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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제약업계, 경제성평가 면제 유예 '동상이몽'[데일리팜=황병우 기자] 경제성평가 생략 유예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생략이 아닌 유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사후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반면 제약사는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 강화라는 본연의 취지와 달리 등재 입구 축소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현 제도의 기준에서도 여전히 문턱을 넘지 못하는 치료제가 있다는 지적이다.정부도 경제성평가 생략 하나만 바라보고 제도를 수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에는 공감하고 있다. 맞물려 있는 급여 등재 시스템이 많은 상황에서 대대적인 개선보다는 불확실성을 줄이는 사후관리에 좀더 집중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핵심은 사후관리를 위한 평가도구로 유력한 실제사용데이터(RWD, Real World Data)에 기반한 실제임상근거(RWE. Real World Evidence)다.RWD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는 상황. 결국 어떤 기준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디테일'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경평생략 개선 방향 축소 아닌 관리…평가도구 'RWE' 부상'의약품 경제성평가 자료 제출 생략 제도 개선방안 마련 연구'에서는 경제성평가 생략제도(이하 경평생략)를 경평유예 제도로 전환하고 기준에 등재 전과 후에 경제성을 입증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제시했다.기존 경평생략 영역 중 일부를 등재할 때 경제성 입증이 필요한 영역으로 전환하고, 미충족 의료 해소 등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때에만 사후 경제성 입증 허용으로 설정하겠다는 복안이다.결론적으로 임상적 필요도 및 중증도 요건의 개선과 환자 수에 관한 내용을 재정비하는 방향이다. 이를 통해 경평생략을 일부 축소하고 등재된 치료제의 사후관리 강화를 목표로 한다.다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제도 개선의 필요성과 별개로 급여 등재의 문을 좁히지 않겠다는 기조를 가지고 있다.전문가들은 경평면제 개선 시 사후평가에 RWE를 활용해야 된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를 고려하면 제도의 축소보다는 이미 경제성평가의 어려움이 인정된 치료제를 등재 이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가 향후 개선 방향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현재로서는 RWE와 진행 중인 임상시험을 동시에 고려하는 방식의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보고서 설문조사에서 정부, 제약업계, 학계 등 전문가들은 RWE와 진행 중인 임상시험을 사후평가의 자료원으로 꼽았다.RWE를 단독으로 고려하는 것은 5%에 불과했으며 RWE와 임상시험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은 91%에 달했다. 이중 RWE와 임상시험 중 어떤 자료를 더 우위에 둘 것인지는 각각 26%, 39%로 갈렸다.희귀질환치료제 특성상 단일군(Single-Arm) 임상이거나 임상 2상 결과를 바탕으로 제한적 허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후 임상 3상 등 후속 임상이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정부와 제약업계의 논의는 RWE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희귀질환치료제 불확실성 RWE가 없앨까?…학계 "충분히 가능"학계에서는 심평원이 경평생략 개선에 RWE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시각이다.익명을 요구한 RWD 전문가인 A 약대 교수는 "경평생략 치료제의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서 최선의 근거로 무엇을 활용할 것인지라고 고민했을 때 RWE는 당연히 포함될 수 있다"며 "치료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경평이 생략됐다 하더라고 제약사는 근거를 쌓아야 하고 여러 방법 중 RWE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과거 솔리리스가 글로벌 레지스트리를 통해 근거를 만들어 제출하고 급여조건을 없애는 데 활용한 사례가 있듯이 심평원도 자료를 요구하고 사후평가에 활용하고 있다는 것. 다만 그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여러 쟁점이 존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어떤 데이터를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다.이와 관련해 제약업계는 심평원이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RWE 데이터를 요구하는 것과 결국 그 자료가 급여기준을 축소하거나 약가를 인하하는데 사용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가지고 있다.희귀질환 치료제는 근본적으로 RCT가 불가능하고, 외국에서도 RCT 수행 계획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효과자료를 수집한다면 임상시험 프로토콜을 만들고, 모니터링하고 자료를 모으는 문제 등이 있고, 이에 대한 모든 과정과 예산승인을 위해 본사와 논의 해야하는 어려움도 존재한다.결국 환자가 몇 안되는 희귀질환에 수십억 임상연구비를 지출해야 하고, 결국 약가인하로 귀결된다면 결국 한국은 글로벌 론칭 우선 순위에서 밀리지 않겠냐는 얘기다.가령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첨단바이오의약품의 허가 시 최초에는 한국인 데이터를 내지 않고 허가받았지만, 장기추적 시에는 한국인 데이터를 요구하는 것처럼 심평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A 교수의 시각이다.경제성평가 전문가인 B 약대 교수는 "경평생략 치료제의 특성을 봤을 때 한국인 데이터를 별도로 뽑아 작은 환자 집단에 대해 분석하는 게 통계적인 검증력 등의 측면에서 의미 없을 때가 많다. 결국 글로벌 RWE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인정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심평원 관계자는 "한국인에게 사용한 데이터를 확인하면 제일 좋겠지만 처음 시작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진행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더 좋은 근거인 RCT가 있고, RWE 활용에 대한 방향성은 맞다. 그러나 글로벌데이터를 활용 등 탄력적이고 단계적으로 접근할 생각이다"고 전했다.심평원 RWE 활용 숙제 결국은 '디테일'특히 전문가들은 경평생략의 사후평가에 RWE를 활용한다면 재평가 기간을 '치료제' 단위로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RWE 제출 기간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제품 특성에 맞출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A 교수는 "치료제가 실제 현장에서 처방되고 등록되어 데이터가 쌓이고 분석해 의미있는 결과보고서를 제출하기에는 3년도 빠듯할 것으로 본다"며 "회사가 언제까지 근거를 내겠다는 기간과 글로벌과 국내 자료 중 무엇을 분석할지 제출하고, 이를 심평원이 합리적이라고 받아들이면 서로 협의해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다"고 강조했다.이 과정에서 자료 제출 기간을 제약사에게 열어주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매년 간단한 연례 보고를 받는 등의 장치를 둘 수 있는 만큼 기간을 규정하지 않은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이다. 또 RWE 제출과 관련해 다른 고민은 심평원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을지다. 후향적 데이터의 특성상 레지스트리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B 교수는 "실무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지만 심평원이 RWE를 업무에 완전히 반영하고자 한다면 공공적으로 협의해 데이터 접근을 열어주는 게 맞다는 생각"이라며 "RWE 중에 후향적 데이터를 못 쓰면 결국 병원별로 자료를 모아야 하고 레지스트리를 자발적으로 구축해야 하는데 그것이 또 다른 옥상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결국 경평생략 개선에 RWE를 접목하기 위해서는 디테일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해외에서는 RWE 자료를 좀더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 NICE의 RWE 가이드라인에서는 이상반응 등 환자안전성 자료나 임상현장에서의 효과 뿐만 아니라 질병의 경제적 부담 추정, 바이오마커와 같은 검사결과의 정확도 추정, 치료에 결정을 미치는 요인 측정 등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아울러 경제성평가 등 가격결정에 직접 사용하기 보다는 환자시작 특성, 사건발생률, 진료 특성, 건강상태간 전이확률, 자원사용 및 비용 등 모형의 가정에 불확실성을 줄이는 용도로 권고되고 있다.다만 이를 위해서는 RWE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지원과 제도적 장치 그리고 제약사의 노력까지 쌍방의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시각 역시 저변에 깔려있다.또 분절되지 않고 얽혀있는 급여 등재 제도 특성상 하나의 개선안으로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점도 존재한다. 장기적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논의의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2024-08-20 06:00:38황병우 -
경제성평가 생략·유예 갈림길...핵심은 사후평가[데일리팜=황병우 기자] 건강보험급여 등재가 어려웠던 희귀질환치료제의 중요한 급여트랙으로 자리 잡은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제도'가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경제성평가를 생략해 급여 등재의 문을 열어줬지만, 급여진입 이후 사후평가를 통해 급여 적정성을 보는 '유예'로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다.정부의 경제성평가 생략제도 개선 의지는 확고하다. 등재의 문을 좁히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희귀질환치료제 가진 불확실성을, 사후평가를 통해 재평가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그러나 제약업계는 현 제도에서도 등재되지 못하는 희귀질환치료제가 있다는 점에서 제도의 개선과 함께 보완도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과도한 제한은 제도의 취지가 오히려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경평생략 개선 드라이브 거는 심평원…"사후관리 고민 지금도 늦어"이전부터 경제성평가 생략제도(이하 경평생략) 요건을 강화해 허들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과 희귀난치질환 신약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시각차가 공존해 왔다.경평 생략의 개선 논의의 부상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발주로 진행된 '의약품 경제성평가 자료 제출 생략 제도 개선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의 발표와 맞물려 있다.지난해 말 공개된 보고서는 2015년 도입된 경평 생략 제도의 현황, 문제점을 분석한 후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심평원은 보고서에 분석된 내용을 토대로 현 경평생략 제도를 손보겠다는 생각이다.보고서에 담긴 내용이 100%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심평원은 큰 틀에서는 공감대가 있다는 생각이다. 즉, 보고서를 통해 심평원이 생각하는 경평생략 개선의 방향성을 읽을 수 있다는 의미다.경평생략은 대체제가 없거나 환자 수가 적어 상대적으로 통계적 근거 생성이 곤란 희귀질환치료제 등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15년 5월 도입됐다. 제도 도입 이후 2023년까지 총 39개의 치료제가 등재됐다.2023년 기준 경평면제로 등재된 약제현황. 보고서에 지적한 핵심적인 문제는 '비교적 임상효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급여 적정성 판단이 이뤄졌지만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장치가 부재'하다는 것과 '비용-효과성 평가가 생략되면서 이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라는 것이다.최근 신약으로 급여 등재된 항암제와 희귀질환치료제가 경평생략을 통해 진입하는 비율이 커지는 등 고가신약의 등재를 쉽게 하기 위한 통로로 남용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담겨있다.또 보고서에는 경평생략을 통해 등재된 약제는 위험분담제나 경제성평가를 통해 등재되는 성분에 비해 환자당 소요 비용이 높다고 분석됐다. 이는 경평생략 약가와 비교를 통해 후발 약제가 진입하면서 경제성이 입증되지 않은 영역이 개별 약제를 넘어 질환 단위로까지 확장된다는 것이다.결론적으로 현재 희귀질환치료제에 대한 급여의 문을 열어두었지만, 많은 제약사가 경평생략을 통해 신약 등재를 노리면서 이후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판단이다.특히 보고서에서 영국, 호주, 캐나다, 스코트랜드 등 4개 국가와 국내 경평생략을 통해 등재된 약제-적응증을 비교했을 때 대부분(85~97%)이 제한적 급여 권고였다는 점에서 개선안의 방향성에 근거를 더했다.제한적 급여 권고는 특정 조건을 전제로 급여 권고를 받는 것으로 ▲위험분담 계약 체결 ▲불확실성 해소 등을 위한 자료 수집 의무화 ▲추가 자료 등을 제출하여 향후 재평가 ▲약가 인하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일부 대상자에게만 급여 (급여 대상자 제한) ▲별도 재원에서 급여 등이 있다.심평원 관계자는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을 위해 경평생략을 시행했지만 불확실성을 가진 채로 영역이 확장돼 제도가 유지되고 있어, 사후관리에 대한 개선이 오히려 조금 늦었다"며 "제약사들도 경평생략 제도 등재 시 어떤 부분이 불확실할 것인지에 대한 것을 처음 준비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제약업계, 경평생략 순기능 언급…경평 동반 손질 강조반면 제약업계는 희귀질환 치료제의 급여 등재를 경평생략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보완이 없는 제도 개선은 신약 접근성을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한다.기본적으로 업계는 최근 경평생략이 더 활용된 이유는 기존 경제성평가 제도의 허들이 높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관계자는 "경제성 평가제도가 기본 제도로서 급여 등재 시도는 많이 하지만 통과되는 약제는 상당히 적다"며 "경제성평가를 하려던 약을 경평생략으로 바꿀 수는 없고 애초에 경평생략을 할 수 있는 조건은 정해져 있으므로 경제성평가를 할 수 있는데 경평생략을 선택한다는 시선은 오해가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아울러 "외국에서 경제성평가로 평가되는 약제가 국내에서는 경평생략으로 등재되는 것은 외국은 경제성평가가 희귀질환 여부나 질병의 중증도에 따라 ICER 기준을 다양하게 적용해 불확실성 수용폭이 넓지만 국내는 그 기준이 너무 까다로운 것 같다"고 언급했다.결국 약가 수준이나 사후관리를 고려할 때 경제성평가로 신청하고 싶지만, 현재의 ICER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어려움이 크다는 입장. 현재 정부가 가질 수 있는 경평생략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현재 제도 내에서도 충분한 해소 장치가 있다는 시각이다.가령 직접비교 임상시험이 없다는 부분은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단일군, 2상 임상시험을 검토해 허가를 내렸다는 점 그리고 총액계약제로 예상 재정 초과 시에는 전액 환급하는 등 사후관리제도라는 안전장치가 있다는 것이다.특히 제약업계는 현 제도 안에서도 이미 200명 이내의 소수 환자로 대상이 제한되어 있다거나, 삶의 질 개선을 입증한 약제지만 소아용 약로만제 제한되어 있는 점은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경평생략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중증 희귀질환 및 희귀암이 치료제가 많아 이 부분도 함께 챙겨봐야 한다는 의미다.이와 관련해 심평원은 여러 가지 급여 제도가 연관된 만큼 경평생략 하나만을 손질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신약의 급여 등재 트랙. 경평생략은 희귀질환치료제가 대상인 만큼 '급여율'보다는 '신속함'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대여명이 짧은 환자들에게 경제성평가 등 급여 자료 마련이 어려운 치료제를 보다 빨리 환자들에게 적용하는 것에 대한 부분은 이견이 없다.심평원 관계자는 "기존보다 치료제 급여 등재를 어렵게 하겠다는 취지는 아니다. 업계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제약사도 등재 시기부터 충분히 준비하고 이후 리얼월드데이터(RWD) 등의 자료를 통해 효과 등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제약업계 역시 경평생략 개선과 함께 다양한 접근의 논의가 함께 이뤄진다면 정부의 입장을 수용해 조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RWD에 대한 계획서를 준비하고 검토하고 실제 수집하기까지 현재보다 더 시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경평생략의 신속도입 취지가 퇴색될 것을 우려한다는 뜻을 내 비쳤다.이후 개선 논의의 핵심 쟁점은 RWD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평생략이 아닌 유예가 이뤄진다면 어떤 평가도구를 접목할 것인지가 중요한데 현재로서는 RWD의 활용이 유력하다.아직 경평생략을 유예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논의는 현재진행형이다. RWD에 대한 정부와 제약업계의 시각차도 존재해 활용 정도와 방향성이 개선안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2024-08-19 06:00:41황병우 -
제네릭 활성화 첫걸음, INN 도입이 언급되는 이유[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제네릭 활성화 방안은 다양하다. 처방예산제, 성분명처방, 참조가격제, 대체조제 등 규제를 통한 방법이 먼저 떠오른다.하지만, 제대로 된 제네릭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민 인식 개선과 처방권을 가진 의사들의 협조, 제네릭 동등성에 대한 식약처의 대국민 홍보 등을 선행하고, 그 이후 제대로 된 제도개선으로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는 게 이의경 성균관대 약대 교수의 생각이다.제네릭 품질수준에 대한 의심은 지난 2006년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데이터 조작 사건이 가장 크다. 대조약 생동시험 데이터를 실험약 데이터로 속여 조작한 '생동파문'은 그야말로 제약업계에는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생동시험은 최초로 개발된 의약품과 제네릭의 약효를 나타내는 성분이 혈액으로 흡수되는 속도와 양의 비율이 동등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생체 내 시험이다. 이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사실에 전국이 들썩였다.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11년 생동성시험을 통과한 제네릭은 오리지널과 품질이 같다는 내용의 홍보를 대대적으로 진행한 바 있다. 식약처가 지난 20여년간 제네릭 품질 향상 및 신뢰도 강화를 위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에는 생동시험 기준을 상향해 함량이 ▲다른 제품 간 첨가제의 종류, 배합비율이 다를 경우 ▲최초 허가 사항과 다른 제조방법 도입 등 허가 사항 변경이 필요한 경우까지 생동시험을 진행하도록 강화했다.2018년 7월엔 중국에서 들여온 발사르탄 함유 고혈압약에서 발암물질인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 N-nitrosodimethylamine)'이 나오면서 불순물 파동을 겪기도 했다.당시 바이넥스가 부적정한 작업지시서를 내려 정량보다 과량 또는 소량을 넣어 의약품을 생산하면서 발사르탄 파동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도 했다.이 교수는 "과거 안 좋았던 기억, 가끔 터지는 품질관리 이슈 때마다 정부는 적극적으로 품질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며 "특히 발사르탄 사태 당시 1개 성분의 문제인데, 제품명으로 100개가 넘다 보니 회수하는 과정에서 제네릭에 대한 국민 불신이 더 쌓일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INN+성분명 쓰는 국내 제약사 10% 수준...INN이 제네릭 활성화 첫 출발생동성 시험 문제가 아니라 특정 업체의 일탈로 인해 제네릭 전체 품질 이슈로 이어지는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국민들에게 제네릭 불신을 심어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따라서 이 교수는 제네릭 활성화의 첫 단추로 '국제일반명INN(International Nonpropietary Names)' 도입을 손꼽았다.WHO는 1950년 세계보건회의결의안을 근거로 INN의 최초 확립 후, 같은 해 의약 물질 일반명 리스트를 발표했으며, 현재 약 9500개 INN이 리스트로 등재돼 쓰이고 있다.국내 제네릭 중 INN 도입 품목 다빈도 제약사 리스트. 박미혜 성균관대 약대 교수의 INN 현황 연구 중 일부. 이 교수는 식약처장 시절, INN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게 목표였다. 그는 "특허 만료가 끝나고 들어올 제네릭에 한해 INN+회사명을 사용하도록 시범 사업을 하려고 했었다"며 "국내에서 급여의약품의 10% 정도가 INN을 사용하고 있고, 이 시범사업은 제네릭과 오리지널이 같은 성분이라는 국민인식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INN을 성분명 처방으로 인식해 반발하는 의료계에 대해, 이 교수는 "INN은 이름으로 제네릭과 오리지널이 같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며 "네이밍일 뿐, 성분명 처방이 아니다. 오리지널을 제네릭이 대체할 수 있도록 국민에게 인식을 심어주는 게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하지만, 발사르탄 사태가 터지고 INN 시범사업을 진행하고자 했을 때는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제도를 시작하기엔 무리가 있었다.따라서, 현 정부가 수 많은 비용을 지불해 생동성시험을 거친 제네릭을 허가하고 있는 만큼 국민 인식변화를 위한 제도를 시행하기 위한 걸음마를 떼야 한다는 주장이다. 약사사회 역시 INN 도입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김대원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지난 2018년 국회 심포지엄에 참석했던 WHO 임원도 대체조제 활성화 필수 조건을 INN이라고 진단했다"며 "성분명이 드러나는 상품명처방이기 때문에 환자들에게는 '회사만 다르지 같은 약'이라는 인식을 주고 대체조제에 대한 거부감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박영달 경기도약사회장은 "제네릭 숫자가 일정 수준 넘어가는 의약품을 대상으로 시범 또는 단계적 INN 도입을 추진해볼 수 있다"며 22대 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INN의 도입은 '제네릭은 다 똑같다'는 명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선결조건이라는 점은 학계도 마찬가지다.김동숙 공주대학교 교수는 "INN은 의사들이 반대하는 성분명 처방과는 다르다"며 "정부가 규격화 한다면, 불필요한 오해 해소뿐 아니라 성분은 같은데 약 이름이 달라 헷갈리는 환자들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다만 제약업계는 비용 투자, 인지도에 따른 인센티브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A제약사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 INN을 사용하는 제약회사들은 대부분 대형제약사"라며 "INN 도입에 따른 비용 투자도 고려해야 하고, 전체적인 적용보다 단계적으로 천천히 가야 할 제도"라고 언급했다.이와 관련 식약처는 아직 INN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추진 계획은 없지만, 제네릭 품질관리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식약처 관계자는 "제네릭 품질관리 강화를 통해 국민들의 제네릭 의약품 신뢰도를 제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제네릭 활성화를 위해 제기되고 있는 INN에 대해서는 현재 추진 중인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2024-08-05 07:59:30이혜경 -
"국내 제네릭 처방 비율 50% 그쳐…80%까지 늘려야"[데일리팜=이혜경 기자] "국내 허가 받은 의약품 가운데 80%가 제네릭이고, 약품비의 53%를 차지하고 있지만 오리지널과 동등성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가 5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식약처는 화가 나고, 부끄러워해야 한다."지난 6월 14일 한국에프디시규제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기조 강연을 맡은 이의경 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의 발언이다. 이 교수는 2019년 3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식약처장을 역임하면서 국내 제네릭 의약품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변화를 추진하지 못한 아쉬움을 내내 갖고 있다.생동성 파문, '발사르탄' 불순물 사태 등 굵직한 이슈들이 지나가고, 혹자는 "제약업계에 요즘같이 조용한 날이 없다"고 하지만 이 교수는 국내 제약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제네릭 활성화 정책부터 잡고 가야 한다는 의견을 꾸준히 내고 있다.조용하다고 해서, 지금의 제네릭 시장을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제네릭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점점 낮아지는 상황에서 처방률을 높이는 제네릭 활성화 정책이 나올 수 없다는 게 이유다.제네릭 국민 인식도 여전히 50% 미만지난 5월 열린 '한국보건사회약료경영학회' 전기학술대회에서 공개된 박혜경 차의과대 임상약학대학원 교수의 연구결과를 보면 현재 국내 제네릭 동등성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를 살펴볼 수 있다.한국보건사회약료경영학회 2024 춘계학술대회, 박혜경 교수. 박 교수가 국내 20~60대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제네릭 의약품이 오리지널 의약품과 효과가 동일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은 50.9%에 그쳤다.지난 202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연구발표한 '수요기전을 이용한 약품비 지출의 효율 제고 방안'에도 제네릭과 오리지널 인식도 조사가 있었는데, 당시 '복제약과 오리지널의 품질 차이가 있을 것이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59.6%에 달했다.이와 관련, 이의경 교수는 데일리팜과 만나 "국내 급여의약품의 90%가 제네릭이지만, 저가 제네릭 처방률도 낮고 국민들의 불신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위임형 제네릭은 같은 공장에서 제조되는데도 품질이 다르다고 하니, 인식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운을 뗐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6월 발간한 '2023 급여의약품 청구 현황'을 보면 올해 1월 1일 기준 급여의약품 등재품목수는 2만2887개로 약품비는 25조6446원으로 나타났다.동일 성분별 등재 현황을 보면 1품목은 2479개로 10.9% 뿐이며, 나머지 90%는 제네릭이 함께 등재됐다고 보면된다. 특히 20개 이상 등재가 이뤄진 비율은 67.3%를 넘었다.한국보건사회약료경영학회 2024 춘계학술대회, 김동숙 교수. 하지만 제네릭 급여등재 비율에 비해, 약품비에서 제네릭이 차지하는 비율은 50%대 그쳤다.공주대학교 김동숙 교수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2년 전체 약품이 25조9000억원 가운데 제네릭 처방은 53%인 13조6000억원으로 나타났다.이 교수는 "제네릭의 처방비율을 높여야 한다. 제네릭 시장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며 "현재 50%의 처방비율을 80%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제네릭 활성화 단기간 안돼...10년 계획 세워야현재 제네릭 급여 처방률 50%를 80%까지 올려야 한다는 이 교수. 그의 생각은 '제네릭은 모두 똑같다'는 프레임을 만들어 제네릭 시장 경쟁을 완화해야 한다는 게 최종 방점이다.제네릭 처방 비율을 높인다고 약품비가 함께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제네릭 처방 비율이 높아지면 '마케팅' 보다 '약가인하'를 통한 가격 경쟁을 하면서 오히려 약품비 안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이의경 성균관대약학대학 교수.이 교수는 "우리나라 제약산업도 바뀌어야 한다"며 "제네릭은 모두 똑같다고 인정하고, 제품 경쟁을 하기 보다 가격 경쟁을 해야 한다"며 "제품 경쟁은 신약, 개량신약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를 위한 첫걸음은 무엇일까. 이 교수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제네릭 활성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도적인 변화보다 인식의 변화가 먼저 필요하다는 얘기다.식약처장 시절, 첫걸음을 떼고자 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걸음마에서 끝났다는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이 교수는 "국민을 위해서라도 제네릭으로 경쟁하는 시대는 지나가야 한다. 제약회사들은 국민 편의성 개선을 위해 개량신약을 만든다든지 제품으로 경쟁을 해야 한다"며 "이 부분은 국가적인 메시지가 필요하다. 정부가 자꾸 메시지를 줘야 제네릭을 차별화시킨다면 성공할 수 있구나, 이런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2024-08-05 07:51:50이혜경 -
제약, 외국약가 비교 절충안 제시...불수용시 소송전[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제약업계는 정부와 10차례 간담회를 진행하며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안)’에 강력 반발했다. 정부가 업계 요구를 일부 수용하긴 했지만, 핵심 조항을 두고 양 측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TF는 해산했다.칼자루는 정부가 쥔 상태다. 제약업계는 최종적으로 독일·캐나다 약가 참조 기준 변경, 약가인하분의 50% 감면, 약가인하율 상한 캡 적용 등을 제안했다. 정부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정부의 최종안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제약업계의 법적대응 움직임이 관측된다. 정부가 제약업계의 제안 중 일부를 수용하더라도 회사마다 유·불리가 다르기 때문에 정부와의 대규모 소송전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간담회 거듭하며 독소조항 추가…업계·정부 TF팀 공식 해산제약업계 약가담당(MA) 실무진들은 정부와의 초기 논의 때만 하더라도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에 대한 우려가 이토록 커질지 몰랐다고 입을 모은다.업계와 정부는 작년 말 실무협의체(TF)를 꾸리고 본격적으로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이후 이달 초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간담회를 진행했다. 구체적인 외국약가 참조 기준, 재평가 대상, 시행 시점 등을 논의했다.논의가 거듭할수록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가 더욱 혹독한 시행 방안을 제시하며 간극이 멀어졌다는 게 간담회 내·외부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대표적인 사례가 약가 조정기준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현재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안)에선 A8 국가 중 최고가·최저가를 제외한 나머지 6개국의 조정평균가와 국내 약가를 비교하도록 하고 있다.최초 논의 땐 ▲A8국가 조정최저가 ▲A8 조정제외평균가 ▲A8 조정중앙가 ▲A8 조정평균가 등이 제시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올해 2월 발표된 ‘제2차 건강보험종합계획’에서도 정부는 ‘특허만료 약제는 동일 약제의 외국 최고가와 비교해 국내 약가가 더 높은 경우 가격 조정을 검토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제2차 건강보험종합계획에 나타난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 계획 2차 건보계획에서 ‘외국 최고가’와 비교한다고 했던 계획이 논의를 거듭하는 동안 ‘A8 국가 중 최고가·최저가 제외 조정평균가’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바뀐 셈이다.논란의 독일·캐나다 약가도 마찬가지다. 8차 간담회까지만 해도 독일 약가 산정방식으로 공적급여가격(FB·EB)을 적용할지 말지가 논의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9차 간담회 때 정부가 갑작스럽게 캐나다 약가 산정방식으로 정부환급액(Amount MOH Pats)을 꺼내들었다.결과적으로 A8 국가 중 최고가로 미국이 제외되고 최저가로는 독일·캐나다 중 한 곳을 제외하는 구조로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안)의 논의가 마무리됐다. 독일·캐나다 중 한 곳이 제외되더라도 여전히 두 국가 중 한 곳이 남아 조정평균가를 아래로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안)가 당초 업계 예상보다 더 큰 파급력을 갖게 된 배경이다.물론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업계 의견이 전혀 수렴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부는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 제외 대상 범위, 복합제와 자료제출의약품에 대한 조정기준, 약가가 2개국 이하로 검색되는 제품에 대한 조정 기준 등에서 업계 의견을 일부 수용했다.그러나 독일·캐나다 약가 산정방식, A8 국가 중 최고가·최저가 제외 여부, 3년 주기 재평가 반복 여부 등 핵심 사안에 대한 합의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10차례의 간담회를 끝으로 정부·업계의 TF는 공식 해산했다.'독일·캐나다 약가 참조기준 개선' 등 정부에 마지막 제안제약업계는 마지막 간담회에서 다양한 대안을 정부에 제시했다.논란이 된 독일·캐나다 약가의 참조 기준을 개선하자는 의견이 정부에 마지막으로 전달됐다. 정부는 독일과 캐나다의 공적급여가격을 참조하겠다는 방침인데, 이를 약국판매가격 혹은 제약사 판매가격 참조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독일·캐나다 공적급여가격 참조는 형평성에 맞지 않을뿐더러, 참조 시 피해가 과도하게 커진다는 우려를 전했다. 이 연장선상에서 아예 독일·캐나다를 제외한 나머지 6개국(미국·일본·영국·스위스·프랑스·이탈리아)을 비교 대상으로 삼자는 의견도 제시된 것으로 전해진다.제약업계의 손실을 낮추기 위한 대안도 제시됐다. 그 중 하나는 약가인하분의 50%를 감면하는 방안이다. 예를 들어 A약제의 국내 약가가 100원이고 조정산식에 의해 구해진 6개국 조정평균가가 40원이라면, A약제의 약가를 60원 인하하는 대신 절반에 해당하는 30원만 인하하는 식이다.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로 인한 피해를 최대한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다른 하나는 약가인하율에 상한 캡을 씌우자는 것이다. 일례로 상한 캡을 10%로 정한다면, 국내외 약가 비교를 통해 인하율이 70%로 결정되든 80%로 결정되든 ‘최대 10%’만 인하하도록 하자는 의견이다.다만 약가인하분 50% 감면이나 약가인하율 상한 캡 도입 주장에 대해선 제약업계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다.이 주장에 반대하는 쪽에선 약가인하분 50%를 감면한다고 해서 피해액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를 펼친다. 독일·캐나다의 공적급여가격이 전체 조정평균가를 아래로 끌어내리는 만큼, 약가인하 폭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는 피해가 크게 경감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이대로면 정부 상대 행정소송 불가피…법적대응 검토 중"정부의 최종안은 이르면 내달, 늦어도 올해 안에는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부가 제약업계의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제약업계에선 정부의 결정과는 무관하게 법적대응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각 회사별로 최종 제안 내용의 유·불리가 심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A안을 선택하면 B안을 바랐던 업체들이, B안을 선택하면 A안을 바랐던 업체들이 중심이 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란 전망이다.실제 복수의 제약사들이 정부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을 염두에 두고 법적대응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관련 로펌들도 약가인하 비교 재평가의 법적 미비점을 찾는 동시에 소송참여 업체들을 모집 중이다. 정부 입장에선 어느 대안을 선택하든 제약업계와의 소송전이 불가피한 셈이다.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실제 약가인하가 단행되면 그 즉시 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얼마나 많은 업체가 참여할지가 관건”이라며 “현재로선 정부가 제약업계의 제안 중 하나를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만약 정부가 업계 제안을 전혀 수용하지 않고 재평가를 강행할 경우 소송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제약업계가 제안한 대안 외에도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에 독소조항이 한둘이 아니다. 제도가 시행된다면 이의신청과 효력정지 신청, 취소소송 등 가용한 모든 방안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한 법조계 관계자는 “기본적인 법적 검토를 마쳤다. 약가인하 비교 재평가가 근거 법령에 위배되고, 정부의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거들었다.2024-07-26 06:20:51김진구 -
"3년마다 외국약가 비교, 반복인하 악순환 시작"[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제약바이오업계에선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가 3년을 주기로 반복된다는 점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대규모 약가인하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3년마다 반복될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반복적인 재평가로 국내 약가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아지면 다국적제약사가 한국에 신약을 발매하지 않는 '코리아 패싱'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제약사의 경우도 낮아진 약가로 인해 신약 연구개발 동력이 저하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이런 이유로 제약업계 약가담당 실무자(MA)들은 국내제약사와 다국적제약사 한국법인을 가리지 않고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의 '전면 재검토'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데일리팜 진행 설문조사에서 MA 10명 중 8명이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일회성 아닌 3년 주기 반복…지속적 약가인하 불가피정부가 추진 중인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는 약제급여목록에 등재된 2만2920개 품목을 대상으로 한다. 저가의약품·희귀의약품·퇴장방지의약품 등 일부를 제외하고 사실상 전 품목을 타깃으로 한다.재평가는 3년에 걸쳐 진행된다. 1년차엔 위장관용약·고혈압치료제·항생제 6467개 품목, 2년차엔 고지혈증치료제·호흡기계용약·정신신경계용약·당뇨병용약·근골격계질환치료제 8076개 품목, 3년차엔 진통제·비뇨생식기관용제·항혈전제·피부질환용제·항암제 등 7972개 품목이 각각 대상이다.3년차까지 일정이 완료되면 다시 1년차로 돌아가 재평가가 다시 진행된다. 매 3년마다 외국과의 비교를 통한 약가인하가 반복되는 구조다. 제약업계에선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가 일회성이 아닌, 3년 주기로 반복된다는 데 우려가 크다. 지속적인 약가인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비교 대상인 A8국가(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스위스·이탈리아·캐나다) 가운데 일본과 프랑스는 시간이 흐를수록 약가가 낮아지는 장치를 두고 있다. 다른 국가들도 다양한 제네릭 정책과 시장 경쟁을 통해 약가인하를 유도하고 있다.3년 주기로 1회차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가 마무리되더라도, 2회차 재평가 이후로 약가가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예를 들어 약가가 100원인 고혈압약제 A가 있다고 가정하면, 당장 내년 외국약가와 비교를 통해 80원으로 인하될 수 있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A약제는 4년 뒤 다시 한 번 외국약가와 비교 대상에 오른다. 그 사이 외국의 약가가 더 낮아질 경우 A약제는 80원 이하로 더욱 인하된다. 이런 식으로 매 3년마다 A약제의 약가 인하가 사실상 무한하게 반복되는 구조다.과거 8년간 진행한 재평가, 1회차보다 2회차 때 손실 더 컸다실제로 정부가 지난 2002~2009년 현재와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했던 '약가 재평가'에선 1회차(2002~2004년)보다 2회차(2005~2007년) 때 재평가 대상 품목과 인하 품목수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하율도 2회차에서 전반적으로 더 높았다.당시 정부는 8년간 3회차에 걸쳐 3만6448개 품목을 대상으로 약가 재평가를 진행한 바 있다. 이번 재평가 참조국에서 캐나다가 제외된 A7 국가의 조정평균가를 구하고, 여기에 맞춰 약가를 인하하는 방식이었다.이를 통해 정부는 총 4200억원의 약제비를 절감했다고 밝혔다. 1회차 합산 834억원, 2회차 2968억원, 3회차 398억원 등이다. 3회차의 경우 1~2년차 재평가만 진행됐다. 정부는 2010년 평가주기 3회차의 3년차 재평가 시행을 앞두고 돌연 제도 시행을 중단했다. 당시 제네릭 약가 일괄인하가 결정되면서 재평가가 중단됐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이번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와 참조국가·참조방식·평가대상 등에 다소 차이는 있지만, 3년 주기로 재평가가 반복되면서 약가가 꾸준히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던 셈이다.제약업계에선 이번 외국약가 비교가 더욱 강력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약가인하로 인한 중장기 누적 피해가 지난 2002~2009년에 비해 훨씬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평가대상 품목수로 보든 정부가 제시한 참조방식으로 보든 이번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는 과거에 비해 더욱 혹독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회차가 반복되면서 꾸준히 약가인하가 누적된다면 제약업계의 피해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고개 드는 '코리아 패싱' 우려…국내사들은 "신약 R&D 동력 감소"제약업계에선 이번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가 매출·영업이익 감소와 같은 직접적인 피해뿐 아니라, 다양한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우려를 제기한다.이러한 우려 중 하나가 '코리아 패싱'이다. 코리아 패싱이란, 다국적제약사가 전략적으로 한국에 신약을 발매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서 허가받은 신약이 지나치게 낮은 약가로 등재될 경우, 다른 나라의 약가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아예 한국시장에 제품을 발매하지 않는 식이다.신약의 주요 보험급여 등재 트랙 중 하나는 경제성평가다. 기존에 등재된 동일계열 의약품의 가중평균가를 구한 뒤, 이를 토대로 신약의 비용효과성을 따져 급여를 결정하는 절차다.문제는 가중평균가를 구할 때 기존 등재의약품의 약가를 주요하게 참조한다는 것이다.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가 반복되면서 등재의약품 전반의 약가가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한국에 발매하려는 신약의 기대 약가도 덩달아 낮아질 수밖에 없다.다국적제약사 입장에선 한국의 약가가 지나치게 낮게 결정되는 것보다 차라리 한국에 신약을 발매하지 않는 게 이득일 수 있다. 기존에도 산발적으로 코리아 패싱 사례가 나왔지만, 업계에선 업계에선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로 인해 국내 약가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아질 경우 사례가 더욱 빈발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코리아 패싱을 막기 위한 이중약가제도 등이 운용 중이지만 제한적이기 때문이다.비슷한 이유로 국내제약사들도 반복적인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매출·영업이익 감소와 같은 직접적인 손실 외에 중장기적으로는 신약 연구개발 동력이 저하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국내제약사들은 대부분 신약을 '퍼스트인클래스(Fisrt-in-Class)'가 아닌 '베스트인클래스(Best-in-Class)'로 개발하고 있다. 기존에 동일한 계열의 신약이 있는 상태에서 더 좋은 효능을 가진 신약으로 경쟁에 뛰어드는 식이다.이땐 마찬가지로 전반적으로 낮아진 약가 수준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동일계열 약물이 전혀 없는 신약이라면 정부와 협상을 통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겠지만, 기존에 동일계열 약물이 국내외에 등재된 경우라면 상황이 다르다. 비교 약제들의 가중평균가가 낮아진 상태에서 시장에 진입하는 만큼 신약으로서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한 국내제약사 관계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하면 당장 R&D 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애써 개발한 신약이 제값을 받지 못하게 될 경우 국내제약사들의 R&D 동력이 저하될 것"이라고 말했다.약가담당자 10명 중 8명 "외국약가 비교, 전면 재검토해야"사정이 이렇다보니, 제약업계 약가담당 실무자들은 국내제약사와 다국적제약사 한국법인을 가리지 않고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실제 데일리팜이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약가담당자 75명 중 60명(80%)은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일부 독소 조항을 개선해야 한다'는 응답은 15명(20%)에 불과했다.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정부안을 따르겠다'는 의견은 한 명도 없었다. MA 10명 중 8명이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에 대해 매우 강경한 입장을 보인 셈이다. 또 다른 설문에선 MA 75명 중 29명(39%)가 3년 주기의 반복적인 재평가 적용이 문제라고 응답했다.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국내제약사와 다국적제약사 한국법인을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국내제약사에선 45명 중 35명(78%)이, 다국적제약사 한국법인에선 30명 중 25명(83%)이 각각 이같이 응답했다.다국적제약사 한국법인의 경우 상대적으로 매출·영업이익 등 직접 피해 규모가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여기 소속된 MA들의 전면 재평가 요구가 더 높은 것은 코리아 패싱 등 중장기적인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더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2024-07-25 06:20:11김진구 -
"독일·캐나다 약가 비교 모순투성이"…이유있는 불만[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정부와 제약업계는 해외약가 비교 재평가의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두고 작년 말부터 10차례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양 측은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공식적으로 정부·업계가 참여한 TF팀은 해산됐다.마지막까지 독일과 캐나다의 약가가 이슈였다. 제약업계에선 정부가 입맛대로 독일·캐나다 약가 참조 방식을 결정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근본적으로는 비교대상 국가와 약가제도에 큰 차이가 있음에도, 정부가 건보재정 절감을 위해 비교 재평가를 강행한다는 비판도 나온다."정부 입맛대로 독일·캐나다 약가 참조…비교 형평성 떨어져"2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각 기업 약가 담당자(MA)들은 특히 독일·캐나다와의 약가 비교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은 "정부가 입맛대로 독일·캐나다 약가 참조방식을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같은 국가라도 다양한 약가가 공존한다. 공장에서 출하된 시점의 가격, 환율·세금이 적용된 가격, 유통마진이나 약국마진이 더해진 가격, 환자 본인부담이 적용된 가격과 최종 소비자가 구입하는 가격 등이다. 가장 저렴한 공장출하 가격과 가장 비싼 소비자구입 가격은 차이가 적지 않다. 어떤 가격을 참조하느냐에 따라 한국약가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도, 작을 수도 있는 셈이다.제약업계의 비판은 여기서 시작한다. 정부가 입맛대로 독일·캐나다의 가장 낮은 약가를 끌어와 한국과 비교하고 약가인하의 근거로 삼는다는 것이다.참조가격제를 시행 중인 독일에선 정부가 특정 성분군의 참조가격을 정하고 나머지를 환급한다. 예를 들어 A약제의 참조가격을 100원으로 정했다면, 제약사가 180원에 판매하는 의약품에서 100원까지만 급여를 적용하고 나머지 80원은 환자가 본인부담하는 식이다.이때 100원이라는 참조가격은 'FB(고정상환금액)' 혹은 'EB(협상상환금액)'로 표현된다. 정부는 이를 '공적급여 가격'으로 해석하고 이번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제약업계에선 180원에 해당하는 '약국판매가격(UVP)' 혹은 '소비자가격(RRP)'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한국의 경우 약제 보험급여 상한금액에 환자 본인부담이 포함된 형태다. 이를 독일 약가와 비교하려면 당연히 환자 본인부담이 포함된 약국판매 가격과 비교해야 한다는 게 제약업계의 주장이다. 환자 본인부담이 제외된 공적급여 가격과 비교할 경우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공적급여 가격과 약국판매 가격 간 차이가 상당하다는 점은 제약업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또 다른 이유다. '발사르탄(80mg)+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12.5mg)' 복합제를 예로 들면, 독일의 공적급여 가격은 24.2유로인 데 비해 약국판매 가격은 103.9유로다. 같은 약물임에도 두 약가에 4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제약업계에선 약국판매 가격 대신 공적급여 가격을 적용할 경우 약가 수준이 전반적으로 20~40% 가량 낮아질 것으로 계산한다.캐나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공적급여 가격의 일종인 '정부환급액(MOH)'을 참조한다는 계획인데, 이에 대해 제약업계에선 환자 본인부담이 포함된 '의약품 혜택 가격(DBP)'을 참조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환자 본인부담이 반영되지 않은 캐나다의 공적급여 가격과 환자 본인부담이 반영된 한국의 보험 상한가를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MA 10명 중 9명 "독일·캐나다 약가 참조방식 문제 있다" 설문결과실제로 데일리팜이 약가담당자(MA) 75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정부가 제시한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안) 가운데 '해외약가 자료의 대표성·신뢰성'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독일·캐나다의 약가 참조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문제인식이다.설문에 참여한 75명 가운데 66명(88%)이 이같이 답했다. 약가담당 실무진 10명 중 9명은 한국의 약가와 비교 대상이 되는 약가를 산출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답한 셈이다. 이어 '조정기준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응답이 38명(51%)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현재 A8(일본·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위스·영국·캐나다·미국) 국가에서 최고가와 최저가를 제외하고 나머지 6개국 약가를 조정평균가로 계산하는 방식을 도입할 계획인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는 응답이다.이밖에 '3년 단위의 재평가 적용 주기' 29명(39%), '올 연말로 예상되는 재평가 시행 시점' 25명(33%), '비교대상 국가 선정' 23명(31%), '약효군별 차등 재평가 시기 적용' 13명(17%), '비교대상 약제 선정 기준' 8명(11%), '재평가 제외대상 범위' 7명(9%) 등의 순이었다.신약은 8개국 대상 vs 특허만료약은 6개국 대상…'이중잣대' 논란도정부가 특허만료 의약품과 신약 간에 이중잣대를 적용한다는 비판도 나온다.현재 정부는 신약의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 과정에서 외국약가를 참조하고 있다. 이때 참조 기준은 '약가책자 가격에 공장도 출하율을 적용한 뒤, 환율·부가가치세·유통거래폭을 반영하는 방식'이다.이를 독일 약가에 적용하면 공적급여 가격이 아닌, 약국판매 가격이 해당한다. 실제 신약의 급여 적정성 평가 땐 약국판매 가격을 참조한다. 그러나 특허만료 의약품에 대한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에선 약국판매 가격이 아닌 공적급여 가격을 참조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동일하게 외국과 약가를 비교하는데 참조하는 방식은 다른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A8국가 중 최고가와 최저가를 제외한 나머지 6개국의 조정평균가를 구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신약과 특허만료약 간 이중잣대를 적용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현행 신약 등재 규정에선 최고가·최저가 제외 없이 'A8 국가의 조정평균가'를 참조한다. 반면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에선 느닷없이 최고가·최저가를 제외하는 방안이 도입됐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이에 대해 정부는 8개국을 전부 포함해서 조정평균가를 구할 경우 왜곡이 심하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반면 제약업계에선 인위적으로 독일·캐나다 약가를 매우 낮게 설정한 상태에서 최고가·최저가 국가를 하나씩 제외하면 전반적인 약가인하 폭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를 제기한다. 최고가 국가로 미국이 제외되고 최저가 국가로 독일과 캐나다 중 한 곳이 제외되더라도, 여전히 독일·캐나다 중 한 곳이 남게 되므로 약가가 크게 낮아질 것이란 우려다.결국 정부가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를 크게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모순투성이의 방법을 동원했다는 게 제약업계의 비판이다. 독일·캐나다의 약가 참조 기준을 전례 없이 설정한 것도, A8국가의 약가 중 최고가·최저가를 제외하는 것도 이러한 의도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제도·환경 다른데도 약가 비교 강행…근거도 정당성도 없다"근본적으로는 A8 국가와 보험·급여제도가 다름에도 약가 비교와 인하를 강행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비교대상 8개국은 보험·급여제도가 천차만별이다. 기본적인 의약품 급여 등재 방식부터 다르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는 선별 급여 방식의 포지티브 리스트(Positive List)로 운영된다. 반면 영국과 독일, 일본은 네거티브 리스트(Negative List)로 의약품을 등재한다.제네릭 정책으로 가면 차이가 더욱 확연하다. 제네릭 약가 결정 방식이나 참조가격제 시행 여부, 약가 인하율, 제네릭 사용 권장 정책 등은 국가별로 제각각이다.독일은 참조가격제를 기반으로 제네릭 약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제네릭 처방을 촉진하기 위해 대체조제 의무화, 의사의 제네릭 처방목표액 제도 등을 운영한다. 약가뿐 아니라 제네릭 사용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약제비를 낮추는 구조다.대체조제 의무화에 따라 독일 약사는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을 동일 성분·용량·제형 중 가장 저렴한 3개 의약품 중 하나로 대체조제할 의무가 있다. 또한 의사의 환자당 평균 처방비용 목표를 설정하고, 이 목표를 넘어서면 감사를 받거나 초과분의 일부를 지불하는 등의 제도도 운영 중이다.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약가를 인하하는 방식만으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는 약가인하 일변도 정책이 아니라, 제네릭 사용 장려 등 다양한 각도에서 사후관리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이어 "나라별로 사회경제적 환경과 보험·약가 제도가 크게 다름에도 이는 고려하지 않고 약가만을 비교하고 인하하는 것은 정당성도 근거도 부족하다"며 "이대로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를 강행할 경우 업계 반발이 상당할 것"이라고 꼬집었다.2024-07-24 06:20:31김진구 -
해외약가 비교 재평가 10점 만점에 1점...매출 폭락 우려[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에 대한 제약바이오업계 약가 담당 실무진(MA, Market Access)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평균 1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데일리팜 설문조사 결과 나타났다.설문에 참여한 MA 과반이 최하점을 주는 등 정부가 제시한 재평가(안)에 대해 반발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으로, 사실상 제약바이오업계가 ‘결사반대’의 뜻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이들은 비교대상 국가와 사회·경제적인 환경과 보험·약가 제도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결과값인 약가를 비교하고 인하를 강행한다는 점에 대해 가장 큰 불만을 드러냈다.현재 추진 중안 방안대로 약가인하를 강행할 경우 100억~500억원 규모의 연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선 단순히 매출이 줄어드는 데 그치지 않고 영업이익 감소로도 직결돼, 결과적으로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약가담당자 75명 '외국약가 비교' 만족도 평가…10점 만점에 '0.97점'데일리팜은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MA들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MA 75명이 설문에 응했다. 국내제약사 45명과 다국적제약사 한국법인 30명 등이다.설문에 참여한 MA들이 속한 업체의 연 매출 규모는 1조원 이상 10명, 5000억~1조원 17명, 3000억~5000억원 1명, 1000억~3000억원 24명, 1000억원 미만 12명 등으로 고르게 분포했다.이들에게 정부가 추진 중인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안)에 대한 만족도를 질문했다. 응답자들은 0점(매우 불만족)부터 10점(매우 만족) 중 점수를 매겼다. 그 결과, 75명이 평가한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에 대한 만족도는 평균 0.97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최하점인 0점을 선택한 응답이 39명(52%)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이어 1점 16명(21%), 2점 9명(12%), 3점 7명(9%), 4점·5점 각 2명(3%) 등이다. 6점 이상은 전무했다.전반적으로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은 수준인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상 이 제도 도입을 전면 반대한다는 게 MA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는 작년 말부터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허만료의약품의 약가를 이른바 'A8 국가(미국·일본·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위스·영국·캐나다)'와 비교하고 조정하는 계획이다.간담회를 거듭하며 정부안이 구체화됐다. A8 국가 중 약가가 가장 높은 국가와 가장 낮은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6개국의 조정평균가와 국내 약가를 비교하는 내용이 골자다. 평가대상은 급여목록에 등재된 4332개 성분 2만2920개 품목이다.비교 재평가는 3개년도로 나눠 진행된다. 1년차엔 위장관용약·고혈압치료제·항생제 등 6467개 품목이 대상이다. 2년차엔 고지혈증치료제·호흡기계용약·정신신경계용약·당뇨병용약·근골격계질환치료제 8076개 품목을, 3년차엔 진통제·항혈전제·비뇨생식기관용제·피부질환용제·항암제 등 7972개 품목을 각각 재평가한다.3년의 재평가가 마무리되면 1주기 평가가 마무리된다. 이어 1년차→2년차→3년차 재평가가 다시 반복된다. MA 10명 중 7명 "사회경제적 환경 다른데 약가 비교 강행" 비판제약바이오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논의가 구체화한 이후로 정부와 업계가 10차례 만났지만 소폭에서의 의견 수렴만 있었을 뿐, 간극이 줄어들지 않았다. 업계에선 정부가 이 상태로 재평가를 강행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이러한 업계 불만이 그대로 드러났다.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게 나타난 가운데, MA들에게 해당 점수를 매긴 이유를 물었다.그 결과 '비교대상 국가와 사회·경제적 환경이 다름에도 결과론적 비교를 강행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응답자 75명 중 53명(71%)가 이같이 응답했다. '제도 시행의 명분과 법적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의견과 '비교대상 국가 선정과 조정산식의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의견이 각 6명(8%)이다. '약가인하로 인한 손실 규모가 과도하다'는 의견 3명(4%), '다른 재평가 혹은 약가인하 기전과 충돌한다'는 의견 2명(3%) 등이 뒤를 이었다.'연 매출 100억~500억↓' 전망…"영업이익 동반 감소로 타격 더욱 클 것"업계에선 이번 재평가가 강행될 경우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에 따른 피해 규모를 어느 정도로 예상하는지 묻는 질문에서 연간 100억~500억원 구간에 답변이 쏠렸다.연 매출이 100억~200억원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21명(28%)으로 가장 많았고, 200억~500억원 감소 전망이 20명(27%)로 뒤를 이었다.이밖에 100억원 미만 전망이 15명(20%), 500억~1000억원 감소 전망이 6명(8%), 1000억원 이상 전망이 3명(4%)로 나타났다. 모르겠다는 응답은 10명(13%)이었다. 작년 매출 대비 얼마나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는지 다시 질문했다.그 결과, 매출이 10~20% 감소할 것이란 전망과 5% 미만으로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각각 19명(25%)으로 나타났다. 매출의 5~10%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 17명(23%), 매출이 20% 이상 감소할 것이란 전망 9명(12%)이 뒤를 이었다. 매출 감소가 없을 것이란 전망은 0명이었다.업계에선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가 단순히 매출 규모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수익성 악화로 직결될 것이란 점에서 크게 우려하고 있다.한 대형제약사 관계자는 "연 매출 1조원 규모의 제약사를 가정했을 때,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로 인해 매출 500억원이 줄어든다고 하면 타격이 크지 않은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약가인하로 인한 피해는 매출뿐 아니라 영업이익 감소에도 직결된다"고 강조했다.그는 이어 "대부분 제약사의 수익구조상 영업이익은 특허만료 의약품의 판매에서 발생한다"며 "엔데믹 이후 가뜩이나 수익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가 강행될 경우 큰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실제 지난해 기준 주요 상장제약바이오기업 50곳 가운데 바이오사업에 집중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의 영업이익은 평균 305억원 수준이다. 제약업계 예상대로 손실이 현실화한다면,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거나 영업적자로 전환하는 등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2024-07-23 06:20:27김진구 -
복약순응도 상승, 건보재정 절감…리필제 도입론 솔솔[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약사사회가 처방 리필제 도입 필요성을 주창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수년 전부터 약사사회는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으며, 역대 약사회장 선거에서 후보들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이기도 했다.하지만 의료계 반대로 처방 리필제는 약사들의 허상에 불과한 아젠다 중 하나로 여겨져 왔다.의-정 갈등으로 인한 전공의 파업, 집단 휴진 장기화는 처방리필제를 약사사회의 니즈가 아닌 환자 안전과 투약 편의를 위한 사회적 이슈로의 인식 전환을 가져왔다. 정부는 물론이고 시민단체들에서도 현 상황에서 한시적이라도 처방 리필제 도입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섰다.약사들은 단순히 의-정 갈등 상황을 넘어 매년 증가하는 장기처방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이제는 처방전 발행의 변화를 꾀할 제도 변화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장기처방 이슈, 처방 리필제가 대안 될 수 있을까최근 정부에서도 의대증원 발 의료대란이 장기화되면서 처방리필제 도입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을 해 주목 받았다.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4월 중대본 브리핑 과정에서 의료공백을 효율적으로 메우기 위한 방안으로 처방전 리필제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박 차관은 의료 공백이 길어지며 만성질환자의 기존 처방전을 다시 사용하는 처방전 리필제 시행 요구에 대해 “처방전 리필이 의료 공백이 길어지면 고려해 볼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면서도 “현재로서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약사사회에서는 이번 의료대란 이전부터 고령의 만성질환자 증가에 따른 장기처방 확대의 대안 중 하나로 처방전 리필제 시행을 주장해 왔다.대한약사회는 지난 2011년 정부의 일반약 슈퍼판매에 반발하며 일간지 광고를 통해 의약품 구입 불편 해소 대안으로 처방전 리필제 도입 필요성을 홍보한 바 있다. 환자 안전이 가장 큰 이유다. 현장의 약사들은 만성, 중증 환자의 경우 기억력 저하가 많아 약 복용 여부를 확인하지 못하거나 장기간 보관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또 보관 과정에서 분실 또는 약의 안정성이 의심되는 상태로 보관되는 경우도 상당하다는 것.최근에는 요양병원 환자나 중증환자 중 연하곤란인 경우 본래 제형을 변경해 가루약으로 조제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내 처방 조제 관행 상 완제 포장 상태가 아닌 약포지에 다수의 약이 같이 조제된 상태로 장기간 보관할 시 의약품 안정성에도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다분하다는 것이 약사들의 말이다.이런 이유로 국회에서 처방 리필제 도입 필요성이 강조된 바 있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20년에 진행된 심평원 국정감사에서 "90일 이상 장기처방이 환자 복약순응도를 떨어뜨리고 의약품 낭비도 키운다"며 "환자 사용기간 미준수 문제를 촉발하거나 약포지 내 의약품 간 반응·변질을 유발, 환자 건강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그 대안으로 서 의원은 장기처방 제재 규정 신설과 처방전 분할 사용 허용을 제시했다.당시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은 "장기처방은 상당히 위험하다. 환자 병증이 90일 이상, 1년 이상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으로 처방하는 것인데 의약학적 문제가 있다"며 "약 자체도 오래 보관하면 변질이나 섞이는 문제가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변해 주목받기도 했다.“복약순응도 높이고 재정 절감하고”…처방 리필제, 해외에서는이런 이유로 해외에는 이미 영국, 미국 덴마크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리필이 가능한 약과 횟수를 정해 처방전 재사용제(리필제)를 시행하고 있다.최근 열린 경기도약사회 학술제에서 실천하는약사회 정책연구팀은 ‘해외 리필 처방전 현황 조사 및 비교 연구를 바탕으로 시범사업 제안’ 논문을 발표해 주목받았다.약사들은 이번 논문에서 “이미 많은 국가에서 처방전 리필제도를 시행 중이며 처방전 리필제도 장점으로 의료 시스템의 부담 절감, 환자 만족도 증가, 적시 약품 제공을 통해 복약순응도 증가, 환자 교육 등의 많은 장점이 연구되고 있다”며 “해외 보건의료 시스템과 국내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처방 리필제는 많은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제도를 시행 중인 국가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 이번 논문에서 약사들은 처방 리필제가 의·약사는 물론이고 환자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실천약 정책연구팀이 최근 열린 경기도약사회 학술제에서 제출한 실천하는약사회 정책연구팀은 ‘해외 리필 처방전 현황 조사 및 비교 연구를 바탕으로 시범사업 제안’ 논문 중. 약사들은 처방리필제를 시행 중인 해외 국가 사례를 통해 국내의 제도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약사들은 이번 논문에서 2005년부터 처방 리필제를 시행 중인 영국의 경우 장기적으로 안정된 상태의 환자가 정기적으로 약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 한해 시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리필 횟수와 간격은 처방의가 지정하고 최대 12개월까지 시행이 가능하다.영국에서는 1차 의료기관 처방 발행의 75%가 반복되는 처방으로 조사되고 있고, 약국에서는 리필 처방전에 대해 환자에게 적절한 조언을 제공해야 한다. 더불어 올해 1월부터 영국에서는 7개 경증질환에 대해 약사 직접 조제를 허용하고 수가를 책정하는 등 처방리필 뿐만 아니라 제도적으로 약사에게 그 이상의 역할과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고도 전했다.약사들에 따르면 일본에서도 리필처방 제도가 시행 중인데 대상자는 증상이 안정돼 의시가 리필처방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다. 리필 처방 횟수는 3회까지 가능하도록 돼 있고, 처방일수는 의사가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4회 째에는 다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일본은 2016년부터 장기처방을 나눠서 조제하는 형태의 분할제도를, 2022년부터 처방전 리필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의사가 처방전에 ‘리필가능’이라는 문구에 체크를 하고 횟수가 표기돼 발행되는 형식이다.단 신약, 마약, 향정신성 의약품 등은 리필 처방이 불가혹, 리필 처방 조제를 하는 약국은 1회와 2, 3회차가 각각 달라도 무관하다는 것이 약사들의 설명이다.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약사들은 “많은 국가에서 다양한 질환을 겪는 환자에 대해 의사, 약사 판단 하에 리필 처방을 발급, 조제하도록 제도화 해 운영하고 있었다”며 “환자가 주기적으로 복용하는 약에 대한 필요를 파악해 투약 편의성을 높였고, 특히 만성질환 환자의 경우 병원 방문을 줄여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확인됐다”고 말했다.이어 “처방 리필제를 통해 약사, 의사는 환자 중심 의료를 행하게 됨에 따라 약품을 적절하게 공급해 의약품 공급 불규칙성을 줄이고 약물 부작용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었다”면서 “비대면진료에 있어 처방전의 일정 주기 자동리필은 환자 복약순응도를 증가시키고 비용 절약에도 기여한다는 보고가 있다. 현재 정부가 시행 중인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하에서도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한시적 리필제 이미 시행…“처방약으로까지 확대 돼야”보건의약 전문가에 따르면 처방리필은 선진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 중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나라를 찾기 힘들 정도로 보편화돼 있는 제도다.국내에서도 처방 리필제가 맛보기 식이지만 이미 시도된 바 있다. 의약품은 아니지만 정부는 지난 메르스 사태 때에 이어 이번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 공백에 당뇨소모성 재로에 한해 한시적 처방리필을 허용했다.만성질환자 확대에 따른 장기처방 증가라는 사회적 현상과 더불어 비대면진료가 제도화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처방 리필제 도입 필요성이 고려돼야 할 부분이라는 것이 약사들의 말이다.약사사회에서는 현 집단 휴진 등으로 인해 의료공백이 발생한 상황에서 정부가 시범사업으로라도 대체조제 간소화와 더불어 일부 의약품에 한해 처방리필제 도입 시도가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하지만 제도 도입을 위한 선결 과제도 있다. 앞선 연구를 시행한 약사들은 처방 리필제도를 시행하는 나라들에서는 공통적으로 전자처방적 발행과 국가 주도 국민건강서비스의 중앙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비대면진료 법제화와 맞물려 제도 시행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전자처방 시스템 마련이 처방 리필제 도입을 위해 선결돼야 할 과제로 꼽힌다.보건의약계 한 관계자는 “대체조제 간소화, 처방리필제는 이미 국회에서도 필요성을 인정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언제까지 의료계에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환자의 안전과 편의, 건보재정 절감에도 도움이 되는 제도에 대해서는 시행을 고려한 시범사업 시행 등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2024-07-15 10:23:04김지은 -
의료대란→장기처방 급증...처방리필제 대안되나[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의료계 파업으로 인해 의약품 처방을 받을 수 없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환자에 대해서는 ‘처방전 리필’을 즉시 허용하라.”의대증원으로 인한 의료대란이 장기화되면서 약사사회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대체조제 간소화를 넘어 처방 리필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전공의에서 의대 교수로 파업이 이어지면서 대형 병원들은 6개월 이상 외래 장기처방을 크게 늘렸고, 이는 곧 특정 의약품 수급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됐다.장기처방은 의대증원 이슈 이전부터 사회적 문제로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던 주제다. 고령화로 만성질환 환자가 증가하는 환경적 원인 이외에도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전공의 업무 단축도 장기 처방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환자 안전을 넘어 의약품 수급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장기처방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매년 증가세, 병원은 왜 장기처방을 늘리나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의원급은 90일 이상 구간에서 151%, 1년 이상 구간에서는 139% 장기처방 건수가 늘었다.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영희 의원(국민의힘)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원외처방일수 구간별 요양기관종별 명세서 건수 자료를 보면 2022년 최소 90일 이상 장기처방을 받은 전체 건수는 약 2600만건으로 4년 전인 2018년 약 1600만건 대비 60% 이상 증가했다.90일 이상 구간에서 상급종합병원은 2018년 609만건에서 2022년도 783만건으로 29% 늘었고, ▲종합병원 538만건→840만건 56% ▲병원 93만건→182만건 96% ▲의원 305만건→767만건 151% 등으로 증가했다.1년 이상의 장기처방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2018년과 2022년을 비교했을 때 상급종합병원은 87% 늘어났고, 종합병원은 150%, 병원은 176% 증가했다. 의원급은 139%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약국가에서도 만연한 장기처방으로 겪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지난달 회원 약국 대상 조사 결과 91일 이상 장기 처방 조제 건수는 10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고령화로 인한 노인인구 증가와 코로나-19와 같은 세계적 감염병 확산 등 환경 변화에 따라 만성질환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 장기 처방 증가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환경적 영향 이외에도 주52시간제 시행으로 전공의 업무가 단축되면서 대형 병원 교수들이 외래 환자의 장기처방을 늘렸다는 말도 나온다. 만성질환 환자 등의 병원 진료 횟수를 최대한 단축하기 위한 방편으로 장기처방이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올해 들어 의대증원 발 의료대란이 가세하면서 대형 종합병원들의 장기처방은 이제 하나의 추세가 된 실정이다. 6개월은 기본이고 이제 1년을 넘어서는 처방까지 등장하면서 약사들은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대학병원의 한 문전약국 약사는 “대형 병원에서 의사 한명이 볼 수 있는 환자 수는 한정된데 반해 재진 환자 수는 계속 늘어나는 만큼 신규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기존 환자의 처방 조제 일수를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고령화 사회에 만성질환자 수가 매년 늘어나는 만큼 장기 처방 비율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이 약사는 “이런 추세로 간다면 대형 병원 문전약국들은 몇 년 안 돼 90일 이상 장기 처방 조제 비율이 90일 이하 처방 조제 비율을 넘어설 수 있다”며 “장기 처방 비율이 늘어나는 것은 이제 대형 병원 문전약국을 넘어 이제는 전체 약국들의 화두가 됐다”고 덧붙였다."장기처방으로 수요 급증, 약 품절로"…환자 안전 넘어 약 수급에도 영향문제는 이 같은 장기처방이 환자 안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만성질환 환자 증가에 따른 장기처방전 발행 증가는 보건의료 재정 악화와 더불어 환자의 복약순응도 저하, 사용되지 못한 약물의 낭비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내의 의약품의 개봉 조제 시스템 상 의약품 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국내 의약품 생산, 유통 실정으로 볼 때 조제 과정에서 분할, 혼합 등의 작업이 수반되는데 이런 약들이 장기간 보관되면 약효, 안전성 등의 성능이 변질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약사들의 말이다.더불어 장기간 처방 된 약을 복용하는 환자의 경우 주기적으로 병원에서 질병 변화를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최근에는 장기처방이 의약품 수급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부광약품은 자사 홈페이지와 약업계에 공문을 발송해 특정 품목이 병원의 장기처방으로 인해 수개월 째 품절이 지속되는 상황이며, 평소보다 생산량을 크게 늘렸음에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실제 올해 초 전공이 사직, 전문의 진료 단축이 시작되면서 대학병원들이 부광약품의 씬지로이드, 훼로바유 등 갑상선 관련 처방 일수를 크게 늘렸고, 이는 곧 해당 의약품의 품귀 현상으로 이어졌다.부광약품 측은 “최근 장기처방으로 특정 약들의 일시적 수요가 급증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2월부터 정제 등의 생산을 꾸준히 증대하고 있고, 생산 인력을 신규 채용해 5월에는 2월 대비 43% 증가된 생산량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밝혔다.고개 드는 ‘처방 리필제’…정부, 약사, 환자도 필요성은 ‘인정’수년간 지속돼 온 장기처방에 대한 문제 지적에 더해 최근 의료대란으로 인해 대형 병원의 장기처방 실태가 여실히 드러나면서 약사사회는 물론이고 시민단체에서도 처방리필제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의원급 의료기관 집단 휴진일 하루 전인 지난 17일 입장문을 내어 현 의료계 진단휴진에 따른 의료공백 대안으로 “의약품 처방을 받을 수 없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환자에 대해서는 ‘처방전 리필’을 즉시 허용하고, 이외 질환에 대해서는 약사 처방권을 일시 허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하기도 했다. 약사회에서도 그간 처방전리필제 도입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약사사회 내부에서도 현 의료계 집단 진료 거부 상황에서 약사회가 처방리필제를 아젠다로 설정해 정부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하지만 정부와 의료계가 극한의 대립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의료계에 자극이 될 만한 처방리필제 도입 카드를 꺼내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약사회 판단이다. 이 시점에 자칫 의료계를 자극해 직접 조제, 나아가 선택분업 도입 주장 등 극단적 이슈로 확대될까 우려하는 눈치도 있다.약사들은 물론이고 보건의약 전문가들도 환자 안전과 적정하고 올바른 의약품 수급과 투약을 위해 약사사회가 처방 리필제 이슈를 본격적으로 수면에 올릴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보건의약계 한 관계자는 “약사회가 약사 직능의 권익이 아닌 환자 안전 차원에서 처방리필제를 수면에 올리고 정부, 국민을 향해 어필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처방은 이미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돼 왔던 문제인 만큼, 현 의대증원 이슈를 떠나 약사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정부에 요구할 만한 아젠다로 보여진다”고 말했다.2024-07-15 10:05:49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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