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근절을 장관 혼자하나
- 데일리팜
- 2004-11-15 07: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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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장관이 제4차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에서 대통령에게 보고한 의약품유통 투명성 제고방안은 장관의 현실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새삼 확인케 해준 대목이다. 지금까지 시도 때도 없이 제기돼 왔지만 제대로 실현된 바 없는 너무나 뻔한 방안을 또다시 대안이라고 내놨으니 하는 화두다.
장관은 내년 3월까지 제약사와 요양기관간에 리베이트를 근절한 약사법령 및 관련제도 개선안을 확정한 뒤 상반기 중에는 법령개정을 완료하겠다는 일정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짧은 기간 내에 고질적인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법적 장치를 확실히 마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라는 점에서 주목이 간다.
우리는 장관의 리베이트 근절의지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대안으로 내놓은 ‘의약품종합정보센터’ 설립과 ‘의약품 구매 전용카드’ 도입은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혼란스럽다. 리베이트 근절은 탁상공론으로 가능치 않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내년 상반기 중에 시행준비를 완료하겠다고 하니 정말 노하우를 갖고 한 보고인지 확인하고 싶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내에 설립하겠다고 보고한 ‘의약품종합정보센터’가 과연 어떤 목적을 갖고 있는지 부터가 궁금하다. 물론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심평원 전산자료를 총 동원한다고 해도 제약사와 요양기관간의 리베이트 흔적을 완벽히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백억원의 투자금만 날린 채 중도하차한 ‘의약품유통종합정보센터’ 기억을 살린다면 심평원 내에 설립하려는 의약품종합정보센터 또한 대형 프로젝트의 실패를 낳을 것 같아 불안하다. 센터가 가동된다고 해도 리베이트 근절에는 도움이 안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제약사의 의약품 거래 자료가 정보센터에 입력된다고 해도 실제 거래내용과 다르면 무용지물이다. 이면거래와 뒷거래 내용까지 담을 수 있는 정보센터 운영이 가능한지를 묻는 것이다. 민간기업의 영업정보나 영업비밀들이 정보센터에 100% 입력될 수 있는 시스템은 애당초 가능하지 않다.
제약사들이 영업비밀까지 포함하는 의약품 거래내역을 충실히 신고해 리베이트 증거자료가 확보된다고 해도 과연 무차별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도 묻고 싶다. 아마도 대부분의 병·의원과 제약사를 모두 형사입건해야 할 상황에 맞닥뜨릴 것이다. 현실인식 없이 실패한 대안을 또다시 대안이라고 내놓지 않았으면 한다.
의약품 구매 전용카드에 역시 현실인식 부문에서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병·의원이나 약국은 현재 카드 사용이 일반화 돼 있지 않다. 회전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기 때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요양기관에 카드를 강제 도입한다면 수금회전을 획기적으로 앞당기는 것과 같다.
그러나 병원의 경우 회전일이 최장 24개월에 이르고 의료기관 전체적으로는 평균 6~9개월에 이른다. 약국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아 회전일이 약 5~6개월이다. 의약품 구매 전용카드 사용을 강제화 한다면 정부나 금융기관의 특별지원이 없는 한 대형병원이나 대형약국들은 줄줄이 부도를 면키 어렵다. 중·소형 요양기관들도 수금문제는 고사하고 100% 노출된 매출자료에 큰 혼란을 피할 수 없음은 불문가지다. 이처럼 큰 일을 내년 상반기 중 끝내겠다고 하니 의아하다.
신고포상금제 활성화 방안 또한 새로운 얘기가 아닐 뿐더러 실효성이 의문이다. 신고포상금제 운영은 제약협회가 운영하고 있는 공정경쟁협의회와 공정경쟁규약을 무시하는 이중감시 시스템이다. 의약품 유통비리 신고는 일반 국민이 하기에는 불가능에 가깝다. 검·경 등 수사당국이 해도 증거를 잡기가 어려운 판국에 일반 국민의 신고나 제보가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
의약품 관련 학문연구지원을 위한 기부금을 일정부분 양성화 하는 방안도 그렇다. 갖가지 기부금이나 학문 연구비가 공식적으로 지원되지 않아 왔는가. 학회 지원금이나 기부금은 지금도 공공연하게 그리고 다양한 채널로 공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기부금의 사용처이고 이를 감시하는 시스템이다. 수사기관이 해야 할 일을 새로운 방안인 냥 재탕삼탕 거론하면 안된다.
의약품 물류제도 개선 또한 과거의 물류조합 설립 실패를 거울삼아 본다면 단기간 내에 추진될 사안이 절대 아니다. 아마도 제약사와 도매상 모두를 국가가 인위적으로 통합한다면 단기간 내에 가능한 일일 수 있다.
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성방안도 지금의 실구입가상환제가 최선의 방법으로 귀결이 난 사안인데다 이를 보완한 최저가 실구가제제와 참조가격제 등을 시행해 보지 않았는가. 약가제도를 개선한다면 최선의 방안으로 시행되고 있는 현행 실구입가제를 포기한다는 뜻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우리는 정부가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방안을 찾는 것 까지는 좋으나 새로울 것이 없는 뻔한 대안을 새로운 것인 냥 내놓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도 대통령 앞에서 말이다. 정치인 장관이니 그럴 수 밖에 없다는 폄훼가 나오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리베이트를 확실하게 근절할 방안은 장관이 현실인식을 더욱 분명히 하는데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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