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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구의 특톡] 끝난줄 알았지만...가브스 분쟁의 불씨
    기사입력 : 21.11.02 06: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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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친추가
    1심 결과 따라 오리지널사 특허기간 연장 악용 가능성

    대법원 각하 판결 후 특허심판원서 분쟁 재개 예고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가브스(성분명 빌다글립틴)' 특허 분쟁이 대법원 판결을 받았지만 아직 불씨가 완전히 꺼지진 않은 모양새다.

    이번 사건 자체가 특허심판원에서 다시 다뤄지는 데다, 경우에 따라 향후 해외에서 허가와 무관하게 진행된 후속임상이 오리지널 의약품의 물질특허 존속기간을 늘리는 데 악용될 여지가 남기 때문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특허심판원서 분쟁 재개


    대법원은 지난달 28일 노바티스와 안국약품·한미약품간 가브스 특허분쟁에서 원고 각하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 판단의 요지는 '노바티스에 상고 이익이 없다'는 것이다.

    2심에서 노바티스가 승소하면서 목적한 바를 이뤘으므로 애초에 상고할 필요도 없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설령 노바티스가 2심 판결에 불만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법원에서 이를 따지는 것은 절차상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사건은 특허심판원에서 다시 다뤄질 예정이다. 제약업계에선 내년 초 심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심결이 나오면 비로소 가브스 특허분쟁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바티스, 물질특허 2년 연장…안국 187일 무효 주장

    대법원 판결만 놓고 보면 표면적으로는 제네릭사의 승리다. 2심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한 노바티스의 주장을 물리친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핵심은 따로 있다. 향후 특허심판원 심결에 따라 오리지널사가 물질특허 존속기간 연장을 위해 해외에서 진행된 후속임상을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국내 제약사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4년 넘게 이어진 이번 분쟁에서 쟁점은 의약품 물질특허의 '연장된 존속기간' 중 얼마를 무효로 볼 것인지였다.

    통상 특허권은 출원일로부터 20년간 보호된다. 의약품은 여기에 일부가 추가된다. 특허를 출원해도 곧바로 제품을 발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임상시험에 걸린 시간, 규제기관이 허가 심사를 하는 데 걸린 시간이 더해진다. 이 기간을 얼마나 인정받느냐에 따라 특허기간은 21년이 될 수도, 22년이 될 수도 있다.

    실제 노바티스는 가브스 물질특허를 2년 2개월 23일(813일)을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당초 2019년 12월 9일이던 물질특허 만료일이 2022년 3월 4일로 미뤄졌다.

    ◆1·2심 가브스 해외임상 '132일' 두고 엇갈린 판단

    안국약품은 이 가운데 187일을 무효로 주장했다.

    한국인 가교임상 종료 후 원료의약품 신고서 제출까지의 '132일', 그리고 식약처로부터 자료보완 지시를 받은 뒤 해당 자료를 제출하기까지의 '55일'은 노바티스가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1심은 안국약품의 손을 들어줬다. 187일 전부를 무효로 봤다. 물질특허 만료일이 2021년 8월 30일로 당겨졌다.

    2심에선 노바티스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187일 가운데 55일만 무효라고 판단했다. 만료일은 2022년 1월 9일이 됐다.

    1·2심의 판단이 엇갈린 부분은 132일이다. 노바티스는 132일간 해외에서 임상이 진행 중이었으므로, 이를 특허 기간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을 1심은 받아들이지 않은 반면, 2심은 받아들였다. 1심에선 노바티스가 해외에서 진행했다는 임상이 국내 허가와는 무관하다고 판단한 반면, 2심에선 해당 임상이 국내 허가를 위해 필요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리지널사도 제네릭사도 '실익' 없는 추가 분쟁

    노바티스는 2심에서 132일을 인정받았음에도 만족하지 않았다. 남은 55일도 무효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건을 특허심판원으로 돌려보냈다.


    현재로선 특허심판원에서 양 측이 얼마나 첨예하게 다툼을 이어갈지에 대해 물음표가 붙는 상황이다. 오리지널사도 제네릭사도 다툼을 추가로 진행해서 얻을 실익이 적기 때문이다.

    노바티스 입장에선 소송을 통해 후발의약품 진입을 늦춘다는 전략을 펼치기가 애매한 상황이다. 특허심판원에 사건이 다시 배정되고 분쟁이 재개되는 동안 물질특허가 만료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노바티스가 분쟁 승리를 통해 특허침해를 인정받고 제네릭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도 제네릭사의 특허침해 기간이 두 달가량에 그치기 때문에 실익이 크지 않다. 손배소로 얻는 이익보다 소송비용 지출이 더 클 수 있다.

    제네릭사 입장에서도 후발의약품 출시를 두 달가량 앞당기는 데 성공하며 목적을 이룬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분쟁을 이어갈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오리지널사 물질특허 존속기간 연장 '악용' 가능성

    문제는 특허심판원이 상급심인 특허법원의 기존 판결을 따를 경우다. 양 측이 적극적인 분쟁을 이어가지 않는다면, 특허심판원은 상급심인 특허법원의 기존 판결을 따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이렇게 분쟁이 종료되면 노바티스의 '해외 후속임상 132일' 주장도 인정된다. 이를 두고 국내 제약업계에선 향후 오리지널사가 물질특허 연장 신청을 할 때 그 근거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물질특허 존속기간을 연장해줄 때 해외에서 진행한 후속임상 기간을 인정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한국인이 포함된 글로벌 임상이나 한국인 가교임상과는 달리 해외에서만 진행된 후속임상은 국내 허가와는 무관하다는 게 특허청과 식약처의 판단이었다.

    특허법에선 특허 존속기간을 최대 5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만약 해외 후속임상이 특허 존속기간에 포함될 경우, 오리지널사가 이를 악용해 최장 기간인 5년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존의 물질특허 기간이 '20+2년' 내외였다면, 향후 '20+5년' 내외로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특허심판원이 기존의 특허법원 판결을 받아들일 경우 노바티스의 해외임상 132일 주장까지 인정하게 되는 셈"이라며 "앞으로 오리지널사가 물질특허 존속기간 연장을 신청할 때 일종의 판례처럼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노바티스도 안국약품·한미약품도 특허심판원에서 치열한 다툼을 이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둘 다 실익이 적기 때문"이라며 "양 측의 분쟁 의지가 적기 때문에 오히려 해외 후속임상이 향후 인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구 기자(kjg@dailyphar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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