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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기업 설립 후 상장까지 평균 12.6년...5~10년 최다[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설립일부터 상장일까지 기간이 평균 12.6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제약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을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다.가장 짧은 기간에 상장한 기업은 SK바이오사이언스로, 설립부터 상장까지 2.7년이 걸렸다. 반대로 상장까지 가장 길게 걸린 기업은 한컴라이프케어로, 설립 후 49.7년 만에 주식시장에 입성한 것으로 나타났다.기간별로는 설립 후 5~10년 만에 상장한 기업이 44곳 중 20곳(45.5%)으로 가장 많았다. 상장까지 50년 가까이 걸린 한컴라이프케어 사례를 제외하면 상당수 기업이 상장 전 시드(Seed) 단계 투자와 시리즈A·B·C 투자를 순차적으로 받아 5~10년 만에 주식시장에 입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설립부터 상장까지 평균 12.6년…SK바사 2.7년·한컴라이프케어 49.7년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이날까지 총 43개 제약바이오기업이 주식시장에 입성했다. 여기에 내달 5일 상장을 앞둔 와이바이오로직스를 합치면 총 44곳에 달한다. 44개 기업의 설립일부터 상장일까지 기간은 평균 12.6년이다. 연도별로는 2021년의 경우 20개 기업이 상장까지 평균 13.0년 소요됐다. 지난해엔 13개 기업이 평균 12.0년 만에 상장했다. 올해는 11개 기업이 평균 12.6년 걸렸다.가장 짧은 기간에 상장한 기업은 SK바이오사이언스다. 설립부터 상장까지 2년 8개이 걸렸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8년 7월 SK케미칼로부터 물적분할하며 설립됐다. 이어 2021년 3월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했다.표면적인 기간은 짧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SK케미칼로부터 분할하기 전까지 꾸준히 백신사업을 담당해왔다. 전신은 동신제약이다. SK케미칼은 지난 2001년 기존에 백신·혈액제제 사업을 하던 동신제약의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2006년 흡수합병했다. 합병 이후로는 SK케미칼 생명공학부문의 백신·생물사업부를 통해 백신사업을 지속했다. 이어 2018년 SK바이오사이언스가 분할했다.상장까지 가장 길게 걸린 기업은 한컴라이프케어다. 설립 후 49년 8개월 만에 주식시장에 입성한 것으로 나타났다.한컴라이프케어는 공기호흡기·방독면 등을 제조하는 업체다. 의료용 기기 제조업으로 분류됐다. 산청이라는 이름의 기업이 전신이다. 산청은 지난 1971년 설립된 이후 비상장 업체로 사업을 지속했다. 2017년 한글과컴퓨터에 인수된 이후 상장 채비에 나섰다. 다만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소송 이슈로 인해 상장이 늦어졌고, 결국 설립 50여년 만인 2021년 8월 상장했다.바이오기업 44곳 중 20곳, 설립 후 5~10년 만에 상장구간별로는 설립 후 5~10년 만에 상장한 기업이 가장 많았다. 44개 기업 중 20곳(45.5%)에 달한다. 최근 3년간 상장한 기업의 절반가량이 설립 후 5~10년 만에 상장한 셈이다.큐라클, 피비파마, 디티앤씨알오, 지아이이노베이션,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알피바이오, 뷰노, 노을, 큐라티스, 큐로셀, 네오이뮨텍, 파로스아이바이오, 보로노이, HK이노엔, 인벤티지랩, 플라즈맵, 라이프시맨틱스, 바이젠셀, 루닛, 에이프릴바이오 등이다. 루닛은 상장 이후 기업가치가 가장 크게 성장했다. 루닛은 2013년 8월 설립된 뒤 8년 11개월 만인 2022년 7월 주식시장에 입성했다. 상장 전까지 시드(Seed) 투자와 시리즈 A·B·C 투자를 순차적으로 받으며 1200억원 이상을 유치했다.상장 과정에선 346억원을 공모했다. 상장 이후로 초반엔 주가가 부진한 흐름이었으나, 올해 중순부터 급등했다. 9월 11일엔 시가총액이 3조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현재는 28일 종가기준 1조3042억원에 달한다.HK이노엔의 경우 2014년 4월 설립해 7년 4개월 만인 2021년 8월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HK이노엔의 전신은 CJ헬스케어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4년 4월 제약사업부문을 떼어내 CJ헬스케어를 100% 자회사로 설립했다. 이어 2018년 4월엔 한국콜마에 매각했다. 이후 사명을 HK이노엔으로 바꾼 뒤 본격적인 상장 채비에 나섰다. HK이노엔은 2021년 8월 상장하면서 약 6000억원을 공모했다.제약업계에선 시드(Seed) 단계 투자를 거쳐 시리즈 A·B·C 투자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설립 5~10년 만에 상장 단계에 도달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상장을 준비하는 상당수 제약바이오기업은 연구개발(R&D)을 주력으로 한다. 이들은 외부투자 의존도가 높다. 뚜렷한 매출이 없는 상태에서 외부 투자에 의지해 연구개발을 이어가야 한다.비상장 바이오기업 입장에선 가시적 성과 없이 무기한 외부 투자에 의존할 수 없다. 자칫 상장까지 기간이 길어질 경우 사업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시드 단계 투자를 거쳐 시리즈 A·B·C 투자를 순차적으로 받아야 한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도 투자금 회수까지 10년 이상 기다리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에, 연구개발 기업들의 경우 10년 안에 상장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연구개발 기업의 상장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대규모 자금을 한 번에 확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에 투자한 VC나 창투사에 투자금을 돌려주기 위한 것”이라며 “대체로 비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금 회수의 만기는 7년으로 설정된다. 초기 투자를 받은 시점부터 7년 안에 상장해야 무리 없이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상장까지 10년 이상 기업 21곳 중 7곳, 코넥스→코스닥 이전상장설립 후 10~15년 만에 상장한 기업은 에스디바이오센서, 진시스템, 딥노이드, 샤페론, 에이비온, 유투바이오 등 6곳(13.6%)이다.이 가운데 에스디바이오센서는 2010년 12월 설립해 10년 7개월 만인 2021년 7월 상장했다. 이 회사는 2010년 에스디(현 한국애보트진단)의 바이오센서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하며 설립됐다. 2020년 발생한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급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시가총액은 한때 8조원 이상으로 확대됐다. 다만 코로나 사태가 엔데믹으로 전환하면서 점차 감소했다. 28일 종가기준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1조4688억원이다. 이밖에 15~20년 만에 상장한 기업은 바이오인프라, 와이바이오로직스, 바이오에프디엔씨, 에스엘에스바이오, 에이디엠코리아, 바이오플러스, 에스바이오메딕스, 바이오노트 등 8곳(18.2%)이다.설립 후 상장까지 20년 이상 걸린 업체는 차백신연구소, 바이오다인, 애드바이오텍, 툴젠, 프로테옴텍, 선바이오, 한컴라이프케어 등 7곳(15.9%)이다. 설립 후 5년 내에 상장한 업체는 SK바이오사이언스, 지니너스,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 등 3곳(6.8%)에 그친다.설립 후 상장까지 기간이 10년 이상인 기업 21곳 중 7곳은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한 경우다. 유투바이오, 에스엘에스바이오, 프로테옴텍, 선바이오, 애드바이오텍, 툴젠, 에이비온 등은 최근 3년 새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했다. 이들은 이전 상장 전까지 코넥스 시장에서 중소·벤처기업 자금을 조달하면서 연구개발 활동을 이어왔다.2023-11-29 06:20:10김진구 -
"처방 중단·변경이라도 쉽게"...약국이 원하는 해법은[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일선 현장에서 빚어지고 있는 의약품 품절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정부와 의약단체, 제약협회, 유통협회 등도 머리를 맞대고 있다.수급불안정 의약품 대응 민관협의체가 꾸려지면서 상한가격 인상이나 균등배분 같은 조치가 가능해지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약국 역시 대체조제와 교품을 통해 품절약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다. 수산화마그네슘 같이 제제 자체에 대한 연쇄품절의 경우 당해낼 재간이 없지만, 이비인후과 제제의 경우 그래도 대체조제라는 나름의 자구책을 통해 최악의 상황은 피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대체조제가 이전 대비 많이 늘어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그렇다면 정부와 유관단체가 진행하고 있는 품절약 대응 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4번째 약가인상…줄줄이 상한가격 인상= 정부의 묘책 가운데 하나가 약가인상이다. 아세트아미노펜, 수산화마그네슘, 슈도에페드린과 같이 저가약에서 품귀가 빚어지는 점을 감안해, 상한액을 인상함으로써 열악한 원가구조를 개선해 생산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지난해 12월 아세트아미노펜을 시작으로 산화마그네슘, 슈도에페드린에 이어 최근 풀미칸과 풀미코트에 대한 약가인상이 확정됐다. 가장 먼저 약가가 조정된 아세트아미노펜650mg의 경우 18개 품목의 상한금액이 최대 76.5% 인상되면서, 43~51원에서 최대 90원까지 상향 조정이 이뤄졌다. 노인, 만성질환자 변비 치료에 주로 처방되는 수산화마그네슘 성분 조제용 변비치료제 역시 마그밀 18원에서 '23원'으로 27.8%, 마로겔정 15원에서 '22원'으로 46.7%, 신일엠정 16원에서 '22원'으로 37.5% 가격이 인상됐다. 슈도에페드린정, 슈다페드정, 슈다펜정, 코슈정 같은 슈도에페드린 성분 제제 4품목 역시 20~23원에서 최대 32원까지 상향 조정됐으며, 부데소니드 성분 풀미칸·풀미코트 역시 당장 다음 달부터 상한가격이 적용될 전망이다.뿐만 아니라 정부는 소아 항생제, 소아용 해열제 등에 대한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급불균형이 심각한 품목들의 채산성 향상을 위한 방안과 더불어 약가인상이 이뤄졌을 때 이에 대한 증산 가능 여부 등에 대한 논의 등도 일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추가적인 약가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펜잘이알 시작 7번 균등배분= 균등배분 역시 품절 문제를 풀 수 있는 한 축으로 논의된다.대한약사회에서 약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균등배분은 벌써 7가지 품목이나 된다. 작년 12월 펜잘이알서방정, 올해 1월 마그밀정, 5·6월 슈다페드정·코슈정, 11월 듀락칸이지시럽, 풀미칸·풀미코트, 맥시부펜시럽 등 신청약국에 대한 균등배분이 이뤄지고 있다.각자도생에 맡겨지던 의약품 유통에 왜 약사회가 개입하게 된 걸까? 그 배경은 유통 과정에 있어 발생하는 문제점을 바로잡고, 약국의 수요를 고려해 전국 약국에 균등하게 공급하는 데 있다.약사회가 균등배분에 앞서 실시한 수요도 조사에서 처방 50건대 정도의 중간 정도 약국에서 어려움이 가장 큰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상위 20~30% 약국은 재고를 확보하고 있고, 하위 20~30% 약국은 처방이 많지 않다 보니 당장 시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 만큼 중간 40~50% 약국의 고충을 덜기 위한 카드라는 측면이다.마그밀의 경우 1만4457건으로 신청이 가장 많았으며 듀락칸이지시럽도 신청 약국 수가 1만3732군데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수급불안정 품목 사재기 단속= 정부는 수급 불안정 품목에 대한 사재기 단속까지 예고했다. 슈다페드와 세토펜현탁액에 대한 약국 사재기 단속은 물론 이와 연계한 제약·도매의 특정 약국 몰아주기 등에 대한 단속도 병행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밝힌 '약국 사재기'의 기준은 구입량 대비 청구량(사용량)이 기준이 된다.올해 1월부터 9월, 10월, 11월, 12월 말을 기준으로 구입량 대비 청구량이 25% 이하, 30% 이하, 35% 이하, 40% 이하인 약국에 대해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현장조사와 더불어 처분·고발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복지부는 "수급불안정이 예상되는 의약품에 대해서는 사재기 등 과도한 재고를 확보하고 향후 수급 불안정 해소 후 반품을 통해 재고를 관리하는 방식의 운영을 삼가기 바라며, 경우에 따라 위법으로 제재조치가 부과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아울러 의약품공급업자에 대해서도 "의약품공급자가 특정 약국에만 의약품을 공급했거나 매점매석 또는 판매량 조정의 방법으로 의약품을 판매해 조제·투약에 지장을 주는 경우 약사법(약사법 시행규칙 제44조 제1항 제1호 등) 위반 소지가 있으므로 해당 행위는 삼가주시기 바라며, 조사 결과와 연계해 의약품공급자에 대한 조치 등도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수급 불안정 품목 지속 모니터링= 실무협의체는 이외에도 수급 불안정이 발생하는 품목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제약사 간담 등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지속적으로 품귀가 발생하고 있는 바난건조시럽, 메이액트세립, 후로목스세립, 포리부틴드라이시럽, 싱귤레어세립, 노테몬패치 등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케이스별 대책을 수립해 나간다는 설명이다. ◆일선 약사들 "여전히 높은 처방 중재"= 일선 약국의 처방 중재로 인해 적어도 '환자가 전문약을 구하기 위해 뺑뺑이를 도는' 상황만은 면했다는 게 약사회의 시각이다.처방약에 대한 대체조제나 처방변경 등을 통해 환자가 첫번째, 혹은 두번째 들른 약국에서 약을 조제해 복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것이다.하지만 여전히 처방 중재의 벽이 높다는 게 일선 약사들의 주장이다. 의사와 원만한 관계가 형성돼 있는 경우라면, 그나마 수급 가능한 의약품 리스트를 공유하고 처방을 변경하는 일련의 시스템이 원활하게 굴러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환자를 돌려 보내는 불가피한 상황이 잦아진다는 것이다.때문에 약사가 중재자의 역할을 하기 쉽게 제도를 홍보하고 수정해 나가는 정부의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약사회 관계자는 "의약품 수요의 핵심은 니즈와 공급이다. 하지만 니즈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보니 공급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가 처방을 검토하고, 중재하는 일"이라며 "올바른 중재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령 대체조제 사후통보 폐지나 대체조제에 대한 국민 인식 전환 등에 정부가 나서 준다면 제2의 팬데믹이 오더라도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20년 넘게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약사 역시 "유례 없던 품절약 사태로 인해 정부는 물론 일반인들도 의약품 수급에 대한 관심이 일부 생긴 것 같다. 상한액 인상 등이 품절약 문제를 쉽사리 해소하지 못한다고 해도 채산성이 맞지 않아 의약품을 생산하지 않던 제약사에게 동기를 부여했다는 데서는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다만 이 같은 상한액 인상을 어디까지 인정해 줄 것인지 등에 대한 가이드도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이 약사는 "가장 시급한 문제는 품절약의 처방을 중단하는 것"이라며 "대다수의 약국이 재고를 확보하지 못한 약에 대해서는 정부가 코드를 막는 등의 방법을 통해 '다른 약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제약사가 '품절공문'을 만들어 병의원, 약국 등에 안내한 경우, 해당 공문이 근거가 돼 처방을 중단할 수 있게 하는 창구가 될 수 있지만 '품절인듯 품절아닌' 상황에 대해서는 약사가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 약사는 "아울러 동일성분 조제에 대한 국민인식 전환, 품절에 대한 약사와 일반인들의 불안을 잠재우려는 노력 역시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2023-11-16 11:13:31강혜경 -
야속한 의사들…품절이라는데 툭하면 장기 처방[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모튼이 보약이라고 소문이 났는지, 단일 품목 처방이 늘었어요. 현장에서는 약이 없는데 이 정도면 처방을 제한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코로나19로 시작된 의약품 품절 문제가 실타래 처럼 얽혀있다. 정부가 약가를 인상하고, 약사회가 균등배분까지 나서고 있지만 지뢰처럼 여기 저기서 터지는 품절 이슈가 약국은 마냥 한숨이다.아세트아미노펜, 수산화마그네슘, 슈도에페드린, 풀미칸·풀미코트까지 약가인상만 벌써 4차례 이뤄졌고, 품절 품목의 균등배분도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조치가 급한 불을 끄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만은 자명하지만 이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약사들은 의견을 모으고 있다.비단 약사회와 약사들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공급되는 의약품의 양은 한정적인데 반해, 처방은 제한이 없다 보니 약국의 고충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제약회사에서 약국으로 공급되는 의약품의 양, 그리고 처방이 삼박자를 이뤄야만 품절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품절약 장기처방 문제에 대한 불만이 약국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모튼이 대표적이다. ◆이모튼 3개월치 처방, 약국은 눈물= 종근당 골관절염치료제 이모튼은 품절약 사이에서도 갑(甲)으로 통할 만큼 품절이 심각한 품목 가운데 하나다.바로팜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이모튼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품절입고 알림신청 순위권에서 한 번도 빠진 적 없는 대표 품목 가운데 하나로 집계됐다. 특히 6월부터는 신청순위 1위를 차지하며 심각한 품귀를 보이고 있다.알림신청 횟수 역시 1월 대비 6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는데, ▲1월 7위(6545건) ▲2월 3위(8091건) ▲3월 4위(9513건) ▲4월 21위(5094건) ▲5월 4위(1만1619건) ▲6월 1위(1만4288건) ▲7월 1위(1만9727건) ▲8월 1위(3만6735건) ▲9월 1위(3만7611건) ▲10월 1위(3만488건)으로 점차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약국당 평균 2.5회 입고알림 신청을 한 셈이다.이모튼 품절은 조인스와 콘로인 품귀로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약 없는 이모튼 품절에 10년, 20년 약국을 운영해 온 베테랑 약사들 조차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20년 간 약국을 운영해 온 A약사는 "품절약 구하기로 시작해 품절약 구하기로 하루가 끝난다. 특히 이모튼은 속앓이가 극에 달할 지경"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정형외과와 인접해 있다 보니, 하루도 빠짐 없이 '이모튼 찾아 삼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이 약사는 "'효과가 있다'고 소문이 나서인지, '품귀'라고 소문이 나서인지 최근에는 처방이 더 늘어난 것 같다"며 "약은 없는데 짧게는 1달, 길게는 3~6달치씩 처방이 나오다 보니 한, 두통은 눈 깜짝 할 사이에 사라져 버린다"고 말했다. 골관절염 치료제 특성상 장기처방이 나오는 품목이기는 하지만 처방 제한이 없다 보니 한꺼번에 투약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약사는 "있는 만큼만 조제를 해드리고, 나머지 분은 메모를 해뒀다 순차적으로 드리고 있지만 이런 케이스가 많고, 처방전을 되가져 가시는 분들도 많다 보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동네약국을 운영하는 B약사는 도매상을 통해 이모튼 구하기는 포기한 지 오래다. 도매상에도 재고가 없다 보니, 오히려 병원 쪽 도매상을 통해 약을 구하는 동료 약사를 통해 이모튼을 구하는 편이 보다 쉽고 빠르기 때문이다.30년 넘게 약국을 운영해 온 C약사도 견디다 못한 끝에 최근 의원을 찾아 이모튼 수급이 곤란 문제를 토로했다. 단골들을 위해 어렵게 구해도, 처음 온 환자들에조차 장기처방이 나오다 보니 도통 처방을 따라갈 수 없다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난 후에야 의사는 '유통 상황이 그 정도인 줄 알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D약사는 카카오톡 대화명을 '이모튼 구해요'로 설정해 뒀다. 누구라도 대화명을 보고 약을 구해 달라는 간절한 바람이 담겼다는 게 이 약사의 설명이다.그렇다면 이모튼은 왜 이렇게 수급이 어려운 걸까? 먼저 처방액 증가와 아보카도 수확량 감소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분기별 이모튼 외래 처방금액(단위 억원, 자료 유비스트).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이모튼의 지난 3분기 외래 처방금액은 15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9.0% 상승했으며, 2021년 3분기 125억원과 비교할 때 20.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2년 급여 재평가 생존 이후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반대로 아보카도 수확량이 감소하다 보니, 수요를 맞추기 쉽지 않다는 게 정설이다. 문제는 약사들 사이에서 '내년도부터는 생산량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져나가며,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슈도에페드린 45일치 처방, 약사들은= 10월부터 약가가 인상된 슈도에페드린 제제에서도 불만이 나온다.정부는 ▲신일슈도에페드린정(신일제약) 상한액을 20→29원 ▲슈다페드정(삼일제약) 23→32원 ▲슈다펜정(삼아제약) 23→30원 ▲코슈정(코오롱제약) 23→31원으로 인상했다. 정부가 상한액을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미크론 당시부터 시작된 슈도에페드린 제제 해갈에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달 중 슈도에페드린 제제 수급 문제가 원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약국은 답답하다는 심정이다.여기에 설상가상 슈도에페드린이 환자에게는 아낌없이(?) 처방되고 있다 보니 약국은 그야 말로 고충이 극에 달했다고 있다는 것. E약사는 최근 신일슈도에페드린정 135T처방을 받았다. 하루 3회, 45일치 처방이다.처방을 본 다른 약사들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다. 슈도에페드린은 비충혈 제거제로, 코 점막 혈관을 수축시켜 충혈을 제거해 주는 효과가 있는 약으로 장기복용할 만한 약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C약사는 "여전히 현장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 4개월 분, 진해거담제 1개월 분 같은 처방이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며 "의약품 생산·관리와 수급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품절약에 대한 처방 가이드는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2023-11-15 17:08:38강혜경 -
아직 갈 길 먼 QbD...시간·비용·인력 투자 장벽 높아[데일리팜=이혜경 기자] "QbD는 GMP에 기준을 더 추가하고,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경제적 부담이 된다. 전문인력이 부족하다."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014년 PIC/S에 가입하고,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QbD(Quality by Design) 도입 절차를 밟기 시작했을 당시 제약업계의 지적사항이다.약 10년이 지난 이야기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 같다. 여전히 제약업계는 국내 의약품 공정에 QbD를 도입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호소한다.QbD 도입 당시 가열차게 뛰어들었던 한 제약회사는 전문인력이 사라지자, 더 이상 QbD로 의약품을 개발하지 않고 있다. 시간도, 비용도, 전문인력 확보도 제약회사의 몫인 상황은 QbD 국내 도입의 발목을 잡는다.연도별 예시모델 개발 내역(자료제공 식품의약품안전처). 지난 2017년 국회 예산정책처의 '2018년도 보건복지위원회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보고서'를 보면 식약처는 2020년까지 국내 QbD 조기 도입 완료를 목표로 예시모델을 개발하겠다고 했다.하지만 현재까지 개발된 예시모델은 7개 제형 정도다.식약처가 PIC/S 가입 이후 정제, 캡슐제, 점안제 등 주요 제형별로 QbD 적용 예시모델을 공개하고 있다. 2015년 일반방출정제와 복합이층정제에 대한 실험실 규모 예시모델 개발·보급 이후 캡슐제, 동결건조주사제, 액상주사제, 경피흡수제, 점안제 등이 보급됐다.지난해에는 실생산 규모의 예시모델이 개발·보급됐는데, QbD를 도입한 지 7년이 넘게 소요된 기간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는 정부가 직접적인 기술 컨설팅, 전문인력양성교육 등 본격적으로 QbD에 예산을 투입한 건 2019년부터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으로 이어진다.김주은 국민대학교 바이오의약과 교수는 "우리나라 QbD는 식약처의 강요 아닌 강요로 만들어졌다"며 "현재 국내 제약회사 가운데 QbD를 활용한 생산 시스템을 갖춘 곳은 10여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이 지난 2021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102개사를 대상으로 QbD 도입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도입의 필요성에는 65%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적용한 경험이 있는 기업은 37% 정도였다.필요는 하지만, 적용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이 2021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102개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 지난 3월 내용고형제 'K정제-A' 예시모델 개발에 참여한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국내 기업에 QbD를 도입하려면, 식약처가 의약품 생산 과정의 유연성을 보여줬으면 한다"며 "허가사항이나 제조소 등의 환경이 조금이라도 바뀌면 모든 공정밸리데이션을 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그는 "제약업체 입장에서는 허가사항이 조금이라도 바뀌면 새 로트를 만들고 PV를 다시하면서 적합판정이 나올때 까지 출하도 못하고, 결국 품절로 이어지는 환경이 된다"며 "QbD로 품질검증이 된 품목은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고 했다.국내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QbD는 아직 국내 도입을 적극적으로 서두르기엔 시기상조"라며 "글로벌 수출 신약의 경우 QbD로 제조·공정 절차를 거치면 다양한 국가에서 허가 받을 때 베네핏이 있지만, 국내 제네릭 등은 인센티브 등이 없어 메리트가 없다"고 귀띔했다.QbD 내재화를 위해선 ▲표준화 된 매뉴얼 제공 ▲실시간 공정 분석 설비를 위한 투자 비용 제공 ▲시험 생산을 위한 연구비용 지원 규모 확대 ▲제조 방법 변경에 따른 허가 변경에 대한 유연함 적용 등이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얘기다.김주은 교수 역시 QbD 적용 품목은 생동성시험, 제조방법 및 제조소 변경 등에 있어 식약처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그는 "QbD는 디자인스페이스로 품질이 확보된 레인지를 만든 것"이라며 "이 범위 안에 들면 자사 이전이나 제조소 변경 등이 되더라도 품질이 인정된다고 보고 생동성시험 등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QbD는 의약품 제조공정 과정 단계별로 적용이 가능하다(자료제공 동아에스티). 현재는 QbD 품목이라도 중요 공정을 변경할 경우 식약처에 허가변경 신청을 해야 한다. 이 경우 길게는 6개월 이상, 허가변경을 위한 비용도 소요된다.하지만 미 FDA는 QbD 허가 품목의 경우 제품 공정 과정의 일정 범위 내 변경을 제약사가 직접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규제기관에 허가변경 신청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된다.이와 관련 식약처 관계자는 "제조방법 변경허가시 무조건 밸리데이션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지 않는다"며 "변경허가 시에는 제조방법 변경관리 가이드라인에서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변경에 한해 공정밸리데이션자료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 밖에 다른 지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2015년 QbD 도입 당시, 5년 안에 국내 조기 도입을 목표로 했던 식약처. 하지만 매년 1~2개 정도의 예시모델만 내놓을 뿐, 구체적인 지원책이 없으면서 여전히 도입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허훈석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 전략기획팀PL은 "도입 초기 단계에 있는 국내 QbD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관련 제도 개선, 정책 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한 민관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신규 투자비용에 대한 부담, 전문인력 부족 등의 애로사항을 해소하면 기업의 제조혁신을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2023-09-27 06:37:33이혜경 -
동아ST 효자품목 슈가논 QbD 적용...송도공장 가보니[데일리팜=이혜경 기자] 동아에스티가 지난해 송도공장을 완공하면서, 대표 효자품목인 '슈가논(에보글립틴)'에 설계기반품질시스템(Quality by Design, 이하 QbD)을 적용해 밸리데이션을 마쳤다. 실제 상업 생산은 제조소 이전 관련 식약처 허가가 완료되면 연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슈가논 QbD 적용 연구는 식약처의 '제약 스마트공장 혁신기술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성공한 QbD 모델은 지난 3월 내용고형제 'K정제-A' 예시모델로 공개됐다.동아에스티, 천안공장 가동률 100% 넘어서자 송도공장에서 슈가논 생산키로동아에스티는 기존의 실험실과 시생산 규모에서 개발된 제제 조성 및 제조공정 연구를 바탕으로 생산 규모 확대에 따라 실생산 규모에 개발이 가능한 예시모델을 처음으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이는 동아에스티가 지난해 송도공장을 완공하면서 가능해졌다. 송도공장은 지상 1~3층, 연면적 약 4500평 규모로 지어졌으며, 연간 단일제 10억정, 복합제(이층정) 4~5억정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당뇨병 치료제로 지난 2015년 허가 받은 동아에스티의 신약 슈가논은 그동안 천안공장에서 생산됐다. 하지만 동아에스티의 기존 공장가동률이 100%를 넘어서면서 2019년부터 송도공장 설계에 들어갔고, 슈가논을 송도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한 것이다.생산 규모 확대에 따른 기술이전 전략 및 위험성 평가 수행부터, 실생산 규모에서의 제조공정 연구 수행, 공정분석기술(PAT) 연구수행, 실생산 규모의 제조공정 검증 및 관리전략 도출, 최종보고서 작성까지 9개월의 시간이 걸렸다.(왼쪽부터) 동아에스티 송도캠퍼스 김철민 품질보증3팀장, 장재영 제조팀장, 손정희 생산지원팀장, 서동인 공장장. 서동인 송도캠퍼스 공장장은 "슈가논은 동아에스티의 신약이다보니 연구소에서부터 QbD 연구를 진행해왔던 만큼 9개월의 시간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다른 제품에 QbD를 적용하려면 연구, 시생산, 공장 가동률 등을 모두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동아에스티가 9개월 만에 대표품목인 슈가논에 QbD를 적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신약이라는 강점과 생산 중인 품목이 없는 새로운 공장에서 온전히 QbD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김철민 동아에스티 품질보증실 품질보증3팀장은 "기존에는 공정변수를 정통 방식으로 PV를 설정했다면, QbD 시스템에서는 글로벌 디자인스페이스를 설정해 향후 품질관리전략을 도출했다는 강점이 있다"며 "글로벌 CTD 제출 시 공정변수를 과학적인 기반에 의해 설정했는지 확인하는데 이를 위한 자료를 확보한 것"이라고 했다.50~100만 제조단위 스케일업 평가에 성공하면서 앞으로 생산비용 절감 효과도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김 팀장은 "제조소 이전을 하면서 QbD를 하게 되면 비용이 많이 든다"며 "작은 스케일을 만들고, 실제 스케일로 확대해야 하니 비용이 많이 드는데, 식약처 지원 사업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그렇게 국책사업을 진행하면서 실험실 생산규모가 실제 공장에서 생산 가능하다는 성과를 얻었고, 동아에스티는 스케일 업에 따른 공정파라메타(CPP) 확인 및 슈가논의 생산 준비가 완료된 상태다.하지만 식약처 지원이 없었다면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것이라고 한다.김 팀장은 "QbD는 연구단계부터 진행해야 한다. 랩스케일의 품질이 시생산, 실제 생산까지 동일한지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비용까지 감안하면 적용할 수 있는 제품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시간, 비용, 전문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슈가논 QbD 적용 개발 기간. 실제 송도공장에서는 어떤 작업이 진행됐을까.동아에스티는 슈가논의 목표품질 제품 프로필을 설정하고 실생산 규모까지 의약품 개발과정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했다.슈가논 원료의약품과 첨가제를 배산 혼합하는 과정인 전 혼합공정과 습식 과립법으로 과립을 제조해 물성을 개선하는 과립화 공정을 설계하고 과립과 활택제를 혼합하는 후혼합 공정을 수행한 다음 타정 공정을 수행해 나정을 제조한 후 코팅 공정을 거쳐 최종 완제의약품을 제조하는 제조공정으로 공정을 설계했다.9개월만에 QbD 적용하는 데 성공…식약처 지원 있었기에 가능장재영 제조팀장은 "각 공정별로 필요한 요소와 인자의 범위를 좁혀가면서 과학적으로 분석되고, 통계적으로 확인처리가 가능한 품질을 찾는 단계로 보면 된다"며 "QbD를 전체 공정에 적용할 수도 있고, 아니면 필요한 공정에 조금씩 적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슈가논처럼 신약 개발 단계부터 QbD를 고려했다면 전 공정에 QbD 분석법을 적용할 수 있지만, 국내 제약회사들이 현재 출시된 제품을 QbD를 적용해 역으로 검증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서 공장장은 "식약처가 배포하는 예시모델을 참고해서 활용한다고 해도 시간과 비용, 인력 문제를 견뎌낼 수 있는 회사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공정이더라도 QbD 기반의 다양한 스케일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점차 확대해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개진했다.QbD는 의약품 개발 단계부터 품질을 고려해 공정별로 기준을 설계하는 것으로, 눈에 보이는 형체가 있는 건 아니다.동아에스티 송도공장은 연간 단일제 10억정, 복합제 4~5억정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동아에스티 송도공장은 지난 2019년 공장 설계부터 2022년 11월 허가까지 3년 2개월 동안 준비돼 상업 생산을 대기 중인 상태다.내용고형제를 생산할 계획으로, 1층 제조소(과립/타정/코팅/포장)와 2층 제조소(칭량/혼합/파일럿), 3층에 QC실이 위치해있다.특히 국내에서 한미약품 팔탄공장과 대웅제약 오송공장에서만 보유하고 있는 '탑 다운 시스템'이 동아에스티 송도공장에도 적용됐다.김 팀장은 "2층에서 전공정에서 1층 부속공정으로 갈 때 반제품이 탑 다운 방식으로 이동된다"며 "생산성 향상, 교차오염 방지를 위해 주성분 노출 최소화를 목적으로 제작됐다"고 했다.또한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 하는 '자동화 컴퓨터화 시스템'을 모든 공정에 적용했다. 입출고, 창고관리, 빌딩관리, 환경 모니터링, 제조실행, 실험실 정보 관리, 전자 시험 기록, 실험실 데이터 관리, 전자 기록 관리, 품질관리, 전사적 자원 관리 시스템 등에 적용된다.2023-09-26 06:40:03이혜경 -
맥도날드 감튀 맛이 똑같은 이유? QbD 왜 필요한가[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설계기반품질시스템(Quality by Design). QbD의 사전적 정의다. 쉽게 말하면 어느 공장에서든 똑같은 품질의 의약품 제조를 위해 연구개발 초기부터 품질목표를 설정해 의약품을 개발하는 방법이다.제약업계의 이해를 돕고자 QbD를 설명할 때 자주 언급되는 사례가 두 가지 있다. 라면과 맥도널드의 감자튀김이다. 의약품을 라면과 감자튀김에 비유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반응도 있겠지만, QbD는 이미 반도체, 자동차 등 다른 영역에 먼저 도입된 개념이다.연구기획 단계부터 적용…최적의 생산조건 도출ICH Q8에서 정의하는 QbD를 보면 QbD 용어와 매칭하기 쉽다. 목표를 미리 정하면서(QTPP) 시작하며 합리적인 과학과 품질 위험 관리를 기반으로 제품이해(CQA) 및 공정이해(CPP, CMA), 그리고 공정관리(DOE)를 강조하는 체계적인 개발방식(PAT)'이다.QTPP, CQA, CMA, CPP, DOE, DS, PAT 과정을 연구개발 초기 기획단계부터 생산, 판매 후까지 전주기에 적용하게 된다.QbD 이용한 라면 개발을 예로 들면 면발이 쫄깃한 매콤한 국물라면 판매를 위해(QTPP), 면발의 인장강도 0.01Pa, aoqrl 1300SHU(CQA), 면발이 충분히 익을 수 있는 최적의 끓임 시간과 온도(CPP), 쫄깃하게 하기 위한 밀가루와 글루텐의 최적 양과 비율 및 매콤하게 하기 위한 스프에서의 고추가루 최적 양과 비율(CMA), 타이머를 이용한 시간 측정과 온도 및 강도, 맵기 측정(DOE), 면발의 맵기가 어느 정도 돼야 하는지 품질위험평가를 통해 선별한 기준을 만들기 위해 스프의 고추가루 최적 양과 비율을 통계적으로 도출(PAT)하게 된다.이 개발법은 기존의 경험과 지식에만 의존하던 '라면 맛있게 끓이는 법'을 실험 데이터를 통계처리해 최적의 조건을 찾을 수 있도록 한다.하지만 무조건 많은 조건으로 실험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QbD에서는 품질위험평가와 통계를 이용, 최소한의 실험 횟수와 실험 디자인을 만들게 된다.(자료출처 김주은 교수) 의약품에 QbD를 적용할 수 있도록 예시모델 개발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제약업계 QbD 보급 및 확산, 인프라 조성을 위해 끌고 가고 있다.식약처는 지난 2014년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PIC/S) 가입 이후 QbD 도입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난용성 약물을 이용한 일반방출 정제와 방출조절 복합 이층정제 QbD 예시모델을 공개한 이후, 꾸준히 QbD 예시모델을 공개하고 있다.연구소에서 디자인한 QbD 예시모델은 실험실(Lab)과 시험생산(Pilot) 규모로 진행, QbD 전문인력만 있으면 제품·공정 개발에 바로 적용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자료출처 김주은 교수) QbD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의약품 생산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화이자, 노바티스, 로슈, GSK 등 '빅파마'는 이미 2000년대 중반 미 FDA의 요구로 QbD를 적용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QbD가 전 세계적으로 필요성이 부각되는 이유는 뭘까. 김주은 국민대학교 바이오의약학과 교수는 "2000년대 미국 FDA가 QbD를 보겠다고 했을 때 보스턴의 중소제약회사들이 FDA를 항의 방문한적도 있다"며 "하지만 빅파마에서 적용하면서, 지금은 대부분의 회사들이 QbD를 적용해 의약품을 개발 중"이라고 했다.그는 "기존의 의약품은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지면서 품질의 문제가 생길 때, 과학적인 근거 자료를 내놓지 못한다"며 "운이 좋아서 생동성시험에 통과하고, 임상시험에 성공하면 생산으로 이어진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지적했다.QbD의 중요성을 이야기 할 때 라면 제조나 맥도널드 감자튀김을 비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환경이 변하거나, 물의 온도나 스프의 강도가 변하면 같은 라면의 맛을 내지 못한다. 라면은 '아, 오늘은 맛이 다르네'라고 넘어갈 수 있지만 의약품은 소비자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주먹구구식으로 넘어갈 수 없다.김 교수는 "제약회사 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내가 근무하던 곳은 제네릭을 하나 만드는 게 여러명이 참여해 4개월 정도 걸렸다. 자료 조성하고 원료 수배하고, 계획서 작성 이후 재질 활성화 및 용출 등을 진행하는 과정에서의 소요시간"이라며 "하지만 처음 잡은 기준에서 생동에 실패하면, 또 다시 똑같은 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4개월 이후 1차 실패하면, 또 4개월, 또 4개월 해서 1년까지 걸리기도 한다"고 했다.만약 QbD가 적용됐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김 교수는 "기존에는 변수 테스트를 할 때 1개 시험에 1개의 변수를 넣어 진행하고, 실패하면 다시 변수를 만들어 또 실험하는 방법이었다"며 "QbD는 다변량 변수로 낮은 값부터 높은 값까지 만들어 디자인스페이스를 찾게 된다"고 했다.디자인스페이스의 영역이 나오면 값을 변경해도 안정성을 유지하는 범위 안에 들어오기 때문에 품질이 일정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된다는 얘기다.경험 기반한 기존 의약품 개발·생산 방식 탈피…과학 기반 데이터 활용식약처 관계자도 "기존 지식이나 경험에 의존하지 않고 과학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QbD의 특징"이라며 "QbD를 통해 개발해 얻어진 데이터들은 다른 제품을 개발할 때에도 과학적 근거로 사용할 수 있고, 회사의 노하우로 계속 남기 때문에 또 문제가 발생하면 데이터를 바탕으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여전히 QbD가 필요한 이유를 모르겠다면, 김주은 교수가 이야기 하는 맥도널드의 감자튀김 사례를 보자.김 교수는 "2014년 식약처가 QbD를 도입한다고 했을 때, 국내 제약회사들은 새로운 것을 꼭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며 "사실 기존의 제조공정이나 QbD나 별 차이가 없다. 개발법이 아주 많이 틀어지지 않으면서, 제조공정 환경이 바뀌어도 똑같은 의약품 품질을 유지해 리스크를 줄여줄 수 있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맥도널드 감자튀김을 만드는데 적용되는 QbD (자료출처 김주은 교수). 전 세계 어딜 가든 맥도널드의 감자튀김 맛이 똑같은 이유는 QbD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우선 주성분인 감자가 모두 같은 곳에서 생산된다. 감자의 CQA는 '노란 감자, 바삭하고, 부드럽고, 오랜기간 유지'이다. CQA를 만족한 감자는 전분 제거를 위해 식초에 12시간 담궈 두고 카놀라유로 화씨 390도에서 45~60초 튀기고 냉동시켜 전 세계 맥도널드에 보급된다.전 세계 지점에서는 냉동 감자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직전 화씨 275~375도의 온도에서 5분간 튀긴다. QbD 적용된 맥도널드의 감자튀김이 전 세계적으로 맛이 동일한 이유다.김 교수는 "의약품에서 QbD는 연구소 기획 단계인 앞단부터 소비자에게 전달된 후 리스크 관리라는 뒷간까지 모두 관여해야 한다"며 "R&D만 하는 사람들은 의약품의 안전성, 유효성 자료만 이야기 하는데 제품의 완성은 품질의 안정성이다. 모두를 만족해야 제대로 된 의약품이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2023-09-25 06:12:29이혜경 -
맘카페에 비싼약국 입소문 나면 단골환자 등돌린다[데일리팜=강혜경 기자] 같은 약을 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약국과 저렴하게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 문제는 단순히 동네약국의 매출 감소에서 끝나지 않는다.소위 성지로 불리는 난매약국으로 파생되는 문제가 일반약 최저가 비교 사이트, 구매대행, 지역 약국 간 갈등까지 연쇄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약국과 소비자간 영양제를 포함한 일반약을 저렴한 가격에 사고 파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관련한 행위가 일종의 '사업'으로 연결되면서 드러나는 문제점도 적지 않다.2021년부터 최근까지 논란이 됐던 난매약국. ◆"구매 대행해 드립니다" 전문업체 등장= 지역카페나 맘카페 등을 통한 구매대행 문제도 수년 간 되풀이 됐던 문제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성지약국에서 영양제를 구매 대행해 주겠다는 전문업체까지 우후죽순 생겨나며 문제가 되고 있다.코로나19 한시적 비대면 진료로 인해 처방약 배달이 가능해 지면서, 제도가 느슨해 진 틈을 타 처방약은 물론 일반약을 구매대행 하거나 픽업해 배달하는 서비스 등이 무작위로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올 초 등장한 한 업체는 1만원에 약값이 저렴한 약국에서 약을 대신 픽업해 포장, 택배로 발송해 주겠다고 홍보에 나섰다가 약사사회에서 논란이 됐다.해당 업체는 서울 종로와 금천, 경기 안양 지역 약국 등 '저렴하기로 유명한 성지약국 5곳 리스트'를 공개하고, 소비자가 약국에 전화를 해 결제까지 진행하면 직원이 대신 약국을 방문해 약을 픽업, 픽업한 약을 포장해 택배로 보내주는 것까지를 주요 서비스로 하고 있다.해당 업체는 가정의달 이벤트로 4월과 5월 심부름 수수료를 50% 할인해 5000원에 대행하는 서비스를 진행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가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의약품의 구매와 배달을 대행해 주겠다는 업체들이 우후죽순 난립해 있는 상황이다. 약국을 방문하기 위해 스케줄을 비우고 교통비를 들여야 하고, 양손 무겁게 약을 들고 다녀야 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돈 5000원, 1만원에 번거로움을 해소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꽤 괜찮은 서비스라는 반응이다.하지만 복지부와 식약처는 이 같은 일반약 심부름과 광고·홍보 행위가 위법소지 내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일반약은 현재 약국 안에서 판매하는 게 원칙이다. 약사회 등이 유권해석과 영업규제를 요청할 경우 법리해석과 함께 규제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식약처 역시 해당 사이트를 차단 조치했다.하지만 해당 업체는 방식을 바꿔 '카톡 채널 입장하기'를 통해 여전히 약국과 편의점, 마트의 심부름과 픽업대행을 계속하는 것으로 확인됐다.업체가 지칭한 약국 5곳과의 연관성 의혹이 불거지자, 업체는 심부름 가능 지역을 서울 구로, 영등포, 금천, 관악, 경기 안양으로 한정해 소비자가 약국을 지명하는 방식으로 일부 수정했다.A약사는 "복지부가 불법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관련한 서비스는 계속되고 있다. 논란이 됐던 사이트 김집사를 비롯해 포털 사이트에 '약국 심부름' 등을 검색하면 여러 개의 관련 사이트가 뜨고, '헬퍼'라는 이름으로 중개하는 플랫폼도 적지 않다"며 "일반 약국에서 구매대행 여부까지 묻기 쉽지 않다 보니 정부 차원의 홍보가 절실한 상황이고 지속적인 관리·감독 역시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뿐만 아니라 약값비교 사이트도 등장해 논란을 낳았다.약값을 밝힌다는 콘셉트의 의약품 최저가 비교 사이트 '발키리'. '약값을 밝힌다'는 콘셉트의 '발키리'는 일반의약품은 물론 전문의약품의 가격까지 비교해 최저가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내놓았다가 반발을 사기도 했다.서비스 소개에서 발키리는 "약국마다 약 가격은 다른데, 약국에 전화해도 가격은 알려주지 않고 인터넷을 찾아봐도 얼마인지 나오지 않아 싼 약국을 찾으러 직접 발품을 팔거나, 가격이 싼지 비싼지 알지도 못하고 사야 하는 점이 불편했다"며 "이제 발키리에서 간편하고 편리하게, 검증된 실제 약 가격을 찾아볼 수 있다"고 홍보했다.같은 약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사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심리와 행동패턴 등을 분석해 만들어진 서비스인 셈이다.◆약사사회, 인근 약국들과도 마찰= 이 같은 약국은 지역약사회에서도 늘 주시하는 약국들이다.'난매'라는 불법적 요소부터 무자격자 판매, 택배 발송, 지역 약국 간 가격시비 등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카운터 척결을 위해 공익제보를 이어오고 있는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관계자는 "저렴한 약값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는 약국들도 점검 대상이 된다. 자주 언급되는 곳들 가운데 상당수에 대해서는 무자격자 약 판매와 공익제보 등이 이뤄지기도 했다"며 "촬영, 고발이 반복되면서 일부 약국에서는 눈을 피하기 위해 약사, 무자격자, 약사, 무자격자가 섞어 자리를 배치하는가 하면 무자격자가 고객을 응대하더라도 약사가 결제를 하는 등의 편법이 동원되기도 한다"고 말했다.B약사도 "동네 약국이 사입하는 가격, 혹은 그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가 된다고 하더라도 사입단가가 다르다 보니 약사법상 문제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소위 성지약국에서는 무자격자 판매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약국장 대신 근무약사, 한약사, 무자격자가 약국 실무 전반을 맡는 일이 적지 않다 보니 약사사회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지속적으로 푸시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지역 약국이 종로보다 싸게 약을 판매하겠다며 맘카페에 홍보글을 올려 문제가 된 사례도 있다.종로지역보다 저렴하게 약을 판매한다는 홍보글을 맘카페에 올린 약국. 경기소재 한 약국은 "처방전 없이도 오직 일반약과 건기식 등의 영양요법 상담을 통해 자립하고 있는 종로 5가의 이상적인 약국 모습을 롤 모델로 동경하며, 그 시스템을 배우고 적용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영양제를 종로 5가 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겠다"고 카페에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해당 카페는 이용자 수가 10만명이 넘는 지역 대표 맘카페로, 종로 대비 5% 할인된 가격에 메가트루 등 영양제를 판매하겠다고 밝혔다.더불어 가격 할인 폭이 상대적으로 낮은 비맥스 등 광고 품목의 경우 종로와 가격은 동일하지만 제놀 하이드로24파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해 약사법 위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결국 지역 약사회가 나서 홍보글 자진 삭제와 이 같은 방식의 영업 활동 중단을 촉구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됐다. 지역약사회 관계자는 "위치가 외지다 보니 경영상 어려움 때문에 홍보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했고, 홍보글을 삭제하기로 했다"며 "앞으로도 관련 사항을 주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 관계자 역시 "난매 문제가 가장 애매한 문제다. 최근에는 처방·조제 전문약국에서도 난매 문제가 불거지는 경우가 있다"며 "손해만 보지 않는 선에서 마진을 적게 남기겠다는 게 성지약국의 논리이지만, 단 돈 몇천원에도 소비자들이 민감하다 보니 지역에서는 문제가 된다. 적정판매가를 유지해 줄 것을 약사회도, 제약회사도 권고하는 상황이지만 경기가 어려워지다 보니 마냥 약사회가 가격을 정해 압박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이 관계자는 "다만 약사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선에서의 가격할인이나 무자격자 판매 등 법을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반회나 분회 차원의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2023-09-20 17:57:50강혜경 -
"약 사려면 약국성지에 가야죠"...동네약국 직격탄[데일리팜=강혜경 기자] "그래도 코로나19 때는 긴급재난지원금 영향이라도 있었는데, 올해는 정말 영양제 구매가 확 줄었네요. 명절 특수는 전혀 체감도 못하겠어요."동네약국가가 암흑기에 접어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긴급재난지원금 등의 영향으로 일반약과 영양제 수요가 늘던 호시절이 지나자 매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설명이다.코로나19 당시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면서 약국의 영양제 판매 등이 반짝 늘었지만, 올해는 동네약국의 영양제 판매가 매우 저조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통상 '특수'라고 표현되던 설·추석 명절, 대학수학능력시험, 환절기도 예전 같지 않다는 게 약사들의 공통된 얘기다. 특히 동네약국가의 경우 더욱 이 같은 특수를 체감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이 같은 상황에 이르기까지는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경기침체로 인해 지갑을 닫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는 게 첫번째 이유다. 또 건강기능식품의 종류와 판매처가 늘어나면서 약국이 아닌 SNS와 같은 온라인, 홈쇼핑 등으로 수요가 분산됐고 해외 직구가 증가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세 번째 이유는 소비자들이 동네약국이 아닌 '성지약국'을 찾음으로써 보편적인 동네약국의 경기가 침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동네약국을 운영하는 A약사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계절이 바뀌면서 보통 지금이 '때'이지만 올해는 체감되는 부분이 전혀 없다"며 "간혹 영양제 등 가격을 묻는 전화가 걸려 오긴 하지만 온라인에서 터치 몇 번이면 가격 정보가 나오다 보니 점차 판매가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주요 영양제 매출 '쑥쑥'= 동네약국의 영양제 매출이 줄어드는 추세라는 얘기와 달리, 고함량 비타민제 시장 매출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주요 제품군인 벤포벨과 아로나민, 비맥스, 경옥고 등의 최근 매출 추이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먼저 벤포벨의 경우 '22년 매출액은 52.2억원으로 전년도 77.9억원 대비 줄었지만, 벤포벨S에스정이 새롭게 출시되며 '22년 3, 4분기 매출액 48.3억원을 나타냈다.아로나민골드의 경우 '22년 230.6억원으로 '21년도 223.2억원 대비 매출이 늘었으며, 아로나민골드 프리미엄 역시 79.4억원으로 '21년도 43.2억원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비맥스메타정은 '21년 202억원 대비 '22년 134.4억원으로 감소한 듯 보였지만, 비맥스메타비 매출에서는 76억원에서 118.3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였다.광동 경옥고 매출액도 '21년 126.8억원에서 '22년 135.2억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동네약국의 편의점, 성지약국의 대형마트화= 일선 약사들은 영양제 판매의 상당부분을 소위 성지로 꼽히는 지역별 약국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가령 헬스장에서 운동을 마친 직장인들이 단백질쉐이크를 구입하기 위해 편의점을 찾고, 가정에서 필요한 장을 보는 일련의 행위를 위해 대형마트를 찾는 것처럼 상비약을 구입하는 경우 동네약국을 이용하지만 영양제와 같이 단가가 높은 영양제 등을 구입할 때는 성지로 꼽히는 약국을 찾는다는 것이다.A약사는 "예전에는 종로3가, 종로5가, 남대문, 안양, 수원 남문, 대구 반월당 등 성지로 꼽히는 몇몇 지역이 전국적으로 몰리는 수요를 감당했다면 최근에는 해당 지역 이외에도 성지로 꼽히는 약국들이 다양하게 생겨나고 분포돼 있다"고 말했다.가령 역세권이나 대학가 주변, 강원도 원주, 서울 강북, 인천 등 저렴하게 영양제 등을 판매하는 약국이 요소요소 들어서면서 수요도 분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임팩타민, 벤포벨 등 주요 영양제를 검색하면 파워링크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는 약국들이 나온다. B약사는 "예컨대 포털사이트에서 '임팩타민', '벤포벨' 등 주요 제품군만 검색해도 해당 품목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약국 블로그는 물론 소비자들의 구매 정보까지 모두 나오다 보니 검색 몇 번으로 최저가와 저렴한 약국 등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알 수 있다"며 "때문에 동네약국의 영양제 매출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실제 B약사는 올해 영양제 주문량과 판매량이 예년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C약사도 "약사 블로그 가운데도 '종로 스타일 대형약국', '24시간 가격문의', '대량구매', '해외판매' 등을 내세우거나 자칭 최저가, 맛집이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며 "사실상 박리다매를 앞세워 바잉 파워를 갖는 약국들이다 보니 해당 약국의 판매가격을 맞추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서울 남대문 지역 약국 전경. ◆영양제 성지, 그 실상은?= 그렇다면 소위 성지로 불리는 약국들은 얼마에 영양제를 판매하고 있을까. 데일리팜이 SNS 구매 영수증을 토대로 서울 종로와 남대문, 경기 안양과 수원 등지의 약값을 확인해 봤다.8월 중순부터 9월 사이 종로에서 영양제를 비롯한 상비약을 구매한 영수증에서 ▲비맥스 메타비 60T*2 4만3000원 ▲베아제 2500원 ▲코푸S시럽 2000원 ▲마데카솔연고 5200원 ▲후시딘 연고 4400원 ▲인펙신캡슐10C 1500원 ▲이지엔6프로 30C 5500원 ▲콜대원 2000원 ▲타이레놀 2500원 ▲백초 4000원 등에 판매되는 것으로 파악됐다.남대문 소재 한 약국의 경우 '묶음 판매'를 통해 ▲아세트아미노펜500mg 1개 1400원, 2개 2500원(1개당 1250원) ▲탁센 1개 1200원 ▲탁센 레이디 1개 2000원, 2개 3000원(1개당 1500원) ▲속엔쿨, 스피자임S 1개 1500원, 2개 2500원(1개당 1250원) ▲쎄로테 1개 1500원, 2개 2500원(개당 1250원)으로 게시하고 있었다.또 다른 약국의 경우 ▲벤포벨S에스 180정 7만5000원 ▲포텐시에이터액 2만4000원 ▲포타겔현탁액 4000원 ▲콜대원 코프시럽 2000원에 8월 15일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수원지역의 경우 ▲비맥스 메타정 60T*2 3만5000원 ▲지르텍 4000원 안양지역의 경우 ▲메가트루 맥스 60T*2 4만5000원 ▲메가트루 포커스 60T*2 3만5000원 ▲세노바액 3000원 ▲이지엔식스프로10C 1700원 ▲타이레놀 2200원 ▲그날엔 2000원 ▲코트리나 2000원 ▲콜대원키즈 2000원에 판매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일부 블로그에서는 조제용 일반약인 뮤테란캡슐 30T를 1통에 5000원씩 구입했다는 후기도 확인이 가능했고, 일부 블로그의 경우 '약국에서 개별 가격은 공유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는 식의 표현이 등장하기도 했다.일명 성지약국을 방문한 환자가 약값으로 6만4900원을 결제했다는 블로그를 보자, 보통 약국 판매 가격의 30% 가량 저렴한 가격이라는 약사의 설명이 돌아왔다. C약사는 "약국마다 취급 품목 등이 달라 차이가 있지만 나열된 대부분의 품목이 보통 약국 대비 20~30% 낮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품목의 경우 약국 사입가에 판매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타이레놀과 코트리나, 애크논크림, 점안제, 비타민C 등을 모두 합해 6만4900원에 구입했다는 블로그를 보내자 D약사는 "일반 약국에서는 9만3000원 정도로 가격이 책정될 것"이라며 "30% 가량 저렴하게 가격이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B약사는 "유명 영양제의 경우 약국에서 상담과정에서 추천되기도 하지만, TV광고나 지인 등을 통해 특정 제품에 대한 지명이 많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제품을 보다 저렴한 약국에서 판매하기 위해 손품, 발품을 팔아가면서까지 저렴한 약국을 찾는 것"이라며 "소위 '박스떼기'로 약을 쌓아두고 판매하는 약국에 동네약국은 게임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2023-09-19 17:02:47강혜경 -
콜린 255억·텔미사르탄 135억...캐시카우 손실 현실화[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지난 5일 제네릭 7000여개 품목의 약가가 인하되면서 제약사들의 주력 캐시카우 제품들도 타격을 입었다.그간 제약사들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던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경우 처방규모가 250억원 넘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텔미사르탄, 라베프라졸, 로수바스타틴, 에스오메프라졸, 올메사르탄, 발사르탄 등도 100억원 이상 처방액 감소가 예상된다.약가인하 대상 성분 245개…콜린알포 제제 처방액 감소 250억원 최대14일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7355개 품목의 약가인하로 인해 예상되는 처방액 감소분은 총 3260억원에 달한다. 작년 처방액에서 품목별 약가인하율을 적용해 산출한 결과다.245개 성분이 이번 약가인하의 대상에 포함됐다. 이 가운데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처방액 감소 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총 75개 품목의 약가가 2.4~14.9% 인하됐다. 약가인하로 인해 발생하는 처방액 감소분은 255억원에 달한다.작년과 같은 처방량을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대원제약 알포콜린연질캡슐의 처방액이 20억원 넘게 감소할 전망이다. 제일약품 글리틴리드캡슐, 알리코제약 콜리아틴연질캡슐, 삼진제약 뉴티린연질캡슐, 대원제약 알포콜린리드캡슐도 각 10억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관련 업체들이 약가 유지에 소극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품목의 약가를 유지하기 위해선 정부가 제시한 2개 조건(생동성시험 수행·등록 원료의약품 사용)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데, 별도의 비용을 들여 자체 생동을 수행하기엔 리스크가 컸다는 분석이다.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지난 2020년 선별 급여가 결정됐다. 치매 증상에만 급여를 적용하고, 주요 적응증이었던 경도인지장애에 대해선 본인부담금이 80%로 올랐다. 2021년부터는 치매와 경도인지장애 효능 검증을 위한 임상재평가도 진행 중이다. 임상시험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경우 적응증 축소 또는 삭제가 예상된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당수 업체들은 별도의 비용이 들어가는 생동성시험을 수행하기보다는 약가가 인하되는 쪽을 선택했다. 이로 인해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처방액이 비교적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다. 텔미사르탄·올메사르탄·발사르탄·라베프라졸 등 100억 이상 감소 전망텔미사르탄 제제와 로수바스타틴, 올메사르탄, 발사르탄, 라베프라졸, 에스오메프라졸 등의 성분도 100억원 이상 처방액 감소가 예상된다.텔미사르탄 제제는 이번 약가인하에서 가장 많은 품목이 대상으로 포함됐다. 텔미사르탄 단일제와 복합제를 포함해 총 405개 품목의 약가가 인하됐다. 텔미사르탄 단일제 89개, 텔미사르탄+암로디핀 조합 183개, 텔미사르탄+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 조합 75개, 텔미사르탄+로수바스타틴 조합 58개 등이다.이로 인한 처방액 감소분은 135억원으로 예상된다. 다만 워낙 많은 품목의 약가가 동시에 인하되다 보니, 품목 1개당 평균 손실액은 3000만원을 조금 넘기는 수준에 그친다. 405개 품목 중 104개 품목의 작년 처방 실적이 전무하고, 24개 품목은 연간 처방액이 1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실제 약가인하 대상 텔미사르탄 제제 가운데 셀트리온제약 셀미살탄정40mg, 한국휴텍스제약 하이퍼스타정40/5mg, 동국제약 프리트윈정40/5mg, 씨엠지제약 아모스타정40/5mg을 제외하면 연 처방액이 3억원 이상인 품목은 없다.라베프라졸의 경우 176개 품목의 약가가 인하돼 총 128억원의 처방실적 감소가 예상된다. 177개 품목의 약가가 인하된 에스오메프라졸은 115억원이 감소할 전망이다.로수바스타틴 제제 192개 품목은 합계 116억원, 올메사르탄 제제 211개 품목은 112억원, 발사르탄 제제 207개 품목은 102억원의 처방실적 감소가 각각 예상된다.탐스로신, 세파클러, 아목시실린, 클로피도그렐, 리마프로스트, 사르포그렐레이트, 아토르바스타틴, 레바미티드, 에페리손, 오메가3산에틸에스테르, 피나스테리드, 아세틸L카르니틴, 도네페질 등도 처방실적이 50억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반면, 라니티딘을 비롯한 23개 성분은 이번 약가인하에도 처방액이 감소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라니티딘 제제는 총 28개 품목이 이번 약가인하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해당 품목들은 지난 2019년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 불순물 검출 사태 이후로 시장에서 퇴출된 상태다. 관련 품목이 전량 회수됐지만, 급여 목록에는 남아 있었다.라니티딘 외에 도시탁셀, 아리피프라졸, 이리노테칸, 졸레드론산, 메로페넴 등의 약가가 최대 27% 인하된다. 인하되는 품목은 각 성분마다 1~6개에 그친다. 해당 품목들의 작년 처방액은 0원으로, 약가가 인하되더라도 이로 인한 처방액 감소는 없을 전망이다.이번 약가인하는 정부가 2020년부터 추진한 제네릭 약가재평가의 1차 결과다. 제네릭 약가재평가는 2020년 7월부터 시행된 새 약가제도를 기등재 제네릭에 적용하기 위한 정책이다. 개편 약가제도에서 제네릭 제품은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최고가를 받을 수 있다.한 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상한가는 15%씩 내려간다. 2개 요건 모두 충족하지 못하면 27.75% 인하되는 구조다. 일부 제품은 기준 요건 2가지 미충족에 사용량 약가연동제에 따른 약가인하가 중복되면서 인하율이 27.75%를 초과했다.2023-09-14 06:20:10김진구 -
제네릭 약가 27% 인하 속출…처방액 1억 미만 99개[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지난 5일 7355개 제네릭 약가가 동시 인하된 가운데, 약가를 유지하기 위한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한 사례가 속출한 것으로 나타났다.이들 중 상당수는 사실상 허가·등재된 채로 판매되지 않는 제품이다. 제약사 입장에선 해당 제품의 약가인하로 인한 손실이 사실상 없다 보니, 결과적으로 약가재평가 자체를 포기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생동+DMF' 모두 미충족 품목 125개…약가 27% 인하1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달 5일자로 약가가 인하된 제네릭 7355개 품목 중 인하율이 20%를 상회하는 제품은 145개에 달한다.이 가운데 125개 품목은 인하율이 27%를 넘는다. 약가재평가 기준 요건 2개 모두를 충족하지 못한 제품이 최소 125개에 달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지난 2020년 6월 제네릭 약가재평가 공고를 냈다. 올해 2월까지 생동성시험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자료를 제출한 제네릭에 한해 종전 약가를 유지해준다는 내용이다. 한 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상한가는 15%씩 내려간다. 2개 요건 모두 충족하지 못하면 27.75% 인하된다.이렇게 7355개 품목의 약가 인하가 결정됐다. 대다수 품목은 15% 인하율이 적용됐다. 2개 요건 중 생동성시험을 수행하지 못한 사례로 파악된다. 제약사들은 모든 제네릭에 생동성시험을 실시할 수 없는 여건상 매출 규모가 큰 제품을 중심으로 약가를 유지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매출이 크지 않은 제품 상당수는 생동성시험을 포기, 15% 인하되는 쪽을 선택했다.일부는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요건까지 충족하지 못했다.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은 비교적 쉽게 충족할 수 있는 요건이다. 그러나 일부 제약사는 이마저도 포기하면서 약가가 27% 인하되는 쪽을 택했다. 이렇게 제약사들이 사실상 재평가를 포기한 품목만 100개 이상으로 집계되는 상황이다.약가재평가 포기 사례 속출…대부분 처방실적 ‘0'원 판매 중단 상태제약사가 포기한 품목 중 상당수는 현재 판매되지 않는다. 약가인하 폭이 크지만 대부분 제품이 판매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제약사 입장에선 해당 품목을 쉽게 포기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약가 인하율이 20% 이상인 145개 품목 중 절반이 넘는 87개는 작년 기준 처방실적이 0원이다.이 가운데는 서류상 품목허가와 급여등재만 받아둔 상태로 판매 이력이 전혀 없는 품목 48개 포함돼 있다. 제약사들이 당장 판매 의지가 없음에도 보험용으로 허가·등재한 제품들의 약가가 인하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행정력만 낭비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범위를 확장해 연간 처방액이 1억원에도 못 미치는 품목은 총 99개에 달한다. 약가가 20% 넘게 인하되더라도 이로 인한 손실액이 품목당 3000만원에도 못 미칠 정도로 미미한 셈이다. 약가가 20% 이상 인하된 품목을 보유한 업체는 대부분 중소제약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동시에 판매를 포기한 제품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경방신약은 20% 이상 인하된 품목을 가장 많이(10개) 보유하고 있다. 이어 에스에스팜과 신풍제약 각 9개, 알파제약 6개, 이연제약·서울제약·다림바이오텍 각 4개 등이었다. 이밖에 65개 업체가 1~3개씩 20% 이상 인하 품목을 보유하고 있다.다만 경방신약의 10개 품목은 모두 판매되지 않는 상황이다. 20% 이상 약가가 인하되는 품목으로 인한 손실도 없다는 의미다.경방신약과 같은 사례는 32곳에 달한다. 20% 이상 인하 품목을 한 개 이상 보유한 업체는 총 72곳으로, 이 가운데 32곳은 관련 품목의 작년 처방실적이 0원이다. 제약사 절반 가량은 약가인하율이 27%든 99%든 해당 품목으로 인한 예상 손실액이 0원인 셈이다. ‘아세틸-L-카르니틴’ 임상재평가 실패하자…약가재평가도 포기일부 품목은 임상재평가 실패가 제네릭 약가재평가 포기로 이어졌다.'아세틸-L-카르니틴'이 대표적이다. 한미약품 카니틸정500mg은 기존 604원인 약가가 444원으로 26.5% 인하됐다. 한미약품이 생동성시험 수행은 물론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결과로 풀이된다.아세틸L카르니틴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별도 지시로 진행된 임상재평가에서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하는 데 실패, 작년 9월 이후 시장에서 퇴출됐다. 실제 카니틸정은 작년 3분기까지 116억원의 처방실적을 냈으나, 4분기부터는 실적이 집계되지 않는다.한미약품 카니틸정 외에도 삼익제약 엘카린정, 명문제약 뉴카틴정, 알보젠코리아 뉴렌정, 넥스팜코리아 카르틸정, 경동제약 뉴로세틸정 등의 약가가 27% 이상 인하됐다. 모두 약가유지를 위한 기준요건 2개를 충족하지 못했다.2023-09-13 06:20:40김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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