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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기준 벗어난 약제 과잉처방은 민법상 불법"

  • 최은택·김정주
  • 2013-03-29 06:35:00
  • 대법 "공보험 체계·질서 손상"…본인부담 환수대상 제외될 듯

[이슈해설] 건보공단-서울대병원 과잉약값 환수소송

건강보험공단과 병의원 간 12년 전쟁이 건강보험공단의 완승으로 일단락됐다. 이른바 과잉약값 환수소송의 결과다.

건강보험공단은 이번 판결로 요양급여 기준을 벗어난 의약품 과잉처방에 대한 환수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대법원이 본인부담금까지 환수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해 건강보험공단이 실제 부담한 급여비로 환수대상이 제한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환수금액 중 본인부담금만큼의 액수는 돌려줘야 한다.

◆12년 전쟁의 끝은?= 건강보험공단은 의약분업 직후인 2002년부터 과잉 원외처방 약제비를 처방기관으로부터 징수해왔다.

'부적절한 처방'은 "병의원이 정당한 이유없이 강행규정인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해 처방전을 발행함으로써 보험자에게 불필요한 약제비를 부담하게 해 손해를 입히는 행위"라고 건강보험공단은 정의했다.

환수금액은 2011년 연말기준 2366억원에 달했다. 연평균 약 200억원을 과잉처방이라는 이유로 처방기관으로부터 징수해온 것이다.

'1차 대전'에서는 건강보험공단이 완패했다. 건강보험법과 복지부 유권해석을 근거로 약제비를 환수했다가 2005년 소송에서 패소한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약제비는 약국에 지급하고 경제적 이익을 챙기지 않은 처방기관으로부터 급여비를 환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는데, 건강보험법에 관련 환수근거가 없었던 탓이었다.

하지만 건강보험공단은 물러서지 않았다. 환수근거를 담은 건강보험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근거법률을 민법으로 바꿔 환수업무를 계속 진행했다.

민법 750조에 규정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이 새로 적용된 법논리였다.

자신감을 얻은 의료계도 소송을 계속 제기했다. 지난해 1월 기준 원외처방 약제비 소송은 총 73건이었고, 소송가액만 300억원이 넘었다. 그리고 28일 첫 번째 상고심 판결이 선고됐다.

주문은 '원심 파기 환송'이었다. 원심은 최선의 진료를 위한 적정진료 행위로 5건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서울대병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구만 놓고보면 원고인 서울대병원의 승소로 읽힐 수 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상고심의 판단= 대법원의 판결은 이렇다. 먼저 요양급여 기준을 벗어난 원외처방은 요양급여 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다.

따라서 요양기관은 이를 요양급여 대상으로 삼아 처방전을 발급해서는 안된다. 급여기준을 위반한 약제처방은 원칙적으로 위법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비록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의무를 다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국민건강보험 체계나 질서에 손상을 가하는 행위이므로 민법상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원심을 파기한 것은 이 같은 법리에 반해 5건의 원외처방을 정당한 행위로 인정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본인부담금 환수는 위법?= 재판부는 또 손해 범위(환수범위)에 대해서는 문제를 지적했다.

건강보험공단이 병의원의 처방전대로 약국에 지급한 약제비 이외에 환자가 부담한 본인일부부담금을 포함시켰고, 손해배상책임 감경사유에 대한 심리와 판단을 누락한 것은 손해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손해배상제도상의 책임감경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위법하다고 대법원은 판시했다.

원심에서 이 부분을 다시 판단하라는 것인데, 다른 약제비 소송에서 건강보험공단이 본인부담금 환수부분에 대해 줄곧 패소했던 점을 감안하면 파기환송심의 결과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럴 경우 건강보험공단은 서울대병원의 과잉처방 약값 환수액 40억원의 30%인 12억원 가량을 돌려줄 수 밖에 없다.

법리적으로는 건강보험공단이 완승한 게 맞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일부 패소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당사자들의 반응= 건강보험공단은 환영했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건보제도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바탕이 된 상식과 순리에 부합하는 판결"이라고 반겼다.

그는 그러나 "임의비급여 판결처럼 요양급여기준의 법규성을 흐트러뜨리는 내용이 일부 포함된 점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반면 서울대병원은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병원 관계자는 "판결문을 아직 보지 못했다. 판결문을 보고 추후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병원협회 관계자도 "대법원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건강보험공단이) 약국에도 (급여비) 지급을 보류하는 게 옳다"면서 "처방의사 뿐 아니라 약국도 모니터링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건보공단의 완전한 승리다. 하지만 판례에 의존하기보다는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건강보험법에 환수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법은 16~18대 국회에서 입법안이 제출됐지만, 매번 국회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돼 왔다.

특히 18대 국회 때는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까지 통과됐지만 전체회의에서 처리해 주지 않아 또 다시 사장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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