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데까지 간 의·약사간 담합
- 데일리팜
- 2004-09-29 23:5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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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전 집중률이 70%를 넘고 해당 의원과 약국이 친인척 사이이면서 출입구마저 동일하다면 십중팔구 담합이다. 이런 유형의 의료기관과 약국이 전국적으로 891곳에 달하고 있음에도 의약분업 이후 단 한 곳도 적발된 사례가 없다고 하니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불법 담합이 성행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단속실적이 ‘제로’라는 수치는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다. 물증이 없다고 하는 것은 단속이나 조사를 할 의지가 있는지 자체를 심히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보건복지부가 한나라당에 제출한 ‘분업 이후 병·의원과 약국간 담합실태 조사결과’ 자료는 단속실적이 전무하니 있으나 마나 한 자료가 아닌가. 불법담합이 성행하고 있는 것을 알리는 것이 고작이다. 알맹이가 빠진 무가치한 자료다.
의·약사간 친인척이면서 처방전이 70% 이상 집중된 곳이 의료기관 131곳, 약국 130곳 등 무려 2601곳에 달했다. 또 한 건물 내에 동일출입구를 사용하는 곳은 의료기관이 398곳, 약국이 223곳이나 됐다. 이들 요양기관들이 담합을 한 흔적이 없다고 하니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는가 말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들 담합의혹 요양기관들을 집중 감시해 왔다고 했다. 집중감시라고 말하는 용기가 참 가상하다. 차라리 사후관리를 포기했다고 말하는 것이 솔직한 표현이고 용기다.
지난 2002년 초에도 심평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원외처방전 집중도가 70%를 상회하는 요양기관이 무려 2만1,384곳에 달했다. 당시에도 담합은 관행화 돼 적발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었다.
그렇다보니 담합문제를 재론하는 것부터가 문제도 아닌 것을 재탕삼탕 거론하는 것 같은 심정까지 든다. 그렇다고 곪을 대로 곪은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일이다. 담합으로 인해 분업의 근간이 흔들리다 못해 와해될 위기에 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담합은 사회·경제적 비용이 과다 투입되는 문제까지 촉발시킨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가고 있지만 지금에 와서는 의·약사에게 부메랑으로 회귀되고 있는 중이다. 지나친 전문약 의존 현상은 전반적인 제약경기 침체를 가중시켜 의·약사에게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담합은 더 이상 원론적인 문제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원론이라는 것은 의약품의 오·남용 방지와 처방전의 이중검토 등 의약분의 기본취지를 망가뜨린다는 것이다. 담합은 이미 그것을 넘어 의·약사 권위와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약사들의 경제행위까지 위협을 가하고 있다.
특히 약사들은 일반의약품의 침체로 인해 직접적 타격을 받고 있다. 아울러 처방전에 지나치게 억매여 어느새 의사와 약사의 주종관계가 당연스럽게 치부되는 현실이다. 직능권위를 스스로 추락시키면서 어떻게 약사라고 자부할 수 있는가.
담합 수법이 아무리 치밀하고 지능적이라도 단속의지만 강하면 얼마든지 적발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증의 문제가 아니라 단속의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담합을 지금 같은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법 따로 현실 따로의 전형이다. 이는 담합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조치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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