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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보험 정부가 통제…보장률 90% 유지"

  • 허현아
  • 2010-01-22 12:04:06
  • 네덜란드, 운영만 민간형태…공공적 보험원리는 지켜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

국내 한 민간보험회사가 실버세대를 겨냥한 상품을 홍보하며 내세운 이 카피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순재 씨의 인기와 더불어 전국민적인 유행어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유명 연예인과 대대적인 TV 광고를 내세운 겉모습과 달리 가입자의 무지를 이용해 사리를 취하는 #민간보험의 폐해를 국내에서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다.

전국민건강보험이라는 획기적인 제도 기반에도 불구하고 낮은 공보험 보장성으로 민간보험의 역기능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네덜란드는 민간보험 제도를 최대한 공공적으로 운영하는 나라다.

민간보험사를 운영주체로 한 다보험자 체제 하에서 보험사와 개별 병원의 계약을 통해 보장성을 제공하고 있는 네덜란드 제도는 현재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의료시장주의의 쟁점 요소와 흡사한 측면이 있다.

때문에 의료 영리화와 #민영보험 활성화를 주장하는 의료시장주의자들에게 매력적인 모델로 자주 회자돼 왔다.

하지만 네덜란드식 민간의료는 운영주체를 민간회사로 할 뿐, 의료의 공공재적 성격을 최대한 거스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료시장주의가 주창하는 프레임을 근본적으로 비껴가고 있다.

왼쪽부터 2006년 개혁 때 건강보험감시위원회와 건강관리관세위원회가 통합된 의료감독원(Zorgautoriteit)과 네덜란드 보충형민간보험사(TURIEN&CO)
공보험 운영 민간회사가 담당…상품표준화 등 안전장치 의무

네덜란드는 2006년 공보험 운영주체를 민간보험사로 전환하는 신건강보험제도를 도입했다.

2006년 이전 공보험(1000만명), 공직자 건강보험(90만명), 민간건강보험(490만명)을 하나로 묶어 민간보험사에 운영을 맡김으로써 보험사간 경쟁과 운용 효율화를 꾀하는 일대 개혁을 단행한 것이다.

이에따라 네덜란드 국민들은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하고, 민간보험사는 표준 급여에 부가급여를 더한 보험혜택을 제공하도록 했다.

'민간'이라는 말은 태생적으로 '영리'라는 요소를 포함한 것으로 인식되지만, 네덜란드의 민간보험은 정부의 규제가 매우 강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다.

표준화된 상품을 제공하고, 민간보험료 일부를 공보험 재정과 공유하는 조치 등이 그 예시다.

특히 민간이면서도 비영리기관인 네덜란드 보험사들은 표준급여의 범위, 의료서비스의 질, 보건의료 접근성 등 보장성 확보를 위한 필수 요소를 정부로부터 철저히 평가받는다.

제도적으로는 민간보험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영리추구를 허용하고 있지만, 의료의 공공성에 대한 국민 인식도 강해 이윤을 남기는 회사는 가입자 이탈을 감수해야 할 정도다.

2006년 도입한 신건강보험제도 모형도
개혁 이후 보험사 구조조정 활발…병원 서비스 경쟁 촉진도

결국 네덜란드식 민간보험은 민간의 운영체제를 건강보험급여 서비스로 끌어와 의료 서비스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유용한 도구로 사용됐던 셈이다.

2006년 이후 신건강보험의 순기능은 보험사들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효과도 가져왔다.

실제로 개혁 이후 보험사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대적인 통·폐합을 추진했는데, 이를 통해 2008년 35개로 통합된 보험사가 지금은 16개까지 축소됐다고 한다.

또한 보험사는 의료서비스 질과 가입자의 만족도에 따라 개별 병원과 직접 계약하기 때문에 병원들은 보험사와 환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서비스 질을 둘러싼 경쟁환경에 내몰린다.

때문에 보험사는 모든 병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을 깐깐하게 평가하며, 공개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또 한 가지, 네덜란드에서 급여를 둘러싼 보험사와 가입자간 갈등을 찾아보기 어려운 점도 주목할만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초기 가입 때는 최대의 보장성을 부각시키고, 정작 보장 사례가 발생한 때는 어려운 보험약관과 보험사의 이윤추구 성향으로 가입자와 심각한 다툼을 벌이는 사례도 심심치 않다.

일부 소비자는 정보의 부재를 감수하고, 거대 자본의 민간보험사를 상대로 장기간의 법정 소송을 벌이는 힘겨운 싸움을 벌이지만, 국내 민간보험의 지급률은 최대 60%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반면 네덜란드 민간보험의 지급률은 85%에서 최대 90%를 담보하고 있어, 가입자와의 마찰 여지는 현격히 적다고 할 수 있다.

이익이 그리 크지 않을 뿐더러 가입자 확대 유인이 적기 때문에 미디어 광고 또한 미미한 편이다.

건보+장기요양 보험료율 20%…국민 부담 한국의 4배

의료감독원 Henk van Vliet 보험담당 부장(왼쪽)과 보충형민간보험회사(TURIEN&CO) Peter Van Geijtenbeek 사장
민간보험 운영체제를 근간으로 하면서도 보장성에 대한 논란을 상당부분 불식시킨 데는 높은 보험료 부담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한 몫을 했다.

일정 수준의 보험료 인상을 국민들이 부담하고, 정부가 통제수단을 다양하게 구사하기 때문에 민간 형태의 공보험적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네덜란드의 보건의료비는 GDP의 9% 수준이며, 국민 1인당 평균 보험료 지출은 1984유로(337만원, 2007년 기준)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2006년 개혁 이전 네덜란드 공보험의 보험료율은 8%(고용주 6.75%, 근로자 1.25%)였으나, 특별의료비제도를 통해 민간이료보험에서 제공하지 않거나 고가서비스, 고액중증 및 장기요양환자 등에게 제공하는 요양보험 보험료율(12.15%)까지 합하면 20%를 초과한다.

이처럼 높은 건강보험료 부담을 사회가 수용한 결과로 이른바 '사회민간보험(Social-Private Insurance)' 신건강보험 제도 도입이 가능했다는 설명.

이는 현재 건강보험 재정악화로 고질적인 보장성 논란에 휩싸인 우리나라에서도 미래 관점에서 논의해 볼 과제를 던져준다.

건강에 대한 국민의 수요가 높아지고 의료서비스가 심화 발전하는 단계에서 더 나은 보상을 원하는 의료 공급자와 적은 비용으로 더 큰 혜택을 받으려는 가입자간 줄다리기는 국내 의료환경의 해묵은 난제로 굳어졌다.

이 때문에 민간보험과 공보험의 바람직한 역할 설정과 병행해 적정 보험료 수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 소비자 일각에서도 제기되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단, 보험료 추가부담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의료의 공공적 본질을 각 서비스 영역에 효과적으로 구현하는 정부 정책이 전제될 때 가능하다 데 핵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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