는 혁신형 제약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약가 우대를 받을 수 없어 정부에 의견을 전달하고 있는 상태다"고 밝혔다. 일례로 혁신형 제약기업 중 ▲일동제약-유노비아 ▲유한양행-이뮨온시아 ▲대웅제약-아이엔테라퓨틱스 등의 자회사가 존재한다.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현 제도에서는 모기업의 혁신형 제약기업 유무와 별개로 약가 우대를 받기 어렵다.이밖에 제일약품의 사례가 제도개선의 필요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4월 제일약품의 자회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는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의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받았다.자큐보는 국내에서 개발한 37번째 신약이지만 제일약품과 온코닉테라퓨틱스가 혁신형제약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제도개선에 따른 약가 우대를 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동아에스티가 개발하고 있는 과민성 방광 치료 신약 'DA-8010'도 비슷한 사례로 꼽힌다.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올해 초 신년기자간담회를 통해 제약바이오 중심국가 도약을 위한 혁신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위해 혁신성과를 창출하는 생태계 확립에 앞장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이를 위해 혁신형 제약기업 개발 신약에 대한 약가 우대를 비롯, 산업 현장의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투자를 촉진하는 '약가 보상체계'를 구체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단순하고 합리적인 약품비 관리 및 산업육성을 위한 로드맵을 구축해나갈 방침이다.결론적으로 R&D 선순환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으로, 혁신형 제약기업이 개발하는 신약에 대한 약가 우대 등 약가 보상체계를 구체화하겠다는 구상이다.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사들의 동기부여를 위해서 신약 가치에 대한 적절한 인정과 보상 필요하다"며 "이런 지원이 다시 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혁신형 제약기업 외에도 신약개발 기업의 범위 확대에 대한 고민이 지금부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또 그는 "기업범위 확대 외에도 해외 의약품 시장에 기시판되어 수출 등을 통해 국내 경제 또는 산업에 성과를 창출한 의약품인 경우 대상으로 포함하는 약제범위 확대 논의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2024-08-26 06:00:55황병우 -
코로나 확산·일상화된 장기처방…약국에 약이 없다[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코로나19라는 전세계적 감염병 유행은 의약품 품절이라는 유례없는 상황을 만들어냈다.2020년 1월 첫 확진환자가 발생한 이후,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면서 약국의 일반약 매출 1위는 2021년 5월부터 2024년 7월까지 3년 넘게 타이레놀500mg이 독주하고 있다. 아세트아미노펜 외래 처방 시장 역시 2021년 226억원에서 2023년 572억원으로 2년 새 153.4%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나비효과인 셈이다.여름철 코로나19 재유행이 시작되면서 또다시 품절 이슈에 불이 붙고 있다. 대란을 낳았던 품절악몽이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정부는 기침감기약과 종합감기약 등 1665품목의 생산·판매·재고량 등을 모니터링하고 이상 동향이 감지될 경우 식약처와 복지부, 제약협회, 의약사단체 등이 참여하는 의약품 불안정 대응 민관협의체를 통해 즉시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지만, '약국에 약이 없는' 상황을 경험한 약사들은 일찌감치 재고 확보에 여념없는 모습이다.◆진해거담제부터 AAP까지 감기제제 비상?= 7월 말 코로나가 재유행 조짐을 보이면서부터 감기 관련 제제 수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키트와 먹는 코로나 치료제 뿐만 아니라 '위기상황'을 감지한 약국과 제약사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이다.수 천개씩 있다고 표시됐던 약사전용 온라인몰의 재고는 빠른 속도로 빠져 나갔고, 제약사들 역시 재고 확보 당부와 가격할인 프로모션에 나섰다.엔데믹 이후 잠잠하기만 했던 약국 시장에 반전이 나타난 것이다. A약사는 "코로나 위기단계가 관심으로 하향되고, 감기 같은 호흡기 질환도 잠잠해지면서 5월부터 7월 중순경까지 그야말로 비수기가 이어졌다. 제약사들 역시 각종 프로모션을 앞세우며 주문 독려에 나섰지만 환자가 없다 보니 주문이 신통치 않았다"고 말했다.코로나19와 감기 환자가 증가하면서 진해거담제와 AAP 제제 일부에서 품절 현상이 나타났다. 현재는 태부족 현상을 빚고 있는 코로나19 치료제 역시 환자 감소와 유료화 전환 등의 영향으로 처방 제로 수준을 보였다는 게 이 약사의 주장이다. 하지만 7월 중순 이후 확진환자가 증가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는 것이다.진해거담제와 해열진통제를 필두로 의약품 품절 현상도 현실화되고 있다. 코푸시럽, 코대원포르테, 코대원에스, 시네츄라, 아세트아미노펜 325mg·500mg·625mg, 탄툼 등이 대표적이다.A약사는 "처방에 대비해 주문량을 늘리다 보니 오미크론 유행 당시 품절이 빚어졌던 진해거담제, 해열진통제 등을 중심으로 품절 조짐이 나타났고, 최대주문수량 제한 등이 걸리기 시작했다"며 "현재도 주문수량 등이 제한돼 있고, 재고 자체가 적어 사실상 수급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품절 조짐은 불안으로 이어졌다. 수량 제한 등이 걸리기 직전 수백만원에서 천만원 가량 재고를 비축했다는 글도 커뮤니티 등에 올라오기 시작했다는 것.B약사는 "처방이 많은 약국이다 보니 우선 재고를 확보할 수밖에 없다. 특히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진해거담제의 경우 약가인상 조치라는 수단까지 동원되지 않았었냐"면서 "이에 대한 학습효과가 일부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다만 코로나19가 감기로 인식되면서 지난 오미크론 사태 때와는 달리 일반의약품에 대한 수요가 더욱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오미크론 유행 당시 의원급의 PCR검사 등이 무료로 진행되고, 코로나 치료제 등도 본인부담이 없어 처방약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면, 적지 않은 수의 국민이 코로나19에 확진된 경험이 있고 PCR검사 등까지 유료로 전환되면서 증상이 경미한 2040 세대에서는 일반약을 복용하는 비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당장 코로나19 환자 증가가 둔화되면서, 8월 말 35만명 확진이라는 예상보다 적은 수치의 감염으로 끝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지난 주 개학한 초·중·고등학교 소규모 감염과 가을철 환절기 감기 환자 증가 등도 변수다.C약사는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해서 방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더욱이 격리나 마스크 착용 의무 등이 해제되면서 오히려 소규모 감염은 더욱 확산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의정갈등 사태 여파 '여전'…해갈 안되는 장기처방약= 의대 정원 증원 이슈로 올해 2월 시작된 의정갈등 사태로 인한 품절약 여파도 여전하다.전공의 사직으로 인해 3개월 텀 처방이 6개월, 1년치씩 장기화되다 보니 장기복용이 가능한 액시마정, 훼로바유서방정, 씨잘정, 메티마졸 등을 중심으로 부족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부광약품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한 '품절의약품 공급 관련 안내의 글'. 장기처방약 품절 문제는 역시 수 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7월 바로팜 품절입고알림 신청현황에 따르면 액시마정은 신청횟수 3만418회로 2위를, 훼로바유서방정과 씨잘정5mg, 메티마졸정은 3, 4, 5위에 이름을 올렸다.품절이 이어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용노동부와의 협의를 통해 '주52시간 해제'까지 허용하고 나섰지만, 쉽사리 수급난이 해갈되지는 않는 모습이다. 아세트아미노펜 품귀로 감기약 생산직에 한해 주52시간 이외 연장근무가 허용된 이후 두번째 사태였다.부광약품 관계자는 "장기처방 빈도 증가로 인해 일시적으로 수요가 급증했고, 이로 인한 품절이 가수요 또한 유발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추가 생산량 확보를 위해 긴급 인력 채용, 포장 외주화, 타정기 추가 등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물론 52시간 이외 연장근무가 허용되면서 씬지로이드의 경우 생산량이 증대되며, 일부 수급에 대한 컴플레인 등이 줄어들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레가론정, 하드칼츄어블정 등 부광약품의 품절 이슈가 계속되면서 회사 측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회사 관계자는 "생산, 유통에는 차질이 없다. 아마도 품절을 경험한 약국에서 주문량을 늘리면서 하루, 이틀씩 품절 이슈가 발생하는 것 같다"며 "회사로서도 난감하다"고 말했다.◆이모튼, 브로나제, 심발타…장기품절 약, 해소는 언제?= 장기간 품절이 이어지면서 수급난이 고착화된 품목도 있다. 대표적인 품목이 이모튼, 브로나제, 심발타, 푸로작 등이다.이모튼 장기 처방 사례. 특히 이모튼 품절의 경우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약국은 물론 정부도 고심하는 분위기다. 골관절염 치료제로 처방은 매년 증가하는 반면 주원료인 아보카도 작황 등에 따라 영향을 받다 보니 무제한 생산을 늘릴 수 있는 부분도 아닌데다, 필수의약품 역시 아니다 보니 우선은 상황을 방관할 수밖에 없다는 게 품절약 협의체 참석 관계자의 설명이다.실제 이모튼은 급여재평가 대상으로 지목된 의약품 가운데 하나지만, 매년 처방액에 있어 상승세를 보이는 품목 가운데 하나다.지난해 3분기 누계 처방액은 448억원으로 전년 대비 13.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으며, 매년 처방액 증가를 보이고 있다. 반면 생산 등에는 한계가 있다 보니 약국가에서의 부족 현상은 심화되는 상황이다.바로팜에 따르면 7월 품절입고알림신청현황에서 이모튼이 7만7600회로 1위를 차지했다. 바로팜 품절입고알림 신청현황에 있어 줄곧 1위를 차지하는 품목 역시 이모튼이다. 전 달인 7월에는 무려 7만7601회의 입고신청 알림이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3만418회로 2위를 차지한 액시마정의 2배가 넘는 신청 알림이 이뤄진 것이다.약사회 관계자는 "일선 약국에서는 급여 삭제에 대한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안다. 다만 이모튼의 경우 감기약처럼 접근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 "이모튼으로 인해 콘로인, 조인스의 처방이 늘어나며 품절이 나타나기도 했다"고 말했다.약을 처방하는 의사와 복용하는 환자가 이모튼을 선호하는 이유는 복약순응도에 있다. 일반적인 소염진통제 성분의 록소프로펜, 나프록센, 이부프로펜 등의 경우 1일 3회 복용을 해야 하지만, 2세대 아세클로페낙, 3세대 쎄레브렉스 등의 경우 복용 횟수가 2회 내지 1회로 줄어들었고 알약 자체의 크기도 작아져 복용순응도 역시 개선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관계자는 "이모튼의 경우 소염진통제는 아니지만 하루 1회 복용하기 때문에 거부감 없이, 보약처럼 장복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며 "당장 급여 삭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처방일수를 일부 제한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지 않겠느냐는 게 약사회 측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180일치 처방 같은 장기처방에 대해 제동을 걸 필요는 있다는 설명이다.브로멜라인 역시 1년 넘게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소염효소제 스트렙토키나제·스트렙토도르나제(스트렙토제제)가 임상재평가 종료를 앞두고 줄줄이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시작된 브로멜라인 풍선효과가 여전히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브로멜라인 외래 처방시장 규모는 3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1.6%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즉, 스트렙토 시장이 브로멜라인으로 옮겨가면서 공급 부족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품절입고알림 신청현황에도 브로나제 장용정, 브로다제 장용정, 영진 브로멜라인 장용정, 로멜라인 장용정 등이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심발타, 푸로작 같은 항우울제 품절 역시 지속되고 있다. 판매처 변경 등이 원인으로 꼽히는데, 재공급 예상 시기 등도 정해져 있지 않아 수급에 대한 어려움 역시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B약사는 "약국에 약이 없어 쩔쩔매는 상황을 약사도, 소비자도 겪다 보니 품절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동일성분 조제나 대체조제 등에 대한 인식이 긍적적으로 바뀐 것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약품은 기호재가 아닌 '필수재'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약을 복용하지 못할 경우 생명이 위태해질 수도 있는 것"이라며 "감기약은 물론 장기처방으로 인한 품절, 장기간 수급 불안정이 이어지면서 고착화되는 품절 등 각각의 원인에 따른 해결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2024-08-25 13:26:27강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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