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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클래스

약사는 박카스를 버릴 자격 없다

  • 데일리팜
  • 2004-10-21 06:08:49

대한민국 의약품의 대명사이자 지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박카스’가 40년간 정든 약국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비록 완전히 떠나는 것은 아니지만 약사들이 일제히 ‘떠나려면 완전히 떠나라’며 약국취급을 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니 예사롭지 않다.

박카스가 의약품이 아닌 ‘의약외품’으로 옷을 갈아입을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약사들 입장에서는 배신행위라고 인정할 만하다. 박카스는 약국과 상생해 왔고 약사와 호흡을 함께 해 온 한 덩어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40년간 약사와 박카스는 거의 한 몸이었다.

그런 박카스가 약국이 아닌 슈퍼, 마트, 백화점 등 일반 유통점으로 나가는 상황을 맞게 됐으니 약사들이 분개하는 것은 응당 당연하다. 약사들은 더구나 제약사가 대중광고에 집중하면서 ‘브랜드’를 통한 매출에 집중해 왔다며 울며 겨자 먹기로 손해를 감수한 채 취급해 왔다고 생각하고 있던 판국이었다.

우리는 약사들이 느끼는 배신감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약사들도 박카스를 과연 버릴 자격이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박카스가 의약분업 시행 전까지 30여 년간 약사들에게 어떤 도움이 돼 왔는지를 잊는다면 오히려 약사들이 신의를 버린 것이라고 본다.

임의조제가 가능했던 의약분업 전까지 박카스는 약국매출의 축이었다. 박카스 자체 매출은 물론이고 박카스 때문에 일어나는 약국 매출이 작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해당 제약사도 거래처뿐만 아니라 약사사회에 공식·비공식적으로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안다. 수억원이 들어간 약사회관 강당이 만들어진 것도 박카스 때문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음으로 양으로 약사와 약국 그리고 약사사회에 도움이 된 박카스가 약사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한 것은 의약분업 이후다. 박카스가 수십 년 동안 저가제품으로 유지돼 왔고 약국에서는 매출 유인품목으로 많이 활용되다 보니 대다수 약국은 최근 몇년 박카스 매출에 따른 마진은 커녕 손해를 감수한 채 취급할 수 밖에 없지 않았다.

약국에서만 취급돼야 할 박카스는 또 알게 모르게 슈퍼 등 일반 소매점에 다량 유통되기에 이르렀다. 그뿐인가. 해외시장에서는 식품으로 나갔고 군대에서는 제형 변경과 캔 포장으로 '박카스A'(A=Army)로 납품됐다. 박카스는 시나브로 의약품으로만 머물 단계를 훌쩍 뛰어넘어 버린 것이다.

제약사나 약사들 모두 박카스가 약국만의 전유물이 아닌 것으로 인식할 수 밖에 없게 됐고 유통 현실 또한 그러하니 박카스가 약사를 떠나야 하는 것은 어쩌면 대세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제약사와 약사 모두를 이롭지 않게 하는 최대의 악수라는 것을 분명히 적시하고 싶다.

우선 많은 약사들은 박카스가 떠난 자리를 메울 다른 드링크가 있거나 메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잘못된 판단이다. 이는 ‘현상유지’ 내지는 ‘매출감소’를 감수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박카스를 이용해 매출증대를 꾀해 볼 생각을 왜 하지 않는가. 감정적으로나 경제적 판단으로나 포기하기에는 아직 섣부르다.

제약사도 마찬가지다. 제약사가 약사를 사실상 포기하는 정책으로 간다면 현재의 상황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의약외품 유통이 형식적으로는 약국과 일반유통을 모두 하기에 외견상 약국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지만 약사들 입장에서는 더 기분 나쁜 ‘눈 가리고 아웅’식이다. 시쳇말로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으려면 다 놓친다.

회사를 좌지우지하는 최대 품목 박카스가 최근 몇 년간 매출부진을 겪은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를 상쇄할 목적으로 불혹의 나이를 같이해 온 동반자를 등한시하려는 정책은 매출자체를 뿌리째 흔들 수 있다.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하고 신의를 지켜야 하듯 박카스는 약사를 떠나서는 안된다. 아울러 대중광고에 매달려 ‘약사권매’ 보다는 ‘소비자 지명구매’를 유도하는 마케팅 정책을 자제해야 한다.

그리고 약사들은 이용가치가 없다고 해서 버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해당 업체와 박카스를 걱정해 주고 매출을 증대시킬 방안을 찾아주는 의리를 보여주는 모습이 있어야 한다.

박카스는 충분히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약사와 제약사 모두 품질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제2의 박카스를 재창출 할 수 있다. 이렇게 창출된 새로운 박카스가 약사의 손을 통해 지금보다 더 많은 매출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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