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30 07:16:17 기준
  • AI
  • 수출
  • 청구
  • #정책
  • 임상
  • #HT
  • GC
  • 약가인하
  • #치료제
  • 염증

치료보다 회계기준이 우선인가…속타는 국립결핵병원

  • 최은택
  • 2015-10-27 06:14:54
  • 입원환자 약국서 약 구입해 사용…내년 예산도 태부족

국립결핵병원이 입원환자에게 필요한 의약품을 직접 구매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1년 단위로 예산범위 내에서 의약품 구매비용을 집행하도록 제한한 회계기준 때문이다.

이로 인해 불가피하게 입원환자들이 원외처방전을 발급받아 약국에서 약을 사다가 복용하는 촌극도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내년도 예산안에 배정된 신약 구입비용이 태부족해 같은 상황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26일 복지부 산하 국립결핵병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건은 다제내성결핵 치료제인 서튜러(베다퀼린푸마르산염)가 지난 5월 급여목록에 등재돼 출시되면서부터 발생했다.

병용약제인 서튜러는 다제내성 결핵치료 약물로는 44년만 나온 신약이다. 그러나 국내 다제내성결핵환자의 23%, 광범위내성결핵환자의 36%를 치료하는 대표적인 결핵전문병원인 국립마산병원과 국립목표병원은 정작 이 신약을 구매할 수 없었다.

올해 예산에 서튜러 구입비용이 반영돼 있지 않아 돈을 집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책임운영기관인 이들 병원은 이런 경우 다음연도 예산에 반영되면 집행 가능하도록 경직된 운영체제를 갖고 있다.

국립마산병원 관계자는 "회계 절차상의 애로점으로 인해 입원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치료제를 적기에 쓰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론했다.

복지부도 원칙론을 내세워 예비비 사용을 승인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이들 병원이 불가피하게 선택한 방법은 원외처방이었다. 입원환자에게 원외처방전을 발급해 주고 약국에서 약을 구매해 복용하도록 한 것이다.

병원 측은 환자가 직접 약국에 가면 전염 위험이 있기 때문에 원외처방전을 발급하고 약 구매도 대행해 주고 있는 데, 이는 입원환자에게는 원칙적으로 원내처방만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는 현 건강보험제도에 어긋난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회계상의 불가피한 사유를 인정해 원외처방 약제비를 삭감하지 않도록 심사평가원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명확히 정리된 것은 아니다.

병원 관계자는 "현재는 원외에서 약을 구입해 쓰고는 있는 데 삭감여부는 복지부가 해석해 최종 판단한다. 삭감해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도 결핵치료를 잘하는 병원으로 손꼽히는 국립결핵병원이 경직된 회계기준 때문에 신약을 적기에 못쓰는 이런 사태는 말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립마산병원, 국립목포병원 등과 함께 국내 3대 결핵치료 공공병원인 서울 서북병원도 초기에 같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서울시가 신속히 조치해 현재는 원내투약이 이뤄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내년에도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산하병원이 예산안을 신청하는 시점의 환자 수를 기준으로 서튜러 구입비용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했다. 당시 마산병원과 목포병원에서 서튜러가 필요한 입원환자는 각각 15명과 10명이었는데, 여기에 맞춰 각각 4억4500만원과 2억9700만원을 배정한 것이다.

하지만 10월 현재 기준 서튜러가 필요한 마산병원 환자 수는 벌써 30명을 넘어섰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예산규모로는 환자 절반도 치료할 수 없는 수준이 된 것이다. 마산병원 관계자는 "최소 30명이 투약할 수 있는 금액은 확보돼야 내년에 서튜러나 델티바(델라마니드)를 안정적으로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델티바는 서튜러의 경쟁약물로 이달 1일 약제급여목록에 등재됐다.

이와 관련 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 의원실은 최근 서면질의를 통해 회계기준으로 인해 국립병원이 신약 구매에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책임운영기관도 국가재정법과 계약·회계 관계 규정을 적용받고 있다"며 "기획재정부, 행정자치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책임운영기관의 예산·회계 자율성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결핵을 박멸한다는 구호를 내걸고 결핵퇴치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복지부가 예비비 승인 등을 통해 산하 결핵병원의 치료제 구입 문제를 신속히 해결해 주지 않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외부의 일관된 시각이다.

병원 관계자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재부가 신약 구입비용을 수입대체경비로 편성하도록 허용해주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좀 더 자유롭게 예산을 활용할 수 있게 되고 이런 일도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소속기관의 내년도 예산안 세부심사를 진행한다. 예산소위가 국립결핵병원이 결핵환자를 안정적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예산액을 증액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