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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발됐던 20% 일괄인하, 5년만에 50%로 부활?"

  • 최은택
  • 2011-07-13 06:50:00
  • 제도개선안 비판론 확산…효과 평가없이 '몰아치기'만

전문가들조차 냉소적인 '백화점식' 약제비 정책

정부는 2006년 약제비 적정화 방안 시행직전 제약업계와 중요한 거래를 시도했다. 보험의약품 가격을 20% 일괄 인하하자는 내용이었다.

거래가 성사될리 만무했다. 정부는 다른 길을 택했다. 기등재약 목록정비 사업이 그것. 그리고 약제비 적정화 방안 발표 5년이 지난 2011년 7월, 복지부는 더 강력한 50%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5.3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정책목표였던 약품비 비중 24% 축소에 실패한데다가, 건강보험 재정파탄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특단의 약제비 통제정책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참조가격제와 목표약품비환수제까지 도입된다면 전문가들조차 냉소적으로 평가하는 '백화점식' 약제비 관리제도가 사실상 완결된다.

예측가능한 정부 추계로도 약가인하 1조1천억원

◆보험약 중복인하 장치들=약제비 적정화 방안 시행과 함께 기등재약 목록정비 사업(신속정비 사업), 사용량 약가인하 연동제, 특허의약품 약가인하 등이 새로 도입됐다.

이어 2009년에는 리베이트 약가인하 연동제, 2010년에는 시장형실거래제도가 추가 됐다.

이런 약가통제 장치는 그동안 어떤 위력을 행사해 왔을까?

특허만료의약품 약가인하 2387억원, 사용량 약가 연동제 13억원, 기등재약 목록정비 474억원 등 2007년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가 추계한 4년동안의 약가인하 효과만 봐도 연간 2874억원 규모에 달한다.

2014년 기등재약 목록정비(9104억원)가 완료되면 가격인하 효과는 1조1504억원으로 확대된다.

리베이트 약가인하-시장형실거래가 효과 예측불허

다음달 중 첫 사례가 발표될 리베이트 약가인하 연동제는 현행 제도 중 제약업계가 우려하는 최대 복병이다. 인하폭은 최대 20%, 재적발시 52%로 파괴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 첫 인하대상에 국내 상위제약사의 수백억대 블록버스터 약물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년 7월 약가인하가 처음 적용될 시장형실거래가제의 영향력 또한 예측불허다. 기계적인 셈법이지만 이 같은 사후관리 장치에 의한 기대수익 축소규모는 연간 2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제약업계의 관측이다.

지난해 건강보험 약품비가 13조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제약산업 평균 이익률을 상회하는 15%의 수익이 사라지는 셈이다.

정부의 약품비 통제정책은 외래처방 인센티브,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 급여기준 일반원칙 제정 등 처방관리 장치에다가, 중복투약을 사전점검하는 DUR(처방조제지원시스템) 확대시행으로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제약업계 입장에서는 이런 제도들의 효과만으로도 수년 후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특허만료약 기대수익 1조원 이상 더 사라진다"

◆약가제도 개선안에 대한 우려=이런 가운데 복지부가 이달 중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할 새 약가산정 기준 개선방안은 제약사들을 '코마' 상태로 내몰았다. 약가인하는 '노이로제'가 된 지 오래지만 앞으로는 생존자체를 위협받게 됐다고 아우성이다.

실제 제약업계는 특허만료신약의 가격을 추가 인하하는 것만으로도 연간 약 1조1천억원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기대매출 손실은 R&D 위축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통상 연구개발비 투자비율이 매출액의 6~17%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추가 약가인하만으로 연간 약 1500억원의 투자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는 국내 제약산업의 연평균 R&D 투자액의 60%와 맞먹는 액수다.

제약계 한 전문가는 "5.3조치 이후 도입된 제도들이 건강보험과 제약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 지 정책효과조차 평가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인하 정책에 더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제약산업의 기반을 뿌리채 흔들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약제비 정책효과 평가는 커녕 부작용도 방치"

정책효과는 커녕 부작용조차 방치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제약업계가 한목소리로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시장형실거래가제를 겨냥한 비판이다.

이 제도는 초기 5개월치 청구데이터를 통해 인센티브 지급액의 95% 이상이 대형병원에 집중되는 데다가, 요양기관 전체의 저가구매를 유인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일부 주사제의 경우 의료기관의 저가 공급요구에 매출이 반토막나면서 이익률 감소는 물론이고 생산포기까지 고민해야 할 처지에 놓여졌다.

더욱이 이런 피해가 R&D 투자에 관심이 많은 상위 제약사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연구개발을 위한 '종자돈'까지 훼손되고 있다고 제약계 한 관계자는 주장했다.

환자 입장에서는 신약의 접근성 하락 또한 심각하게 제기되는 우려 중 하나다.

올해 3월까지 시장형실거래가 적용을 받은 요양기관 현황.
신약 등재가 추가 인하, 의약품 접근성 하락 우려

제약업계 자체분석 결과를 보면, 2007년 이후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한 98개 신규성분 의약품 10개 중 8개 이상이 대체가능약제의 가중평균가로 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에 넘겨졌다.

후향적으로 분석하면 약가협상 타결약제의 가격은 가중평균가보다도 평균 20% 가량 더 떨어진다.

따라서 기등재의약품의 가격을 추가 인하할 경우 대체가능약제의 가중평균가는 더 낮아질 게 뻔하고, 약가협상 과정에서 현재의 인하폭이 유지된다면 신약 등재는 요원해질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제약계 한 약가담당 전문가는 “복지부가 신약에 대해서는 별도 고려하겠다고 말은 하고 있지만 진정성이 의심된다. 신약 가격이 결정되는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으면 신약이 들어오는 길이 막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책효과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도, 부작용에 대한 검토도 없이 앞으로만 내달리는 약가인하 '폭주기관차'에 제약산업과 의약품 접근권의 미래가 풍전등화로 내몰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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