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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클래스

처방변경이 전부 리베이트인가

  • 데일리팜
  • 2004-12-20 00:25:09

부패방지위원회가 내년부터 의사처방을 상시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키로 한 것은 취지야 이해가 가는 일이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처방패턴’의 변화를 감시하는 것 만으로 고질적인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시키기는 어렵다. 대통령 직속기구의 아이디어 치고는 참 마뜩치 않다.

물론 리베이트가 의료계 소수의 문제라면 부방위의 해법이 맞다. 감시망에 특정부류의 문제의사만 걸린다면 부방위의 리베이트 척결의지가 실효를 거둔다고 보지만 이른바 ‘저인망식 감시망’은 그것이 아니다. 모두를 잡아 골라서 죄를 주는 것은 불법을 막는 효과 보다는 횡포에 가깝다.

부방위는 ‘처방’이 의사의 고유권한이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리베이트를 받든 안 받든 의사의 처방은 일상적으로 바뀐다. 특정 약의 처방이 급격히 늘거나 갑자기 바뀐다고 해서 무조건 리베이트 물증으로 등식화 하는 것은 곤란하다. 리베이트의 직접적 증거를 잡는 일은 어찌됐든 별개다.

의사로써 환자치료를 위해 소신 있게 행한 순수한 처방변경과 환자요구에 의한 처방변경 등이 실제로 적지 않다. 숫자와 통계만을 갖고 리베이트 처방을 솎아내는 것이 그렇게 간단치 않다는 것이다. 순수한 처방변경이 설사 소수라고 해도 그것이 절대 간과돼서는 안된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환자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수한 신제품이 나와도 처방이 변경되고 제약사의 학술 마케팅이 차별화 돼도 처방이 변경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제네릭의 활성화 등 전체적인 시장변화에 의사가 따라갈 수밖에 없는 사례도 흔하다. 이 모두의 처방패턴 변화를 리베이트 처방과 확연히 구분 짖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약국에도 제약사와 도매상들이 건네는 5~10%의 ‘백마진’은 통상적으로 존재한다. 아니 백마진 없는 거래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약국가의 거래관행이다. 약국에 건네지는 할증과 할인도 엄밀히 백마진의 범주이자 리베이트 관행과 다르지 않다. 부방위는 약국도 저인망식 그물을 쳐 골라서 죄를 물을 생각인지 묻고 싶다.

의사의 ‘처방권’과 약사의 ‘조제권’은 고유권한이다. 배타적 권한을 갖고 있는 의사와 약사는 당연히 우월적 지위를 행사하게 마련이다. 우월적 권한이 남용되는 것 중의 핵심이 바로 리베이트이고 뒷마진이다. 그 단초가 제약사나 도매상으로부터 제공돼도 궁긍적 원인은 우월적 지위에서 초래된다.

참여정부는 바로 우월적 지위의 남용을 막는데 리베이트 근절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 방법 중 핵심요체가 의·약사의 고유권한을 정부의 틀 안에 인위적으로 집어넣고 관리하지 않는 일이다. 의·약사가 갖고 있는 처방권과 조제권을 가두어 관리하려 하지 말고 가급적 풀어줘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거듭 강조하지만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폐지를 검토해야 함과 아울러 민간의료보험의 도입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정부주도의 수가체계와 결정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의료기관과 약국의 영리법인 허용도 다시 논의돼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가 의·약사의 고유권한을 최대화 하면서도 역설적으로 우월적 지위의 남용을 줄인다.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우월적 지위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 맞다.

정부가 의료기관과 약국에 관한한 가급적 손을 뗄 시점이 왔다. 비록 진통이 따르겠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의·약사가 갖고 있는 고유권한을 스스로 만들어 가도록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부패의 고리를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첫 단추다.

부패환경은 놔두고 부패만 단속하면 또 다른 부패의 싹만 틔운다. 의약계에 만연된 리베이트 관행을 최소화 하는 첩경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의·약사들의 우월적 지위를 자유롭게 해주는데 있다. 상시 감시체제 가동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패의 고리를 더 깊게 파도록 하고 더 용의주도하게 할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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