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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 특례로 왔다가 붙박이 됐어요"

  • 조광연
  • 2011-03-16 06:49:50
  • 한미약품 이관순 사장 "과거를 버릴 때 새 길도 보여"

만약 입사이래 줄곧 연구 개발에만 매진해 온 당신에게 어느 날 갑자기 마케팅과 영업 등 회사 전반을 아울러야 하는 총괄 사장이라는 직책이 맡겨진다면…. 작년 11월30일, 한미약품 이관순 R&D본부 사장(51)은 그날 이사회를 통해 그렇게 총괄 사장 자리에 올랐다. 26년째 연구만 해온 터라 어쩌면 그의 혈관에는 실험용 시약이 흐를지도 모른다.

"한동안 텔레비전 뉴스를 보다 스르르 잠드는게 일상이었어요. 끝까지 다 본 적도 없구요. 전전반측했는데 그래도 새벽 4시나 5시면 눈이 저절로 떠졌습니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 내부 망을 통해 올라온 보고 내용을 살펴보고, 생각을 정리한 후 출근했지요. 예전에는 밤 11시까지 운동하고 귀가한 후에도 끄덕없었는데 요즘엔 살짝 피곤한 게 사실이죠. 하하하."

6척 장신에 짙은 눈썹을 가져 감기 한번 걸리지 않았을 것처럼 강골로 보이는 그도 총괄사장이라는 자리의 중압감이 힘에 부쳤던 것일까. "적응기라고 생각할 뿐이에요. 제가 원래 어려운 문제 앞에 놓이더라도 스트레스를 받아 위축되거나 하는 성격은 아니거든요. 알든 모르든 눈 앞에 문제가 있으면 헤쳐나가야 하는 자리에 제가 서 있습니다. 냉정하고 침착하게 새 길을 찾아야 한다고 되새기고 있습니다."

"임원회의에 참석해서도 영업이야기가 나오면 그런가 했었다"는 이 사장은 요즘 눈과 귀를 활짝 열어놓고 ‘비전공 분야’를 맹렬히 학습중이다.

"솔직히 영업을 잘 모르는 가운데 새로 바뀐 제도와 상관성을 파악하면서 동시에 전략을 세우는 일이 매우 도전적입니다. 회사 담당자로부터 듣고, 토론하면서 생각을 정리해가고 있습니다. 백지위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인데요, 제가 원래 새로운 일을 무서워하지 않고 부딪혀 보자는 주의라서…. 요즘 재미를 붙여가고 있습니다."

서울대를 나와 한국화학기술원(KAIST)에서 석박사 학위를 한 그는 어떻게 한미약품 과 인연을 맺게 됐을까.

"과학기술원에서 석사학위를 마치고 병역특례 형식으로 한미약품에 입사를 하게 됐어요. 제가 원래 항생제 연구를 했었는데 당시 매출 100억원 규모였던 한미가 3세대 항생제를 연구한다고 해서 조인하게 됐습니다. 연구가 잘되니까 돈도 벌리고 흥미로웠죠. 당시 연구소는 지금에 비해 훨씬 열악한 편이었는데도 발전 가능성이 보이니까 재미있어 지더라구요. 그래서 붙박이가 된겁니다."

그는 한미약품 연구원, 연구소장, 연구센터장, R&D본부 사장을 거치면서 국내(108건)를 비롯해 미국(23건), 유럽(14건), 일본(15건) 등에 특허를 등록했으며 국내 제약산업계에 큰 방향타를 제시한 아모디핀, 아모잘탄 등 개량신약 부문에서 족적을 남겼다. 항암제 신약개발은 물론 바이오신약의 기반 기술인 랩스커버리 등 한미약품이 보유한 기술에 직간접적으로 깊이 개입돼 있는 영락없는 연구인이다.

-올해 CEO 인터뷰 자료에 나오는 '과거를 버린다'는 문구에 시선이 멈춥니다.

"현재 있는 그 무엇을 당장 버리겠다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의미는 아닙니다. 변화를 이끌기 위해 선택한 극단적인 화두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이를 테면 어느 시점에서 최선이던 방식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있어요. 미래를 위해 새로운 방향을 잡아야 할 때 과거방식에 집착하다보면 새 길을 찾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뜻이죠. 과거 한미약품이 했던 개량신약 전략은 당시 매우 시의적절하게 잘 한 것이었죠. 특허가 남아있어 제네릭이 나올 수 없는 환경에서 우린 개량신약으로 도전한 것이었고, 그 결과도 좋았으니까요. 그러나 이젠 개량신약만으로 글로벌 시장을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10년 전과 이미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전사적으로 화두를 던진 겁니다."

-'한미약품=개량신약'이라는 등식이 제약업계 안에 각인돼 있는데요.

"다시 말씀드리자면 아모디핀 개발은 당시 시대 상황을 잘 포착했던 것이지만, 그 때도 우리 회사의 긍극적인 목표는 글로벌에서 통하는 신약개발이었습니다. 개량신약은 신약개발을 좀 더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일종의 징검다리였다는 뜻이죠. 그렇다고 해서 이제부터 개량신약은 안한다 이런 뜻은 결코 아닙니다. 개량신약과 신약개발은 다 유기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입니다."

-R&D 본부 사장 때와 총괄사장인 지금, R&D 관점에는 차이가 생겼나요.

"당연히 입장에 차이가 있어요. 총괄사장인 지금은 아무래도 어떻게 하면 시장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지를 우선 주목하게 됩니다. 상업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고 하는 게 맞겠지요."

-쌍벌제, 시장형실거래가제 등 새로운 환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다른 제약회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글로벌 진출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봅니다. R&D든 영업 마케팅이든 큰 변화를 구해야 할 때라고 우리는 인식하고 있습니다."

-글로벌이라는 단어가 제약산업계의 미래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한미의 글로벌 전략은.

"올해 수출 8000만달러 돌파를 목표하고 있습니다. 세파계 원료 수출과 함께 세파계 완제의약품을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 공급하게 됩니다. 또한 트리악손, 타짐, 세포탁심 등을 유럽, 미국 등 의약선진국에 허가 신청할 계획이고요, 개량신약인 아모잘탄, 피도글, 에소메졸, 심바스트CR 등도 수출과 함께 시판허가 국가를 확대할 것입니다."

-한미는 제약산업계에서 연구개발비를 가장 많이 쓰는 곳 중 한곳입니다. 그래서 제약회사들의 연구개발 투자가 미진하다는 지적을 받을때 마다 한미는 그렇지 않다는 증거로 예시되곤 했는데요.

"작년 어려운 가운데서도 900억원 가까운 R&D비를 썼고, 올해도 1000억원 이상 투자해 장기 성장동력 구축을 계속하게 될 겁니다. 개방형 전략으로 유망 신약 파이프라인을 발굴하고, 아모잘탄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복잡제를 공동개발 할 것입니다. 또한 바이오 및 항암신약 파이프라인의 임상단계를 업그레이드 시킬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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