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조제보조원’ 도입할 때
- 데일리팜
- 2004-12-23 01: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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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을 이용하는 대다수 환자들이 약사들로 부터 제대로 된 복약지도를 못 받고 있다는 한 소비자단체의 조사결과는 정말 창피하고 부끄러운 약사들의 자화상이다. 조사결과 환자 10명중 고작 1명꼴로 복약지도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약사들의 조제가 얼마나 기계적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복약지도를 소홀히 하는 것은 환자에게 직·간접적인 피해를 주는 행위다. 아니 환자를 미지의 부작용에 노출시켜 위협을 가하는 일도 된다. 최기형(催奇形) 약물의 경우는 길게는 몇 개월에 걸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환자에게 정확히 고지하지 않으면 자칫 태아나 신생아에게 기형을 유발시킨다. 그래서 복약지도는 약사들의 기본직능일 뿐만 아니라 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는 범법행위다.
너무도 당연한 의무이기 때문에 권리이기도 한 약사의 복약지도를 활성화 할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때가 됐다. 대한약사회가 ‘약국복약지도 표준실무지침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부산을 떨고 있지만 그 정도가지고는 안된다. 약사들을 움직일만한 강력한 동인(動因)이 강구돼야 할 시점이다.
실행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복약지도가 현실적으로 안되는 이유를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귀찮고 번거로우면서 당장 큰 실익이 없다는 잘못된 마인드의 보편화에 있다. 복약지도 능력이 부족한 경우도 있지만 주된 요인은 아니다. 그렇다면 약사들의 잘못된 인식을 확 바꿀 단초는 무엇일까.
우리는 그 첫 단추가 억지로 강요하고 권유해서는 안된다는 현실인식에 있다고 본다. 약사회나 정부가 복약지도의 중요성을 틈만 나면 강조하고 권유하면서 법제화까지 해 왔지만 거의 통하지 않았다.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닌데 안되는 이유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고정화된 인식 때문이다. 그래서 더이상 강권하지 않고 '제도의 변화'를 추진하는 것이 복약지도 활성화의 출발점이다.
약사 스스로도 한해 2천억원이 넘는 복약지도료가 지급되는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약사 본연의 직무가 소홀히 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의료계가 집요할 정도로 약사들을 향해 소위 ‘약싸게’ 라고 비아냥대는 상황을 더 이상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이제 단안을 내릴 때다. 복약지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약국보조원 내지 조제보조원으로 불리는 ‘파머시 테크니션’(Pharmacy Technician)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반대가 많고 논란이 많지만 진지한 논의가 다시 필요하다.
파머시 테크니션은 ‘나홀로 약국’ 등 영세 중소형약국 또는 동네약국 등에서는 불필요한 제도일 뿐만 아니라 카운터를 양성화하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문전약국 내지 큰 약국들만 좋은 일 시키는 결과만 가져와 약국의 빈익빈 부익부를 더 심화시킬 개연성이 없지 않다.
테크니션은 이처럼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잠재돼 있기는 하지만 복약지도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는 점을 더 간과할 수 없다. 복약지도에 있어서 ‘강요’가 아닌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기폭제가 바로 테크니션이기 때문이다. 테크니션은 복약지도로 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징검다리라고 본다.
테크니션은 약국의 단순 기술적 보조업무를 담당하게 하고 약사는 처방검토와 복약지도 등 전문적인 업무를 하는 것이 결론적으로 옳다. 따라서 테크니션이 갖고 있는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강구해 보자.
테크니션이 약사의 영역을 침벌할 우려가 크다는 주장은 거꾸로 약사직능의 범위를 단순 조제업무로 한정 짖는 어리석은 생각과 다르지 않다. 물론 테크니션이 배출되면 이들이 약사들 보다 약국과 병원에 보다 쉽게 취업할 수 있다. 테크니션들이 저렴한 임금으로 단순 조제업무를 무리 없이 수행한다면 병원이나 약국들은 테크니션을 선호할 것이 뻔하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들이 약사의 영역을 침범한 것일까를 곱씹어 생각해 봐야 한다.
외견상 테크니션은 약사와 경쟁자가 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약사를 보조하는 수족의 개념이다. 수족이 될 업종의 사람들을 경쟁자라고 두려워하는 것이 맞는가 자문해 봐야 한다. 테크니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약사직능의 업그레이드와 약사직역의 확대를 막고 있고 복약지도의 활성화를 차단하고 있다. 테크니션은 약사의 지시에 따라 행동할 뿐 약사의 직역을 대신할 수 없다.
복약지도 활성화를 위한 제도변화에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테크니션의 ‘자격요건’과 ‘배출인원’ 등을 엄격히 통제하고 ‘업무구분’을 확연히 한다면 약사의 영역은 침범당하지 않는다. 오히려 약사 본연의 영역을 넓힐 수 있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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