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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성분명 싸움 수준 이하다

  • 데일리팜
  • 2007-06-25 06:20:26

성분명 처방은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더불어 참여정부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면서 주무부처인 복지부의 전직 장관들이 몇 차례 시행을 약속한 사안이기도 하다. 그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이 오는 9월 국립의원료에서 20개 성분, 34개 품목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복지부의 이 같은 로드맵이 나오자 의료계는 그야말로 벌집을 쑤셔 놓은 듯 발칵 뒤집혔다. 전 의료계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전쟁에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의료계는 복지부와 국립의료원을 잇따라 항의 방문한데 이어 성분명 처방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대국민 일간지 광고를 게재하는 한편 범의료계 공동성명서, 국민에게 드리는 글 등으로 시범사업 저지를 위한 전방위 투쟁에 나섰다. 의협은 법리검토를 거쳐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불사할 작정이고, 병협은 병원내 원내약국 개설로 맞대응할 것이라고 선언했으며, 개원의협의회는 비상대책위를 가동했다. 보궐선거에 입후보한 5명의 후보자 역시 일제히 강력투쟁을 기치로 내걸었다. 배수진을 친 의료계의 성분명 저지 반대투쟁이 가히 대단하다.

하지만 의료계가 국민을 실험용 쥐에 비유한 것은 도가 지나치다. 성분명 처방에 대해 약사가 저질·저가약으로 대체조제 하는 제도라고 주장한 것 또한 약사를 지나치게 폄훼했고 해서는 안 될 행동이다. 이에 맞대응한 약사회도 한심한 수준이기는 마찬가지다. 성명서 하나 달랑 낸 것도 그렇지만 그 내용의 핵심이 ‘리베이트 들추기’다. 제도나 정책적인 사안으로 대응하는 방법이 수없이 많음에도 의료계의 치부를 건드리는 식이니 후진적이고 고답적이다. 그 때문에 약국도 오십보 백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오고 있고 약사회가 더 욕을 먹는다. 약사회의 홍보는 성분명 처방의 시행 당위성을 알리는 전진형의 방식이 맞다. 성분명 처방이 국민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가는지를 분명하게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정책을 취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성분명 처방이 의사든 약사든 일종의 헤게모니 싸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전제를 분명히 하고자 한다. 성분명 처방을 시행하고자 하는 정부의 목표는 약제비 절감이다.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보험재정 절감이 정부의 목표다. 그렇다면 의협과 약사회도 국민을 우선시 하는 건전한 논의를 전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력대결부터 하고 보자는 식이니 싸움 자체가 수준이하일 수밖에 없고 안타깝다.

성분명 처방이 의사에게 불리하고 약사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인식부터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국민은 안중에 없는 식이다. 약의 주도권을 갖느냐 갖지 못하느냐에 따라 생사가 걸린 듯 싸우는 것은 보기에 참으로 민망하다. 그러나 곱씹어 살펴보면 근본적으로는 처방 방식으로 싸울 이유나 여지가 앞으로 없어진다. 보험등재약의 대폭적인 축소가 그것이다. 복지부는 지난 5·3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착착 시행에 옮기고 있고, 그 일환으로 보험약의 무더기 삭제를 진행시키는 중이다.

보험약이 오리지널을 중심으로 4~5천 품목으로 정비되면 현행 상품명 처방 하에서도 의사의 처방범위는 현저하게 줄어든다. 그 중에서도 이른바 리베이트 품목들이 대거 보험약에서 빠지게 되면 그 현상은 심화된다. 결국 처방할 보험약 절대품목이 줄어드는데서 나아가 환자들이 인지하는 오리지널 내지는 유명 제네릭 품목들이 보험약의 주류를 구성한다면 어차피 처방범위는 훨씬 제한적이 된다. 그것은 약사 또한 마찬가지다. 대체조제할 보험약이 뻔한 상황에서 역시 제한적인 대체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의-약 간의 지나친 갈등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해서는 안 되는 행태들이 마구 나온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양 단체 모두 정부의 보험약 정비 로드맵을 쉽게 간과한 판단이라는 점이다. 약사회는 더 잘 판단해야 한다. 성분명 처방 도입은 약국간 과열경쟁을 부추길 소지가 높다. 이로 인해 많은 수의 약국들은 처방약 구색을 갖추는데 어려움에 빠진다. 성분에 따라 소수의 품목만 갖추어서는 약국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로인한 재고약 부담이 약국가를 더 어렵게 하거나 약국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여지가 농후하다.

정부는 중심을 잘 갖고가야 한다. 처방 방식이 어떻든 우수한 약물이 저렴하게 공급될 수 있는 구조에 대한 중심을 분명히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 방식이 성분명 처방이라고 입안을 했으면 그에 대한 타당하고 합당한 대안이나 논리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다양한 채널로 여론을 수렴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의료계에는 제도 시행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와 의사의 처방권을 존중하는 툴들을 추가로 개발해야 한다. 더불어 성분명 처방이 약사에게 약의 헤게모니나 부가적인 경제적 이득을 선사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지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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