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업사 부활은 시대역행
- 데일리팜
- 2004-09-16 00: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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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71년 폐지된 약업사(약방) 제도를 33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부활시키자는 청원안이 국회에 접수된 것은 시대를 거스르는 일부 국회의원들의 잘못된 입법 활동이다. 그것도 자녀나 부인 등 직계가족이 국가면허를 승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으니 발상자체가 놀랍다.
제도의 존속 필요성이 없어져 폐기된 법안을 부활시키려면 거꾸로 제도가 존속돼야 할 강력한 사회적인 공감대와 요구를 수반으로 한다. 약업사나 약방이 없어서는 안 될 상황이라면 부활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약업사 먼허는 지금 부활해야 할 당위성이나 명분이 매우 약하다. 더욱이 국가면허를 세습하는 제도를 만들면서까지 부활해야 할 시급성이나 당위성이 없다. 면허가 갖는 배타성에 또다시 세습이라는 배타성을 추가로 부여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다.
의료기관이나 약국이 없는 산간오지의 주민들을 위한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오지라고 해도 과거 50~60년대와 같이 약방이 없으면 약을 구하기가 절대적으로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
웬만한 읍·면 지역에 약국과 의료기관이 들어가 있고 보건소 및 지소 또는 분소 등 공공 의료기관들이 있다. 여기에 교통이 잘 발달해 있기 때문에 오지라고 해도 약방이 꼭 있어야 할 만큼의 절박한 상황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런 지역이 있다고 해도 극히 일부다.
오히려 최근에는 시골에 약국 수가 너무 많고 의사나 약사가 넘쳐나는 현실이다. 과거와 같이 의료 전체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도 않다. 일부 지역에서는 한적한 시골임에도 약국이나 의원이 과포화 상태에 이르러 환자 유치경쟁이 대도시 못지않게 심하고 의원과 약국의 폐업이 잇따르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전문적인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들을 활용해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국민을 미지의 부작용에 노출시킬 위험성을 키우기도 하거니와 국가적인 인력낭비이기도 하다. 의약품을 판매할 사람이 없어 정말 문제가 발생하는 산간벽지나 오지라면 넘쳐나는 약사나 한약사 등을 활용할 생각을 먼저 하는 것이 맞다.
가령 약사나 한약사에게도 의사나 한의사 등과 같이 병역을 대신하는 공중보건의 등의 근무제 도입을 검토했으면 한다. 약국을 필요로 하는 지역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약국을 세워 약사에게 병역대신 근무토록 하는 공중보건약사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청원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아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 접수된 것도 모양새가 어색하다고 본다. 국회의원이 지역구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고자 하는 뜻은 알지만 시계를 거꾸로 돌려가면서까지 입법 활동을 하는 것은 바른 의정활동을 하는 자세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약국과 약사사회도 반성할 점이 있다. 일반의약품이 슈퍼나 구멍가게에서 즐비하게 나도는 상황에서 그나마 의약품 취급경험이 있는 약업사에게 약을 맡기자는 것이니 할 말이 없다. 약사회가 배수진을 치고 약업사 제도의 부활을 반대해야 함에도 그럴 명분이 작아졌다는 것이다.
약업사의 평균연령은 약 70세 정도다. 얼마 안가 약업사는 자취를 감추지만 농어촌이나 오지에서 수십 년간 지역주민들과 동고동락 해 온 이들의 역할을 얕잡아 보거나 작게 취급해서도 안된다. 정부와 국회는 시대를 역행하는 뒷걸음질이 아니라 넘처나는 의·약사들을 활용해 약업사들의 역할을 대체할 새로운 제도의 시행을 시급히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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