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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막 활짝 열린 영리법인 시대

  • 데일리팜
  • 2004-11-18 12:39:55

정부가 고민 끝에 우리나라 의료시장을 ‘상업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쪽으로 이른바 양날의 칼을 빼들었다. 경제자유구역 내에 설립될 외국병원들에게 내국인 진료허용이라는 큼지막한 떡을 주면서 국내 공공의료에도 막대한 재정을 투자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보겠다는 심산이다.

정부가 최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경제자유구법 개정안'은 핵심골자는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 허용이다. 외국의 유수한 병원이 한국에 영리법인을 설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국인들을 상대로 무제한 영업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린 것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이미 송도·영종·청라지구에 각각 1개소 씩 모두 3곳의 외국병원을 유치하고 나섰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으로 대거 몰려가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외국병원에는 외국인 보다 내국인들이 북새통을 이룰 것은 충분히 예견되는 일이다. 외국병원들은 많은 특혜를 받으면서 한국 의료시장에서 편안하게 돈벌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반대로 국내 병·의원들은 외국병원으로 달려가는 환자를 잡기위해 보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해야 할 상황에 맞닥뜨렸다. 취약한 공공의료는 붕괴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고 정부는 막대한 재정투자로 이를 막아보겠다는 구상이지만 참으로 쉽지 않은 길이다.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 허용은 곧 국내 병·의원에 대한 역차별 해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의사협회는 벌써부터 역차별 문제를 제기하며 외국병원의 내국인진료 허용에 찬성입장으로 돌아서지 않았는가. 결국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허용은 전면적인 의료개방의 서막일 뿐만 아니라 영리법인을 허용하는 시발점이라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국무회의가 경제자유구역법을 의결한 9월 16일은 우리나라가 의료시장의 빗장을 활짝 열고 영리법인을 허용하겠다고 깃발을 내건 날에 다름 아니다. 9·16 조치는 그만큼 엄청나 사건이다. 정부는 돌아갈 카드를 꺼내지 않겠다는 비장한 각오까지 다졌다. 그렇다면 남은 과제는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일이다. 그리고 정부의 구상대로 한국을 동북아 의료허브의 중심국가로 반드시 발돋움 시켜내야 한다.

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이 우리나라 의료서비스의 전반적인 업그레드를 가져오는 기폭제가 돼주길 기대한다는 것이다. 연간 해외 원정의료비가 1조원인지 1천억원인지 논란이 많지만 돈의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외국으로 나가는 원정의료를 다시 국내로 끌어들여야 하는 것이 숙제다.

이제 의료기관간에 본격적인 무한 경쟁이 시작되면 수많은 진통이 따를 것이다. 그 진통들 중에서도 공공의료의 붕괴가 가장 우려스럽다. 정부는 4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재정을 공공의료에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그 돈만으로 공공의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영리 의료법인 시대가 본격화 되면 공공의료는 더더욱 취약해질 수 밖에 없고 정부의 재정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붇기가 될 것이 뻔한 탓이다.

양날의 칼을 집어 든 정부는 그 칼로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많은 개혁조치들이 적지 않게 개악이 되는 것은 한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욕심에서 대개 연유한다. 막대한 국민혈세를 무제한 투입해도 공공의료는 붕괴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는 그래도 경쟁을 선택했다. 상업주의의 부작용이 적지 않음에도 시장개방과 영리법인이라는 깃발을 들었다. 이제는 의료시장이 건전한 경쟁을 하도록 유도해야 하고 공공의료의 붕괴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정부는 의료의 빈익빈 부익부 문제를 해결할 카드를 지금부터 치밀하게 연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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