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법인 해도 동네약국 지켜
- 데일리팜
- 2004-10-13 22:4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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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법인의 도입방식을 놓고 벌어지는 일련의 열띤 공방전이 전례 없이 뜨겁다. 그런데 가장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영리-비영리’ 논쟁이 의외로 비영리 쪽으로 쉽게 가닥이 잡혀 논란이 사실상 매듭단계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약사회 토론회에서 결정적으로 비영리법인 설립에 손을 들었다.
잠정 확정된 ‘1법인 1약국 비영리 합명회사’라는 법인 형태는 지금의 약국과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다른 것이라면 자연인이 아닌 법인도 약국개설이 가능한 것이고 1명이 아닌 다수의 약사가 약국설립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뿐이다. 약사사회는 변화 보다는 안정을, 대형화 보다 중·소형화를, 사업성 보다는 공공성을 더 선호했다고 하겠다.
우리는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거시적인 안목에서 대한민국 의료체계가 자본주의도 아니고 사회주의도 아닌 ‘절름발이’이라는 점과 이를 개혁하고 변화시키고자 하는 논의가 매우 긴박하고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생각하면 ‘자연인 약국’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약국법인은 ‘기회’와 ‘비전’을 포기한 것일 수 있다. 안정을 선택했지만 미래에는 ‘위기’의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외형상 공공의료를 강제화 한 서구유럽식 사회주의 형태를 띠지만 자본적 측면에서는 의료기관과 약국 거의 대부분이 개인소유라는데 혼란이 있고 복잡하다. 개인 소유의 사업체를 국가가 강제로 요양기관으로 지정해 국가의료체계 내에 집어넣어 영리추구를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과연 모든 의료기관과 약국이 지금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노마진인 보험약이 공공연하게 마진이 붙어 다니고 뒷거래가 횡행한다. 영리를 추구하는 전형이다. 수가와 관련해서는 부당, 허위 청구가 늘 만연하고 있으니 역시 국가를 상대로 영리를 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절름발이 의료체계에서 나오는 모순점이다.
내로라하는 대규모 민간 대형병원 대부분이 진료수가 수입만으로는 만성적자다. 재정이 좋을 것 같은 대형병원들이 이 모양이니 다른 곳은 말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대형병원들 조차 수지를 맞추기 위해 연구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의대교수를 처방전 써대는 전위부대로 투입시키는 상황이니 의술의 발전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다. 또한 주차장과 영안실 사업에 혈안이 돼 있고 심지어 병원 내에 패스트푸드 등의 임대사업 등에도 뛰어들고 있는 애처롭기까지 한 상황이다.
결국 우리는 조만간 의료시장 개방과 함께 수가체계의 전면적 개편, 요양기관강제지정 폐지, 민간의료보험 도입, 영리 의료법인 허용 등 혁명적인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의료계에서는 그 변화를 읽고 앞서가는 중이다. 특히 사보험이 도입되고 요양기관강제지정제가 계약제로 바뀌면 그동안 고수돼온 사회주의 형태의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종지부를 찍는 시발점이 된다.
약국법인도 이같은 변화에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의료체계 변화의 축과 대세가 이미 영리로 갈 수 밖에 없는 환경임에도 약국법인만 비영리라는 깃발을 신주 모시듯 한다면 미래에는 오히려 약사가 주인이 되는 약국법인을 찾을 수 없을 듯하다. 약사가 소유하는 약국을 지키고 동네약국을 지키려면 먼저 변화를 받아들여 적응해야 한다.
의료체계가 바뀌면 의료기관만 영리로 갈 환경이 아닌데도 약국만 비영리로 남는다는 확신을 어떻게 갖고 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약사사회는 약사만이 참여하는 것이라면 영리법인 설립을 허용하는 쪽으로 생각을 고쳐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약사들 스스로 영리 약국법인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영리법인이 설립된다고 무조건 대형약국과 자본이 많은 약국만 잘되고 소형약국은 무차별 쓰러지는 것이 아니다. 작은 약국도 얼마든지 특유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의술과 투약의 발전이 이렇게 이루어진다. 동네약국을 진정 지키고자 한다면 불가피한 변화의 흐름을 냉정히 읽고 불안하지만 앞서 따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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