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 바뀌어도 약사 책임일까
- 데일리팜
- 2005-01-20 10: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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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다른 사람의 처방전으로 약을 잘못 복용한 경우 현행 보건의료 관계법상 처벌규정이 모호한 것은 그렇지 않아도 줄다리기가 심한 의사와 약사의 책임공방을 부채질하는 일단의 예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해 법적 처벌조항이 없다며 환자가 민사소송 등 자구책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하고 있어 의·약사간의 대립을 가중시키고 있다.
의사가 애초 처방전을 잘못 낸 것이 아니라 진료와 처방이 정상인 상태에서 처방전이 바뀐 문제는 사실 책임소재 해법을 풀기가 대단히 어렵다. 과실이 없는 의사에게 귀책사유를 돌리는 것도 애매할 뿐만 아니라 처방내용 그대로 조제한 약국 쪽에 책임을 돌리는 것 역시 무리다. 그렇다고 환자보고 민사소송으로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의 정부태도는 더더욱 잘못됐다.
약사가 건강보험증으로 환자 본인여부를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처방전 기재사항으로 확인하는 관행 때문에 보험증을 내미는 환자도, 보험증을 요구하는 약국도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본인확인을 철저히 한다고 해도 처방내용 자체가 다른 환자의 것으로 오기된 경우는 역시 확인 자체가 무의미하다.
의사가 환자를 정상 진료하고 올바른 처방지시를 내렸지만 환자가 잘못된 약을 먹을 가능성은 대개 다음의 두 가지다. 하나는 이름과 처방내용이 정확하지만 처방전 교부시 다른 사람으로 뒤바뀌어 나간 경우가 그렇다. 다른 하나는 처방내용은 맞지만 환자이름이 다른 사람으로 오기됐을 때와 그 반대로 이름은 맞지만 처방내용이 오기됐을 경우로 역시 이들 사례 모두 처방전이 바뀐 것과 같다.
전자의 예는 처방전에 본인의 이름이 아닌 다른 환자의 이름이 기재되는 것이다. 따라서 환자가 본인의 처방전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환자에게 부분적인 책임이 있다. 또 의료기관은 약국이 본인확인을 안했다며, 약국은 의료기관이 애초 처방전을 잘못 줬다며 각각 서로에게 책임전가를 하고 있지만 처방전을 본인에게 전달하지 않은 의료기관과 본인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약국 모두 책임에서 전혀 자유롭다고 할 수 없다.
결국 이 경우는 의료기관, 약국, 환자 모두 책임이 적절히 분산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법령에 처방전 교부시와 조제시 의료기관과 약국이 반드시 본인확인을 거치도록 하는 규정을 보다 명확하고 세부적으로 규정해 책임소재를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 물론 규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규정을 구체화 하면서 처벌수위 규정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환자 본인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기에 분쟁의 소지를 최소한으로 줄여보자는 것이다.
후자의 예에서는 먼저 환자이름이 오기돼 처방전이 바뀐 경우라면 요양기관이 본인확인을 정확하게 할수록 처방내용은 엉뚱한 환자에게로 간다. 환자는 자신의 질병과 처방약을 자세히 파악하고 있거나 처방된 약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는 한 바뀐 처방내용을 그대로 넘기는 경우가 많다. 약국 역시 본인확인을 했어도 환자의 증세를 일일이 확인하면서 처방을 검토하지 않는다면 약을 그대로 지어줄 개연성이 많다.
반대로 처방내용이 특정 환자의 것과 통째로 바뀌어 오기된 때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의료기관, 약국 모두 본인여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처방전이 바뀌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름이나 처방내용 어느 한쪽이 잘못됐을 때의 책임범위는 오기의 잘못이 있는 의료기관의 책임이 약국 보다는 더 크고 환자는 책임이 없다고 봐야 한다. 사고예방 차원에서 책임소재와 처벌규정을 법령에 적시해 둘 필요성이 그래서 있다.
정부는 실제 법 집행시 가급적 처벌 보다는 환자보호에 무게를 두는 행정을 우선시하면 된다. 환자에게 알아서 해결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피해구제기금 등을 확대해 정부의 보상범위를 넓혀야 한다. 책임범위가 모호하다고 그대로 방치한다면 의·약사간의 지루한 책임소재 분쟁을 끝없이 키우고 환자 피해만 가중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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