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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C하고 싶은데 사전 GMP·밸리데이션은 장벽"

  • 어윤호
  • 2012-02-08 06:44:58
  • 제약사도 성공 자신못해 주춤주춤...정부·업계 공동 노력 필요

"OTC 개발, 물론 하고 싶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OTC 허가 받기가 쉽지 않아요."

약가인하 등 시장변화 요인으로 제약사들의 사업다각화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그 중 제약사가 '본업'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제1의 옵션은 단연 OTC(일반의약품)다.

제약사 중에는 적극적으로 OTC 사업부를 신설, 개발에 나선 곳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제약사는 OTC 시장 진출에 발을 내딛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주요 요인은 바로 국내 'OTC 허가 장벽'이다.

연도별 의약품 허가 현황(단위:년도, 건)
◆'사전 GMP와 밸리데이션 의무화'의 위력=국내 OTC 허가 현황을 살펴보면 2009년이 전환점이었다.

식약청은 2009년 7월 품목별 사전 GMP 평가제 및 밸리데이션을 OTC에 확대 적용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사들은 OTC 개발 때 자료, 밸리데이션 등을 준비하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에 부담을 갖게 됐고 이후 허가 건수는 급격히 감소했다.

2009년 2001건 이었던 OTC 허가 건수는 2010년 344건, 2011년 349건을 기록했다. 2009년 하반기 OTC 허가 건수가 급증했음을 볼 수 있는데, 이는 GMP 의무화 직전인 2009년 7월 OTC 허가신청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삼아제약의 노마골드츄정
사전 GMP제 도입은 기존 OTC 보유 제약사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쳤다.

삼아제약의 경우 본래 OTC로 분류돼 있던 종합비타민제 '노마골드' '노마츄정' 등 제품을 이후 건강기능식품으로 허가 받아 판매하고 있다.

노마 시리즈와 같이 복합 비타민제의 경우 성분이 많아 자료를 작성하는 데 4~5개월 가량 더 소요되며 GMP 기준을 만족시키는 설비를 구축하는데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삼아제약 관계자는 "여러 요소를 고려해 노마골드 등 제품을 건강기능식품으로 허가 받았다"며 "아무래도 비용 면에서 OTC 유지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이뤄진 롯데제과 롯데제약 흡수 합병 역시 사전 GMP 의무화 영향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롯데는 2002년 아이와이피엔에프를 인수, 롯데제약을 출범시키며 제약시장에 진입했으나 높은 진입장벽과 사업 집중화 등을 이유로 10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합병 당시 롯데제약은 해산됐으며 롯데제과의 건강기능식품 사업 부문으로 흡수됐다.

롯데제약은 GMP 의무화가 시행된 2009년부터 일반약 제조 면허를 휴업상태로 둬 사실상 의약품 사업을 접었다.

롯데 관계자는 "건기식 분야의 사업확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일반의약품 분야를 포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표준제조기준 성분'…건기식은 되고 OTC는 안 되고=OTC 허가에서 또 하나 골칫거리는 '성분' 관련 규정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외국에서 OTC로 오랫동안 사용됐거나 국내에서 식품 등에 사용된 경험이 풍부한 경우에도 국내에서 의약품으로 허가된 적이 없는 성분은 '표준제조기준'에 해당되지 않아 신약 수준의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표준제조기준'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된 OTC 및 의약외품에 대해 처방을 표준화해 이에 해당하는 제품은 간단한 신고만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일종의 매뉴얼을 말한다.

그러나 기준에 제외되는 종합 비타민제 성분의 경우 OTC임에도 새로운 처방인 경우 전문의약품과 동일한 자료가 필요하다.

비타민제에 많이 쓰이는 코큐텐 성분을 10mg 이상 함유한 의약품의 허가를 받으려면 제약사는 임상시험 데이터와 같은 안전성·유효성 자료를 구비해야 한다.

이 기준대로라면 코큐텐 10mg 이상을 함유한 의약품은 아직까지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건기식은 코큐텐 90~100mg를 함유한 제품의 허가를 허용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간단한 임상자료 및 해외에서 사용한 근거를 토대로 허가를 받는다.

의약품에서는 인정하지 않지만, 건기식에서는 코큐텐 100mg 이상을 함유한 제품에 대한 안전성·유효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례는 또 있다. 백내장 등을 치료하는데 보조요법으로 사용되는 루테인은 건기식에는 10~20mg을 함유할 수 있다.

하지만 루테인이 의약품에 사용된 적은 없다. 따라서 루테인 성분을 의약품에 사용하려면 신약과 버금가는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한 외자사 관계자는 "사용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신약으로 적용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이미 국내 건기식에서 널리 사용되거나 외국 사용례가 있는 성분에 대한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아제약 관계자도 "표준제조기준이 1990년 제정 이후 새로운 성분 추가, 용량 조절 등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제약사가 변경 또는 성분추가를 요청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식약청 "OTC 허가장벽 낮출 것"=업계의 요구가 반영된 것일까. 식약청 역시 OTC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제도적 지원책 마련에 열중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식약청은 OTC에 사용할 수 있는 성분을 대폭 확대하는 등 '의약품등 표준제조기준'을 일부 개정했다. 고시 개정의 주요내용을 보면 제산제인 인산알루미늄겔, 건위제인 석창포(한약처방) 등 총 59개 성분을 표준제조기준 배합가능 유효성분으로 대폭 추가하여 허가절차 간소화 대상을 확대했다. 최근 수집된 안전성·유효성 정보에 따라 용법·용량, 사용상의 주의사항을 조정 및 미네랄인 망간의 1일 최대분량을 30mg에서 10mg으로 축소했다.

또 지난해 제약업계와 TF를 구성해 OTC 특성을 고려한 품목허가·신고·심사규정 운영지침이 마련되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식약청은 신약 중 일반의약품 분류 대상 여부에 대한 사전 심사를 하고,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 신약의 가교자료 제출을 면제키로 했다. 아울러 '사전검토제' 또는 'R&D상담' 등을 통해 심사 때 의약품 분류에 따른 자료제출 범위 및 적합성에 대해 사전 상담하고 민원인과 심사자간 혼선을 최소화한다는 복안이다.

'의약품의 품목허가 신고 심사 규정'에 외국임상자료 등의 평가방법 중 가교자료 제출 면제 기준에 대해서도 '외국 의약품집에 수재돼 있거나 이들 국가에서 OTC로 판매되고 있음이 해당 국가에서 발급한 제조·판매증서로 확인되는 품목 등으로 명확히 했다. 또 외국의약품집, 일반의약품처방 표준제조기준 등에 수재된 OTC는 안전성·유효성 정보가 충분히 확인·보증됐다고 판단, 신약이라도 가교자료를 면제토록 할 방침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OTC는 전문약에 비해 쉽게 복용할 수 있는 의약품인데 같은 잣대로 심사한다는 건 맞지 않다고 청도 판단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불필요한 절차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제약사 허가 담당자들의 솔직한 심경

#sb"OTC 허가 장벽, 제약사 노력에 달렸다"#eb

"사실 OTC에 관해서라면 식약청도 노력을 하고 있다. 다만 업계도 청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하기에 답답한 상황이다."

국내 다수 제약사 허가업무 담당자들의 공통된 고백이다.

현재 OTC 활성화는 정부 역시 다양한 제도개선책을 내놓고 있으며 현재도 노력중이다. 하지만 '의약품 허가'라는 측면에서 제도완화의 한계점이 존재한다.

반면 규모나 재력면에서 타 국가에 비해 떨어지는 국내 제약사들이 성공 여부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OTC에 비용을 투자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실제 OTC 허가를 가로막는 주요 요소들을 살펴보면 식약청의 노력도, 제약사의 애로사항도 확연히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특정한 제조·공정이 예정된 품질과 규격에 맞는 제품을 일관되게 생산한다는 것을 검증하는 밸리데이션의 경우 최소 10만로트 씩 3회 공장을 돌려야 한다.

여기서 제약사들의 불만은 기본 로트 수가 너무 많다는 것인데, 식약청은 이미 생산량이 워낙 적다거나 단가가 쎈 의약품은 근거자료를 제출하면 생산량을 줄여주고 있다.

그러나 제약사 입장에선 여전히 어렵다. 급여를 받는 ETC는 제품을 출시할 때 해당 약의 시장규모, 제네릭 규모 등에 대한 파악이 가능하고 약가도 정해져 있지만 OTC는 시장규모 파악도 어렵고 약가도 회사가 정해야 한다.

즉 대략 얼마의 약가로 출시해 얼마나 팔릴지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조 로트 수를 정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OTC 허가에 필요한 자료 면제 범위 역시 마찬가지다.

식약청은 규제 개선 TF를 통해 업계와 논의하고 미국, 일본, 프랑스, 영국, 스위스, 이탈리아, 캐나다 등 8개 국가의 의약품집에 제조판매 증명서가 있을 경우 안전성·유효성 심사자료료를 면제해 주고 있다.

신약은 해당 국가 의약품집에 수재돼 있다면 가교시험 자료를 면제해 준다.

하지만 이 역시 제약사 입장에서 보면 기준이 되는 국가 수가 적다.

한 제약사 허가담당자는 "밸리데이션은 품질에 대한 신뢰 차원에서도 꼭 필요하다. 무작정 떼를 쓸 일이 아니다"라며 "자료면제 기준 국가 역시 마찬가지다. 업계는 호주가 포함되길 바라지만 필요성을 검증할 자료는 없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OTC 허가 측면에서만 보자면 정부는 할 만큼 하고 있다"며 "제약사 각자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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