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을 ‘식물청’ 만들지 마라
- 데일리팜
- 2004-10-10 23: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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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서울, 부산, 대전, 광주, 경인, 대구 등 식품의약품안전청 산하 6개 지방청을 폐지키로 전격 결정한 것은 하지 말아야 할 지방분권을 추진하는 대표적 케이스다.
지방청 업무를 해당 지자체에서 이관하고자 하는 뜻을 모르지는 않는다. 지방청과 지자체의 업무 중복성이 있기도 하거니와 중앙정부에 집중된 행정을 지자체로 분산시키려는 로드맵 또한 잘 안다. 지방분권위원회가 지자체 시대에 걸맞게 지자체의 자치권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지방청 폐지결정이 나온 순수한 의도라고 우리는 보고 있다.
하지만 식약청은 성격이 다르다. 식품, 의약품과 관련된 행정은 국민 먹거리 내지는 건강 및 보건위생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강력한 사후관리를 행정의 근간이자 축으로 한다. 식약청은 국민이 싫든 좋든 ‘규제업무’를 관장하는 곳이기에 선심성 행정이 많은 지자체로 이관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지자체는 행정을 관장하는 자치단체장과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기초의원들을 해당지역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는 곳이다. 지자체가 힘깨나 쓰는 기득권층 내지는 지역 유지들과 결탁하면 주민들을 위한 규제업무가 제대로 될리 만무하다.
식약청의 규제업무는 지역주민의 이해관계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야 하면서 규제의 기본방향은 지역주민들을 위한 행정이어야 한다. 선심성 행정을 펼치는 것이 훨씬 많은 지자체에게 이러한 식약청의 규제업무를 맡기면 자칫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기는 판국이 될 우려가 없지 않다.
식품·의약품 인·허가 업무도 그렇다. 식약청의 핵심 업무라고 할 인·허가 업무가 지자체로 이관되면 적자행정에 허덕거리는 상당수 지자체들은 ‘세수 확보’를 위해 무분별하게 인·허가를 남발할 우려가 많다. 불량 식품·의약품을 만드는 회사와 공장들이 지금보다 더 난립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중앙으로 집중된 행정권을 가급적 지방으로 분권화시키는데는 동의하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충고한다. 완벽한 지방분권화는 세무와 치안까지 독립시키는 것이고 국방과 외교까지 분리시킨다면 독립국가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지방청의 폐지는 그 시작에 준한 혁명적 조치다. 우리나라는 세무와 치안을 지자체에 넘기는데 따른 생산성이나 효용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
식약청 행정은 인·허가와 관련해서는 세무행정과 관련이 있고 사후관리와 관련해서는 치안과 관련이 깊다. 불량 식품·의약품을 제조·유통시키는 사범을 강력히 처벌하기 위해서는 상응하는 강력한 행정권이 필요하다. 식약청 행정이 지방정부로 이관돼서는 안 될 이유다. 중앙정부가 이 일에서 손을 떼면 연방에 준한 독립권과 자치권을 지자체에 주는 조치다. 우리 현실에서는 성급하고 불요불급한 일이다.
지자체는 또 각종 행정을 두루두루 맡아 하기 때문에 식품·의약품 전문행정에 주력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자체가 식약청과 같은 전문 인력과 검사 장비를 완벽히 갖추는 것 자체가 과연 필요한 것인지 부터가 의문이다. 인력과 장비를 갖춘다고 해도 전국의 모든 지자체들이 일관성과 통일성을 가져야 하는 일이 식품·의약품 행정의 기본이지만 기대할 수 없는 부분이다. 보건소 기능을 확충한다고 해도 보건소가 식약청처럼 힘 있는 단위 행정기관이 되면 본래의 ‘보건기능’이 위축되는 문제가 촉발된다.
물론 지방청은 일견 ‘서비스 행정’에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 강력한 행정권인 인·허가와 규제업무는 자칫 오만함에 빠질 경우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부패를 발생시킬 소지를 앉고 있다. 식약청은 차제에 민원인들을 불편하게 하고 어렵게 하는 요소가 없는지 점검하고 반성해야 한다.
지방분권위원회는 지난 2003년 5월 ‘지방 활력을 통한 분권형 선진국가 건설’이라는 비전 아래 출범한 후 참여정부의 지방분권화 로드맵과 어깨동무하면서 힘을 받아 추진력이 강한 것으로 안다. 그렇다고 사전 예고나 충분한 협의도 없이 지방청 폐지를 전격적으로 결정한 것은 너무 심하다. 수족을 모두 자른 ‘식물청’을 만드는 것은 국민건강을 볼모로 국가기강을 뒤흔드는 오버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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