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약이 좋을까요?" 약사·환자 신뢰 제고
- 홍대업
- 2008-01-07 07:2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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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 약 선택시 정보제공…성분명, 새 영역구축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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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이 국립의료원(NMC)에서 전격 실시됐다. 20개 성분, 32개 품목이 그 대상이다. 이 가운데 의사의 처방을 필요로 하는 전문약이 겨우 5품목밖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이다.
그러나, 100여일이 지나면서 의·약사와 환자들은 의약품 선택을 놓고 기존과는 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약사님, 어떤 약이 좋을까요?” 지난해 9월17일, NMC를 찾은 환자들은 낯선 경험을 해야만 했다. 상품명이 아닌 성분명이 기재된 처방전을 받아야 했기 때문.
특히 NMC 인근 약국을 방문한 환자는 전에 복용하던 약과 당일 처방받은 성분에 대한 설명을 약사에게 요구하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장기노인환자들이 많은 NMC에서 성분명으로 자주 처방되고 있는 혈액순환 개선제인 은행옆엑스(40mg)의 경우가 그렇다.
기존에 SK의 기넥신(239원/1정)을 복용하던 환자에게 ‘은행옆엑스40mg'이라는 성분명으로 처방이 나오면, 환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약국에서 여러 가지를 문의하는 것이다.
약사 역시 환자가 어떤 약을 복용해왔는지 먼저 파악하고, SK의 제품 이외에 유유의 타나민(231원/1정), 대웅의 타나칸(171원/1정) 등 중저가 제품에 대한 약값과 약효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의사에게 성분명처방에 대한 설명을 들었던 환자도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경우 약사의 추가적인 설명을 희망한다.
시범사업 첫날 NMC 앞 동문약국을 방문했던 L모(남·77)씨는 일단 복용해오던 기넥신을 조제해갔다. 그러나, 약국측의 상세한 설명을 듣고 나자 추후에는 타나칸으로 조제해가겠다고 밝혔다.
H모(여·75)씨는 성분명으로 아스피린을 처방받았지만, 약국에서는 기존 바이엘의 아스피린프로텍트정100mg 대신 한미아스피린장용정100mg으로 조제해갔다.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이 NMC에 국한된 것이기는 하지만, 이같은 현상은 약의 선택권이 의사에서 환자로 넘어가고 있음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환자, 고가약보다 중저가약 선호…조제행태 변화

고령층은 기존 약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지만, “같은 효과의 저렴한 약”이라는 약사의 설명이 곁들여지면 굳이 고가약을 고집하지 않는다.
만성질환자인 장기처방환자나 재진환자의 경우 기존 약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지만, 초진환자나 젊은 층의 경우 반드시 오리지널약을 조제해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특히 젊은 층은 의약품 선택을 위한 약사의 설명이 전제될 경우 오리지널과 제네릭을 구분 짓지 않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아세트아미노펜을 처방받은 젊은 환자는 약효와 가격대 등의 정보를 약사가 제공하면, 굳이 한국얀센의 타이레놀ER서방정650mg(64원)을 요구하지 않고 부광약품의 타세놀ER서방정(52원)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NMC에서 당초 시범사업에 착수하면서 다빈도 처방약 가운데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 품목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시범사업 100여일이 지난 시점에서는 만성질환자인 장기처방환자 또는 재진환자의 경우도 이미 성분명처방에 대한 정보와 호기심 등으로 인해 중저가약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NMC 인근 약국가는 설명했다.
장기환자들, 성분명처방 순응도 좋아…약제비 절감 '기대'
1개월 또는 2개월 단위의 장기처방환자들도 이미 2∼3회 정도 성분명처방 경험을 가지고 있는 만큼 그 행태도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환자가 약국에서 대기하는 동안 다른 환자가 성분명처방 약물에 대해 약사와 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문의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데일리팜 취재진이 성분명 시범사업 첫날 처방·조제받은 내역을 살펴봐도 약제비 절감효과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9월14일 속쓰림으로 NMC에서 위궤양치료제인 잔탁정150mg(503원) 등 3품목을 4일분 처방받고 인근 약국에서 조제했던 H모(남․28) 기자. 17일에는 라니티딘150mg 성분을 처방받았지만 큐란정(307원)으로 조제했으며, 나머지 품목은 동일했다.
14일 조제시에는 본인부담금이 3000원이었지만, 17일에는 2600원으로 400원의 절감혜택을 보았다.
NMC 인근의 한 약국은 “환자에게 가장 직접적인 것은 약값”이라며 “환자가 약을 선택할 수 있는 정보가 충분히 제공된다면 저렴한 약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양태가 NMC 환자에 국한돼 있는 것이어서 일반화시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약사, 새로운 영역구축 기회…약사-환자간 신뢰관계 형성
100여일간의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이 약국에 가져다준 긍정적 효과는 약사와 환자간 신뢰관계 구축을 꼽을 수 있다. 성분명처방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환자는 약 선택시 약사의 설명을 요구하고, 약사는 약물에 대한 정보를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게 된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약사와 환자간 신뢰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이 NMC 인근 약국가의 설명이다. 가격대별 의약품과 그 효능에 대한 정보, 복약지도 등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약사에게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영역’이 생겼다는 의미다.

그 이유는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이 확대되거나 본 사업이 시행될 경우 '질 높은 약제서비스'가 단골환자 유치의 주요 경쟁수단이 될 수 있는 탓이다. 그동안 복약지도료가 지나치게 비싼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도 상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NMC 인근 D약국 K약사는 성분명처방 시범사업과 관련 “환자가 의약품 선택과정에서 약사의 신뢰지수를 높이기 위해 더 많은 공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 과정이 소모적인 것은 아니며, 성분명처방 본 사업과 약사의 직능제고를 위해서는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성분명처방 시범사업 100여일. 이제 6개월 정도를 남겨놓고 있다. 정부에서 기대하는 약제비 절감효과는 물론 환자의 만족도, 의사의 처방권 존중, 약사의 직능제고 등 네 마리 토끼를 다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직도 성분명처방을 둘러싼 의약계 내외부의 걸림돌이 잔존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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