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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대체조제 불만" vs 약사 "잦은 처방변경"

  • 박동준
  • 2009-06-02 06:50:49
  • 의-약사, 분업이후 네탓 공방하며 협업은 '뒷전'

의·약사 신뢰를 쌓을 틈도 없이 시작된 의약분업

의약분업 이전 의사와 약사는 직능의 구분없이 처방과 조제를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경쟁관계라기 보다는 별도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었다는 것이 의약분업 이전 시대를 경험한 의·약사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의사와 약사의 역할을 진료와 조제로 명확히 구분한 의약분업의 시행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한다고 판단되는 사례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의약분업 종합평가 연구'를 통해 "의약분업은 의사와 약사 간에 상호 주고받는 형태의 역할 변화를 전제로 하는 것인 만큼 관련 당사자간에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의약분업은 시행을 전제로 놓고 정부의 주도 하에 의·약사 간의 갈등을 봉합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일선 의사와 약사들은 상호 이해도를 높일 틈도 없이 제도 적응에 급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잦은 처방변경, 재고약 원인"↔"반품이 왜 안되나"

의약분업 이후 발생한 약국가의 가장 큰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인 재고약 문제에 대해 약사들은 의사의 잦은 처방변경 때문이라는 불만을 숨기지 않고 있다.

2006년 의약품정책연구소가 약국 1139곳을 대상으로 파악한 재고약 규모
대한약사회가 지난해 전국 약국 998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약국 당 평균 재고금액은 217만원(재고품목수 43.4개)으로 전체 약국 환산 재고약 금액은 434억원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의약분업 이전 자체적으로 재고약을 조절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약국이 의원의 처방패턴에 따라 의약품을 구비하게 되면서 일선 약국가에서는 의료기관의 잦은 처방변경 원인을 리베이트로 보는 시각도 만연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의료계에서는 약사들이 재고약 문제를 안고가는 것은 결국 반품이 불가능한 경로로 의약품을 구입하면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냐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일선 의사들은 약사들의 재고약 문제에 대해 반품을 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의아해 한다"며 "반품이 되지 않은 이유가 정상적인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합당한 이유가 있는 것인지 납득을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약계, '재고약 해법' 지역처방목록 제출 두고 갈등

재고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방안으로 꼽히는 지역처방목록 제출은 의약분업 당시의 합의사항이자 약사법에 규정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의약계는 여전히 이견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개선 과제 요청에 약사회는 지역처방목록의 의무화를 요구한 반면 의사회는 지역처방목록의 개선이라는 전혀 상반된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의료기관의 잦은 처방변경은 약국 재고약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충남시 한 내과의 처방(소화성궤양용제를 5∼6개월 주기로 처방을 변경하고 있다.)
특히 약사회는 올초 복지부 등에 지역처방 목록을 지역 의사회 및 치과의사회 분회에서 선정하는 방식이 아닌 의사회·약사회·소비자단체·공단·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여한 별도의 기구에서 논의·결정토록 건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의협은 보도자료 등을 통해 약사회의 주장이 의사의 처방권을 무시한 것으로 이미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 처방이 공개되고 있는 상황에서의 처방목록 제출은 행정적 낭비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입장 차이로 인해 의약분업 이후 지금까지 전국 226개 시·군·구 가운데 의사회에서 약사회로 처방목록이 제출된 지역은 전체의 21.2%에 불과한 48개 지역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의약분업 정착에도 불구하고 의사로서는 굳이 처방목록을 제출해 처방권에 족쇄를 채울 필요가 없는 상황이지만 약사들은 약사법에도 규정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인식을 안고 있는 것이다.

"대체조제 눈치 보인다"↔"무차별 대체조제"

의료기관에서 나오고 있는 대체불가 처방전
대체조제 역시 의약분업 이후 의사와 약사들 간의 갈등 요인이자 양측의 인식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제도로 손꼽히고 있다.

대체조제는 지난 2007년을 기준으로 전국 2만730곳의 약국 가운데 29%인 6026곳에서만 이뤄졌으며 기관 당 실시 건수도 월 2건에 이르는 등 좀처럼 활성화 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약사들 사이에는 의사와 연락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처방전을 발행하는 의사가 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면서 대체조제를 꺼릴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실제로 보사연이 지난해 약국 83곳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의사와의 협의 장애요인으로 37.1%가 '통화하기가 어렵워서'라고 답했으며 '의사가 싫어하거나 싫어할 것을 우려해서'라는 답변도 15.5%에 이르렀다.

그러나 의료계는 약사들이 환자나 의사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임의로 대체조제를 하면서 의사들까지 환자들의 불신을 사게 하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취재 중에 만난 한 의사는 "대체조제는 의약분업의 취지를 퇴색케 하는 행위"라며 "약사가 임의로 약을 선택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의약분업을 대체조제는 오히려 장려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의료계 "약사들이 문진으로 환자를 가로챈다"

의약분업으로 인해 의·약사의 역할 구분이 명확해졌음에도 의료계에서는 일선 약국에서 약사들이 자의적으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지난 2003년 보사연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의사의 88.8%가 임의조제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것에서도 의약분업 하에서 약사를 바라보는 의사들의 시각을 읽을 수 있다.

실제로도 복지부가 지난 2006년부터 2008년 7월까지 약사들의 행정처분 현황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의사 동의 없이 처방 의약품 변경 또는 수정 조제 104건, 임의조제 28건 등으로 법 위반이 완전히 근절되지는 않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약분업의 정착에도 불구하고 일부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담합행위, 임의조제 등 분업 위반행위가 매년 100건 이상 적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부산시의사회와 협력을 선언한 부산시약사회 옥태석 회장도 의사들과의 협력을 위해 문진이나 임의조제를 하고 있다는 오해를 씻는 것이 급선무였다고 말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의사들은 의료기관에 올 환자를 약사들이 임의로 진단해 일반약 판매로 연결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의사들은 의약분업을 지키는데 약사는 위법행위를 한다고 보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

의협-약사회, 의약갈등의 정점

의약갈등은 의협과 약사회에서 정점에 이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5년 약대 6년제 공청회장을 기습점검해 무산시킨 의협 관계자들.
의약분업 이후 의사와 약사들 간에는 여전히 정리되지 못한 갈등관계가 남아있는 상황이며 그 정점에서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협과 약사회의 갈등은 표면적으로 회원들을 의식한 결과일 수 있지만 반대로 협회의 입장이 일선 현장으로 전파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 단체의 갈등은 의사와 약사와의 거리를 더욱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

특히 양측은 의약분업 이후 다양한 정책현안으로 갈등을 빚으면서도 일부 행사에서의 '립서비스'를 제외하면 협회 차원에서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례로 의협은 약사사회가 상당한 공을 들인 약대 6년제 추진 과정에서 교육부가 마련한 공청회장을 기습점검하면서 약사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

반대로 의협은 장향숙 전 의원이 발의해 국회를 통과한 바 있는 '의심처방 의사 응대 의무화'에 대해 사실상 약사회가 우회 입법이라는 형태로 이를 관철시킨 것으로 '신사협정'을 깬 대표적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사실 그 동안 공동협력할 현안들이 많았지만 손발이 맞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협회가 회원들을 설득하려고 해도 약사회가 자극을 하면서 회원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약사회 관계자는 "약사회에서 의료계를 먼저 공격한 것이 있느냐"고 반문하며 "의사들이 왜곡된 정보를 공유하면서 약사들에 대한 불신을 키워가고 있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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