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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더 센' 상법 대비하나…제약, 자사주 활용 자금조달 활발

  • 차지현
  • 2025-10-11 06:20:00
  • 보로노이·종근당·대화·대원 등 자사주 담보 EB 발행
  • EB, 지분 희석 없는 조달 수단…"주주환원 취지 훼손" 지적도

[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제약바이오 기업이 자기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교환사채(EB)를 잇따라 발행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신사업 투자와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EB 발행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주주 사이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미리 자사주를 유동화해 제도 시행을 회피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로노이는 지난 2일 360억원 규모 4회차 무기명식 무이권부 무보증 사모 EB 발행을 결정했다. 이번에 발행하는 EB는 보로노이 자사주 20만주를 교환 대상으로 한다. 이는 발행주식총수의 1.09%에 해당한다.

보로노이는 이번 EB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연구개발(R&D)와 운영 자금에 활용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EGFR C797S 돌연변이 표적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VRN11'과 HER2 양성 표적 항암제 후보물질 'VRN10' 등 주요 파이프라인 임상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종근당이 611억원 규모 3회차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EB 발행을 의결했다. 해당 EB는 종근당이 보유한 자사주 62만6712주(발행주식총수의 4.54%)를 교환 대상으로 한다. 교환가액은 1주당 9만7500원으로 산정했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모두 0%로 교환청구기간은 오는 11월 14일부터 2030년 9월 14일까지다.

종근당은 EB로 확보한 자금을 시흥 배곧 바이오 복합연구개발단지 조성 사업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종근당과 시흥시는 지난 6월 2조2000억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시흥시 경기경제자유구역 배곧지구에 종근당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 단지를 조성하는 게 골자다.

이는 종근당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투자이자, 경기도 내 단일기업 기준 유례없는 바이오 분야 투자다. 종근당은 7만9791㎡(약 2만4000평)에 이르는 배곧지구 연구3-1용지에 최첨단 바이오의약품 복합 연구 개발 단지를 조성한다. 단지에는 바이오의약품 연구 시설과 연구 지원 센터, 연구개발 실증 시설 등이 들어설 전망이다.

HLB바이오스텝, 대화제약, 대원제약 등도 지난달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EB 발행 결정을 공시했다. HLB바이오스템은 19억원 규모(발행주식총수의 1.50%), 대화제약은 61억원 규모(2.07%), 대원제약은 159억원 규모(4.43%)로 자사주를 기초자산으로 한 EB를 발행한다. 이외에도 수젠텍(126억원), 삼천당제약(295억원), 펩트론(242억원) 등이 올해 하반기 들어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EB 발행에 나섰다.

(자료: 금융감독원)
EB는 만기 전후로 채권자가 일정 조건에 따라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전환사채(CB)가 새로운 주식을 발행해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구조라면 EB는 보유 중인 주식을 교환 대상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EB는 신주가 발행되지 않아 기존 주주 지분이 희석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가 안정성과 자본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자금조달 수단으로 평가된다.

다만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자사주 기반 EB 발행이 급증하면서 주주 사이에서는 3차 상법 개정안 논의가 본격화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자사주를 EB 형태로 유동화해 제도 적용을 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회는 지난 8월 여당 주도로 이른바 2차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을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을 포함한 3차 상법 개정안을 연내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자사주 소각(消却)은 말 그대로 주식을 지워 없애버리는 것으로, 자사주를 소각하면 해당 주식은 완전히 소멸된다. 이에 따라 유통 주식 수가 줄고 주당순이익이 높아져 남아 있는 주주의 지분가치는 상대적으로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2011년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처분이 이사회 자율에 맡겨지면서, 기업들은 자사주를 경영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운용해왔다. 그러나 자사주가 대주주 지배력 유지 수단 등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자사주 활용 방식에 대한 제도 개선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은 취득한 자사주를 일정 기간 내 의무적으로 소각해야 하며 이를 장기간 보유하거나 재활용하는 행위가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반면 EB로 전환된 자사주는 회계상 '교환예정 주식'으로 분류돼 소각 의무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법 시행 전 자사주를 EB로 전환하는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주들은 자사주가 본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수단인 만큼, 소각을 통해 모든 주주가 균등하게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기업이 자사주를 EB나 보상, 매각 등 특정 목적에 활용할 경우 주주환원 효과가 제한되고 특정 이해관계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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